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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 흑마법사-35화 (35/145)

# 35

S2 : 14화

* * *

“와, 왔습니다!!”

거대한 붉은 구의 아티펙트를 살펴보던 김규형과 거대한 검의 검사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진파란 색의 제복의 대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냐.”

급하게 뛰어 왔는지 숨을 헉헉대는 대원이 헐떡이는 넘어갈 듯한 숨을 삼키며 외친다.

“김, 김칠성이요!”

사색이 되는 김규형.

타박. 타박.

다급한 발걸음으로 향한 곳, 여러 화면이 합쳐져 커다랗게 펼쳐진 CCTV 화면들 중 하나의 칸에 김칠성의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 찾아 온 걸까요...? 제 위장마법은 완벽했는데 말이죠.”

그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들여다보는 김규형.

김칠성이 서서히 CCTV 카메라 쪽 으로 시선을 향한다.

* * *

서울 시내.

중심가.

북적이는 사람들.

날개모양 로고가 인상적인 한 대형 신발 브랜드 ‘스밴’ 본사 건물.

수 백 여 평의 건물, 앞면의 일, 이층은 통유리 쇼윈도우를 포함한 오픈형 매장으로 반짝이며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편.

붉은빛의 철제 셔터로 닫힌 문을 앞.

“말이 돼? 여기라고?”

초조한 표정의 칠성이 손톱을 뜯으며 전화를 하고 있었다.

[맞다니까! 얘네 가 실수 하는 건 불가능 해.]

수화기 너머로 판춘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다.”

전화를 끊은 칠성이 헌터폰과 입고 있는 옷에 차분히 마나코팅을 했다.

여기가 정말 김규형의 소굴이 맞다 면, 여기서부터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기기-잉.

무언가가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칠성이 자신을 향해 방금 움직인 CCTV 카메라를 바라본다.

카메라의 렌즈와 칠성이 눈이 마주쳤다.

“흐음.”

칠성이 더 볼 것 없다는 듯 굳게 잠겨져 있는 붉은색 철제 셔터의 밑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읏차.”

콰드드드득!

셔터에 걸려있던 잠금장치가 박살남과 동시에 문이 열렸다.

“어라.”

양 손으로 셔터를 들고 있는 채의 칠성 앞에 펼쳐 진 것은 기묘한 관경이었다.

분명 도심 속의 건물 안 인데, 마치 저 먼 외딴 돌산 속 터널 같은 모습의 내부였다.

천장의 조명장치, LED 등불 등은 현대적 모습이었지만 바닥은 거친 종유석이 느껴졌다.

이 기묘한 이질감. 마법으로 지어진 공간이다.

쉬이---잉!

파아앙!!

그리고 칠성이 철제 셔터를 열어 제침과 거의 동시에 내부에서부터 백색의 무언가가 튀어져 나온다.

콰드득!

“컥.”

백색의 아우라를 발하며 통로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뛰쳐나온 남자의 무릎 니킥이 칠성의 명치를 치고 들어왔다.

타다닥!

“읏!”

자신의 일격에도 칠성이 쓰러지지 않자 칠성을 치고 칠성을 넘어 칠성 뒤쪽으로 몸을 날렸던 남자가 착지와 동시에 다시 자신의 아티펙트에 마나를 불어넣어 가속하며 칠성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콰콱!

갑작스러운 발차기에 가드를 들어 방어했으나 칠성의 균형이 흔들렸다. 날라 차기를 날린 남자도 발차기의 반동으로 인해 30여 미터나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지 않고 사내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지지징-!

마나로 보호되는 몸체, 칠성에겐 어지간한 무기체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나가 실린 공격이라면?

사내의 단검은 보통의 단검이 아닌 아티펙트였다. 사내가 마나를 밀어 넣자 검신이 금빛으로 물든다. 칠성을 위해 준비한, 마나를 신성력으로 바꾸어 주는 디바인 주문이 부여된 아티펙트 단검이었다.

쉬이잉!

다시 한 번 남자가 가속하며 단검의 끝을 칠성을 향해 노리며 달려든다.

그에게 30미터란 한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쉬쉬쉬쉭!

“*스파크*”

파직!

순간, 열심히 걸음을 뗀 남자의 발걸음이 이전과 다르게 느려진다.

‘어라?’

그저 보통 사람의 속도로 돌아왔을 뿐 이지만, 아티펙트의 힘으로 보통 사람의 십 수배 속도로 달리던 사내에겐 마치 세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칠성의 마법에 의해 신발 형태의 아티펙트가 망가져, 가속의 능력이 사라진 것 이다.

자신의 속도에 의문을 품은 남자가 뛰는 것 도 멈추고 어리둥절하게 터벅 걸음으로 칠성의 앞에 멈춘다.

“다 했어?”

칠성이 단검을 들고 자신의 앞에 멀뚱히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남자에게 넌지시 묻는다.

“아니 그게...”

격정적이던 공격의 흐름이 끊겨 무안해진 남자가 말꼬리를 흐린다.

“한대만 맞자.”

그렇게 말 하며 팔목의 옷자락을 접어 올리는 칠성.

쫙!

콰카카카카카캉!!!

퍼펑!

그저 툭. 치는 느낌이었을 뿐 인데, 칠성의 강대한 마나가 담김 뺨따귀를 맞은 남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격하게 굴러 마치 포탄같이 쏘아져 나가 건너편 건물의 외벽을 부수고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주변의 일반인들이 비명을 지르고 술렁거린다.

삐-익!

칠성이 망설임 없이 헌터폰의 연락처의 번호를 눌렀다.

[예, 옙!]

당황한 듯 떨리는 목소리.

“흐음.”

예상보다 고분고분한 목소리에 칠성도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나긋해 진다.

통화하는 상대방은 얼마 전에 칠성과 시비가 있었던 경찰청장이다.

“청장님. 여기 강남 스밴 본사매장 인데, 여기 근방 최소 20km 내 민간인들 대피 좀 시켜주십쇼.”

[예...예?!]

“그 정돈 해주실 수 있죠? 또 저 좋자고 이러는 게 아니라 시민들 위험할까봐 그러는 거니까요?”

[예.예 지금 진행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긴장하고 흥분한 듯 더듬는 청장의 물음에 칠성이 피씩 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 저도 모릅니다.”

칠성이 저 먼 통로 속을 바라보았다.

* * *

“캬하하핫! 잘 왔다 김칠성!!”

검은색 후드, 날씨와는 맞지 않는 털장갑을 낀 남자가 칠성을 보곤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나,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를 만나게 된 이상 이곳이 너의 무덤이다!”

스밴 본사 건물 뒤에 있는 문을 통해 LED 램프가 줄지어 빛나는 종유석 동굴을 지나 당도한, 두 쪽으로 이루어 진 하나의 거대한 쇠문.

동굴 같은 지형 덕 일까. 유난히 얼음장 같이 차가운 감각의 문을 열어 제치자 등장한 상대.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

신비롭게도 남자의 주변엔 마치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도 같이 냉기가 담긴 서리가 여기저기 흩뿌려 지고 있었다.

과연 대마왕이란 이름에 어긋남이 없는 자태였다.

“크읏...! 얼음의 대마왕 이라고...?”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를 대면한 칠성이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오금을 떨었다.

적으로 하필이면 이런 상대를 만나다니, 정말로 쇼킹할 정도로 재수가 없는 격 이었다.

“그렇다! 받아들여라! 죽음을!”

칭-치치치치칭!!

남자가 아티펙트에 마나를 불어넣는가 싶더니 이윽고 남자의 양 손에 냉기의 폭풍이 감기기 시작했다.

뚝, 뚝 간혹 떨어지는 냉기가 가득 담긴 서리조각은 바닥에 닿자마자 얼음송곳을 만들어냈다.

저벅. 저벅.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가 칠성을 향해 걸어왔지만, 그가 코 앞 까지 오도록 칠성은 사지가 저려 조금도 꼼짝 할 수 없었다.

슈-웅.

이내, 얼음의 대마왕의 손길이 칠성에게 닿았고, 그의 마법에 노출된 칠성이 순식간에 하나의 커다란 얼음 동상으로 변모했다.

띵-!

“크크크크... 그 유명한 김칠성도 별 것 아니 구만! 캬캬하하하!”

그 유명한 김칠성이 너무도 맥없이, 그리고 순식간에 자신의 얼음 콜렉션 중 하나로 등록되자 자기 자신도 믿기 어렵다는 듯 전율하던 사내가 이내 호탕하게 웃어 제쳤다.

비록, 이 조직의 숨겨진 최강체인 자신의 승리만큼이야 너무도 당연 한 것 이었지만. 그 유명한 김칠성 조차 이정도 라니, 도대체 자신의 강함은 어느 정도 수준이란 말인가. 에 대한 전율이었다.

“잡았습니다! 김칠성.”

웃음기 가득 찬 카트칼로스의 목소리가 동굴벽을 울렸다. 이 조직의 숨겨진 정점, 라쉬프 카트칼로스의 대활약이 곧 또다시 한번 그의 명성을 드높일 때다.

[그래요...?]

김칠성 만큼은 정말로 얼음 창고에 넣어 컬렉션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랑스럽게 무전기를 뽑아들고 김규형에게 무전을 하는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

무전기 너머로 믿기 힘들다는 감탄어린 김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파직.

칠성을 등지고 신나서 무전을 하던 카트칼로스의 안색이 순간 굳었다.

등 뒤에서 얼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만년설에 비견 될 자신의 얼음에 갇혀 얼음덩어리 동상이 되고도 살아남은 인간 따윈 없다.

다급하게 칠성이 있는 쪽으로 돌아보는

콰가가각!

쩌-억!

라쉬프의 턱을, 눈을 부라리는 칠성을 가두고 있던 얼음이 두 쪽으로 쪼개져 산산조각이 남과 동시에 튀어나온 칠성의 주먹으로 올려치는 어퍼컷이 강타했다.

쿠-웅

칠성의 어퍼컷에 맞은 남자는 순식간에 물 로켓이라도 된 양 공중으로 2미터 정도 치솟더니 예쁜 곡선의 궤적을 남기며 추락해 바닥에 처박혔다.

“씨바 진짜;; 오글거려 뒈지는 줄 알았네.”

적으로 하필이면 이런 상대를 만나다니, 정말로 쇼킹할 정도로 재수가 없는 것 이다.

누가 봐도 김규형한테 아티펙트 하나 받은 또라이고만. 뭐,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

아무리 봐도 동양인인데 이름이 왜 그래? 상대방을 오그라들게 해 죽게 만드는 게 특기인가? 아니면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어서 얼음의 대마왕 인가?

칠성의 우려대로 남자의 본명은 김태진.

평범한 고등학교 중퇴생으로 우연히 김규형을 만나 냉기를 뿜는 장갑 아티펙트를 하사받고 속칭 무허가 헌터로 이름을 날리는 중 이었다.

라쉬프 카트칼로스 라는 이름은 태진이 즐기던 게임 속 에서 자신의 닉네임 이었다.

물론 라쉬프 카트칼로스가 원하는 대로 그 이름으로 불러주는 사람은 잘 없었지만 말 이다.

“너 일로 와봐... 응?”

정신 차리게 만들 겸 몇 대 더 쥐어 패 줄 생각으로 자칭 얼음의 대마왕 이라는, 어쩐지 심성은 착하지만 많이 아플 것 같은 남자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려는데, 이미 남자는 두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물고 있는 게 아닌가.

툭,

남자가 들고 있었던 듯한 투박한 검정색의 무전기가 바닥을 굴렀다.

“음?”

무전기를 주워 든 칠성.

무전기의 버튼을 조작하며 귓가에 대는데.

쉬이이이이익-.

무전을 받았을 법 한 상대방은 아무런 말이 없어, 그저 화이트 노이즈만이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지만, 칠성은 본능적으로 무전기 너머에 누가 있을지 알 수 있었다.

“김규형.”

꼴깍.

칠성이 그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무전기 너머에서 작게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김규형 맞지?”

칠성의 한쪽 입 꼬리가 실실 말려 올라갔다.

“목 잘~ 닦고 기다리고 있어. 지금 만나러 가니까.”

크크크.

콰지직.

자신의 할 말을 마친 칠성이 손아귀에 힘을 조금 밀어 넣자 투박한 무전기가 산산조각이 난다.

칠성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걸음을 옮긴다.

* * *

파지지직!

자칭 얼음의 대마왕 라쉬프 카트칼로스를 쓰러뜨리고 나아간 기다란 통로.

방을 나서서 통로에 발을 딛음과 동시에 칠성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전격의 폭풍에 휩싸였다.

마치 지뢰와도 같이 칠성이 발을 딛자마자 땅에서 튀어나온 빼쭉한 황금색의 기둥이, 어지간한 코끼리도 순식간에 통구이로 만들어 낼 법 한 전격을 쏟아낸 것 이다.

“이게 또 뭔-”

파콰앙!!

저릿저릿한 몸을 털며 다음 발을 딛자마자 천장과 땅에서 총알처럼 튀어나온 사람 머리만한 쇠구슬에서 냉기의 폭발이 일어나 칠성을 덮쳤다.

키드드드득-.

빠르게, 점차 전염병처럼 칠성의 몸을 덮어가는 기생충같은 냉기의 흐름.

“크으....”

라쉬프 카트칼로스의 그것과는 다른, 피가 느려지고 온몸을 관통하는 느낌의 진짜 제대로 된 마법의 냉기였다.

“이곳 한걸음 한걸음은 지뢰밭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백 여 미터쯤 되는 종유석 동굴의 통로, 그 통로의 끝.

네모난 안경을 쓰고 검은톤의 와이셔츠를 팔을 걷어 입은 큰 키의 사내가 통로 끝 모퉁이에서 등장했다.

“그래...?”

“이 구역은 나의 영역, 넌 살아서 통과하지 못 한다.”

어느새 진한 마법의 냉기가 칠성의 목젖을 넘어 턱 부분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건 시작이다, 한발 한발이 거듭 될수록 더욱더 강력한 지뢰가 덮칠 것이다.”

남자가 무덤덤하게 주머니에서 리모콘을 꺼낸다.

“그리고 내가 이 버튼을 누르면 모든 지뢰가 순식간에 널 향해 날아가겠지.”

차분한 말씨의 남자가 최후의 통첩을 이어갔다.

“피를 볼 건 없지,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떤가 김칠...”

“그르냐...? 눌러.”

칠성이 남자의 말을 끊었다.

“내가 못 누를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근데 왜 안 눌러? 쫄려?”

또다시 칠성이 남자의 말을 끊었다.

“네가 아무리 대단한 녀석이래도 이 지뢰들을 한번에...”

“혀가 왜 이리 길어? 쫄리면 뒈지던지.”

빠득.

거듭되는 칠성의 도발에 남자가 이를 갈았다.

“본인이 원한다면!”

달칵.

슈수수수숙!

남자와 칠성사이 통로에서 수 십 개의 마법 지뢰들이 튀어나와 머리를 드밀었다. 압도적인 관경이었다.

“아주 쫄보는 아니네?”

칠성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이었다.

“아디오스, 김칠성.”

펑-펑-펑.

콰카카카카카캉!!!!!!

하나하나가 일개 중대를 끝장 낼 수 있을 정도의 위력적인 마법의 폭탄 수 십 개가 거의 순식간에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어떤 것은 전격을, 어떤 것은 냉기를, 어떤 것은 지옥의 불길을, 어떤 것은 타오르는 독기를 내뿜었다.

그 모든 죽음의 앙상블이 협주곡을 이루며 온 통로를 강타했다.

세계 2차 대전의 폭탄이 이곳에서 모두 터졌다고 해도 믿을법한 관경이었다.

폭음과 재가 만들어 낸 검은 안개 사이로 예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리석은 놈, 죽음을 자처하는군...”

남자는 먼지하나 앉지 않은 깔끔한 모습이었다.

“네놈과는 다르게 나는 그 어떠한 속성이나, 마법 공격에도 무적......”

말을 이어가던 남자가 말을 잇지 못 하고 멈췄다.

어리둥절한 시선이 자신의 팔 부근으로 향한다.

쿠드드드득-.

그곳에는 어느새 남자의 팔을 관통한 커다란 어둠의 창이 꽂혀져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남자의 뒷목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이게 무슨... 이럴 리가..?”

분명히 자신은 그 어떠한 마법 공격에도 무적임이 틀림없을 텐데...?

솨아아-.

대류 현상에 의해 순식간에 통로를 가득 채웠던 연기가 빠져나가고, 남자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 모든 공격을 맞고도 멀쩡한 칠성이, 한쪽 손을 벽 부근에 댄 채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칠성이 벽에 댄 손에서 뻗어 나온 뱀의 꼬리 같은 그림자가 어느새 벽을 타고 남자의 코 옆 까지 뻗어 나와 있었다.

“어리석은 놈, 죽음을...으... 이딴 대사는 못 치겠다.”

조금 전 남자가 했던 대사를 따라 하던 칠성이 도저히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뒷머리를 긁적댔다.

“그래 거. 아디오스. 엑스트라A.”

“뭐라.”

칠성의 말에 엑스트라A라고 불린 남자가 발끈했지만 채 한마디를 남기지 못 했다.

콰쾅!! 슈슈슈숙!!

뱀처럼 뻗어 나와 있던 칠성의 그림자에서 1톤 트럭 크기 같은 보이드의 손이 주먹을 쥔 채 튀어나와 남자를 쳤기 때문이다.

남자는 마치 교통사고라도 당한 듯 가볍게 튕겨져 나갔고 그대로 밀어버린 주먹이 동굴의 벽을 뚫고 마치 열차처럼 남자를 치이고 나아갔다.

순식간에 통로 벽의 옆면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에혀~”

어찌 이리 제대로 된 놈이 없냐.

칠성이 혀를 차며 통로 코너 너머의 계단을 타고 지하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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