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6화 (6/145)

# 6

S1 : 6화

* * *

“캬~ 건물 죽인다.”

어느 날부터 전 세계적으로 등장한 ‘문’ 던전과 몬스터들.

그리고 마치 새로운 위협의 등장에 맞춰 진화한 인류처럼 등장한 ‘헌터’ 들.

대한민국에서 이 모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것은 대한민국 헌터 특별부였다.

뭐, 공무원들이 일 제대로 하는 경우를 본 일이 별로 없기야 하지만.

뚜우우-.

그리고 칠성은 그 헌터 특별부의 장엄한 15층 사옥앞 건너편 교차로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오늘에 운세는... 지나가는 와이번을 조심하고...>

“습~! 시꺼.”

문자 그대로 칠성 발치의 그림자가 보랏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말을 걸어왔다.

보랏빛의 동그란 외눈, 보이드 였다.

그림자 군주. 그림자 정령들의 왕인 보이드는 언제고 칠성 주변의 그림자를 통해 나타날 수 있었다.

평소에는 꽤나 과묵한 편이었으나 이렇게 가끔 뜬금없이 말을 걸어오곤 했다.

그것도 소위 아재개그 라고 불리는 아저씨 취향의 개그로도 쳐 주지 않을, 그저 의미 없는 잡설들 이었다.

“오늘 중요한 날 이라고.”

커다란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자 커다랗고 훤칠한 로비가 드러났다.

드높은 천장. 대리석의 마감재와 깨끗한 유리벽, 로비 한편엔 사람 키보다 큰 분수대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키야, 이거 뭐 그냥 아주 돈 겁나게 쏟아 부었구만?

야자수와 커다란 명화, 안내 데스크 등은

리조트 로비라고 해도 믿을만한 관경 이었다.

다만 분위기는 마치 대형 은행의 금고 경비같이 삼엄했다.

대체 이게 뭐 하는 곳 이라고 이렇게 까지 하지?

\사옥 안으로 들어가는 지하철 개찰구 같은 출입증 검사기 앞쪽엔 커다란 유리 방화벽이, 그 앞에는 무장 경비대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한솜이가 걸어 나왔다.

“왔어요?”

흰색의 여성정장. 그리고 흰색의 하이힐 구두. 언제나 같은 백금발의 단발머리.

‘오~’

여자긴 하구나?

처음 봤을 때는 은갑옷에 붉은 망토를 입은 만화 주인공 같은 모습. 두 번째 봤을 때는 무슨 범죄자가 연상되는 버버리 코트에 마스크 차림이어서 몰랐는데.

오피스레이디 스타일로 차려입은 한솜이는 여성미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한솜이를 따라서 가선 포지션테스트를 받았다.

헌특부의 보직 구분은 세가지다.

방패를 들고 전방에서 팀원들을 수호하는 탱커.

칼 등의 냉병기를 사용해 몬스터와 대적하는 기사.

그리고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으로 지원하는 마법사.

이 세 가지의 포지션에 얼마나 합당한지를 검사하는 테스트가 포지션 테스트이다.

포지션 테스트는 의외로 매우 체계적이었고, 의외로 매우 무식했다.

체계적이었다는 말은 생각보다 체계적인 검사 기구와 분류표가 있었다는 말이고, 무식하다는 것은 그 분류가...

“마지막 10톤입니다.”

쿠구구구구-.

압력에 대한 내구성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에 들어간 칠성의 팔이 10톤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미친 인간들이...’

중력조절 마법을 응용해서 만든 검사 장치가 팔을 짓누르는 방식이었다.

적당히 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100킬로에서 시작된 압력 테스트는 10톤까지 준비되어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진짜로 지강탱이네요.”

모든 테스트가 끝나고 마침내 한솜이가 칠성의 손에 사원 증을 들려주었다.

이름 : 김칠성

포지션 : 탱커

주특기 : 물리저항 (S+)

어느 회사에서나 있을 법 한 평범한 외관의 사원증.

유리로 만든 케이스에 담긴 붉은 라벨의 카드가 빛이 난다.

헌특부 헌터의 사원 증은 라이선스의 역할도 겸한다.

사원 증엔 검사실에서 찍은 어색한 표정의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풉”

한솜이가 사원 증을 건네주다 웃음을 터뜨렸다.

“뭡니까?”

“아니 그... 눈 좀 뜨고 찍으시지 그랬어요.”

그게 뭐가 그리 웃긴지 거의 울려고 한다.

들여다보니 눈을 뜨다가 말고 찍힌 모습이다.

아니 뭔, 이런 사진을 써 놨데.

좀 아쉽지만, 쩝.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크~’

어쨌든 대한민국 헌특부 산하의 헌터!

큰 의미는 없지만 6급 공무원에 준한다.

‘6급이라... 출세했네.’

아주 먼 과거. 칠성은 학교 다니던 시절 9급 공무원에 응시 해 볼 까 진지하게 고민 했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교를 건너뛰고 바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이 될 요량으로 말이다.

인생은 예측불허하게 흘러갔고, 계획대로 된 공무원은 아니지만 6급이라니.

목에 건 사원증이 든든한 느낌이다.

“아마 원래 계획대로 칠성씨는 바로 우리 팀 인턴으로 배치 될 거예요.”

“인턴이요?”

“네 우리 팀 나름 레귤러라...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포지션 테스트에서 A등급 이상 받아야 해요. 뭐 인턴이라도 유급인턴 이니까 걱정 하지 마시구요. 인센티브 같은 건 차이가 있겠지만.”

“흐음...”

조금 맥 빠지는데. 그래도 남들보다 훨씬 단축된 코스를 밟는 것 같으니 불평하기도 그렇다.

“그런데 어디 가는 겁니까?”

분위기상 한솜이가 상관이 될 느낌이었기에 칠성은 이전과 달리 존댓말을 꼬박꼬박 챙겨서 써 주고 있었다.

“아, 장관님이 찾으셔서요.”

‘장관이?’

동영상 보고 칠성을 찾았다는 장관 말인가.

왁자지껄한 1층.

우글우글한 사람들 사이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그리고 탔는데, 엥?

정말 신기하게도 사람들과 방향이 엇갈리더니 엘리베이터 안에 한솜이와 칠성만 남았다.

도도동...

한솜이가 15층의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조용히 올라간다.

한솜이는 엘리베이터 패널의 바뀌어가는 층수만 쳐다보고 있었다.

반짝이는 햇살이 엘리베이터의 유리벽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한솜이의 밝은 백금 발에 햇빛이 부서져 여신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백옥 같은 피부와 가냘픈 턱선, 포인트로 칠한 핑크빛의 촉촉해 보이는 입술.

상큼하고 달달한 과일향이 코끝을 스친다.

“뭘 그렇게 봐요?”

불쑥 물어오는 한솜이에 당황한 칠성.

“예? 아...”

“내 얼굴에 묻었어요?”

샐쭉하게 웃으면서 자기 얼굴을 매만지며 물어온다.

“아니 그냥....”

“긴장했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성큼 칠성 쪽으로 다가와 동그란 눈동자를 맞춰오며 얼굴을 들이미는 것 이다.

숨 냄새가 난다.

“뭔데요~ 말 해봐요.”

‘아..아니 왜 이렇게 가까이...’

“아니 그게... 그냥 햇빛이 솜이씨 머리에 비추는 게...”

“비추는 게요?”

“그게 참...예쁘구나 하고...”

“네에?”

그러고는 재밌다 는 듯 숨을 죽이고 킥킥 대는 것 이다.

“제가 좀 예쁘죠? 반했구나? 칠성씨.”

“예에? 아니거든요?”

뭐 이런 뻔뻔한 여자가 다 있나!

자기스스로 예쁘다니.

아니... 아니 뭐 그렇다고 추녀라는 건 아니지만... 또 뭐 따지자면 꽤 괜찮은... 그래 뭐 AEA 조아 누나도 닮았고 어지간히 예쁘긴 하지만...

“부끄러워 하기는!”

그러면서 내 팔을 툭 치며 웃는 것 이다.

“아니거든요? 내가...”

띵~

그러는 사이에 15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려서 대화는 끊겼다.

하아... 여자는 진짜 요물이다.

어떻게 된 게 600년을 살아와도 적응이 안 되는 거지?

15층은 지극히 심플했다.

주변에 몇몇 개의 사무실이 있었으나 중앙에 가장 크게 장관실이 있었다.

장관실 앞에는 장관 비서가 데스크에 앉아있었고, 장관실은 마치 대통령 벙커가 생각날 듯 두꺼운 방호벽으로 쌓여있었다.

문은 은행 금고처럼 복잡한 보안식의 무거운 철문이었다.

비서의 안내를 따라 들어가자 장관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자신의 앞으로 안내된 우리에게 무음으로 잠시만 기다려달란 제스처를 보냈다.

5~60평은 되어 보이는 장관실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많은 장식이 되어있었다.

다른 방으로 통하는 듯한 문 도 있는 걸로 봐서 준비되어 있는 공간이 이게 끝도 아닌 거 같았다. 층 하나를 통째로 장관이 쓰고 있는 느낌.

수집품으로 보이는 여러 장식품들이 벽에 걸려 있곤 했는데...

‘저건...’

일본도와 목조 모형 배 사이의 벽에, 묘하게 익숙한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족자가 걸려있었다.

태극 문양을 품은 염소뿔이 달린 역 오망성, 양 옆엔 한손엔 창, 한손엔 나팔을 든 천사들이 아로 새겨져 있는 문양.

그런데 문양의 테두리 형태가 너무 익숙하다.

윤곽을 따라서 뜯어보면 틀림없는 마법진이었다.

그것도 악마 소환의 마법진.

족자 속의 마법진은 원본 마법진을 형상화해 마치 어떤 그림 같은 문양으로 변형해 둔 것 이었으나, 흑마술에 익숙한 칠성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악마 소환진으로 만들어낸 문양이라.

흑마술 집단의 심벌이 분명하다.

그리고...

“반갑소. 대한민국 헌특부 장관 안희훈이라 합니다.”

통화를 끝낸 장관이 손을 내밀었고 악수를 했다.

“헌특부 소속이 된 탱커 김칠성입니다.”

“하하하, 칠성씨야 스타죠. 잘 부탁드립니다.”

장관이 정치인 특유의 미소를 밝게 웃으며 응대했다.

“저 야말로요.”

결정적이었다.

칠성은 인사를 나누면서 장관이 탐지마법, 오러아이를 쓰는 걸 포착했다.

거기다 오러아이를 쓴 장관의 눈은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흑마술사란 증거다.

아마 본인이야 조심해서 시동어조차 쓰지 않고 썼고,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냄새만으로 마력의 종류까지 알아맞히는 식마 일체의 칠성을 속이기는 무리다.

이런 칠성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관은 시치미를 떼고 인사를 이어간다.

“한솜이씨가 잘 안내해 주시고요... 우리 한 팀장은 바티칸 출신의 수재로 실력파입니다. 아마 잘 적응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바티칸. 역시, 성기사였구나.

칠성은 성기사가 왜 대한민국의 공무원자리에 있는 지야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여기서는 당연하다는 듯한 분위기니 말을 아꼈다.

“과찬이십니다.”

장관의 칭찬에 한솜이가 고개를 까닥인다.

“...예 그럼, 일들 보세요.”

“네 가보겠습니다.”

인사와 덕담이 끝나고 나서려다가.

“장관님 저...잠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그냥 지나 칠 수가 없다.

장관이 사용한 오러아이는 상대방 마나의 색깔과 크기를 확인하는 탐지계 마법이다.

장관은 방금 전 오러아이로 칠성은 흑마술사라는걸 확인했을 것 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면 탱커로 들어온 신입이 사실은 흑마술사 라는 게 이상할 법도 할법한 상황.

그런데 단 한마디도 그에 관한 언급이 없다?

무슨 생각인지를 알아야겠다.

“예, 말씀하세요.”

“독대를 하고 싶은데요.”

그 말에 장관의 눈빛이 바뀐다.

눈치는 있는 모양이지?

“...한솜이씨. 밖에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옛, 옙...그럼...”

장관이 칠성을 노려보는 체로 말하자 한솜이가 눈치를 보며 퇴장한다.

서열로 따지면 까마득히 위인 장관이란 사람과 오늘 첫 출근한 신입의 기싸움.

평범한 일상이 아닌, 기묘한 비일상의 긴장감이 흐르는 장관실.

드르르륵...쿠-웅.

벙커 같은 장관실의 문이 완전히 닫혔고,

칠성은 서서히 살기를 끌어올렸다.

치치치치칙-.

주변의 공기가 날카로워지며 장관에게 천천히 걸어가는 칠성의 발치에 닿는 바닥재가 검게 그을려 일어난다.

특별한 마법을 사용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기운을 최대치까지 돋구었을 뿐.

그것만으로도 칠성 주변의 아우라가 요동치며 변화들이 일어났다.

“김칠성씨?”

일어선 덩치 좋은 블랙슈트의 장관이 기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응대한다.

“장관님? 우리 둘이서만 따로 할 얘기가 있죠?”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어호라.

칠성의 살기가 우습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슬쩍 비웃기 까지 한다.

날 완전히 밥으로 봤다 이거지?

정신교육이 필요하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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