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S1 : 8화
* * *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똑바로 안 해 새끼들아?!”
칠성은 공원의 벤치위에 턱 하니 걸터앉아 있었고, 칠성을 습격했던 세 놈은 원산폭격 자세로 쪼르륵 순서대로 대가리를 벽돌 바닥에 박고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니들 뭐하는 새끼들이야.”
칠성이 마법사 내지 최소 마나를 운용하는 헌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 마나 번 아티펙트까지 미리 준비해서 조직적으로 덤빈 점.
게다가 칠성의 주먹질에 뼈가 또각 또각 부러지는 게 아니라 상당히 차지게 때리는 맛이 있는 걸로 봐서 어지간히 수련이 된 외공을 익힌 무도가가 아닌가 싶다.
단순히 치기어린 아리랑치기범들 이라기엔 뭔가 수상쩍다.
“빨랑 안 불어?”
허 참 새끼들, 이정도로 팼으면 순순히 불만 한데도 버티네?
퍽
“커억 그게 아니고 저희가 먹고살기가 팍팍해서 그게.”
박고 있는 대가리중 하나를 슬쩍 짓밟자 그제야 헛소리들이 술술 나온다.
“지랄하지 말고 새꺄.”
“아..아니 그게 정말 선생님 같은 분 인줄 모르고 저희가 진짜 잘못했거든요.”
“지랄! 똑바로! 말! 안 해?!”
칠성이 상냥하게 다그치며 말끝마다 발길질을 해대자 이번엔 발목에 매달리며 애원한다.
“아 선생님 한번만 봐주시면 정말 제가”
“자세 똑바로 안 한다?”
칠성의 말에 또 후다닥 원산폭격 자세로 복귀.
흠. 새끼. 동작이 좀 빠릿 해 졌구만.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능력자만 골라서 덮치는 게 말이 되냐고. 니들은 이해가 가냐 이딴 허접한 시나리오가?”
“그...그게, 능력자가 아니라 정확히 헌특부 직원을 노리는 것이 더겅요....”
이놈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이 세 놈은 능력자 전문 털이범.
헌특부 직원들은 돈이 많다.
게다가 마나-번 아티펙트만 사용하면 일반인에 비해 작업(?) 하기가 어려운 것 도 아니다.
더군다나 헌특부 직원들은 입이 무겁다.
어디 가서 이름도 없는 잡배에게 무력으로 털렸다는 소문나는 것을 두려워하더라.
이게 이놈들이 대충 변명한 정황 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헌특부 직원 중에 내가 좆밥으로 보였다 이거지?”
“히..히익!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저희는 정말 꿈에도!”
‘글쎄다.’
흠, 아무래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헌터라면 자신이 마나 번에 당한지도 모를 수 도 있다.
몬스터들을 품은 문이 등장한지 십년이 흘렀다 고야 하지만 지구에서 마법에 대해 잘 아는 인구수는 설사 헌터 중에도 크게 많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
그런데 그런 거야 차치하고.
“그래서 내가 헌특부 직원인건 어떻게 알았냐고 십새야.”
“그, 그건....”
입을 뗀 놈이 머뭇거린다.
척 봐도 들으나 마나, 이런 게 가능하려면 가장 간단한 루트는 하나다.
‘...스파이가 있군.’
그렇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놈들이 헌특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 해 왔다면 그건 그거대로 그럴 수 도 있다.
하지만 누가 헌특부 직원인지, 또 헌특부 직원의 동선 파악 등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불가능 할 것.
삐용-삐용-삐용.
저 멀리서부터 다가온 사이렌 소리.
누군가가 비춘 플래시 라이트가 비춘다.
경찰이다.
* * *
“예 아마 사실 인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이 놈들 아주 장군감이네요 장군. 한 놈은 오성 장군에 한 놈은 칠성. 한 놈은 소년원 출신.”
전과자 들 이란 얘기다.
덕분에 일이 꼬일 일은 없었다.
아마 패싸움 같은 것으로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 한 것 같은데, 칠성은 나름 헌특부 소속의 공무원. 상대방은 전과자. 누가 보아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범죄 징벌의 현장 이었던 것 이다.
“일주일 전에도 두 건 비슷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헌특부 직원을 노린 강도가요. 아마 이 녀석들 소행이 아닌가 싶습니다.”“그렇군요... 별 놈들이 다 있네.”
칠성이 헌특부 내에서 정보가 새고 있을 가능성과 아티펙트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설명 해 주었다.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또 의심할지 도 모르니까.
이놈들에게 헌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물건을 누군가가 공급하고 있을 것 이라는 언질을 남겼다.
경찰은 골머리 앓던 문제를 해결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용감한 시민상이나 표창이 내릴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쩝, 뭐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구먼.”
세상 어디를 가던 돈이 얽히면 일이 더러워지는 거 같다.
칠성이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장비는 우혁씨가 챙겨주세요.”
“예이.”
다음 날. 회사.
칠성은 한솜이의 지시에 지우혁을 따라가게 되었다.
“뭐 갑옷 같은 거 주는 거냐?”
“큭큭큭... 보고 놀라지나 마라.”
띵!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했다.
“오우······.”
3층이 상당히 일반 회사 사무실에 비슷한 느낌이었다면 7층은 상당히 연구실 느낌이었다.
백색의 벽면들이 칠성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쁘게 오가는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진들도 보였다.
“뭘 멍 때리고 있냐, 촌놈같이. 따라와!”
지우혁이 주변을 신기한 듯 둘러보고 있는 칠성의 팔을 툭 치더니 앞서나갔다.
“조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지우혁이 차트를 들고 연구실을 누비고 있던 대머리의 남자한테 칠성을 소개했다.
“이 친구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김칠성이란 사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칠성입니다.”
“오~ 김칠성씨? 안 그래도 우리끼리 말 많았습니다.”
칠성이 악수를 건네자 조소장이라는 사람이 흔쾌히 손을 잡고 흔들며 말했다.
“제 얘기를요?”
내 얘기를 왜했지?
이 사람들도 지강탱인지 뭔지 하는 걸 봤나?
“네, 포지션 테스트자료가 건너와서요.”
그러고는 들고 있던 차트를 슥슥 넘기더니 말을 잇는다.
“보세요, 여기 압력저항 10톤? 이런... 이런 탱커는 국내에선 없어요! 처음입니다.”
“아, 그래요?”
나름 괴수 공격을 맨몸으로 무시하고 지하철을 상대로(?) 여자도 구했는데.
이 아저씨들은 티브이는 안보나?
“뭐 10톤?!”
지우혁이 소장의 말을 듣더니 기겁했다.
“마~ 형이야.”
“야~~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지우혁이 싱글벙글 웃으며 칠성의 팔을 툭 친다.
크크크, 이놈아. 놀라긴.
형 재주가 고작 그 정도가 아니란다.
“이정도 클래스면 아마... 중국의 탱커 능력자 정질에 비견되지 않을까요?”
“정질, 금강불괴 정질이요?”
칠성이야 나중에 알게 되는 정보지만,
정질은 중국 대륙에서도 톱클래스의 탱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탱커 중 한명이다.
“어쨌든, 이정도면 연구 대상이니까요. 연구원들이 수선을 떠는 것도 당연하죠.”
이런... 적당히 할 걸 그랬나?
이거 괜히 탱킹쪽으로 너무 뛰어나서 연구대상으로 검사니 뭐니 당하다가 흑마법사인걸 들키는 거 아니야?
칠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는 조소장을 따라갔다.
“자 뭐 일단 공통적으로는 방어구부터 맞춰야죠? 뭐 김칠성씨 같은 경우엔 특이할 정도로 물리저항이 상당히 강하긴 하지만, 마련 돼 있는 걸 안 쓸 필요야 없죠. 안 그래요?”
조소장이 안내한곳엔 거대한 철제 케이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중에 파란색 뚜껑의 케이스에 조소장이 보안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눌렀다.
승스승, 쉬쉬쉭!
그러자 케이스가 마치 SF 영화의 로봇처럼 스스로 재조립되며 방어구 전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호오~?”
가볍게 감탄하는 칠성.
우혁이가 조소장을 도와 칠성의 몸에 장비들을 채워준다.
신기한 것은 제법 헐렁해보였던 방어구들을 칠성의 몸에 두르고 무언가 조작을 하자 안쪽의 케이블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몸에 들러붙어 칠성에게 딱 맞는 맞춤 사이즈가 되어갔던 것이다.
“허....”
“어이구 이 촌놈. 신기하냐?”
우혁이 놀리듯이 말했지만, 사실 정말 신기했다.
방어구, 그러니까 굳이 다른 말을 쓰자면 갑옷인데, 갑옷하면 흔히 떠올리는 중세의 중갑옷 이미지가 아니라 마치 어디 비밀 군부대의 특수부대가 쓸거 같은, 철갑을 두른 스포티한 스타일의 활동복이었다.
“방어구라고 해도 가동성엔 일상복과 큰 차이점도 없을 겁니다. 우리 부서가 놀고 있지는 않다는 증거겠죠?”
조소장이 눈썹을 낚싯바늘에 걸린 것처럼 치켜 올려 보이며 씨익 웃어보였다.
과연 그 말 대로였다.
장갑은 건틀릿과도 같이 철판들이 둘러져 있었는데. 철판 같은 금속 부는 굉장히 얇았고, 또 철판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매우 유연하고 탄성 있는 섬유로 이뤄져있어서 움직임에 전혀 제약이 없었다.
옷들도 마찬가지였다.
꼭 월드컵 축구선수들을 위한 인체공학적 설계의 축구복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입었다는 느낌도 거의 없이 관절에 제약이 없었다.
무게는 엄청나게 나가서 몸이 축 처지는 느낌이었지만.
도합 100kg은 되는 거 같았다.
“뭐, 모자는 이런 디자인이지만요. 우리센스가 아닙니다. 나라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이지.”
조소장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그러면서 건네준 모자는 실망스럽게도 그냥 군모 엇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이렇게 세련된 방어구에 이런 군모라니.
“크크크”
퉁.
지우혁이 괜히 내 머리에 쓴 군모를 손으로 쳤다.
“하지마라.”
“흠~ 두 분 친하신가보네요?”
바쁜 손으로 이것저것 챙기던 조소장이 넌지시 말했다.
“예, 어렸을 때 친구거든요.”
“그렇군요~ 복 받으셨네요. 두 친구가 던전을 누비다! 퓨퓨!”
조소장이 양손 검지로 총을 만들어 총 쏘는 시늉을 했다.
드드드드득-.
“자, 그리고 이게 바로 우리 마법 테크놀로지의 정점 중 하나인... 탱커용 방패입니다!”
조소장이 바닥을 끄는 소리와 함께 힘들게 굴려온 것은 커다란 원형의 금속방패였다.
“오... 멋진데요?”
꽤나 신경 쓴 디자인이었다.
마치 중세 기사의 방패 같은 장식도 되어있었다.
태양 같은 테두리와 가운데는 무언가 괴수 같은 장식이 양각 되어있었다.
“가운데 있는 건 그... 붉은악마 아시죠? 치우천황입니다.”
그렇구나! 어디서 봤나 했네.
그거보다 이거 엄청나게 무겁다.
‘이건 적어도 200kg은 되겠는데...’
조소장은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굴려왔지만 칠성이라고 해서 이걸 들고 걸어 다닐 수 있을 거 같진 않다.
어차피 탱킹이 문제도 아니니 좀 더 가벼운 걸로 바꿔달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치우천황과 눈을 맞추고 있는 칠성에게 조소장이 손을 내민다.
“사원증을 줘 보세요.”
칠성이 사원증을 넘겨주자 조소장이 사원증을 본인이 가지고 있던 휴대용 기기에 넣더니 무언가 조작을 한다.
“사실은 사원증에도 상당한 수준의 던전 테크놀로지가 적용돼 있습니다.”
칠성이 무슨 소리냐는 듯 쳐다보자 조소장이 씩 웃는다.
“뭐 일종의 사용자 등록이죠. 자 이제 다시 사원증을 목에 거시~고.”
조소장이 목에다가 사원증을 채워준다.
“능력자시니까 마나는 운용하실 줄 아시죠? 사원증에 마나를 불어넣어보세요.”
음...?
사원증도 일종의 아티펙트인가?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사원증에 마나를 불어넣은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둥! 두웅- 둥!
사원증에 조심스레 조금 불어넣은 마나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마나의 통로를 타고 각종 장비로 퍼져나갔다.
“오~?”
방어구, 철모, 건틀릿, 방패 순으로 마나가 퍼져나갔고, 각각 장비에 있던 눈에 보이지 않던 마법진에 마나가 채워져 들어가는 게 보였다.
물론 일반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이....거?”
놀라웠다. 100kg 가까운 무게의 방어구가 순식간에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게 됐다.
‘경량화 마법!’
상당한 고급수준의 마법진을 멋들어지게도 새겨놓은 것 이다.
물론 드워프 명장 급의 기술력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기대 이상의 상당한 수준이었다.
사원증 내에 마법스크롤이 있고, 아마도 조소장이 각각의 장비와 사원증 내의 마법스크롤을 연동한 것 같았다.
방패역시 200kg 의 엄청났던 무게가 그저 한손으로 번쩍 들릴 만큼 가벼웠다.
“대단해....”
인류의 현대기술에 마법기술이 접목되자, 이세계의 인간들은 꿈도 못 꿨던 레벨의 아이템이 이렇게 손쉽게, 그것도 양산이 되어서 탄생 한 것이다.
“후후후후,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대단한 겁니다.”
조소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지만 사실 칠성의 눈에는 이미 뭐가 대단하단건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초급 마법 저항에... 중급 속성저항 까지.’
“나노 세공으로 수많은 마법진이 장비들에 새겨져 있지요.”
‘수준도 굉장해.’
적용되어있는 마법진들 자체는 의외로 고위 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들의 조합과 현대적 소재의 합으로 칠성조차 생각해보지 못 한 아티펙트들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얼마 가지 않아서... 아니 정말로 어쩌면.
‘이미 추월 해 있는게 아닐까...?’
헌특부 직원에게 지급되는 장비지만 양산형 장비의 퀄리티가 이 정도다. 지금 당장에 어디선가는 더 대단 한 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크게 이상 할 것은 없었다.
사실 칠성의 경우엔 마나코팅한 방어구에 무식하게 마나를 밀어 넣어 제끼는 편이 훨씬 높은 방어력을 낼 수 있는 수단이었으나.
이렇게 적은 마나의 투입으로 이정도 효과를 내는 고효율의 장비를 만들어낸 것은 백번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일이었다.
대단하다.
“백미는 바로 방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