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11화 (11/145)

# 11

S1 : 11화

딱. 딱.

장기말이 장기판을 시원하게 울린다.

“회사는 좀 다닐 만 하냐?”

“예~, 뭐 사람들도 좋고요.”

김태홍이라는 한 어린애 X끼 빼고 말이죠.

“아버지 우혁이 아시죠?”

“우혁이는 왜?”

“걔도 저랑 같은 팀이에요.”

“우혁이가?”

“예”

“어~~~ 우혁이 그 자식.”

아버지 얼굴에 반가운 미소가 번진다.

“한번 데려와라 그 자식. 알겠지?”

“예.”

우혁이가, 그랬었단다.

칠성이 실종된 바로 그 해에, 실종된 칠성을 찾기 위해 전단지며 돌리던 가족들의 손을 자처해서 도운 건 우혁이와 우혁이가 동원한 몇 명의 친구 뿐 이었다고.

흠. 새끼.

“일은 거 험하지 않디?”

“아~ 뭐 전혀요. 그건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정말이다.

애초에 탱커라는 것도 사회생활을 위한 껍데기 일 뿐, 본 실력이라면 지금 지구의 능력자들을 아득히 초월해 있다.

어항 옆의 고양이를 걱정해주시는 격 이다.

“그래도 몸조심하고. 어?”

“예. 당연하죠. 그리고 여기 장이요.”

툭.

“어??”

크크, 내가 어느새 차로 장을 꿰차자 아버지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놀라신다.

“아이고, 역시 너는 못 당하겠다. 어려서부터 어찌나 잘 두는지. 내가 이기는 법이 없네.”

“아이고, 아버지한테 잘 배워서 그렇죠 뭐.”

“장기 기사를 시키는 건데....”

흐흐흐.

이런 게 너무 그리웠었다.

소소한 저녁.

휴우......

내가 지킬 건 오로지 가족뿐이다.

가족이외의건 어찌되건 상관없다.

어차피 남은 남이더라.

그래서 칠성은 정의의 사도라던가 그런 녀석들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 새끼들은 삶의 어두운 단면을 모르지.’

그런데 왜, 한솜이가 생각나는 걸까?

정의의 사도에 가까운 사람 같아서 일까?

다음날이 밝았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하늘에 새들이 지저귀고 칠성은...

“키에에에엑!!”

비늘로 뒤덮인 닭 같은 괴조형 몬스터가 칠성에게 톱같이 날카로운 아가리를 벌리며 덤벼들었다.

비이이이이-!

콰앙! 콰앙! 콰앙! 덜컹!

칠성의 방패가 초록색 불빛을 밝히며 초음파를 내뿜자 괴조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방패를 마구잡이로 내려쳤다.

“이크”

괴조의 발톱이 방패를 넘어 칠성의 얼굴을 긁으려 해서 얼른 뒤로 고개를 뺏다.

슈우우웅~

방패를 마구잡이로 내려치고 이빨로 방패를 물어뜯던 괴조가 순식간에 유령처럼 흐려지더니 사라진다.

“후유~”

칠성이 서 있는 곳은 헌특부 지하의 전투부 트레이닝장.

그 중에서도 홀로그램 시뮬레이션 룸 위였다.

철제 방벽이 둘러싼 곳은 마치 자동차 충격 테스트 장소같이 황황하다.

칠성은 넓이가 50미터, 길이가 200미터 정도 붉은색 트랙위에 서 있었다.

트랙은 마치 인기가수 무대같이 커다란 기계장치 위로 펼쳐져 있었다.

트랙 주변은 방탄유리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적응 빠른데?”

깐에 사수 역할이라고 칠성의 트레이닝 코치를 자처한 방탄 유리너머의 지우혁이 씩 웃으며 자기 앞의 패널을 조작한다.

“다음은 역시나 이어지는 ‘숲의 문’ 시리즈... 준비 됐냐?”

“고!”

드르르르륵-.

지우혁이 패널을 조종하자 저 멀리 장치들이 자동으로 움직이더니 레이저를 뿜어 거대한 장수풍뎅이 같은 몬스터를 만들어낸다.

헌특부 트레이닝 룸의 자랑, 홀로그램 기술로 만들어진 괴물이 칠성이 있는 쪽으로 서서히 속도를 내며 날아든다.

장수풍뎅이 형태의 몬스터의 이름은 헤라클레스 파이터.

여태까지 등장한 문의 종류는 다섯까지.

그중 3팀이 주로 담당하는 숲의 문에 대한 집중훈련이 이어졌다.

동일한 종류의 문엔 거의 같은 특성을 가진 종류의 몬스터들이 등장하고, 해당 문에 특정 팀을 전담시켜 전문성을 키운다는 취지였다.

‘타운트 컬러는 빨강, 그리고 초록.’

칠성은 왼손만으로 방패를 잡은 채 오른손으론 잽싸게 옆구리의 링 홀더에서 빨강과 초록색 반지를 손가락에 걸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오른손으로 방패의 손잡이를 잡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탱커 훈련은 간단해보이지만 숲의 문에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의 종류와 해당 몬스터가 반응하는 타운트 컬러를 모조리 외워야하고, 또 빠르게 판단해 실제로 타운트를 발동해야 하는 아주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치이이잉!

방패가 마력파장과 함께 초음파를 내 뿜었고 몬스터가 허공에서 비틀 거리더니 그대로 칠성이 치켜든 방패에 뿔을 들이받았다.

따각! 따각!

트레이닝 실의 충격파 장치로 리얼한 타격이 헤라클레스가 뿔을 내려칠 때마다 방패를 뒤흔들었다.

슈우웅-.

“잘하는데?”

이내 헤라클레스의 몸체가 신기루처럼 흐려지더니 사라졌다.

“좀 쉬다할까?”

“어!”

지우혁이 패널을 조작하자 방탄유리의 일부가 열렸다.

칠성이 땀을 훔치며 홀로그램 시뮬레이터를 빠져나가는데...

삐비빅! 삐비비빅!

지우혁의 허리춤에 채워져있던 핸드폰이 매서운 경고음을 내뿜으며 울었다.

“하아, 뭔데?”

차분히 메시지를 확인하던 지우혁이 칠성을 보고 씨익 웃었다.

“출동이야. 실전이다!”

* * *

‘문’ 은 그 모습을 드러낸 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활동을 시작한다.

약 3시간의 대기시간을 가진다는 게 상식이다.

출동신고가 들어온 것은 경기도 가평군의 청평호.

헌특부 본부는 서울과 경기권의 퇴치를 담당하니까 이상할건 없는데~ 문제는 마법이라도 쓰지 않고 어떻게 3시간 내에 청평호 까지 달려가나 이 말이다.

‘워프라도 쓰나?’

마법이라도 쓰는 걸까?

그리고 칠성의 궁금증은 곧 해결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휘이이이이이~! 후!!!”

거칠게 돌아가는 프로펠러에서 나온 풍압이 지면에 쏟아져 내렸고, 육중한 헬기의 몸체가 허공에 떠올랐다.

지우혁이 신난 듯 소리를 질러댔다.

-우혁씨 탈 때마다 소리 지르지 마시구요. 헬기 50번은 타지 않으셨나요?

머릿속으로 한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엡~

지우혁의 볼멘 대답이 들려왔다.

헌터들의 투구엔 일종의 무전기 역할 할 수 있는 텔레파시 마법이 공유되어 있다.

‘문’ 안에서는 통신전파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고안된 장치란다.

-시민들은 대피 완료 됐다고 하구요~ 관광지니까 호수 배경으로 회식이라도 한잔 딱~ 했으면 좋겠지만 내리자마자 바로 진입해야 할 거 같아요. 시간 다 됐거든요.

-우우~~회식 안 해요? 팀장님 우리 칠성씨도 왔는데 환영식 한번 해야죠

-아~ 그죠? 내일 금요일이니까 어때요 별일들 없으면?

‘그것 참, 나야 뭐 사실 걱정 없다 치고,’

일반적으로 헌터들은 ‘문’ 안에서 정말로 목숨을 걸고 싸운다던데 어찌 이렇게 분위기가 한가롭지?

지우혁이야 그렇다 치고 한솜이 팀장도 긴장한 기색이 없다.

임무 오더를 하던 도중에 여유 있게 회식얘기라니.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건가?

‘나쁠 거야 없겠지.’

사실 흑마법사인걸 숨겨야 하기에 헌특부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게 좀 꺼려진다.

칠성이 특별히 사고라도 치지 않는 한 들킬 일이야 없겠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또 모르니까.

그래도 또 명목도 칠성을 위한 회식이고

‘한솜이 팀장도 괜찮은 사람 같고.’

사람들도 좋으니 술 한 잔 정도야 괜찮지 않겠는가.

-저는 괜찮아요.

-콜~ 콜입니다 팀장님.

칠성과 우혁이 차례로 대답했다.

-태홍씨는요?

-아...~ 저야 뭐 칠성씨랑 함께하면 영광이죠. 슈퍼스타신데. 아이고~ 그 이번에 찍으신 광고도 아주 멋지시더라고요? 잘 봤습니다.

...그래 저놈, 저놈만 빼고. 사람‘들’ 좋다는 거 취소다.

저놈 빼고 좋다.

-아...예.

으~ 저자식이 봤다는 광고, 뭔 진 몰라도 또 그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쓰인 거겠지.

신나서 비웃었을 거다.

‘많이 웃어둬라 내가 조만간 그 높은 콧대 아주 아작을 내 줄 테니까.’

속으로 읊조리는 칠성.

-칠성씨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우리는 프로거든요. 시키는 거만 잘 하시면 되요.

-아 예...예...

뒷좌석에 있던 김태홍이 칠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훈수까지 둔다.

참나 새끼, 난 아마추어다 이거냐?

진짜 웃긴 놈 일세?

마력이라곤 한줌밖에 안 되는 녀석이.

하긴 이정도로 눈치가 없으니까 안심되는 면도 있긴 하다.

이 팀에서 유일하게 칠성의 흑마력을 감지 할 만한 클래스. 마법사인 김태홍이 이런 머저리이니 말이다.

‘내가 흑마법사라는 건 정말 꿈도 못 꾸고 있겠지.’

딱히 해줄 말도 없어서 어깨를 으쓱 하고 말았다.

쿠우우우-

헬기의 몸통이 안개 같은 찬바람을 가로질렀고,

겨울에도 파릇한 호명산의 산세 너머로 드넓은 청평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게...문 이란건가?’

작은 바다 같은 청평호는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표면이 얼어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눈에도 이질적인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검은색 구체라고 표현 할 수 있는 그것은 청평호 가운데 섬을 뒤덮고, 불길한 스파크를 내뿜으며 일렁거리고 있었다.

마치 이 세계의 것이 아닌, 우주의 괴행성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초록빛깔의 거대한, 높이만 해도 10M 는 되어 보이는 문이 떡하니 붙어 있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내릴게요, 경량화 마법들 빼놓지 않고 발동하시구요.

얼어있는 청평호 표면의 서리들이 헬리콥터 프로펠러의 바람에 흩어진다.

문이 섬을 덮어버렸고, 빠른 접근을 위해선 헬기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게 좋았지만 얼음위에 착륙하기엔 헬기의 무게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헬기는 문으로부터 약 20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초 저공으로 얼음위에 최대한 접근해주고, 칠성을 포함한 3팀은 헬기로부터 뛰어내리기로 한 것 이다.

한솜이 팀장의 텔레파시 오더에 맞춰 한명씩 장비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얼음판위로 뛰어내렸다.

탁.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 약 5미터 높이에서 수 백 키로그램의 장비를 짊어지고 뛰어내렸지만 장비에 걸려있는 경량화 마법 덕분에 얼음을 부수고 처박히는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다.

-시간 다 됐어요 바로 접근합니다.

칠성을 포함한 네 명의 헌터가 눈코 뜰 세 없이 다급하게 문 앞으로 달려갔다.

문은 가까이서 보니 정말 거대하다는 말이 적합했다.

10M 높이의 거대한 문은 중세시대의 개선문같이 고풍의 디자인이었는데, 문의 양쪽 기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마존의 정글에나 있을 거 같은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였다.

윗부분의 장식엔 거대한 짐승의 머리 같은 것이 장식되어 있었다.

‘호랑이 인가?’

언 듯 보면 호랑이 같았지만 또 다시 보면 늑대 같기도 한 기묘한 짐승의 모습의 머리였다.

문의 양 처마엔 사슴의 머리가, 그리고 문 전체가 식물의 줄기와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벌레들로 뒤덮여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의 것이 아닌듯한 기묘한 초록빛의 광선이 문 전체에서 은은히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장식들이 전부 살아있다는 것 이다.

칠성과 일행이 접근하자 호랑이와 사슴의 눈이 일행을 향했고, 붙어있던 벌레들이 한차례 날갯짓을 하며 파도타기를 하듯 일렁거렸다.

이것이 헌특부 레이드 3팀이 전담하는 ‘숲의 문’ 혹은 ‘짐승의 문’ 으로 불리는 그린도어 인 것 이다.

‘...너무 이상해.’

그런데 이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초록빛의 광선만이 아니었다.

다른 팀원들이야 모르겠지만 칠성의 눈과 코엔 당장이라도 마석을 추출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강대한 마력이 감지되는 것이다.

‘이게 대체 뭐지?’

더 이상한 점은 이게 어떤 종류의 마나인지 도무지 감을 못 잡겠다는 거다.

마나엔 일종의 지문 같은 것이 있다.

처음엔 누구나 흰색의 마나를 품고 있지만, 배우는 마법의 종류에 따라서 그 색과 성향이 크게 달라진다.

마법을 배우지 않고 에너지 수련만 하는 무인들은 꼬장꼬장한 흰빛의 마나, 자연 친화형 마법을 익히는 청마법사들은 시원한 기색의 청색 마나가.

성문을 익히는 성기사들과 성직자 등은 바람에 흩날리듯 가벼운 금빛의 마나가.

그 누구보다 죽음에 가까운 흑마법사들은 흑색에 가까운 보랏빛의 마나가.

그런데 문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따지자면 흑색의 마나에 가까웠지만 그 성향과 성질이 확연하게 달랐다.

마치 손 대기만해도 불탈 듯한 느낌이었다.

더 이상한 건 칠성은 이전에 이런 성향의 마나를 본적이 분명히 있다는 거다.

‘근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그러는 사이 쩍쩍 갈라진 틈사이로 빛을 뿜는 문 앞에 접근한 한송이 팀장이 주먹을 들었다.

-들어갑니다.

-옙!

팀원들의 대답과 함께 한송이 팀장이 마나를 그득싣은 주먹으로 문을 내리쳤고, 문은 새하얀 밝은 빛을 내뿜으며 팀원들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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