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7화 (17/145)

# 17

S1 : 17화

* * *

한참 뒤,

“야 이거... 존나 편하구만.”

자신을 습격했던 일당을 대~충 정리해서 묶어 둔 칠성은 이내 들이닥친 경찰들의 눈을 피해 슬쩍한 전립품들을 정리하는 중 이었다.

건틀릿 한 쌍, 언월도와 저주 아티펙트 세 개.

이 중에 칠성의 관심을 끈 것은 저주 아티펙트들.

손바닥 만한 조약돌 모양의 것 한 개와 5kg 아령 크기 정도의 원기둥 모양 한 개.

칠성의 주 분야가 아니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각각 슬로우, 그리고 수면 인 것 같았다.

‘수면은 뭐 이리 크지?’

오히려 등급은 슬로우가 높았던 것 같은데, 어찌해 아티펙트 화 된 물건은 수면이 더 크단 말인가.

그런 것보다도 중요한 건, 이런 ‘저주’ 마법은 의식마법의 영역이었단 것 이다.

그러니까 무슨 보름달이 창연한 밤에... 처녀의 피를 떨어뜨리고 그런 것 말이다.

애초에 칠성의 상식에선 아티펙트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의 마법들이 아니다.

부여되어 있는 회로 같은 마법진의 복잡성은 이미 인간의 눈으로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던전 테크놀러지....’

지구인의 과학이 결합된 마법 기술은 이미 판브루크 대륙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김칠성씨?”

“아 예!”

이크.

얼른 몰래 꺼내 보던 물건들을 자루 속에 밀어 넣고 입구를 조인 칠성이 등 뒤에서 물어오는 경찰에 답했다.

‘크크크... 이 새끼들, 이번에야 말로 끝장이다.’

헌터폰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잠깐이라도 헌특부의 시스템을 농락 할 정도로, 윗선에 무언가 닿아있는 놈들 인 모양이지만.

이 콘테이너 건물 한 가득한 범죄의 증거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이다.

추측컨대 이 녀석들은 마나를 충분히 가졌지만 헌터 자격을 얻지 못한, 즉 게 중에 만만한 이들을 대상으로 납치.

저 이상한 수조 속에 가두어 마나를 쥐어 짜 내고 있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칠성에게 여러 가지 경위를 물은 경찰이 무언가를 처리하며 전화를 받고 있었다.

무언가 당황한 표정이 된 경찰, 곁눈질로 칠성 쪽을 슬쩍 본다.

수조 중 하나에는 박정민도 들어 있었다.

“쯧 쯧...”

센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

박정민도 수조 속에서 구조되어 들것에 몸이 실리고 있었다.

의식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칠성을 알아보진 못 하는 것 같았지만.

“김칠성씨.”

“아 네, 가도 되나요 이제?”

한참을 무언가 이리저리 오가며 전화를 하는 등 업무를 처리하는 것 같던 경찰이 칠성에게 다시 다가왔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칠성이 스윽, 경찰들의 안색을 살피자 경찰들이 칠성의 눈을 피한다.

아까 까지는 경찰 혼자 오가며 칠성에게 이거저것 캐물었는데, 지금은 아까의 그 경찰은 물론이고 주변에 너댓명의 경찰이 더 붙어서 긴장한 눈빛으로 칠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뭡니까?”

찰그랑.

이상한 기류를 읽은 칠성이 되묻기가 무섭게 방심한 칠성의 손목에 차가운 금속 팔찌가 돌아간다.

“당신을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김칠성씨.”

* * *

구급대원들이 촌각을 다투며 납치당했던 희생자 들을 실어 나르는 와중, 마치 칠성과 대치하듯 진을 치고 있는 다섯 명의 경찰.

“뭐라고?”

현장의 분위기가 싸늘한 기류가 되어 칠성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으며....”

경찰들 중 한명이 의례적인 절차에 따라 미란다의 원칙을 읊었고, 앞선 경찰이 칠성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데 이어 다른 두 명의 경관이 조심스레 칠성의 양 옆으로 접근해 팔짱을 끼었다.

“이유나 압시다.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겁니까?”

칠성은 조용히 팔짱을 낀 경찰들과 함께 걸었다.

칠성이 선선한 태도로 묻자 게 중 급이 높아 보이는 경찰이 경찰차의 조수석에 동승해 칠성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와중에 헌터특별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신이 이번사건의 범인이라고요. 그리고 현장을 보면 당신이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칠성이 단어를 껌이라도 된 듯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칠성을 태운 경찰차가 기나긴 터널을 향해 달려간다.

* * *

조금 뒤, 칠성을 태운 경찰차를 앞서고 있는 다른 경찰차 안.

“그래도 천만 다행이지 않슴까?”

운전대를 잡은 경관이 입을 땠다.

“뭐가.”

선배로 보이는 보조석의 경관이 되묻는다.

“방금 채포한 놈 헌터라면서요. 그 자식들 완전 괴물이라던데 말임다.”

“뭐 공무원 이시라잖아 나름.”

자신이 뱉은 말에 껄껄 웃는 선배 경관.

어쩐지 비웃는 느낌이다.

“그러게나 말임다. 저 괴물 같은 것들이 작정하고 날뛰면 경찰들이 막을 수나 있나 모르겠지 말임다.”

“그러니까 다들 알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어디 9급 공무원도 못 붙을 새끼들한테 6급 공무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감투 씌워줘 가며 데리고 있는 거 아니야 국가가. 사고 치지 말라고.”

경관이 헛기침을 하고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 돈을 원채 많이 주니까 강도질 하다 걸리는 새끼 같은 건 없잖아. 그 새끼들이 막나간다고 쳐 봐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보조석에 앉은 경관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기야 사람이 돈만 많아도 칠 사고도 안치겠지 말임다.”

“그래 씨발, 헌터특별부에 있는 새끼들 월급이 우리 연봉 급이라고 하지 않냐. 말이 되냐고 그게.”

“...그래도 뭐 목숨을 걸고 그래야 한다지 않슴까? 정부에서 매해 죽는 사람들도 올리고 그러던데 말임다.”

“그게 젤루 웃기지. 지들이 칼 든 강도를 쫓아? 그것도 아니면 불속으로 뛰어들어? 누구는 목숨 안 위험한가?”

경찰 공무원으로선 충분히 해봄직한 생각이었다.

경찰과 119 구급대원, 헌특부 소속의 레이드팀.업무를 하다 죽는 사람의 수는 어느 쪽이 가장 많을까?10년 전인 초창기 시절이라면 모를까 현재라면 당연히 헌터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 놈은 왜 그랬담까? 시키는 일만 잘 해도 남부럽지 않게 누구보다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텐데.”

“낸들 아나.”

경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는 와중에 서에 도착했다.

* * *

시간은 이미 한밤중.

칠성을 태운 경찰차가 서 앞의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파캉! 파캉! 파카카캉! 콰차창!

“뭐, 뭐야!”

“무슨 상황입니까 이게?”

“호들갑들 떨지 말고! 후레쉬 어딧어 후레쉬!”

칠성을 태운 차가 서 앞의 주차장에 대기가 무섭게, 경찰서 1, 2층의 유리창이 폭발한다.

일대의 가로등을 포함해 빛을 낼만한 것은 모조리 순식간에 폭발해 경찰서 주변 일대가 순간 암흑에 잠긴다.

삐이이잉— 이이잉.

어디선가 우는 자동차의 사이렌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반사적으로 운전석과 보조석에 앉았던 경관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달칵,

플래시 라이트가 켜진다.

플래시 라이트를 들고 있는 것은 칠성에게 채포의 자초지정을 설명했던 나이 지긋한 경관이다.

“허 참, 별일이 다 있네.”

웅성대는 인파 사이, 이제 곳곳에서 불빛들이 켜 지고 경찰서를 비추던 경관의 라이트 불빛이 동료들 쪽을 향한다.

“...야! 너네 왜 둘 다 나와 있어.”

지목당한 두 명의 경관은 칠성의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둘.

“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반문하는 두 사람. 나이 지긋한 경관의 뒷목에 식은땀이 맺힌다. 무언가 불안한 기류.

휙.

라이트를 경찰차 안으로 비춰보니 차 안에 혼자 있어야 할 칠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니미럴, 김칠성 어딨어!”

급하게 차 문을 열어봐도 보이는 것 이라곤 김칠성이 있던 자리에 곱게 누워 번쩍이는 수갑 하나 뿐.

“새끼들이 범인을 두고!”

“분, 분명 차 안에...”

경찰들의 무전이 돌아간다.

[구릿빛 피부, 키 약 170cm ...]

“하... 골치 아프네 진짜.”

나이 지긋한 경관, 이창용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쩐지 너무 순순하더라.

사실 그는 김칠성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 아닐 것 이라고 내심 확신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헌특부의 제보를 무시했다가 자신에게 불어 닥칠 파장이 걱정 되 일단 체포하긴 했지만, 일단 사건이 진행되면 자신이 어떻게든 칠성의 무고함을 밝히는 데 힘쓰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김칠성에 대한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일전에 자신의 늦둥이 아들과 부인이 쇼핑몰에 갔다가, 아들이 던전을 탈출한 괴수의 습격을 받은 일이 있다.

언론에는 한솜이 라는 헌터의 활약이라며 대서 특필 되었지만, 이창용의 눈에는 한구석에 지나가듯 같이 실렸던 남자가 더 눈에 들어왔다.

결정적인 순간, 아들을 대신 해 괴물의 공격을 받아낸 것은 한솜이가 아닌 무명의 남자.

김칠성 이었다.

모두가 별 것 아닌 재밌는 동영상 쯤으로 여겼던 소위 말하는 ‘지강탱’ 동영상.

이창용의 눈에 보였던 것은 괴물에게 맞기 직전, 찰나의 순간 약 30cm 정도 휘청 하며 오른쪽으로 몸통을 돌리던 김칠성의 모습이다.

그리고 칠성의 30cm 옆의 허공으로 향하던 괴물의 주먹의 궤적이 칠성에게 가로막히는 것 이다.

영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 칠성의 30cm 옆엔, 자신의 어린 아들이 있었을 것이다.

몇 번을 돌려보아도, 우연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 논리성을 제외하고도 직감적으로 확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사고를 쳐 버리면 김칠성을 돕겠다는 그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다.

이미 수배자가 되어 버렸다.

“하... 이씨. 김칠성씨.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대체....”

* * *

십 수 시간 뒤,

한솜이는 사건 현장 콘테이너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언가가 이상했다.

우선은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칠성이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면 현장의 조직원들은 도대체 누가 쓰러뜨렸단 말 인가?

더욱더 걸리는 사실은 어떤 조직이 김칠성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을 향해 걸어가며,

한솜이는 공사장 폭발 사건의 그날, 폐허의 연기구름 속에서 자신을 안아 올리던 김칠성의 눈빛을 기억했다.

“접근 금지입니다.”

“누구시죠.”

건물 입구 근처를 서성이던 경관 두 명이 다가와 한솜이를 저지한다.

“헌특부 레이드3팀 한솜이 팀장입니다.”

“헌특부...?”

경찰 두 명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헌특부는 수사권한이 없을 텐데요.”

한솜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정식으로 협조공문, 수사권한 요청하고 돌아올까요? 그래서 늦으면, 늦어서 뭐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책임은 두 분이 전적으로 지시는 거구요?”

한솜이의 눈매가 잽싸게 두 사람의 제복을 훑는다.

“지병춘 순경님? 황정환 경장님?”

“허, 참....”

지병춘 순경이 잽싸게 이름표를 가렸다.

황정환 경장이 탄식을 뱉으며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곤 지병춘을 뒤로 불렀다.

“이거 순 어거지 아닙니까?”

“그렇기는 한데... 씨바.”

황정환이 입맛을 다시며 한솜이 쪽을 힐끔 바라 보았다.

억지 중 억지다. 아무리 헌특부라면 만능키인 분위기라지만 이제는 정식 협조공문도 하나 없이 깡패처럼 들이닥쳐 원하는 거 내놓으라니. 뭐 이런 암행어사요 007이 다 있나.

“협조공문 가져오라고 하십쇼. 이거 잘못하면 우리가 덤터기 씁니다.”

“뭐 지금 비어있긴 하니까...”

“빨리 끝내쇼.”

황정환이 주변을 살피더니 슬쩍 문을 열어준다.

“잠깐이면 됩니다.”

한솜이가 목례를 하곤 사건 현장으로 진입한다.

달칵.

한솜이, 내부 조명을 켜고 찬찬히 현장을 둘러본다.

새하얀 건물 안.

조심스러운 눈동자로 찬찬히 둘러보는 한솜이.

삼 십 여분 쯤 경찰이 뒤집어 놓은 사건 현장을 헤매었을 무렵. 한솜이가 한숨을 내뱉는다.

“휴우....”

없다. 무언가 눈에 띄는 것이.

땅이 꺼져라, 축 처진 고개로 바닥을 향해 한숨을 내뱉는 한솜이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바닥.

바닥에 무언가...

타일에 이상한 곡선이 그려져 있다?

눈으로 따라가자 타일 한 장만 그런 것 이 아니다.

바닥 전체를 이루고 있는 새하얀 대리석 타일 위로 언 듯 단순히 대리석의 무늬로 보이는 은색의 선이 이어지듯 뻗어나가고 있다.

“설마...?”

한솜이가 다급하게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

삼층 꼭대기의 난간에서 밑을 바라보니, 확실히 단순한 얼룩이 아닌 무언가 의미를 담으려 한 그림... 아니 정확히는 문양이다.

그것도 한솜이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문양.

혼란스럽게 떨리는 한솜이의 동공. 이내

으득.

한솜이가 어금니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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