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25화 (25/145)

# 25

S2 : 4화 <1권끝>

* * *

“안녕 하십니까 장관님.”

“누구...시죠?”

초면인 남자의 자연스러운 인사에 칠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남자가 품에서 명함을 꺼내 칠성과 성진에게 건넨다.

칠성과 성진의 앞에 나타난 남자는 큰 키에 포마드헤어, 상복처럼 새카만 정장이 인상적인 중년.

다름 아닌 JH컴퍼니 소속 기부장 이었다.

“장관은요 무슨. 자리 때우기지.”

“하하. 겸손이 과하십니다. 청문회 아주 인상적 이였습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건 그렇고 무슨 용무지?

명함을 보니 무슨 대기업 부장 같은데.

벌써부터 뇌물이라도 먹이려고 하나.

그런 판단을 한 성진은 남자를 막아섰다.

당황하는 기부장.

“장관님 바쁘십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성진을 칠성이 손짓으로 저지한다.

“최의원님 뒤에 그쪽이 있는 거죠?”

야당의원 최의원의 갑작스러운 칠성을 향한 쉴드는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이다지도 완벽한 타이밍에 기부장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대답하지 않고 슬며시 웃는 기부장.

“그 부분은 직접 확인 하시죠. 대표님께서 기다리십니다.”

기부장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서울시내 한 특급호텔, 그리고 그곳의 고층에 자리 잡은 식당에 들어섰다.

기부장과 김칠성이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다가가자 한편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가 화답하듯 일어난다.

해가 질 무렵의 파릿한 하늘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여자의 배경이 된다, 하얀 톤의 옷과 웃음기 속에 드러난 새하얀 치아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안녕...하셨어요?”

수줍은 미소.

설마...?

“저분이...?”

곁눈질 하며 의아하게 묻는 칠성의 말에 소리 없는 웃음을 터뜨리는 기부장.

“대표님이 젊으시죠.”

모 대기업의 대표이사라기에 대머리 배불뚝이 아저씨 정도를 상상했더니?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퇴장하는 기부장.

이제 정말로 여자와 칠성, 단 둘이다.

“오랜만... 이예요.”

여자임에도 키는 쭉 뻗어 칠성과 비슷한 수준. 170cm 쯤.

수수하면서도 은근히 섹시한 새하얀 홀터넥 원피스, 번헤어 올림머리와 빛나는 귀걸이.

찰랑한 흑발, 새하얀 피부에 귀여운 얼굴. 갓 20살이나 되었을까.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지 몸을 베베 꼰다.

코스로 구성된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청문회는 정말 잘 하셨어요. 제가 다 통쾌하던데요?”

“뭐, 다 도와주신 덕 분이죠.”

“킥킥킥. 전 한 게 없는걸요?”

칠성의 말에 여자가 능청을 떤다.

유세부릴 생각은 없다는 건가?

요리는 하나하나가 고급.

손가락만한 꼬챙이에 한 조각씩 꽃혀 있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전체요리다.

“그런데 왜 도와주시는 거죠? 제가 뭐 해 드릴 거라도 있나요?”

“음...아무것도요!”

칠성이 넌지시 던진 질문에 뜸을 들이던 여자가 시선을 피하며 입에 음식을 집어넣는다.

“흠....”

이 여자가 무슨 생각으로 도와주는 지야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마운 일이다.

‘혹시 그놈의 소녀팬 같은 건가?’

혹시 이 궁극의 울트라 다이아몬드 수저가 거국적 팬 질을 하는 것인가?

그런 잡념이 흐르던 칠성의 뇌리에 이상한 점이 생각났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아까, 오랜만이라고 하셨나요?”

“세상에, 서운해라! 전혀 기억 못 하시는 거예요?”

여자가 정말로 서운하다는 표정이 되어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갸우뚱 하며 눈썹을 팔자로 만들어 보인다.

“아니...그게. 저기.”

뭐지? 뭐였지?

당황하는 칠성.

“킥킥킥. 농답 이예요! 그러실 만도 하죠.”

여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배를 잡는다.

아주 칠성을 가지고 논다.

한참을 그러던 여자가 뚝. 서서히 웃음기가 가시더니 아련한 눈빛이 된다.

“한... 반년 전 인가? 지하철역에서 뵈었었는데.”

지하철.

빠아아앙-.

하는 지하철의 경적음이 칠성의 뇌리에 재생된다.

강렬한 충격과 먼지, 그리고 칠성의 품에서 놀란 토끼눈을 하던...

“나는 간다. 엿 같은 데당아-!”

그 여자구만?

“...사업이 소위 말해서 대박이 난 뒤에는 엄청 바빴어요.”

주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찌나 바쁘던지...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은 진즉에 사라지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이 웃고 있지가 않다.

“평생 아껴줄 거 같던 남자친구도... 떠나더라구요. 뭐, 이해는 해요.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에 하루 이틀 뿐 이었으니까.”

칠성이 작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기 마련이지.

“그거 까지두... 다 견뎠는데. 내가 원하던 일 이었으니까.”

주희의 포크가 죄 없는 식기를 긁는다.

“다른 사람 잘못이 아니고 내가 하자고 목숨 건 거니까.”

목숨을 걸었다는 표현이 합당하다.

만만한 세상이 아니다.

몇 년간 서너시간 이상 자 본 일이 거의 없다.

“우리 아빠... 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저 키우고, 일 하시고 하느라. 몸이 안 좋으셨어요.”

고기를 씹는 칠성의 입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무언가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지병이 악화되서, 입원까지 하셨죠.”

역시나 구나.

“반년전쯤 그때요...”

주희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떠돈다.

“아버지가, 아빠가 마지막으로 나 딱 한번만 보고 싶어 할 때 나 어디 있었는 줄 알아요?”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신자 같은 목소리.

“밀라노에...있었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아픈데... 나도, 나도 내가 믿겨지지가 않아서...”

죄책감이다. 주희의 눈동자가 떨린다.

“아버지가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간병인 통해서 전화를 하셨는데 그것도 안 받았어요. 왜냐구요? 회의 중 이었거든요.”

자조적인 미소가 올라간다.

“나는 회의중에 전화 안 받거든요! 전화 왔다고 가져오면 잘리거든요 비서가.”

격앙된 목소리가 올라간다. 핏대가 선 눈.

“왜냐면... 왜냐면 나는 김주희니까....”

참고 참던, 김주희의 눈에서 눈물이 막을 세 없이 흘러내린다.

자신이 원하던 자리에 섰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걸 잃어버렸었다. 꿈을 좇느라 정작 정말로 중요한건 전부 놓쳐버렸다.

김주희는 자신의 우는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냅킨으로 눈물을 훔친다.

“죄송... 미안해요 초면에 제가...”

“미안 하긴요, 그냥. 저기....”

칠성이 벌떡 일어나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김주희의 눈두덩이를 닦아준다.

멍하니 칠성의 눈을 바라보는 주희.

격앙되었던 감정이 물러간 듯 아스라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고 그때... 만난 거예요.”

칠성에게 받아 든 손수건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한테... 살아보라고 하는 사람을.”

한바탕의 눈물에 시원해 진 듯, 씩 웃어 보이는 주희.

“아무것도 안 바래요. 그냥 은혜 갚는 거예요.”

부웅-.

칠성을 태운 주희의 차가 칠성의 아파트 앞에 선다. 방금까지의 눈부시게 화려한 세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평범한 아파트다.

“동네가 좀 누추하죠?”

신기한 듯, 창 너머로 여기저기 살펴보는 주희에게 칠성이 민망한 듯 묻는다.

“아뇨 전혀. 그냥 오랜만이라... 어릴 땐 이런 동네 사는 애들 부러워했는걸요?”

차에서 내린 칠성.

“고마워, 내 말 대로 살아줘서.”

사실 그때, 지하철역에서 칠성이 했던 말은 딱히 영혼이 담긴 말이 아니었다.

그저 상황 상 반사적으로 나온 말들이었던 것 이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영향을 끼쳤다니.

사람 대견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여자였다.

“연락 하세요. 언제든지 받을 거니까.”

출발 준비를 하는 차 속에서 주희가 대답대신 생글 웃으며 말했다.

* * *

칠성과 주희가 식사를 하고, 다음날 이다.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청명한 주말의 하늘.

솟아난 무대 위엔 어쿠스틱한 이미지로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인조 발라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하늘에서 똥이 내린다... 분홍색 똥이... 네가 떠난 그 날처럼 더럽게도.”

이인조 발라드 가수 10피트가 자신들의 히트곡 ‘벚꽃 질 무렵’을 열창했다.

“와아아아아!”

노래가 끝나자 광장에 모인 수 천 명은 되어 보이는 인파가 열정적인 함성을 내질렀다.

전례 없는 이벤트였다. 10피트 같이 유명한 인기 가수가 뜬금없이 본격적인 무료 무대에 등장해 한 시간이 넘는 공연을 이어나갔다.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으로 빠르게 소식이 퍼지며 순식간에 수도 없는 사람이 모였다.

소식을 듣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출동해 이미 그 중계 화면이 대형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리기도 했다.

말이 수 천 명이지, 서울 사람 절반은 나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오늘 기분 너무 좋네요.”

10피트가 정말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갑작스러운 이벤트 였는데 이렇게 까지 많이 와 주실지는 저희도 상상을 못 했거든요.”

10피트의 멤버 철수가 관중들을 둘러보며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예상 못 했는데 얘는 했거든요?”

감격스러운 멘트를 이어나가는 철수의 말을 민수가 낚아챈다.

“아~ 무슨 소리야~ 이분 또 얼탱이 빠지셨네.”

당황한 철수가 민수를 노려보며 말한다.

“아니 아까 대기할 때 그러셨잖아요? 막, ‘야~ 그래도 10피트가 클래쓰가 있는데 이정도도 못 채우겠서~?’ 막 이러시고 큭큭.”

철수 성대모사 까지 해 가며 철수를 놀려대는 민수의 능청스러움에 관객들이 웃음소리로 넘실거린다.

“씁~ 허. 이런 음해와 공작... 우리사회에서...예?”

“뭐래냐 캬캬캭!”

서로 주고받으며 이어지는 가수가 아닌 개그 콤비 같은 만담. 팬들이 이들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사실 오늘 공연 이거, 홍보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철수가 입을 뗐다.

그럼 그렇지.

이미 인터넷에선 몸값 비싼 이들의 갑작스러운 무료 공연이 신곡이나 새로운 앨범, 공연 등을 위한 홍보가 아니겠느냐 하는 의견 댓글들이 많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홍보라는 철수의 소리에도 모여 있는 청중들은 정색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깔깔대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바로 구매하시면 남녀 정장 3종 바지가 3만 9천 900원...”

잽싸게 즉석에서 기타로 반주를 넣으며 중이 염불하듯 빠르게 덧붙이는 민수의 사족에 사람들이 배가 뒤집어지게 웃는다.

“뭐 보통 이럴 때 홍보 한다 그러면 앨범이나 공연, 이런 거 홍보하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그런 게 아니고. 정말 괜찮은 분이 한 분 있어서요.”

“아주 굉장히 핫 한분.”

“사람 홍보하러 나왔어요. 또 이제, 알 사람들은 다 아는 분이기도 하죠? 국회의원 후보자. 김규형 님을 소개합니다!”

그러곤 무대 뒤에 대기 중이던 사람을 향해 마치 홍코너를 불러내는 복싱 경기 진행자라도 된 양 손을 뻗으며 소개하는 철수.

순식간에, 광장 전체에 갑작스러운 소나기라도 내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의문에 찬 웅성거리는 잡담 소리가 여기저기서 퍼졌다.

“오. 김규형.”

“무슨 소리야?”

“정치인?”

“그게 누군데?”

“어떻게 김규형을 모르냐? 뉴스 좀 봐 이 자식아.”

가수 공연을 보러 왔더니 갑자기 그게 돌연 국회의원 유세였다? 심지어 대형 포털의 메인, 각종 인터넷 방송국 등에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으로 공연을 보여주던 PD 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 굉장히 수수한 차림의 남자가 홀연히 무대에 등장했다.

흰색의 브이넥 스웨터에 청바지. 운동화.

자신을 소개해 준 10피트 와 악수를 나누는 모습,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연 스테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리해 등장한 그의 모습에 대중의 웅성거림은 계속되었다.

“정치인이라고?”

“국회의원... 뭐 라는데?”

“와 대박.”

단발정도로 기른 구불구불한 퍼머 머리는 회색빛으로 탈색이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30대 초중반정도로 보이는 이 정치인은 꽃미남 이었다.

남성은 모를까 여성이라면 포스터만 보고도 뽑아줌직 한 외모였다.

“아... 여러분. 반갑습니다.”

김규형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자처해서, 저 홍보해 주겠다고 나서 주신 10피트 분들한테 너무 감사하고... 저 때문에 분위기 다운되죠?”

“아니약!!”

김규형의 인사에 무대 밑 어디선가 아니라며 괴성을 지르는 여자.

“하하하하”

김규형의 팬 이었던 듯, 그 여자의 행동이 우스워 퍼지는 웃음. 덕분에 굳어지던 분위기가 한껏 유해졌다.

“음... 뭐 결론적으로 저 좀 뽑아달라고 나왔어요. 그거죠 뭐.”

쿨 하다. 젊다.

이것은 인상 이었다.

딱히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됐다.

이 자리에 모인 누구나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다른 국회의원들처럼 홍보 판을 든 아줌마들을 대거 기용하거나, 유세 차량에 녹화된 연설을 튼다던가. 길거리에서 명함을 뿌린다던가.

예컨대 뻔 한 짓을 하지 않는다.

할 법도 한데 말이다.

“저는 무소속이거든요? 정당이 없어요.

뭐 나중에 하나 만들 예정이긴 하지만.”

조용히 운을 떼는 김규형.

“전 우리나라를 포기하지 않아요.”

뜬금없는 말로 유세 연설을 시작한다.

“왜 우린 꿈의 기준이 이렇게 낮을까요? 아니, 낮아 졌을까요?”

관중들에게 묻는다.

“전 헌특부 장관이라는,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극악무도한 짓을 했는데 이 나라가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전 장관 안희운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데, 얼렁뚱땅 장관하나 교체하고 넘어가려고 하잖아요.”

무대위를 좌, 우로 천천히 걸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걸 듯 이어나간다.

“늘 이런 식이었어요. 여러분 전부 불안하시잖아요. 국민들이 불안에 떠는데 나라가 하는 일은 방관뿐입니다.”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범죄자가 서울을 활보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범죄자들이 더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아닌 척 일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치안이 흔들리고 있는 것 이다.

“말을 꺼내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이런 거, 다 바꿀 수 있는 힘. 누구한테 있을까요. 저 한테?”

김규형은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청중을 한참 훑더니 천천히 입을 뗏다.

“아니죠. 바로 여러분입니다.”

그리고 그때였다.

김규형의 눈동자가 붉은색의 마나로 차올랐다.

두-웅!

이내 그의 발치에서부터 시작된 붉은 마나의 파동이 광장 전체의 관중들에게 헤일처럼 치솟고 뻗어가 광장에 모인 수 천명의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며 스며들기 시작했다.

붉은빛 마나에 노출된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간 무언가와 접신한 듯 김규형을 멍한 눈빛으로 보기 시작했다.

“전 우리 국민의 선량한 마음, 능력, 근면, 질서의식을 믿습니다. 지금이 힘들다고 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우!! 우!! 우!!”

...이어지는 연설, 그런데 아까와 청중들의 분위기가 무언가 변했다.

정치인의 고리타분한 일장 연설이 아닌 락 페스티벌에 참여한 관중들처럼 뜨겁게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여러분에겐 큰 힘이 있습니다. 큰 힘을 가진 사람에겐 큰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잔뜩 고무된 분위기는 폭죽처럼 퍼져나갔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 이라도 터질 듯한 고양된 분위기가 넘쳐흘렀다.

“여러분, 이 세상은. 바뀔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타.

김규형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동시에 실제로 김규형의 등 뒤에서부터 수 십 발의 폭죽이 어슴프레 해 지는 하늘을 가르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와아아!!!”

그 관경을 본 청중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의 폭풍에 휩싸였다.

김규형의 뒤에서 비추는 조명이 만들어낸 역광이 그를 마치 성서 속 구원자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어흑... 흑...”

눈물을 흘리는 관중도 있었다.

“기억 해 주십시오. 국회의원 재보궐 4번후보. 김규형 이었습니다.”

할 일을 모두 마쳤다는 듯.

마이크를 놓고 돌아서는 김규형.

“김- 규- 형!”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김-규형!”

“김규형!!”

“김규형!!!”

물결처럼 퍼지는 목청 놓아 외치는 목소리들.

시종일관 무표정 하던 김규형의 입꼬리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슬며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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