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31화 (31/145)

# 31

S2 : 10화

* * *

인천 월미도, 바이킹 등 놀이기구가 즐비한 놀이동산의 가운데.

사람들을 태우고 돌아가는 원판형 놀이기구인 디스코 팡팡의 뒤편에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거대한 문이 우뚝 솟아 있었다.

문의 처마 가운데엔 거대한 독수리의 머리가 달려 이리저리 시선을 움직이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고, 양 편에 커다란 날개가 달린 문은 땅에서 일미터 가량 떠 있기까지 했다.

허공에서 부유하는 푸른빛을 내뿜는 이 문.

하늘의 문, 날짐승의 문, 블루도어.

그리고 이 블루도어를 전담하는 헌특부 제 1 팀을 실은 헬기가 푸르른 인천 앞바다의 창공을 가르고 월미도로 향하고 있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평소라면 시민들이 따문따문 걷고 있어야 할 월미도의 바닷가 옆길에 헌특부의 헬기가 굉음과 함께 내려선다.

팀원들은 장비를 챙기고 여유롭게 텔레파시를 주고받으며 창공의 문이 나타난 위치로 이동한다.

폴리스 라인을 치고 경계중인 경찰들과 인사를 나누며 라인을 넘어 문이 나타난 놀이공원 안으로 진입하는 팀.

- 저거 뭐죠?

팀원들 중 앞서서 걷던 이가 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미간을 찡그렸다.

분명 민간인은 모두 대피했을 월미도 놀이공원.

그것도 가장 위험한 통제 구역인 창공의 문 앞, 디스코 팡팡의 바로 옆에 민간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명 서 있다.

삑-! 삑-! 삑-!

정확히는 민간인이 아니다.

붉은 교관모에 군복 엇비슷한 카모폴라쥬 무늬의 옷을 입은 미친 사람이 마치 훈련이라도 시키는 태도로 뒷짐을 지고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뭐야 저거? 해병대?

-미친 사람인 거 같은데요.

-아~ 골치 아프네. 빨리 끌어내고 진입을...

일반인이 레이드 현장에 난입 하는 건 가끔 있는 일이지만 저건 보기만 해도 골치 아프다.

텔레파시로 그에 대한 험담을 나누던 이 중 하나의 눈이 땡그래진다.

“헉?”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오던 제1팀 청룡팀 팀장 김민수다.

갑자기 육성으로 기겁을 한 그를 뒤돌아보는 팀원들을 내팽겨치고 그는 거대한 사각형의 방패가 종이연이라도 되는 것처럼 낼름 들쳐 업고 교관복을 입은 미친 사람에게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뛰어!

라는 텔레파시와 함께 말이다.

-어어어?

-왜?! 왜? 뭔데 그래요?!

패닉에 빠진 팀원들이 뒤늦게 허둥지둥 하며 민수의 뒤를 따를 때 김민수는 이미 교관복의 남자 앞에 당도했다.

“장, 장관님!”

“오. 민수씨 1등.”

민수가 말을 더듬었다.

갑작스레 뛰느라 체력이 달려서가 아닌 당황해서다.

마치 늘 해오던 일 인 마냥 뻔뻔하게 교관복을 입고 있던 칠성은 미리 준비 해 둔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찍 뜯더니 김민수 팀장의 방어복 가슴팍에 딱하니 붙여준다.

‘1등’ 이라고 프린트 되어 있는 손바닥 만 한 스티커다.

“가, 감사합니다...?!”

-장관? 장관이라고?

-뭐야 대체!

대체 무슨 상황 인지 파악도 하지 못 한 청룡팀.

팀원들이 도착하는 순서대로 1등부터 5등까지 스티커를 손수 하사하는 칠성.

“이, 이건 대체 뭔가요 장관님...?”

자신의 가슴팍에 붙은 1등 스티커를 매만지던 김민수 팀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응? 아 뭐. 뭐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해 봤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잖아요.”

“아...예...예?”

“빨리 진입이나 하죠. 준비들 되셨죠?”

민수가 의아하게 되물었지만 칠성의 재촉에 레이드 진입이 시작되었다.

‘말렸는데.’

뭔가 찝찝. 당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저쪽이 갑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김민수 팀장.

“휴우...”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진정된 팀원들이 진입 준비를 한다.

“장관님 마법을 쓰신다고 들었으니까. 진입하시면 마법사 라인에 붙으시면 됩니다. 블루도어는 맵 특성상 엄폐물이 없으니 팀원 못 찾을 걱정은 안 하셔도 되고요.”

김칠성이 2팀 백호팀에서 마법으로 큰 도움을 주었다는 소문은 파다하게 돌고 있었다.

정확히 어떤 도움 인지야 모르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활약했다는 평이다.

직접 확인 해 봐야 알겠지만.

“엥? 저 오늘은 마법 안 쓸 건데요.”

“네?”

칠성이 자신의 뒤편에 있던 커다란 장비 케이스를 보여준다.

케이스 위쪽의 중앙부가 유리로 되어있는 케이스라 안의 내용물이 보인다. 검이다.

“기사로 참여 할 거거든요.”

“네에? 아니... 저희 팀은 기사가 없는 구성인데요....”

주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몬스터를 많이 상대하게 되는 1팀의 특성상, 근접 공격에 특화된 검을 든 기사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 배제된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있는 청룡팀의 구성만 해도 2명의 헤비탱커와 3명의 마법사로 조합되어 있었다.

헤비탱커 두 명이 모든 몬스터를 붙잡아두고, 나머지가 마법을 쏘아 몬스터를 격추시키는 식 이었다.

그래서 적당히 마법사 라인에 붙여 둘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갑자기 검사라니?

“뭐 대충 탱커분들 뒤 쪽 쯤에 있으면 되겠죠?”

“뭐... 그렇죠.”

그렇다고 할 수 밖에.

“흐음... 그럼... 진입합니다.”

미심쩍은 눈빛으로 칠성을 살피는 김민수 팀장과 팀원들. 마치 풀어보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상자를 안고 있는 것 마냥 검이 든 케이스를 꼭 안고 신나있는 김칠성.

김민수 팀장의 마나가 실린 주먹이 블루도어에 노크를 함과 동시에 문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흰색의 빛줄기가 청룡팀과 김칠성을 집어삼켰다.

* * *

일렉트라자!

검의 이름이었다.

문의 안쪽, 자갈밭의 바닷가에 도착한 칠성은 바닥에 일렉트라자의 케이스를 내려놓고 케이스의 전자 보안장치에 비밀 코드를 입력했다.

3.2.1.

취시-잉.

비밀 코드를 입력하고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묵직한 철제 케이스가 공상 과학 영화 속 그것처럼 기계 장치에 의해 스스로 열리더니 검이 담긴 거치대가 솟아올라 칠성의 앞에 섰다.

“캬~!”

칠성이 아끼지 않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끝점을 향할수록 극단적으로 뾰족해 지는 검신을 가진 양날의 롱소드. 일렉트라자.

물론 그냥 검이 아니었다.

헌특부에서 극비리에 만들어 낸 아티펙트 아이템 중 하나.

이번 레이드에 참가한 목적 중 하나는 이 일렉트라자의 실전 실험에 있었다.

보안이 완벽히 지켜지는 곳 중 하나는 말할 것 없이 레이드가 진행되는, 일종의 현실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문 안 이었고. 이 물건을 다루는 데 안심하고 맡길 만 한 사람은 김칠성 정도였기 때문이다.

손잡이 끝에 달린 장식은 원형의 구슬 같은 형태의 은제 장치가 물 흐르듯 돌아가고 있었다.

검신에는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곧 허공에서 몬스터들이 1팀과 칠성무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등장한 몬스터들은 크로우 시갈 3기.

언 듯 보면 갈매기 같은 형태의 거대한 조류.

거기에 자신의 몸체 절반만한 거대한 쇠갈고리로 적을 순식간에 찢어발기는 형태의 몬스터였다.

1팀의 팀원들은 이내 익숙한 느낌으로 합을 맞추어가며 몬스터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뒤!

-예스!

몬스터들을 방패의 파동으로 탱커들이 자극 해 자신들 쪽으로 주의를 돌리고 멀리서 마법을 퍼부어 잡아낸다.

능숙 능란한 그들의 합에 혼자 뻘 하게 검을 든 장관은 끼어 들 틈이 없는 듯 했다.

-보여주자고!

-보너스 탑시다!

-하하하!

바로 그 때, 4번째 기체가 구름을 뚫고 그들을 향해 수직으로 자유 낙하했다.

-엇?

-4마리?

-빨리!

-잠깐만!

통상적으로 크로우 시갈은 3마리 씩 무리를 지어서 나타나는 게 통상이었다. 갑작스러운 4번 개체의 등장에 아직 두 마리의 시갈을 상대하고 있던 팀의 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허둥지둥 진형을 바꾸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썬더!”

?

칠성의 미약한 함성이 허공을 허무하게 울렸다.

당황한 팀원들이 잠시 동작을 멈췄다.

“아~?”

의아하게 검을 둘러보던 칠성이 다시금 4번째 시갈을 향해 검을 지르며 형광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손잡이의 버튼을 눌렀다.

꾸욱.

콰콰콰콰콰아아앙!!!

순식간에,

천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저 높은 하늘을 향해 푸른 전격의 기둥이 끝도 없이 올라갔다.

말이 안 될 정도로 거대한 스파크가 저 먼 하늘과 칠성의 검 사이를 관통했다.

구름들이 찢겨져 나갔다.

그 사이에 있던 4번째 크로우 시갈은 순식간에 검정 재가 되어 형체가 무너져 내리며 허공에 흩날렸다.

그 여파가 어찌나 컸던지 공격 이외에는 그 어떤 본능도 없는 나머지 몬스터들마저 벙 쪄 팀원들을 공격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

고위 마법이 부여된, 최초의 검 형태의 아티펙트 일렉트라자.

“와~! 이거 진짜 물건이네!”

칠성이 어느새 새카맣게 타 버린 검신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고위마법을 사용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법 검 이라니. 이세계에서도 이정도면 전설의 명검이라 불릴 만 했다.

이내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돌아가는 길.

청룡팀 팀원들에게는 하나의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그... 그건 뭐 였을까요?”

“뭔진... 모르겠지만...”

“그거... 사기 아니야?”

돌아가는 헬기, 초점 없는 눈으로 중얼거리는 청룡팀 이었다.

* * *

치지지-.

나무로 된 목조 벽이 인상적인 대강당 건물.

어둠 속에 있던 그 곳에 조명이 껌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온다.

곳곳에 고장 난 조명 덕에 불을 켯음 에도 침침한 분위기.

어떠한 단체의 것 인지 진파랑 색의 제복을 챙겨 입은 5-60 여명의 사람들이 강당 한편의 무대를 바라보며 서 있다.

저벅, 저벅, 저벅.

목조의 무대가 기그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울리고, 그 위에 한 남자가 선다.

“내일이 아마 마지막 일 거예요.”

김규형이다.

“내일 이벤트까지 마치고 나면 전 국회의원이 되겠죠.”

김규형이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 한다.

“그건 우리 계획을 실현 시키는데 한 발자국이 될 것이고요.”

자신을 보며 모여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보며 눈을 맞추는 김규형.

무대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곳곳을 보면 저마다 기묘한 물건을 하나씩 들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네모난 메탈 프레임 안경을 쓴 남자를 자세히 보면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한이다.

빛나는 신발을 신은, 오토바이 날치기 범을 뛰어서 잡았던 남자도, 서리가 떨어지는 마법의 장갑을 착용한 남자도 끼어있다.

최근 무허가 헌터로 불리는 사람들이, 마치 하나의 군대처럼 조직되어 모여 있는 무리.

“여러분은 음지에서 날을 갈며 양지로 나갈 그 날을 기다리시면 됩니다.”

김규형의 가늘게 뜬 눈이 빛난다.

* * *

다음 날,

주말을 맞은 칠성은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좀 쐴까...?”

그러고 보니 장관이 된 이후로 그냥 훌쩍 집밖으로 가 본 일이 거의 없었다.

사실 장관이 된 이후라기보다는 안희운 전 이후, 아니 그 이전에 안희운이 언론 플레이로 김칠성을 범죄자로 만들었던 바로 그 시점부터 세상에서 숨어 지냈단 느낌이다.

예전에는 그냥 대충 아무렇게나 집어 입고 공원이 라던가 가서 백수처럼 빈둥거리는 것 도 좋아했는데.

“뭐 못할 것 두 없지.”

그지 뭐.

스타들도 보면 잘만 다니던데.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야구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미세먼지 덕분에 마스크를 쓰는 게 이상한 것 도 아니고 말이다.

청명한 하늘.

“크~으. 좋다.”

벤치에 걸쳐 누워 기지개를 폈다.

칠성이 선택 한 곳은 근처의 한강 공원이었다.

한강의 표면을 서핑 하듯 날아온 바람이 푸른 강 내음새와 함께 맑은 공기를 펌핑했다.

저물어 가는 햇살에 살짝, 절반 쯤 낮잠에 들 듯한 나른함으로 잠시 고요를 즐기는데...

둠-둠-둠-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소란이 칠성의 신경을 건들였다.

“뭐냐 저거.”

감기던 눈을 찌푸려 뜬 칠성의 눈에 공원 저 편 거대한 무대와 모여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유난히 사람이 많다 싶더니 행사가 있나보다.

“흐음....”

가볼까?

모자를 주섬주섬 바로 챙겨 쓰며 근처로 다가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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