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8화 (18/145)

# 18

S1 : 18화

* * *

한솜이가 단서를 잡은 때부터 몇 시간 뒤, 칠성의 집 앞.

아파트 복도 가득히 노숙을 하듯 신문지를 돗자리 삼아 자리를 펴고 앉은 각종 기자들.

분명히 칠성의 신상정보는 비밀 이었을 터인데, 이슈속의 중 범죄자의 집을 귀신같이 알아내서 모여 든 것 이다.

“아니 이 집 식구들은 죄다 백수야? 어떻게 한명도 코빼기가 안 보여?”

“아 선배,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그냥 철수 하면 안돼요? 저 오빠 결혼식 있다니까요 진짜.”

그 중 가장 문 앞에 가까운 그룹, 풀 메이크업에 버버리 코트를 입은 여 기자가 징징 거린다.

“야 박지민. 너는 일이 장난이야? 뭘 자꾸 징징거려?”

“아니 그렇잖아요. 이 집 앞에서 인터뷰 따봐야 딸 만한 게 뭐 있을 거라고. 대놓고 그냥 유명한 사건이니까 한꼭지 하자는 식인데. 우리가 스캔들만 터지면 연예인 집 앞 서성거리는 연예다중계도 아니고.”

“너는 마 쓸데없는 소리 말고 시키는 일 이나 잘 해. 딱 있어봐. 이집 아버지 곧 퇴근 한다니까.”

남자기자가 나무젓가락으로 군만두를 집어 들며 다그친다.

“아니, 딸은 아예 월차를 썼다던데 거 아저씨 간 크시네?”

“우리가 집까지 찾아 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지~”

폰 게임 기자가 묻자 군만두를 우물거리며 덧붙인다.

“아니 그럼 회사로 갔으면 되잖아요? 어차피 가족 아무나 인터뷰 따면 된다며.”

“안 그래도 제이에프에서 가 봤는데 외근이라면서 애 저녁에 내 뺀 모양이더라고. 귀신같은 아저씨야.”

이번엔 옆에서 폰 게임을 하고 있던 다른 남자기자가 거든다.

복도를 가득 채운 삼십여명의 다른 기자들도 시시콜콜한 잡담 등을 떠들며 시켜먹은 짜장면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정장 차림의 칠성의 아버지가 한 손에는 커다란 서류가방, 다른 손 에는 커다란 마트 비닐봉지를 들고 등장한다.

칠성 아버지 등장에 앉은 채 시선이 몰리는 기자들.

약간의 정적.

“아이고~ 수고 많으십니다.”

자연스럽게 마트 비닐봉지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하나씩 건네며 전진하는 칠성의 아버지.

아이스크림을 돌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굳었던 분위기가 풀리며 다시 왁자지껄 잡담모드로 돌아간다.

칠성의 아버지가 차례차례 아이스크림을 건네며 문 앞의 그룹에 합류한다.

“아이고, 뭐들 좀 건지셨어요?”

태연하게 신문지 돗자리에 쭈그려 앉는 칠성의 아버지.

“아니 뭐 건진 건 없는데, 타이밍 좋게 잘 오셨수. 좀 있으면 이집 아버지 퇴근해서 온다네?”

생면부지의 사이 이것만 메론바 하나에 풀어져 고급 정보를 나눠준다.

“아~ 그래요?”

칠성의 아버지 기자들 둘러보더니 털퍼덕 자리 깔고 앉는다.

“그런데 어디서 나오셨어요? 지역신문?”

통성명이나 하자는 뜻으로 폰 게임을 하던 기자가 말을 건넨다.

칠성의 아버지, 못 들은 채 헛기침을 끙 하더니 일어난다.

“이거 번호키네, 아무도 안 눌러봤어요?”

삑, 삑 칠성의 아버지가 대문의 번호키를 누른다.

“아유, 아저씨 아서요. 그게 되겠어요? 그리고 열어도 문제야 그거 불법....”

하지만 말리던 메론바를 빨던 기자는 말을 마무리 하지도 못하고 입을 헤 하니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삐빅, 띠리링~!

칠성의 집 대문이 열리자마자 칠성의 아버지가 쏙 들어가더니 문을 닫아버린다.

탈칵.

그리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심각하게 무거운 정적.

“뭐...뭐야 저거.”

정적을 깬 건바닥에 던져진 메론바였다.

“아이나 씨발!!”

힘을 너무 주어 휴대폰의 액정이 깨진다.

“아! 뭐예요!”

비명에 가까운 여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안으로 들어온 칠성의 아버지는 룰루 랄라다.

“나 왔어~”

“어머! 놀라라.”

쇼파에 있던 칠성의 어머니가 펄쩍 뛴다.

방금까지 울고 있었던 모양인데 우는 것도 까먹은 듯하다.

“기자들한테 안 잡혔어요?”

“내가 잡힐 사람이 아니지.”

칠성의 아버지, 커다란 마트 비닐봉지와 커다란 서류 가방을 열어 보인다.

“휴가 썼다, 식량도 좀 사왔고.”

안에는 쌀 봉지, 라면, 통조림 등 전쟁 대비 식량 같은 식료품이 가득하다.

“우와! 대박!”

“그리고, 공주님 선물!”

스웨덴 딸기우유다.

“우리아빠 최고네.”

뜻밖의 선물에 칠선이 상황도 잊고 킥킥거린다.

“거 당신도, 얼굴 좀 펴. 왜 주눅이 들어있어? 지금 뭔가 오해가 있는 거지. 우리 칠성이가 그럴 놈이 아니잖아? 우린 여기서 좀 버티고 있으면 금방 다 해결 될 거야.”

“어떻게 걱정이 안 돼요. 그리고 느낌이 이상하단 말이야. 당신은 아들이 수배자가 됐는데 걱정도 안 돼요?”

걱정이 안 될 리 없었다.

언론은 충격적인 범죄 현장과 더불어 이 흉악무도한 범죄자가 서울 어딘가에 아직도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최초의 대규모로 벌어진 헌터관련 강력범죄란 사실에 김칠성에 관한 보도를 특보, 특집으로 계속해서 다루며 매 시간마다 업데이트 하는 중 이었다.

뉴스전문 채널은 24시간 김칠성 사건 보도 체제에 들어갔다.

시사교양, 인포테이먼트 에선 ‘헌터 관리, 이대로 괜찮은가?’ 등의 타이틀을 뽑아내며 이번 사건을 헌터 전체의 문제로 몰고 갔다.

태연한 척 연기하는 칠성의 아버지의 이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칠선도 마찬가지. 다만 자신까지 그러면 어머니가 쓰러지기라도 할 까봐 간신히 견디고 있을 뿐, 동생이 어떻게 되는 것 은 아닌가. 속으로는 달달 떠느라 얼굴에 핏기가 가실 지경이었다.

어느새 세 가족 모두,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티브이 속으로 조용히 시선을 던졌다.

티브이 속 화면엔 아나운서가 담담한 목소리로 힘주어 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불리던 김칠성씨가 인신납치를 일삼은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 *

같은 시각, 한 편의점.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통유리 창을 적시고 있다.

천장 가까이에 매달려 있는 티브이에선 뉴스 아나운서의 보도가 이어진다.

“...지난 건축현장 테러 사건에 이어 각종 미제 사건들 역시 김칠성과 산하 조직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져 이번 사건의 파급은 더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헌터 특별부 장관의 공식 발언을 김명수 기자의 브리핑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뉴스의 화면은 회의장에 선 안희운에게로 넘어가고, 기자의 나레이션이 함께한다.

“헌특북 장관 안희운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

기자의 요약 설명이 한참이나 이어지고, 이내 안희운의 주요 발언을 담은 화면이 이어진다.

“...일망타진 하였습니다. 헌특부 직원으로 위장 잠입했던 김칠성은 평소 흑마술의 신봉자로. 자기 자신도 흑마법사 였으며, 흑마술을 통해 희생자들의 생기를 흡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티브이 속 안희운을 불타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사람.

후루루룩.

검은색 후드를 뒤집어 쓴 채 컵라면을 빨고 있는 김칠성이다.

“저 개새끼....”

내가 엿 될 때 엿 되더라도 저 새끼만큼은 조지고 간다.

분노어린 눈빛으로 티브이화면 속 안희운을 노려보는 칠성.

그런데 이때, 편의점 알바생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건지 문 듯 칠성과 티브이 화면을 번갈아 쳐다본다.

티브이엔 김칠성의 수배화면이 띄워져 있다.

‘젠장.’

잽싸게 충전 중이던 폰을 낚아채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왔다.

“후....”

골목길을 한참이나 달려 편의점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골목길 사이로 보이는 길 건너편의 대형 전광판엔 안희운의 인터뷰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조심스레 휴대폰을 켰다.

추격이 있을까? 상관없다.

한번은 확인해야 했다.

예상과 같이 가족들의 부재중 통화와 문자들.

잘 있다는, 몸조심 하라는 내용들. 그리고.

[믿는다.]

장문의 문자들 중 눈에 띄는 고작 세 글자의 단문 문자.

‘아버지....’

그리고 예상하지 못 한, 한솜이 로부터의 음성메시지.

“뭐지?”

재생버튼을 누르고 귓가에 댄다.

[칠성씨, 나 뭔가 알아낸 거 같아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확인이라도 해보려구요. 확인이라도 안 해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

* * *

수 시간 전....

“저 지금 장관실로 가고 있어요. 헌특부 장관실. 내가 생각하는 게 망상인지 진짜인지. 그냥 가서 물어 보려 구요.”

한손으론 핸드폰을 쥔 한솜이가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지불한 뒤 택시에서 내린다.

타각. 타각. 타각.

헌특부의 대리석 바닥에 한솜이의 하이힐 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예전에 장관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거든요? 우리는 큰, 더 큰 힘을 모아놓아야 한다고... 한솜이씨는 어디까지 애국 할 수 있냐고. ”

엘리베이터의 버튼를 누르는 한솜이의 손가락이 떨린다.

“그런 장관님이 어디까지 애국을 하고 계신지 확인해봐야겠어요.”

하지만 눈빛 만큼은 단호하다.

메시지를 남기던 핸드폰을 집어넣은 한솜이가 침을 꿀꺽, 삼키곤 엘리베이터 속으로 한발 걸어 들어간다.

방공호가 부럽지 않은 철통보안, 방어의 헌특부 장관실.

장관 석에는 안희운 헌특부 장관이, 그 앞의 공간엔 한솜이가 섰다.

“퇴근 하시지 그랬어요.”

한솜이가 어금니를 악물고 말한다.

차라리 이 사람이 사라져서 잠적이라도 했다면.

“아니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따라 웬일로 잔무가 보고 싶더라니 한솜이씨 전화 받고 놀랐죠. 어때요 뭐, 덕분에 좋지 않습니까? 우리 에이스 한솜이 씨도 한 번 더 보고.”

안희운은 여유롭게 응대 할 뿐이다.

“제가 왜 왔는지... 알고 계신 거죠?”

“글쎄요~?”

척.

한솜이가 아무 말 없이 벽 한편을 가리킨다.

“저걸 제가... 좀 이상한 곳에서 봤거든요. 저게 도대체 뭐죠?”

한솜이가 가리킨 것은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족자.

그 가운데엔 태극 문양을 품은 염소뿔이 달린 역 오망성, 양 옆엔 한손엔 창, 한손엔 나팔을 든 천사들이 아로 새겨져 있는 문양. 콘테이너 건물의 대리석 바닥에 새겨져있었던 바로 그 문양이었다.

“...뭐가 궁금한 겁니까?”

“그..그리고 차량 출납부를 떼어 봤어요. 헌특부를 정기적으로 드나들던 차량 중에...”

“그래요, 그 랩실 에서 발견된 수송 트럭이 있었겠죠. 그래서요?”

“.......”

안희운이 뱉어내는 의외의 말에 한솜이는 기가 질렸다.

“제 말은 뭐가 그렇게 궁금하시냐~ 이겁니다. 한솜이씨 어차피 결론, 내고 온 거잖아요?”

안희운을 노려보던 한솜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리고 저도 결론, 내놓고 오라고 한 거고요... 저 문양이 정말 궁금해요?”

안희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등짐을 지고 산책이라도 하는 걸음걸이로 족자를 향해 선다.

“저건 내가 만든 단체를 상징하는 문양입니다. 우리가 만든 특 등급 제품들에 찍는 인장이기도 하고요.”

족자를 감상하듯 시선을 던져놓던 안희운이 불현 듯 한솜이를 노려본다.

“...곧 한솜이씨 몸에 찍힐 문장이기도 하고.”

“어쩜 이렇게 뻔뻔하게...”

한솜이의 표정이 구겨진다. 역겨운 음식물 쓰레기라도 보는듯한 시선으로 안희운을 바라본다.

“알고 있지 않아요? 어차피 한솜이씨가 진실을 파헤치니 뭐니 해 봐야 소용없다는 거.”

늘상 무표정하던 안희운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그러니까 다른데 가서 뻘 짓 안하고 나한테 바로 찾아온 거 아니야. 그죠?”

“그 점에선 한솜이씨 참 똑똑해. 요즘 영화들 보면 미치겠는 게 제 아무리 잘난 사람도 인터넷에 올리면 다 끝장나더라고?”

진한 비웃음을 날리는 안희운.

느릿한 걸음으로 걷던 안희운이 장관 책상 부근에 멈춰선다.

“서민들의 힘... 환상... 뭐 그런 건가? 큭큭큭큭... 정의가 승리해? 인터넷으로?”

따각.

신랄하게 비웃던 안희운의 구둣발이 발밑에 있던 비상 버튼을 누른다.

“인터넷이니 언론이니 그것도 결국 힘 있는 사람들 건데 말이야.”

삐----잉.

고막을 울리는 짧막한 경고음.

얼마 지나지 않아 장관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검과 창 등을 든, 헌특부에서 만들어내는 던전 테크놀러지가 부여된 장비들을 착용한 무장한 헌터 여덟명이 들이닥친다.

검은색 바탕의 복식과 마스크, 흰색 군모를 쓰고 있다.

“화이트 하운드입니다. 헌특부 비밀~비밀~비밀! 전력이죠.”

안희운이 능글능글 웃으며 소개 한다.

여덟 명의 남자는 순식간에 장관실을 점거하더니 한솜이를 둘러싼다.

탕, 드르르르륵-.

긴장한 한솜이가 장관실 문 쪽을 바라보지만, 장관실의 철문이 이내 굳게 잠긴다.

“그 친구가 맞는 말 했더만. 한솜이씨 헌터지 경찰 아니 예요. 이런 건 경찰한테 맡겼어야지.”

그런 안희운의 말에 한솜이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따악!

안희운이 손가락을 튕긴다.

칼 같은 동작으로 화이트 하운드 들의 칼날이 한솜이의 목에 드리워진다.

떨리는 눈의 한솜이가 침을 꿀꺽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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