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S1 : 5화
* * *
2차 테스트는 간단했다!
간단한 아티펙트들에 마나를 자유자재로 불어넣을 수 있나 없나를 기준으로 삼았다.
나를 의도적으로 불어넣는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헌터로 인정이 되는 셈 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3차 테스트.
“히야아압!”
툭. 콰트트특!
칠성이 휘두른 망치가 준비된 시험용 정육면체의 암석 오브젝트에 내리쳐졌다.
가벼운 타격음과 함께 암석에 금이 간다.
퍼펑!
칠성이 돌아섬과 동시에 정육면체의 암석이 폭파되 가루가 되었다.
지켜보던 감독관들이 땀을 흘리며 안경을 치켜 올렸다.
3차 테스트는 기사계로 지원했기에 오브젝트 파괴에 이은 가압 테스트가 이어졌다.
약 500 킬로의 압력을 버텨내자 끝!
면허증 발급절차역시 운전 면허증 굉장히 간단해서 빠르게 발급되었다.
칠성의 손에 반들반들 빛이 나는 초록빛 라벨의 1급 헌터 자격증이 손에 들어왔다.
“후후후후후....”
어? 내가 이 정도다 이거다.
자격증을 보며 실실 웃는 칠성.
“뭐해?”
“컥.”
칠성이 혼자 흡족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데 뒤에서 박정민이 툭 치며 말을 걸었다.
“면허증이네. 그것도 1급?!”
박정민이 호들갑을 부린다.
“크... 다음에는 나도 반듯이!”
다음을 기약하면서는 주먹을 쥐고 이까지 간다.
칠성은 3차 테스트를 해보고 나서야 박정민이 왜 그렇게 까지 자신감에 들어찼는지 알 것도 같았다.
어디서 소문이라도 들었겠지.
큰 압력을 견디고, 돌덩이를 망치로 부수고.
그런 테스트라니 마나에 대해 잘 알지 못 한다면 힘이 센 자신이 유리하다고 여길 만도 하다.
‘아마 1급은 힘들 것 같은데.’
등급 결정짓는 3차 테스트는 칠성이 보기엔 박정민에겐 무리였다. 잘 하면 암석에 금이나 갈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박정민이 들러붙었기에 번호 교환까지 하고 헤어졌다.
꼭 칠성에게 무슨 비법이라도 캐내려는 것 같았다.
박정민이 우연히 찍은 것 치곤 의외로 제대로 된 스승을 찾아 온 격 이었다.
그래봤자 칠성은 가르쳐 줄 생각이 없지만 말이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거지만 나름은 정민을 생각해서 그러는 것 이다.
‘애매하게 강해지면 인생 피곤해 지더라고.’
그리고 며칠 뒤.
“화~ 진짜 땄네?!”
또 예의 그 술집에서 만난 지우혁이 헌터 면허증을 보고 호들갑을 떤다.
“새끼! 구르는 재주가 굼벵이에게 어?!”
“뭐래는 거야 큭큭큭”
마시자 마셔.
크~ 오늘따라 소주가 달다.
“예전엔 진짜 술이 달다는 게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말야. 오늘은 진짜 달다.”
이제 다 잘 풀릴 거다.
헌터 면허증도 땄고 헌특부 테스트만 붙으면 된다. 시험 유형은 거의 비슷하다고 했으니 떨어질 리가 없다.
마음도 안정되고 가족들 볼 낯도 드디어 선다.
물론 식구들이 칠성이 백수라고 압박을 준 것은 전혀 아니지만 말 이다.
마음이 편해지니 쓰디쓴 소주도 단 느낌이다.
“어. 이거 단 거 맞는데?”
그렇게 감상에 빠져있는데 지우혁이 소주병 라벨을 칠성 쪽으로 돌려서 보여준다.
`허니버터소주`
“요즘은 이런 거 많이 만들더라.”
“...뭐 이딴 걸 만들고 그래!”
“참 나, 또 달다고 잘 먹어놓고 허허”
큼.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이거 잘~하면 같은데서 근무 하게 될 지도 모르겠는 데요 사우님?”
잔에 술을 채운 우혁이가 능청맞게 말한다.
깐에 자기가 헌특부 직원이다 이거지?
뭐. 헌특부 이상 가는 직장이 없으니 잘 되자는 덕담이다.
“아이고~ 잘 부탁 드립니다 사우님.”
짠
웃음소리와 함께 잔이 부딪힌다.
“후우우우우....”
지우혁은 대리기사를 불러 자신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뭔 진 몰라도 번쩍한 고급 외제차 같았다.
칠성은 태워주겠다는 걸 만류 하고,
홀로 지하철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 듯 고개를 든 칠성의 시선에 무언가가 보였다.
칠성의 옆쪽의 플랫폼의 자동차단문 하나가 망가져 있었다.
그 앞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하나가 망가진 차단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해 보고 있었다.
“으후~”
술에 취한 듯 비틀대는 여자.
간간히 한숨을 쉬기도 하고 하는 것 이었다.
‘뭐 하는 거지...’
그런데 다음 순간이었다!
빠아아앙-. 끼이이이이이이----
“꺄아아악!!”
“사람이 떨어졌다!”
“누가 어떻게 좀 해봐요!”
“엿-까튼 데당아-! 나는 간다하~!”
다음순간 난리가 났다.
검은 코트의 여자는 선로 위로 몸을 던졌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열차를 양 팔을 펼쳐 환영했다. 술에 많이 취한 듯 웃고 있었다.
열차는 멈추려고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아아앙!
끼이이이익......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불꽃의 스파크, 연기가 피어올랐다.
자신이 도저히 이기지 못 할 존재에 부딪힌 열차가 크게 들썩이며 걸음을 멈췄다.
“뭐야? 뭐야??”
“세상에나...”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관경에 사태파악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아~ 진짜.’
골치 아프게 됐다. 조용히 좀 살려고 했더니.
“지강탱이다!”
“어 진짜 지강탱 아니야?”
열차의 앞부분은 칠성과 부딪혀 크게 찌그러져 있었다.
칠성은 무어라 무어라 하며 사진을 찍어대는 인파를 무시하고 품 속의 아가씨를 살핀다.
“괜찮아요?”
“아... 그게...”
방금까지 술주정을 하던 아가씨는 술이 확 깬 표정이었다.
아마도, 자살이겠지.
목숨을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아가씨였다.
찰랑한 흑발, 새하얀 피부에 귀여운 얼굴.
보기에는 갓 20살이나 되었을까.
“뭐 당신 인생에 내가 관여할 자격은 없겠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런데 말이야...”
칠성이 느릿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외모야 고등학생 정도지만, 600년의 삶의 지혜가 담긴 교훈이다.
“절대로 안 올 것 같은 날도 오더라고. 그러니까...”
정말이다. 살아있으니 지구에 돌아오는 날도 있지 않던가.
칠성의 품에 안겨 반쯤 누워있던 아가씨를 바로 세워주었다.
칠성 덕분에 목숨을 건진 아가씨는 마치 성인이라도 접견한 듯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살아봐.”
칠성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섰다.
뚜벅 뚜벅, 걸어가는데 뒷모습을 지켜보는 아가씨의 시선이 느껴진다.
캬~~~~!
이 번건 내가생각해도 좀 멋있었다! 크~~~
역시 남자는 가오제잉~~!
그렇게 플랫폼으로 기어 올라갔는데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저번과는 전혀 다른 버버리 코트 차림에 누가 알아보기라도 할까봐서 인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백금발의 머리칼이었다.
“...지강탱씨?”
한솜이였다.
* * *
“지강탱씨?”
지하철에서 알지도 못하는 술 취한 아가씨를 구한 뒤,
플랫폼으로 올라오자 있는 것은 한솜이였다.
“아닌데요.”
대체 지강탱이 뭐 길래 사람들이 지강탱 지강탱 거리는 거지?
그 보다도 이 여자랑 얽히면 골치 아파질 거 같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잠깐, 잠깐요!”
칠성이 붙잡는 한솜이에게 대충 대답한 뒤 빠르게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려는데, 기어코 뒤쫓아 온 한솜이가 달려서 붙잡는다.
“아니 아니, 저 몰라요?”
잽싸게 주변을 살펴보더니 칠성을 구석으로 끌고 가서 마스크를 슬쩍 내려보인다.
“저예요 저! 한솜이!”
아니 이 여자는 눈치가 없나? 생글생글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는 것 이다.
“그때 쇼핑몰 앞에서 만났잖아요! 방어복을 안 입어서 못 알아보나?”
“아 예....”
대충 대답 해 주고 상황 봐서 빠져나가야겠다.
모르는 성기사랑 말 섞을 필요는 없지.
“제가 이름도 모르잖아요. 성함이...?”
그런 칠성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캐물어 오는 한솜이.
하아, 진짜 왜 이러는 거지.
칠성 입장에서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기사가 이러니 부담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혹시 내가 흑마법사인걸 눈치 챈 건가?’
그럴 수도 있다.
그렇던 아니던 일단 신상은 숨겨야겠다.
“내가 왜 이름을 알려드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 아니아니... 저 그러니까 들어보세요.”
“나 바쁜 사람입니다.”
“헌터. 헌터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자꾸 헌터 헌터 하시는데, 저 이미 헌터 면허증 있거든요? 무슨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헌특부 공채라도 붙여줄 수 있다 이겁니까?”
칠성이 비꼬듯이 되묻는데, 한솜이가 똑 부러지는 말투로 대답한다.
“네. 그것도 공채도 아니고 특별채용.”
“뭐?”
“저 헌특부 진압 3팀 화랑팀 팀장 인데요.”
그러면서 한솜이가 내민 사원증.
한솜이 사진부터 헌특부 로고까지 그럴싸하다.
“아니 그보다 나를 몰라요? 간첩이세요?”
뭐, 뭐야. 모르면 안 되는 거냐?
하긴 저번에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거 보니 유명한 거 같긴 하던데. 이럴 땐 역시 만능 빠지선이지.
“그게 아니고 빠지선....”
“빠지...뭐요?”
“아니 됐고,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나한테 이러는 겁니까?”
뭔가가 이상했다.
한솜이 눈에 들었다고 해도 헌특부 직원을 이렇게 아무렇게나 막 꼽아주고 그래도 된단 말인가?
“지강탱! 이잖아요?”
“지강탱?”
칠성이 되묻자 한솜이가 생긋 웃더니 핸드폰으로 동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이 것 때문에 장관님께서 관심을 가지게 됐거든요. 꼭 잡아오라고 어찌나 성화인지.”
‘이건...’
칠성이 멍하니 있다가 달려온 민달팽이 괴수에게 맞는 장면이다. 엄청난 공격에 당하고도 멀쩡히 서 있는 게 마치 한편의 꽁트 같다.
‘이건 생각도 못했네...’
동영상의 제목은 지구 최강의 탱커.
탱커라 하면 헌특부 산하 요원 중 전방에서 몬스터를 진압하는 보직. 헌특부 홈페이지에서 봤다.
“당황스럽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인터넷에서, 뭐 유명인사 같은 게 되었다?”
“그럼요! 지구최강의 탱커님!”
한솜이가 윙크와 함께 엄지를 척 올려 보인다.
며칠 뒤 설날.
“우리 성진이 의사 됐잖아~!
“어머 그래? 어디 어디?”
“어디긴~ 서울대출신이니까 서울대 병원이지. 철웅이도 서울대지?”
“그래~~걔 이번에 어디서 스카웃 제의 받았다고. 여기저기서 오라고 난리야 아주~ 골치 아프데!”
지방의 큰아버지 댁.
성진이도 철웅이도 오지 않은 큰아버지 댁에서 작은아버지와 숙모의 호들갑이 이어졌다.
칠성의 아버진 작은아버지와 큰아버지, 숙모와 함께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고.
엄마는 전을 부치고 있었고.
칠성은 꼬꼬마 사촌동생들과 놀고 있었다.
“캬캬캬 아직 멀었다 이 자식아!”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놈들도 있었고, 칠성이 없는 사이 태어나 자란 녀석들도.
또 정말 충격적이게도 사촌 형이 낳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있는 케이스까지.
하여간 핏줄이란 이런 것 인지.
처음 봐도 어색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옛날 같으면 딱 피곤해서 질색했을 칠성도 간만에 보니 사촌들이 너무 귀엽고 반갑다.
쿠웅!
칠성이 개중에 덩치가 큰 육 학년짜리 사촌을 레슬링으로 방바닥에 엎어버렸다.
“헥토파스칼~킥!”
디용.
여덟 살짜리 초딩의 날라 차기가 칠성의 엉덩이에 부딪힌다.
‘해 보자 이거지?’
“우와악! 화났다! 이 자식들~~!”
“꺄하하핫 그만!”
“개물이다 도망쳐!”
“그래 간지럼 괴물이다~!”
크크크크.
웃음소리가 퍼진다.
“하~아.”
한참을 그러다 지쳐서 방바닥에 퍼드러진다.
칠성이 대자로 눕자 대, 여섯 살 꼬맹이들이 남자애 여자애 할 것 없이 서로 경쟁하듯 칠성의 팔을 베고 눕는다.
“칠성이는 고졸인가 그럼?”
“아니지 고등학교 중퇴니까 중졸이지.”
“아유, 어쩔 생각 이래 그래서? 학교가? 검정고시?”
씁쓸.
눈치 없는 친척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사람들은 꼭 이런다.
사람이 없어졌다가 십년 만에 돌아왔는데
걱정해준다고 하는 소리로 사람 부아를 돋궈놓는다.
아버지는 한참을 말씀이 없으시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저 알아서 하겠지 뭐....”
씁쓸함이 묻어나는 아버지의 목소리.
“형아. 나도 커서 성진이 형아 처럼 의사 될꺼다.”
움~.
뭐 의사나, 판사나 검사가 될 일은 없겠지.
앞으로도 최소 수백 년은 살아갈 테니까 혹시 모르긴 하지만.
“그래서 칠성이는 뭐한데? 논데?”
“아니~ 그거 뭐냐...”
크크크크...
굳이 고개를 들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안경이 쓸어 올라가는 소리.
은근히 자부심 있는 입 꼬리.
“헌터인가 뭔가 한다던데?”
칠성이 꼬맹이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형아 백수 아니야 인마.”
크크크...
“헌터야.”
다음날.
두둥두 두두둥~
칠성 답지 않게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었다.
“잘하고 와라. 우리아들 파이팅!”
엄마가 주먹을 탁 쥐어 보인다.
“다녀오겠습니다.”
칠성이 인사와 함께 집을 나선다.
첫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