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22화 (22/145)

# 22

S2 ; 정의란 무엇인가 : 1화

프롤로그...

“넌 그분 상대가 못돼”

커다란 모니터들이 빛나고 있는 분석실,

뿔테 안경의 네모난 인상착의의 남자 연구원이 자리에 앉아있고,

그 뒤에 갈색의 장발을 올려 묶은 여자 연구원이 메탈 안경테를 벗으며 모니터로 시선을 향한다.

“어떤 의미에선 김칠성보다 위험해요.”

-세상은 넓고-

김칠성이 부릅뜬 눈을 부라린다.

“너... 정체가 뭐야.”

-마왕은 많다-

“네가... 절대로... 못 이길 사람!”

붉은 눈빛의 남자가 어금니를 악물며 대답한다.

헌특부 건물을 나선 김칠성,

수백 명의 헌터가 일제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김칠성을 향해 돌아선다.

붉은 눈빛의 남자가 박장대소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왕VS마왕-

* * *

일요일의 교회.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아주 특별한 자제분을 이 세상에 선물하신 분이 와 계십니다.”

인자한 얼굴의 목사님이 주름 가득한 얼굴로 웃음을 지으며 느릿한 동작으로 누군가를 소개한다.

“아유... 우리 애는 어릴 때부터 어찌나 총명한지, 이게 또 다 하나님의 은혜 아니겠습니까?”

아직 새것의 반짝반짝한 느낌이 남아있는 밍크코트를 입고 등장한 칠성의 어머니다.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수 십 명의 교인들 앞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식 자랑을 이어가는 칠성의 어머니.

모두의 훈훈한 호응을 받으며 몇 십 분이나 자랑을 이어간다.

사각사각.

“그만 뒀다.”

집, 사과를 깎아주던 어머니가 칠성에게 말 한다.

“아니 왜?”

“나 보고 장로 하란다. 십년을 넘게 다녀도 한마디가 없더니. 웃기지도 않아서. 내가 환멸해서 하차했다.”

그러면서도 웃는 칠성의 어머니.

“뭐가 그렇게 좋아?”

서로 실없이 웃는 모자. 칠성의 어머니에겐 든든한 자랑거리가 인생의 낛이다.

헌특부에선 휴가를 줬다.

칠성이 한쪽 어깨에 전화기를 얹어 귀를 대고 양손으로 통장을 넘겨본다.

통장에는 이것저것 포함해 여태까지 2300만원이 입금되었다.

“야 뭐 이거밖에 안되냐?”

생각보다 적다.

특별 임무라는 건 가짜였으니까

‘하간에 안희운 그 새끼는 생각 하면 할수록....’

5000은 생으로 날아갔고, 이게 그나마 특별 포상금인가도 넣어 준 거라던데...

[야, 그 정도면 많이 받은 거 거든? 몇 개월 전 까지 백수 놈 이었으면서 복에 겨워가지고, 남들 연봉이다 연봉.]

수화기 너머에서 지우혁이 대답한다.

지우혁처럼 고급차를 사는 건 미뤄야겠지만 어찌됐던 효도를 하기엔 충분한 돈이다.

“야... 이거, 이거 되겠냐? 이거 너무 좋은 거 같은데.”

백화점 내부의 고급 브랜드 양복점, 재킷을 대 보던 칠성의 아버지가 묻는다.

“아~ 괜찮어! 아버지 이정도 입을 자격 있어!”

“아니 이거 너무 비쌀 거 같아서....”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거울이 비춰진 본인 모습을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보는 게 다 보인다.

“그럼 그럴까....”

어머니에겐 코트를, 아버지에겐 양복을.

뭐 사치라고 해도 좋다.

그리고

“웬일이냐 니가??”

선물을 받아 든 칠성 누나의 눈이 땡그래 진다.

“뭐 맨날 요즘 여자애가 어쩌니 된장녀가 어쩌니 그러더니?”

입으로는 따지면서 손과 눈은 선물 받은 명품백을 만져보고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줄 때 받아 두셔.”

칠성이 말은 비꼬는 것 같으면서도 좋아하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싱글싱글 웃는다.

마냥 놀면 뭐하랴, 다음 주 부터는 출근이라도 하려고 한다. 빈자리를 메꾸느라 애쓰고 있을 사람들한테도 미안하기도 하고.

뭐 전국적으로 흑마법사 인 게 알려진 바에야 더 이상 내숭 떨 것 있나.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면 대놓고 마석 수집이나 하면 그만이다.

“흠, 좋아.”

칠성이 출근을 대비해 다리미로 양복 재킷의 각을 세우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김칠성씨 되십니까?]

스팸 인가?

“아... 예?”

[전 이명준 특별 보좌관입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김칠성씨를 원하십니다.]

“대통령이요?”

...힙합대통령 이런 거?

* * *

췍!

“김칠성씨가 아니면 답이 없습니다.”

진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앉아있는 뒤쪽 벽면의 황금색의 저... 봉황인가? 한 쌍의 양각 장식이 눈에 띈다.

대통령을 비롯한 세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칠성을 설득하려고 했다.

얼마나 지금 헌특부에 칠성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게 얼마나 정당하고 올바른 일인지,

또 한 장관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어찌나 많은지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마치 칠성을 함락시키려는 공성전의 투석꾼들 같이 계속해서 던진다.

“별론데요.”

“예?”

“지금 장관직을 별로라고....”

칠성은 최대한 무표정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

“아니 그... 김칠성씨? 장관직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알고 있다.

특히나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이다.

칠성이 느낀바.

국가를 위한다는 자기 합리화를 해 가며 끝없는 힘을 향해 사악한 계획을 펼쳤던 전 헌특부 장관, 안희운전을 치르며 생각했던 것 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마력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마력보다도 더 유용한 것은 마력보다는 권력이란 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장관이라니,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이걸 덥썩 물면 아마추어다.

‘뜯어 낼 수 있는 건 최대한 뜯어내야지.’

사악한 표정으로 입술이라도 핥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칠성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시치미를 뗀다.

“이게 저한테 딱히 이득이 될 게 없거든요. 전 지금 일도 충분히 만족하고....”

대통령과 보좌관, 그리고 고문이라는 사람들 사이에 당황한 기색이 퍼졌다.

아마 거절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음이 분명하다.

“저는 또 장관 일도 잘 모르겠고....”

“그 점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적절한 인물을 차관으로 준비 해 두었습니다. 실질적인 장관 업무는 크게 걱정 하실 것 이 없고...”

얼굴 마담만 해 달라는 소리다.

이미 다 결정 해 놨구만?

“저는 현장에서 뛰는 게 좋거든요.”

마석도 모아야하고.

눈빛이 오가고, 잠깐 고민 하는 것 같던 보좌관이 대답했다.

“...그 점도 크게는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그 뭐, 그래도 제가 딱히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뭐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이럴 때 뇌물 같은 거 오가고 하던데.”

칠성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천억 이라던가.”

지우혁이 보던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났다.

정치인들한테는 천억이 별거 아니라던데?

조금 긴 정적.

보좌관과 대통령, 고문이 서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상하다는 눈빛을 교환한다.

“...그런 건 힘들지만 장관이 되시면 품위 유지를 위해 지원되는 것 들은 있습니다.”

“...품위 유지라고 하면 예를 들면...?”

“뭐 보통 집이라던가, 차라던가....”

차?

“그거 차종 같은거 제가 정할 수 있습니까?”

한 시간이 넘는 대화 내내 죽은 시체 같던 반응의 칠성의 눈빛이 빛났다.

대통령이 대답 없이 보좌관 쪽으로 슬며시 눈을 돌리자 보좌관이 무조건OK 하라는 사인을 보낸다.

“뭐 특별히... 원하시는 차라도?”

칠성이 씨익 웃는다.

* * *

땀--- 땀---- 땀----

땅이 흔들릴 듯 한 커다란 베이스가 울리고 흑인들의 힘찬 목소리가 인상적인 랩 음악이 울려 퍼진다.

리무진의 뒷좌석에 앉은 칠성의 양편엔 선글라스를 쓴 여자 경호원들이 앉아있다.

게 중 한명이 칠성의 잔에 화이트 와인을 채워준다.

리무진이 시원하게 도로를 내달린다.

“캬~! 이게 인생이지.”

* * *

“기자들이 뭘 물어보던 간에 일단은 대답하지 마세요.”

칠성을 기준으로 리무진 옆 좌석에 타고 있는 귀여운 인상의 뿔테 안경, 버섯머리 의 20대 청년은 이명준특별 대통령 보좌관이 정치에 서투를 칠성을 위해 붙여준 자신의 수제자 이자 고학력의 특급 엘리트. 김성진 이었다.

임시 장관이자 장관 후보자인 칠성이 장관이 된다면 성진은 장관 보좌관이 될 운명이었다.

“뭐? 기자들?”

칠성이 되물었지만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코너를 돌아 헌특부 임시 사옥이 보임과 동시에 그 앞에 수도 없는 인파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 시발, 저게 뭐야.”

“이제 스타시거든요.”

리무진이 헌특부의 신사옥 앞에 도착하자 앞자리에서 튀어나온 경호원이 칠성의 문을 열어준다.

칠성의 발이 딛는 곳엔 레드 카펫이 깔려있다.

그리고

“꺄아아!!”

“김칠성 이다! 김칠성!”

“여기 좀 봐요!”

레드카펫의 양편엔 칠성의 출근 이전 한 참 전부터 대기 중이던 수도 없는 기자, 일반인 팬 등이 소리를 지른다.

“뭐야 이거, 귀찮게! 뒷문 없어?”

“좀 놀아 주시죠. 팬서비스. 팬서비스.”

칠성이 불만을 터뜨렸지만 성진은 능글능글 웃어 보일 뿐 이다.

무슨 아이돌 사생팬들 보는 것 같다.

처음엔 레드카펫 주변으로 나름 질서정연하게 서 있던 무리가 칠성이 도착함과 동시에 흔들리더니 반쯤 걸어갈 때 즘엔 완전히 대열이 분해되어 인파속에 칠성이 휩싸였다.

경호원들이 막아서지만 속수무책이다.

에라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금세 칠성은 상황에 적응해 즐기기 시작했다.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손을 흔들 때마다 팬들이 함성을 지르자 양손을 휘저어 함성으로 파도타기를 시키기도 한다.

칠성의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 좌중들이 자지러진다.

“어머 장관님. 안녕하세요!”

그 틈에 한 눈에 봐도 늘씬한 미모의 여자가 생긋 웃으며 경호원들 사이로 손을 쓴 내민다.

어쩐지 이 여자에게 만큼은 경호원들의 경호도 무장해제 된 느낌이다.

“아 그래요 그래요.”

갈색으로 염색한 웨이브 롱헤어가 흔히 말하는 여신이미지다.

수수하게 흰 티에 청바지를 입었을 뿐인데도 무언가가 후광 같은 것이라도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빛나는 외모다.

반사적으로 악수를 해 주는데 악수를 하고 난 칠성의 손에 쪽지 같은 것이 남아있다. 여자가 건네 준 것이다. 슬쩍 보니 핸드폰 번호 같다.

“모델 권하율입니다.”

성진이 칠성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 소리를 듣고 멀어져가는 여자 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니 여자가 손을 전화기 모양으로 만들어 귀에 대며 윙크 해 보이고 있다.

들리진 않지만 뻐끔대는 입모양은 ‘전화해요’ 같다.

“한 말씀 해주시죠!”

“안희운씨에 대한 처벌이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루트로 장관에...”

계속해서 질문과 함께 틈틈이 쇄도하는 기자들의 마이크를 무시하며 입구 앞 계단을 올라간다.

입구에는 칠성 관련 팻말들을 들고 있는 [사랑해요♡김칠성] [커피빛깔김칠성] 여중생, 잘 해봐야 여고생 정도의 무리가 진을 치고 있다.

“야 거기 학생!”

“저, 저요?”

입구 근처에 있던 여고생 무리에게 소리 지르자 놀란 토끼눈이 돼서 바라본다.

“뻘 짓 하지 말고 가서 공부해! 그게 효도 하는 거야!”

“네, 네에....”

꼰데질 한다고 한마디 할 법도 하것만 칠성의 박력에 압도 되어 순순히 대답한다.

“저, 저기...”

“뭐야.”

“싸인 좀....”

경호원들이 문을 여느라 생기게 된 찰나의 틈, 키가 150cm 정도 되 보이는 꼬맹 꼬맹한 여중생이 매직마카펜과 김칠성이 인쇄된 포토카드를 내민다.

주변 학생들은 칠성의 박력에 겁먹었는데 나름 조심스럽게 용기를 낸 모습이다.

“하이 참 나.”

귀찮다 면서도 휘갈기듯 싸인을 해 준다.

“공부해라 공부. 어? 연예인 같은 거 다 쓸모없어.”

싸인을 받아든 여중생이 칠성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헤 벌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에라.”

철성이 한손으로 여중생의 머리를 마구 부벼 헝클어 트리고 지나간다.

헌특부 임시사옥의 문이 조심스레 열리고 칠성이 마지막으로 뒤돌아선다.

당장이라도 칠성에게 달려들 듯한 팬들은 아직도 잔뜩 무언가 기대하는 듯한 얼굴들이다.

“끝났으니까 다들 꺼져!”

칠성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꺄아아악!!”

“와아아!!”

하지만 칠성의 독설에 오히려 더 난리다.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성과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기자들의 플래시 라이트가 마구 터진다.

참 나, 이해가 안 되네 이해가.

칠성이 사옥 안으로 들어선다.

“대체 쟤들 왜 저러는 거야?”

“아니, 티비도 안 보세요?”

성진이 어쩐지 비아냥거리는 투로 대답한다.

뭐야 이 자식;

나한테 이러면 안 돼는 거 아닌가?

분명히 아랫사람인데 장관이 될 칠성에게 어쩐지 설설 기는 느낌이 전혀 없는 성진을 유학파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장난이 아니죠, 메스 미디어에서 완전 영웅이시라니까요.”

칠성이 워낙에 관심이 없던 것 이다.

메스 미디어는 늘 영웅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김칠성같이 흥미로운 소재는 돈이 된다.

덕분에 언론, 교양, 시사 프로그램 가리지 않고 칠성을 집중조명 했고, 또 재미있게도 ‘캐도 캐도 미담’ 인 상황이 펼쳐진 것 이다.

예컨대 가장 유명해 진 것 중 하나는 자신의 3살 아들을 구해준 김칠성에 대한 미담을 전한 경찰 이창용의 인터뷰였다.

“그런데 전 그분한테 수갑을....”

울면서 당시 불합리했던 상황을 설파한 그 인터뷰 덕에 사람들 인식 속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김칠성은 범죄자’ 라는 인식이 완전히 증발해 날아갔다.

수갑을 채운 경찰이 예수님을 배신한 유다라도 된 마냥 카메라 앞에서 펑펑 울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뭐 잘생기... 까진 아니지만 나름 괜찮고 남자답게 생기셨잖아요?”

이것역시 사실이었다.

제 아무리 파도파도 미담만 나와 봐야 여중생 팬까지 생길 리가 없다.

연예인 급은 아니지만 흔히 뭐 ‘남친 짤’ 정도는 가능한 외모에 이십대 중후반의 나이, 그리고 무엇보다 강력하다는 이미지가 있었기에 가능 한 인기였다.

까칠할 것 만 같은 외모와 언행, 끝없는 미담. 나름 준수한 외모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서 쓰인다는 ‘츤데레’(행동은 까칠하지만 속마음은 호의적인 사람) 라는 용어에 칠성의 이름이 합쳐져 ‘칠데레’ 라는 신조어 까지 유행하고 있었다.

“야. 이게 진짜 잘 생긴 거야~ 요즘 무슨 꽃미남, 아이돌 이런 기집 애 같이 생긴 게 유행해서 그렇지.”

칠성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데쓰 메탈이나 락이나 이쪽 애들한테는 거의 신일껄요?”

뿐만 아니라 각종 악마 숭배집단, 컬트집단 등에 서는 칠성이 수호성인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오로지 칠성이 흑마술사 라는 사실 때문에.

“형. 그냥 우리 호형호제 할래요?”

“허. 닥쳐.”

기가막힌 성진의 말에 칠성이 욕설과 함께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이명준 대통령 특별 보좌관이 성진을 자신에게 보낸 이유를 알 것 도 같았다.

이 녀석 엘리트 중 엘리트에, 이보좌관이 수제자로 부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는데,

그냥 인간이 뭔가 좀 이상하다. 데리고 있기 골치 아팠을 거다.

“안녕하십니까!”

헌특부 일층 복도 에 일렬로 대기하고 있던 정장을 차려입은 십 여 명의 사람이 인사와 동시에 양편으로 갈라져 길을 내어 준다.

동시에 끝에 있던 사람들부터 한명씩 칠성의 옆으로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레이드 1팀 청룡팀 팀장 김민수 입니다!”

“아 예.”

“레이드 2팀 백호팀 팀장 김철수 입니다!”

아마 헌특부 산하의 각 팀의 팀장들 인 것 같다.

연구진이나 서포트팀의 얼굴들도 보인다.

그리고.

“레이드 3팀 화랑팀 팀장 한솜이입니다.”

한솜이다.

신경 좀 썼나보네. 예쁘다.

검은색의 깔끔하게 라인이 떨어지는 정장 차림에 하이힐을 챙겨 신었다.

금발로 염색한 단발이었던 머리는 붉은기가 도는 갈색에 조금 더 긴 단발로 변해있었다.

“예전 머리도 참 잘 어울렸는데.”

어쩐지 경외감에 찬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제는 다른 세계의 사람’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뭐. 계속 볼 텐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네?”

어리둥절해 하는 한솜이를 두고 움직이며 다음 행렬과 악수를 이어나갔다. 곧 인사를 마친 팀장들이 떨어져 나가고 경호원과 실무진. 즉 장관을 매일같이 보아야 하는 사람들만 칠성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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