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5화 (15/145)

# 15

S1 : 15화

* * *

“이야아아!”

저마다 쇠파이프 등 둔기를 쥔 2, 30 여 놈이 무기를 치켜들고 너 나 할 것 없이 김칠성과 한솜이에게 달려들었다.

전투를 치를 상황이 되자 칠성의 몸이 반사적으로 축척해두었던 마기를 흘려보냈다.

금지된 연금술의 영향으로 인간보다는 마족에 가까운 신체를 가진 신체가 순환된 마기를 머금는다.

“흐음.”

엘리트 살수들의 공격을 맞아봐서 그런가.

칠성을 습격한 놈들도 제법 나름대로 날고 긴다는 놈들을 모아온 것 같았지만 칠성의 눈에는 덤벼드는 놈들이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였다.

길게 끌 것도 없다.

“어이! 받아요.”

칠성은 돌연 자신의 재킷을 벗어 한솜이에게 던졌다. 격앙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던 한솜이의 면전에 재킷이 날아든다.

그리고 그 찰나.

“*보이드*”

칠성이 검지 손가락을 허공으로 뻗는 동작과 함께 보이드를 부르자

콰가가가각각!

바닥의 그림자들로부터 솟아난 수 십 개의 그림자 기둥, 정확히는 보이드의 손가락이 칠성에게 덤벼들던 20여명의 무리의 급소를 강타한다.

“커헉!”

“끄윽”

보이드가 그림자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그제 서야 여기저기서 터지는 단발마의 신음소리.

그리고 다음순간, 거짓말처럼 김칠성과 한솜이를 제외한 전원이 바닥에 털썩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일으킨 흙먼지무리가 허공에 날린다.

쉽다 쉬워.

“이...이게 도대체. 칠성 씨?”

그때 쯤 에서야 얼굴로 날아든 김칠성의 재킷을 물리친 한솜이가 주변을 둘러보곤 이내 황망히 얼 빠진 표정이 된다.

그런 한솜이는 내버려 두고 칠성은 눈으로 검은 마스크의 행방을 찾는다.

‘그 새끼를 조져야 하는데.’

옳지. 보이드의 일격에 2층에서부터 떨어졌는지 저 멀리 쓰러져 있는 검은 마스크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찰나.

‘뭐?!’

무언가를 감지한 칠성의 눈이 부릅떠지더니 발밑을 향한다.

다음순간.

콰콰아아앙!! 콰르르륵-!

천지가 울린다.

마치 전격같이 번쩍하는 시뻘건 빛이 공사장을 포함한 서울의 밤하늘 전체를 비춘다.

이 세상에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강렬한 불꽃이 건축 공사장 한 복판에서 폭발한다.

쿠우우웅-!

귀가 찢어질 듯, 이가 떨리고 골이 휘어질 듯

전신을 마구 자비로 울리는 엄청난 폭음.

고위 자연계(청마법) 마법 익스플로전!

청마법 계열의 대 마법사가 등장한 것 도 아닌데 갑작스레 외진 서울의 공사장 한구석에 마법 대전에서도 보기 힘든 레벨의 익스플로전이 폭발 한 것 이다.

폭발이 일으킨 재가 허공에 날린다.

공사장 곳곳엔 아직도 타들어가는 불꽃들이 희생된 시체들 사이사이로 여기저기 널려있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요?”

칠성은 자신이 안아 감싸고 있던 한솜이를 풀어주며 물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던 솜이의 시선이 간신히 칠성을 바라보며 꺼져가는 목소리로 되묻는다.

“...네, 저는 괜찮은데 칠성씨... 괜찮아요?”

“그럼~ 지강탱인데. 하하.”

그렇게 슬쩍 웃어 보인 칠성의 웃음이 쓰다.

쓸 수밖에 없다.

‘한 방 먹었는데.’

츠즈즈즈즉-.

한솜이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

통렬한 부상에 등뼈를 밖으로 드러냈던 칠성의 등판이 빠르게 재생되며 아물어 가고 있었다.

2, 30명 되던 잔챙이들은 그저 미끼였다.

이 한방을 먹이기 위한 미끼.

당초부터 모두 죽일 계획이었는지, 계획대로 되지 않자 터뜨린 건지야 모르겠지만.

익스플로전 이라는 건 알겠지만 도대체 어떻게 발동 한 건질 모르겠다.

아차, 싶게 떠올린 것은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마나 감지를 했을 때 느꼈던 검푸른 색의 마나.

‘흑마법과 청마법을 동시에 익힌...?’

내릴 수 있는 가설은 이 정도다.

가능 하다면 말이다.

칠성의 상식에선 불가능한 일 이었다.

심문을 하기는 커녕 증거가 될 만한 것들도, 증인이 될 만한 것도 모두 불꽃으로 산화했다.

“으챠.”

“아, 아니 저기 내려놔요 나 혼자도...”

갑자기 칠성이 한솜이를 안아들자 당황한 한솜이가 버둥댄다.

칠성의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부비트랩이 터진 만큼, 혹시나 무언가 더 있을까봐 내린 결정이었지만 한솜이는 오해를 한 것 이다.

“가만히 있어요.”

칠성이 슬쩍 한솜이의 눈을 쳐다보자 한솜이가 그 기세에 잠잠해 진다.

칠성은 한솜이를 신혼방의 신부처럼 안아 들고는 걸어서 수많은 시체와 불꽃이 낭자한 현장을 빠져나간다.

궁금했다.

대체 어떤 놈이 이 뒤에 있는 건지.

* * *

“네놈이 제 정신이야?!”

같은 시각.

장관실에서 전화 보고를 받던 안희운이 정명석이 일을 처리한 방식을 전해 듣고는 대노하고 있었다.

[그...그게, 확실히 처리하라고 하셔서....]

잔뜩 주눅이 든 정명석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하아... 명석아. 말 했지? 그거 다 큰 일 해야 하는 재산이라고. 재산.”

[하, 하지만 놈은 확실히 처리 했습니다! 현장에는 시체도 남아있지가...]

“그런데 이 새끼가 지 잘난 줄 알고 끝까지!”

안희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명석이 눈앞에 있었으면 벌써 구둣발로 조인트를 까고도 남았을 것 이다.

“후우...”

정명석이 찍 소리 안 하자 안희운이 호흡을 하며 심박수를 진정시켰다.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어찌됐던 김칠성을 확실히 치웠다니까.

그런데 고작 한 놈 처리하면서 뭐 이런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느냔 말 이다.

그 뒤처리를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거렸다.

[저...저기, 드릴 말씀이...]

“뭐.”

[현장에 한솜이... 라는 사람이 같이 있었나 봅니다. 한솜이 팀장 이라고....]

“한솜이... 알았다. 또 뭐 없지?”

[옙, 예...]

“쉬어.”

한솜이의 죽음이야 적당히 꾸미면 된다.

‘한솜이라... 쓸 만 했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많은 일을 처리해 왔던 공신인 정명석을 나무라기만 할 수 도 없지.

아마도 정명석은 자신을 안희운의 후계자 정도로 여기고 있을 터 였다.

안희운이 지속적으로 그런 뉘앙스를 풍겨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희운의 말 이라면 어떠한 일도 처리해 내겠다는 신념이 있었고,

그게 이번처럼 과할 때도 있지만.

정명석 자체는 확실히 쓸 만한 카드였다.

쓸모없는 카드들이야 이번처럼 미끼로 2, 30개씩 던져 버리는 것도 예삿일 이다.

물론 자신만은 다를 것 이라는 정명석의 확고한 믿음과는 다르게

‘네놈도 소모품 일 뿐 이지만.’

조금 오래 쓰는 소모품일 뿐 이지만 말이다.

‘익스플로전이라, 불꽃 계열 상위 마법이라고 했던가.’

안희운이 한 손에는 양주(스카치)를 반쯤 담은 유리잔, 다른 손에는 시가를 들곤 장관실 유리 벽면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이야... 불금이네.”

안희운이 나직이 자신의 농담에 큭큭 거렸다.

* * *

“아이고!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우리 공주!”

“아 아빠도 진짜. 무슨 공주야 킥킥킥.”

주말.

호프집에 칠성의 가족들이 모여 치킨을 뜯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칠성의 누나 칠선의 합격 소식 때문이었다.

칠성이 준비해 준 열정의 비약 덕 분일까.

세 시간에 걸쳐서 치러진 면접 행진을 파죽지세로 격파 하고 사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단다.

몇 일 전...

칠성이 첫 번 째 레이드에 참여 해 사마귀와 혈투를 벌일 무렵, 칠성의 누나인 칠선은 한 대형 제약회사의 면접장에 있었다.

“...조직에 도움이 되려면 조직의 생성구조와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떤 메커니즘 속에 있고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어떤 회사에 들어갈지는 모르나 회사원의 역할을, 한명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게 제 목표였고, 바로 그것이 제가 전공으로 경영대를 나온 이유입니다.”

“호오...그래요.”

“칠선씨... 외국어도 잘하시네요.”

모 제약 계통 대기업의 면접장이었다.

세기도 지루할 만큼의 횟수를 치러본 면접이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분명하게 달랐다.

자신의 대답을 정말로, 면접관들이 경청 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갑갑하게 막혀있던 시야가 뻥 뚫린 기분이다.

면접관들은 시종일관 눈을 맞춰오며 칠선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단지 숫자일 뿐, 늘 아무런 의미도 찾지 못하고 쌍그러니 종이위에 누워있을 뿐 이었던 토익 970의 글자가 면접관의 관심을 끌었다.

‘이게 뭐지? 오늘 왜 이러지?’

칠선은 너무나도 신기하고 설렜다.

마치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가가 된 기분이었다.

모두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져주고 눈을 맞춰준다.

듣는 쪽에서 제대로 된 리액션을 해 주니 어떤 질문이던 대답도 자신감 넘치고 깔끔하게 술술 나왔다.

“하~!”

면접의 결과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너무나도 뿌듯한 버터 같은 감정이 칠선의 가슴 전체로 퍼져들었다.

마치 무대 위에서 한바탕 노래를 지르고 퇴장하는 락스타가 된 기분이었다.

비록 수백 대 일의 칼같은 경쟁률 이었지만, 결과에 쫄기 보다는 정말로 과정에 만족했다.

이정도 했는데도 안 된다면 그건 면접 문제가 아니라 운 일 것 이다.

요즘 인터넷 용어로 말하자면 정말로 ‘역대급 면접’ 이었다.

그리하여 지금.

“야 김칠성. 안 먹어?”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별개로 멍하니 저쪽 편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는 칠성을 누나가 챙긴다.

“어, 먹어 먹어.”

“자.”

칠성의 손에 칠선이 후라이드 닭다리 하나를 쥐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눈길을 주더니 멍하니 다시 뒤켠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칠성.

‘이상하다.’

치킨을 먹으면서 자신이 칠성을 챙겨주는 건 백년에 한번이나 나올까말까 한 일이다.

은근히 ‘웬일이냐??’ 같은 칠성의 반응을 원했는데. 동생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뭘 보길래...”

칠성의 시선을 따라 눈길을 돌리자 보이는 호프집 한편의 티브이 에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 공사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소방서와 경찰 관계자는 가스 폭발로 유추하고 있으며······.”

칠선은 심각한 동생의 표정을 보며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치킨을 아작 뜯었다.

칠성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정도로 넘어 갈 만 한가?

민간인들의 수준이라 이 정도가 한계인 것 인가.

밤에 일어난 사건으로 남은 시체 20여구를 단순히 ‘추워서 공사장으로 몰려든 노숙자들’ 로 치부 하는 것 도 찝찝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마법일 거란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것 같아.’

던전이 등장한지 10년이나 지나고, 마법을 활용한 던전 테크놀러지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만 아직 지구인들의 마법에 대한 이해도는 턱없이 낮다.

인류가 한편에선 최상위급 마법을 구현 해 낼 때에 다른 쪽 에선 전혀 생각 도 못하고 있는 것 이다.

이래서야 마법은 완전 범죄가 가능한 도구가 아닌가.

완전 범죄도구를 든 누군가가 칠성을 노리는 데 칠성은 어디 하나 의지할 사람 없다.

“의지할 생각도 없지만 시발.”

누런빛의 봉분들이 촘촘히 줄지어 늘어서 있는 한 공동묘지.

“*남은 자는 응답하라*”

창연한 달빛, 칠성이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을 퉁기자 보랏빛의 스파크가 일대를 물들인다.

“*나의 군대로 새 생명을 얻을 자 응답하라*”

칠성이 또다시 주문을 외우며 손가락을 퉁기자 이번엔 몇몇 묘지가 들썩인다.

“*일어나라. 나의 군대여.”

콰득, 콰지지직.

여기저기 뼈가 들어난 시체들의 손이 관뚜껑을 깨고 봉분을 뚫고 올라온다.

마치 아기 새가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듯 오체를 무덤에서 밀어낸 구울들이 칠성을 둘러싼다.

“흠... 부족한데.”

의외로 구울 소환은 초급 흑마법이다.

윤리에 관한 문제는 접어두고 말이다.

맞춰야 할 조건이 많은 것이 오히려 더 높은 허들 이었다.

먼저 시체가 오래되면 안 된다. 스켈레톤과 달리 구울은 시체 본연의 신체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몽땅 썩어 문드러지면 쓸모없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삶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야 한다.

‘남은자’ 라는 것 은 저세상으로 가지 못 하고 이 세상에 대한 미련으로 남아있는 자를 이르는 말 이다.

새 생명에 대한 열망으로 굶주린 죽은 자를 이용해 먹는 다는 게 기본 콘셉트였다.

“씨발 새끼들 진짜.”

야행성 동물같이 보랏빛 눈을 빛내는 구울 들을 둘러보던 칠성은 갑자기 욕지기를 뱉었다.

계약에 응해 일어난 구울들이, 심하게 눈에 익은 녀석들 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였다.

묻힌 지 얼마 안 된 시체.

조각조각 본 얼굴이 남아있는 화상 자국 가득한 얼굴의 구울들은 태반이 다름 아닌 칠성을 습격했던 괴한들 이었다.

한때는 적 이었던 놈들이 이제 칠성 휘하의 군대가 되었다.

칠성은 구울들로 하여금 집 근처 곳곳의 땅 속에서 보초를 서게 만들었다.

능력자가 접근 해 오면 바로 칠성에게 알릴 것 이다.

구지 감시용으로 구울을 쓰는 이유는 구울은 초급 마법. 예컨대 가성비가 좋다. 지정된 위치를 지키는 것 이라면 구울이 최고다.

집에는 마력을 상쇄하는 법진을 둘렀다.

‘아파트라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집의 요새화 였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오케이.”

굵고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의 보이드가 안광을 빛내며 말했다.

그림자 정령들의 왕인 보이드의 도움으로 새끼 그림자 정령들을 가족들에게 하나씩 붙였다.

뭔가를 하진 못 하지만 가족들에게 위험이 닥치면 바로 칠성에게 알려 줄 것 이다.

이러고도 안심이 안 돼서 한 명 한 명 마다 악의를 가진 사람이 위해를 끼치려 하면 반격하는 마법도 걸어두었다.

“후우...”

침대 위에 누운 칠성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다시 이 생활로 돌아가는 구나.

구울에게 보초를 새워 두고서야 간신히 잠드는 삶으로.

칠성과 연결된 구울들의 미약한 상념이 칠성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빗소리 같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구울 들의 울음을 배경 삼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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