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20화 (20/145)

# 20

S1 : 20화

* * *

달각.

‘상대가 되지 않는다.’

김칠성의 압도적인 마력에 벙 쪘던것도 잠시.

안희운의 머릿속은 광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도 잔뼈가 굵은 자다.

김칠성의 마법이 눈속임이 아니란 것 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도 나름 레이드 1세대. 압도적 마력을 앞에 두었을 때의 감각정도는 살아있다.

다만 마법병기를 가지고 있는 것 도 아니고 일개 인간인 김칠성이 어째서 이정도 규모의 마법을 저리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지 까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말이다.

믿겨지지 않던 믿겨지던 일단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면 승부해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잠시 망설이던 헌특부 장관 안희운은 항복이라는 듯 양 손을 들어 올리더니 마석형태의 아티펙트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자... 잠깐. 내가졌다.”

“응?”

당장이라도 발발할 것 같은 마법 대전의 상대가 항복을 선언하자 칠성이 의아하게 되물었다.

이내 안희운 주변을 맴돌던 다섯기의 다크 미사일이 소멸된다.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아. 내가졌다.”

거짓이 아니라는 듯 칠성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 한다.

“흐음.”

이걸 믿어야 돼 말아야 돼?

털썩.

그런데 안희운이 칠성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꿇더니 납작 엎드린다.

“제... 제발 부탁이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해 다오.”

여전히 칠성이 만든 다크미사일들은 빛을 내며 공전하고 있는 상태.

마치 김칠성이 자기를 죽이기라도 할 것 이라는 것처럼 빌기 시작한다.

칠성이 대꾸도 않고 있자 이번엔 칠성의 바짓단을 와락 껴안는다.

“나... 나도 알아! 형편없는 짓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짓 이었어! 하지만... 하지만 나도 시류에 휩쓸린 거야! 한번 시작되니 도무지 멈출 수 없었어... 안다. 그렇다고 해서 죗값이 가벼워지는 것 은 아니겠지....”

중년의 남자가 바짓단을 부여잡고 꼴사납게 울기 시작한다.

“너에게도... 히끅. 아니 김칠성님에게도 히끅. 몹쓸 짓을 했습니다... 이번 한번만 자비를...”

“후유....”

이제는 경기를 일으키며 딸꾹질까지 한다.

얼굴이 콧물 범벅이 된 지는 오래다.

일그러진 중년의 얼굴을 보며 칠성이 한숨을 탁 뱉었다.

“아니, 고작 이따위 거에 항복할 거 왜 그러셨데? 아니 썅. 악당이면 호기롭게 덤비기라도 하던가.”

찝찝하게 말이다.

“제발... 제발 한번만... 새 사람이 될 기회를 주십시요!”

“에이씨.”

딱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거나, 용서할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땅에 얼굴을 처박고 손이 발이 되라 비는 적에게 투지가 안 솟아오를 뿐 이다.

저 놈을 어떻게 처분할 지는 좀 있다 생각하고 일단 한솜이를 풀어주자.

칠성이 돌아섬과 동시에 칠성이 불러냈던 다크 미사일들이 해제되었다.

“괜찮아요?”

“응...네.”

“뭔 여자가 간땡이가 부어가지고 아주. 깡패 소굴로 혼자 기어들어가고. 한솜이씨 아주 발암캐 포지션 인거 알아요?”

칠성의 말에 어리둥절한 한솜이의 표정.

그리고, 그 때 였다.

파치치치칙-!

“?!”

칠성이 급하게 뒤돌아 봤지만 이미 늦었다.

“죽어라!!”

어느새 자신이 아티펙트를 버린 곳 까지 기어간 안 희운.

피웅!!!

볼링핀 만한 다크미사일이 생성됨과 동시에 칠성의 뒤통수를 노리고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안희운은 나름 잔뼈가 굵은 자였다.

정면승부해서 승산이 없는 상대면, 뒤를 치면 된다.

제 아무리 위대한 마법사라도 대형 마법에 선수를 내어주면 별 수 없이 잿더미가 되어 산화한다.

선수 필승. 그것이야 말로 마법대전의 진정한 진리.

김칠성의 마나가 제 아무리 강대해도 대응마법을 캐스팅 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안희운의 작전은 적중했다.

확실하게, 아무리 칠성이라고 해도 이 짧은 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다크미사일에 대응마법을 펼칠만한 재주는 없었다.

퉁.

아니, 펼칠 생각이 없었다는 게 맞을 지도 모르겠다.

안희운 방향을 향해 뒤돌아선 김칠성은 못 볼 것을 보았단 표정이 되었지만 이내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다크 미사일을 쳐냈다.

“!!!”

맨손으로.

칠성의 손이 강타한 다크미사일이 마치 바람을 불어넣은 튜브처럼 가벼운 퉁 소리와 함께 핑글 돌며 궤적을 바꾼다.

핑그르르르륵!!!

빠른 속도로 돌아가며 안희운에게 날아오는 다크미사일.

그 상식 밖의 장면을 두 눈으로 지켜본 안희운의 눈이 찢어져라 크게 떠지고 흰자위의 실핏줄이 튀어 올랐다.

“장난도 작작해!!!”

대응할 생각조차 접은 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세상을 향한 듯한 욕지기를 질러대는 안희운을 그가 쏘아냈던 다크 미사일이 덮쳤다.

콰카카카카카카앙!!!

‘다크미사일 한기는 어지간한 건물조차 붕괴시킬 수 있다.’ 라는 안희운의 이론을 증명하듯 미사일의 폭풍이 순식간에 장관실을 기점으로 헌특부 건물의 위쪽을 날려버린다.

일순간, 헌특부 건물이 서 있는 여의도 전체가 크게 흔들린다.

“지진이다!!”

“꺄아악!!”

“어헉! 이게 뭐야!”

“아이고 부장님!!”

밤거리에 나와 있던 사람들, 회식 나온 직장인 등이 갑작스러운 지진에 몸을 휘청 인다.

빵- 빠빠앙- 크락션 소리.

지진 설계가 되어있는 대교들이 철렁인다, 갑작스런 상황에 승용차들의 접촉사고가 이어진다. 자동차 경고음의 소음이 산란스럽게 울린다.

“꺄아악!”

한강물이 출렁이고 공원 근처에서 노닐던 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슈우우욱-.

일순간에 지붕을 잃어버린 헌특부 건물 15층. 산화된 건물의 시멘트 잿더미가 함박눈처럼 날린다.

“후유...”

재빠르게 안희운이 쓰던 식탁을 떼어내 마나를 불어넣어 만들어 낸 방호벽 너머로 김칠성과 한솜이가 고개를 든다.

짙은 안개 같은 낙진 속, 온 몸이 시커먼 재로 덮혀 있는 안희운의 모습이 드러난다.

눈은 검은자가 보이지 않고 흰자위가 드러나 있다.

그가 반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마석을 쥐어짜내 베리어를 두르지 않았다면 이미 형체도 없이 산화 했을 것 이다.

그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마석형태의 아티펙트가 사탕조각처럼 파스라지더니 생기를 잃고 모래 알갱이같이 가는 조각이 되어 그의 손가락 틈 사이사이로 흘러내린다.

“젠...장할.”

눈을 까뒤집은 안희운의 몸뚱이가 잘 들리지도 않는 욕설을 중얼거리며 털썩 무너져 내렸다.

“...그래, 씨바. 인간이 변할 리가 없지.”

잿더미 속에 고개를 처박은 안희운을 보며 칠성이 혀를 찼다.

* * *

“인류 최후의 날,

칠성(七星)의 대왕이 문을 열고 강림한다.

인류의 모든 유산은 그 앞에서 한줌 재가 될 것이며, 그의 강대함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 이다.“

-그리스의 예언가 나나테스.

* * *

타각, 탁.

“아....”

“괜찮아요?”

김칠성의 부축을 받으며 복도를 걷던 한솜이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음한다.

“네. 네....”

계속해서 걷는 두 사람.

한솜이는 심정적으로 복잡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김칠성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위기의 순간 등장한 김칠성의 모습을 보고 마치 어린 시절 꿈꾸던 백마 탄 왕자의 모습이 칠성에게 오버랩 되어 보였다.

일종의 동경과 경애.

당장 핑크빛 로맨스가 시작되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순간이었다.

다른 한 편엔 김칠성이 흑마술사,

그것도 과거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흑마술의 실력자 였던 안희운 장관을 어린아이 대하듯 가지고 놀 만한 실력자.

왜 이정도 실력을 숨겨온 거지?

여기서부터 발생하는, 공포.

“아, 그냥 어디서 좀 배웠어요. 인생 험하게 살다보니.”

그런 한솜이의 눈빛을 읽었는지 칠성이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한다.

“아... 네.”

본인이 그렇다는데 일단은 납득 할 수밖에.

양쪽 모두, 심장이 두근거리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복도의 코너를 돌 즘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칠성님.”

카랑카랑한 굵은 목소리.

“뭐야.”

어두운 복도, 하나의 할로겐 라이트를 조명삼아 수상한 세 명의 사람이 반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놀란 한솜이가 헛숨을 들이킨다.

“아. 왜 또 왔어.”

김칠성이 귀찮다는 듯 귀를 파며 심드렁하게 묻는다.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장신의 셋은 흰빛의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모로 봐도 셋 다 인간은 아니었다.

한명은 남색의 피부톤에 흰빛을 내뿜는 눈을 가지고 있었고, 가운데 산타크로스 같은 수염을 한 노인은 붉은 피부 위 이마에 자그마한 뿔 두 개를 세우고 있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심지어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도 뭐 했다. 사람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사나워 보이는 염소의 대가리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원로위가 대마법사 김칠성님을 뵙사옵니다.”

“나 여기 있는 줄은 대체 어떻게 알았냐?”

마계의 원로위, 사람 미치도록 스토커 짓 하는데 뭔가 있는 놈들 이었다.

그나마 의도치 않게 지구로 돌아온 뒤론 조용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구골 잃어버린 폰 찾기 서비스 같은 놈들이 또 따라붙은 것 이다.

“저희가 칠성님의 강대한 마력을 어찌 알아보지 못 하겠습니까?”

아. 엿 됐네.

안희운 겁주느라고 시전 한 20기의 다크미사일이 문제였나 보다.

“김칠성님께서 한시바삐 마신에 취임해 주시길 지금도 12원로위원은 간곡히 빌고 있습니다.”

가운데의 노인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한쪽 무릎을 굽혀 보이며 말했다.

칠성이 한솜이가 듣지 못 하게 양 손으로 한솜이의 귀를 틀어막는다.

“아! 안 해! 안 해! 안한다고! 안사요 안사!”

무려 400년 전 부터의 일 이었다.

이 원로위란 것들이 시시 때때로 사람 기겁하게 어둠속에서 슥 나타나서는 마신이 되어달라고 비는 것 이다.

물론 마신. 되면 좋지.

마계의 심장에서 쏟아지는 강대한 마나!

좋다 이거다.

그런데 마신은 계약직이다.

스스로 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 이 아닌, 마계의 대관식으로 신의 경지에 입신한다.

혜택이 있으면 의무도 있다.

무려 1000년간 마계에 강림하여 생활해야 한다는 것. 거기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마신의 힘도 회수 당한다.

별로 취미 안 맞는 일이다.

거기다 이 놈들이 구지 나에게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내가 전대 마신인 사이타르를 죽인 사람이란 이유 밖에 없었다.

판브르크 대륙을 지배하고자 판브르크에 강림했었던 사이타르와 마법대전 결과 내가 놈을 쓰러뜨린 것 이다.

자기들 마신을 죽였으니 화를 낼 법도 한데, 그 마신놈이 어지간히 썩을 놈 이었나보다.

오히려 강한데다 인성도 바르다며(?) 칠성을 추종하는 세력이 생겨버린 것 이다.

“니들 마신 아직도 없어?”

“...마신이란 자고로 마계의 수호자입니다.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폭군이나 동화 속 악당이 아니지요.”

원로가 숨을 고른다.

“그런데 이번 마신은 끝도 없는 야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저지할 사람은 오로지....”

공석도 아니고, 있기는 있는데 마음에 안 든단 소리였다. 칠성으로 반역을 모의하잔 소리였고.

벌써 머리아프다.

“아 됐고, 꺼져! 난 여기 생활 아주 맘에 드니까.”

칠성의 말에 원로 위 세 명이 조용해진다.

따각 따각, 염소 머리가 무언가를 씹는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 뵙지요... 하지만 저희의 신탁도 무시하지 마십시오... 결국 칠성님의 발로 저희를 찾아오시게 될 겁니다....”

이들이 이토록 칠성에게 집착하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 고대 마신의 예언이 담긴 신탁. 마계를 어둠속에서부터 구할 인간 출신의 마신. 그 주인공을 칠성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 다시 오지 말라니까!”

어둠속의 그림자 밑으로 가라앉는 세 명에게 김칠성이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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