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무집행 흑마법사-4화 (4/145)

# 4

S1 : 4화

* * *

헌터 시험장.

이미 칠성과 같은 시간대에 신청한 사람들인지 적지 않은 수의 인파가 입구에서부터 함께 비슷한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삘 왔다. 따라간다.

헌터 시험장의 건물은 뭐랄까,

과도한 예산이 바탕 된 고급진 건축 자제들, 그리고 가히 유감없는 공무원 센스로 완성된 하나의 걸작 이었다.

미국 드라마 같은 곳 에서나 나올 법 한 대리석 바닥과 세련된 유리벽 위에 ‘면허증 시험대상자 이쪽으로 →’ 라는 포토샵으로 작성된 무지개 색 A4용지 프린트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식 이었다.

키야, 무슨 초능력자가 난무하는 세상이 되도 우리나라 공무원 센스엔 초능력이 생기지 않는구나.

“뭐, 알기는 쉬워서 좋구만~?”

피식, 칠성은 웃음이 나면서도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은 화살표를 따라서 시험장으로 향했다.

헌터 면허증 시험엔 우선은 마나 테스트가 있었다.

사실 능력자가 아닌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약간의 마나들은 가지고 있었고, 운용하는 마나의 양이 기준치 이상이 되어 그것이 무언가 변화를 일으킬 수준이 되어야 헌터로 분류되는 식.

‘사실 헌터라는 용어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거 같긴 한데.’

이세계에선 누구도 마나를 운용하는 사람을 헌터라고 부르지 않았다.

마나를 운용해 이변을 일으키고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이야 많았지만 말 이다.

마나를 운용하는 사람들을 거기선 기사나 마법사 같은 이름으로 불렀다.

여기 지구에선 칠성이 사라졌던 10년 전, 갑자기 등장한 ‘문’ 들을 통해 나타난 몬스터들.

어지간한 현대화기는 무시 하다시피 막아내는 기묘한 존재들, 그리고 마치 그에 대항하듯이 나타나 몬스터들을 퇴치한 능력자들이 만들어낸 대립구도.

즉 이 몬스터들의 사냥꾼이란 의미로 초능력자는 무조건 ‘헌터’ 라고 부르고 있는 것 이었다.

뭐,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으니 뭘로 불리던 불만이야 없지만.

시험장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 번호표를 뽑았다. 뭐지? 시험을 보는데 무슨 대기 번호 표야.

“뭐 이렇게 많어?”

그런 의문은 대기실의 전경을 보고 한방에 해소되었다.

바글바글한 인파.

신청을 하고도 번호표 뽑아 줄을 서야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시험장 대기실에 시루떡 팥 소 처럼 줄서서 늘어져있는 사람들.

칠성은 그 수를 보곤 기가 질렸다.

“다~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지.”

엉?

등 뒤에서 들리는 굵직한 목소리에 돌아보자 검은 반팔티에 반바지, 굵직굵직한 근육이 옷 위로도 훤히 보이는 근육 돼지 스타일의 덩치 큰 사내가 칠성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별 볼일 없는 사람들?

칠성은 그 말에 방을 슥~ 한번,

그리고 나서 이 아저씨를 슥~ 쳐다봤는데.

참나. 어이가 없어서.

칠성이 보기엔 여기 모인 사람들이나 이 아저씨나 마나 보유량은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아저씬 별 볼일 있구요?”

“나? 허허허허! 당연하지!”

칠성이 넌지시 비꼬자 남자가 목에 울대를 울리며 껄껄 거리며 웃었다.

글쎄다. 내가 보기엔 영 아니신데.

물론 보기 드물 정도로 몸이 좋은 사람이다.

이종 격투기 선수라고 말해도 믿음직하다.

그렇지만 헌터가 되는 자질이 단순히 힘세고 잘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마나의 운용 이라면 `글쎄올시다` 이다.

“엉? 자네는 내가 딱 보니까 운동 좀 했겠구만.”

무슨 친한 사이도 아닌데 칠성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한다.

“벌크업은 안 돼 있어도 힘 좀 쓸 거 같은데?”

“끌끌... 뭐 그렇죠.”

사천왕 란돌프와 길리엄이 번갈아서 완성 시킨 트레이닝. 그리고 그들과 헤어지고도 틈틈이 맨손 운동정도는 하고 있었다.

소위 헬스인人이나 갓 운동 배운 고등학생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실전근육’ 이 전신에 자리잡고 있음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길리엄과 란돌프가 전수한 기사와 무극의 마나 운용술을 익힌 데다, 그 베이스가 되는 칠성의 마나는 두 말 할 필요 없이 대륙 최상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 아저씨랑 힘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두 말 하면 입 아픈 이야기였다.

“저거 봐 저저 한심한 놈들. 저런 놈들 태반이 아령 근처에도 안 가 봤을 걸?”

“흐음...그건 그렇긴 하네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 이야 아니었지만, 고작 칠성이 운동 좀 했을 거 같다는 이유로 이렇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운동 지상주의가 의 눈 엔 그렇게 보일만도 했다.

대기실을 가득 채운 사람들 중 대부분이 평범 그자체로 묘사 가능했기 때문이다.

체대생 스럽거나, 전투적인 인상으로 보이는 사람조차도 거의 없었다.

대한민국 젊은 남자들 아무렇게나 끌어 모아 놓은 무리 같았다. 간간히 여자들도 있었다.

“헌특부 공채만 되면 월급은 월급대로 많이 줘, 이건 철밥통도 아니지, 금밥통이지 금밥통. 거기다 군대 다 빼줘, 얼마나 좋아? 되기만 하면 인생 일발 역전이다 이거지. 그러니까 개나 소나 일단 질러라~~ 하면서 몰려드는 거라고.”

대기시간이 상당히 길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이 아저씨의 이름은 박정민.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 그리고 35세.

‘아저씨가 아니야...?’

뭐 군대 갔다 오면 아저씨라고 하긴 하지만,

뭐냐 이 노안은.

칠성은 척 봐도 최소 40대라고 생각했던 박정민이 고작 35살이란 사실에 놀랐다.

어쨌든 노안이건 말건 박정민은 편견이다 싶을 정도로 전형적인 근육 바보에, 밝은 성격이었다.

‘좀 있다 구겨질 표정이 기대 되는 고만?’

거기다 자기 자신이 틀림없이 헌터 중 헌터가 될 것 이라는 자신감까지 갖고 있는 박정민을 보며 칠성은 속으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띵동.

전광판에 칠성의 번호가 떴다.

박정민의 번호도 같이 떴는지 박정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쑈 타~임!”

칠성이 손마디를 꺾으며 중얼거렸다.

후딱 해치우고 가서 밥이나 먹자.

* * *

헌터 면허시험의 첫 번째 관문인 마나테스트는 굉장히 간단한 방식으로 치러졌다.

감독과 시험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원자들은 신상명세를 확인한 뒤 줄에 서 있다가 이름이 호명되면 나와서 방 중앙의 아티펙트를 양손으로 잡고 있기만 하면 됐다.

마치 거대한 펀치기계 비스므리하게 생긴 디자인의 아티펙트엔 커다란 크리스탈 구가 달려있었다.

크리스탈 구를 시험자가 잡고 있으면 마나의 흐름을 읽어 결과를 홀로그램으로 허공에 숫자를 비춰준다.

‘간단 하구만~!’

다행히 마나의 색깔을 알아채는 기술은 아닌 거 같았다. 그저 마나의 양이 이 사람들 기준의 단위의 숫자로 위에 표시 될 뿐 이었다.

이 테스트에서 통과하면 차후 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 해도 ‘마나 보유자’ 라는 애매모호한 자격증이 발급된다.

무슨 큰 의미가 있는 진 모르겠지만.

“이끄으으으!”

“355.”

흰색 민소매 티를 입은 뿔테 안경의 남자가 안간힘을 쓰며 구를 쥐어짜다가, 옆에서 기록 중이던 감독관의 짧은 ‘355’ 라는 말에 구를 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컥..헉..헉..”

“통과.”

헌특부의 관리대상은 마나 수치 200 이상의 사람이었다.

온 몸에 진을 뺀 듯한 남자가 통과란 말에 벌떡 일어나며 주먹을 쥐어 보인다.

“예아압!!”

결과 증을 받은 남자가 방이 떠나가라 기쁨의 기합을 지른다.

큭큭큭, 저리도 좋나?

“이거 뭐 아무나 시켜주는구만?”

칠성의 뒤 차례인 박정민이 우습다는 듯 중얼거린다.

아마도 자신 같은 근육덩어리가 아닌, 비실비실 해 보이는 남자가 통과되는 게 어이가 없다는 듯 한 뉘앙스였다.

박정민의 마나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증거다.

“김칠성씨.”

이름이 호명되자 칠성이 아티펙트 앞으로 걸어나갔다.

후~우 긴장 되는구만?

이세계에선 상식인 내용이지만,

마나는 의도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

하지만 온몸을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마나를 의도적으로 억누르는 것은 마치 숨을 참는 것 과 같이 큰 인내력을 담보로 했다.

왜, 청마법사들이나 무도인들이 호흡만으로 마나를 쌓아 가는 것 은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

그러니까 칠성의 경우에는 방금 지원자와 반대로 마나를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마나를 억누르는 데 사력을 다 해야 할 판이었다.

어디까지나 이목을 덜 끌면서 편하게 헌터로 돈이나 긁어 가는 게 목적이니까.

방금 칠성의 차례 직전의 형편없는 사내의 마나가 기준점을 통과할 수준이라니,

칠성의 마나가 그대로 공개되었다간 분명하게 이들의 상식 초과 수준 일 것이다.

‘평범하게 가자 평범하게.’

“흡!”

칠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숨을 들이마시고 마나를 잔뜩 억누른 채 아티펙트의 크리스탈 구를 잡았다.

‘딱! 200에 맞추자.’

우-웅.

칠성이 구를 잡자 크리스탈 구가 진동하며 빛을 내기 시작했고 주변에 각종 마법진을 허공에 그리며 마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들어온 백색의 마나가 몸 속을 도는 게 느껴졌다.

‘이정도면 딱 좋겠지?’

마나를 잔뜩 억누르고 그런 생각을 하는데.

“25. 탈락.”

컥!

탈락이란 말에 비틀거리는 칠성.

반사적으로 꽉 쥐어진 칠성의 두 손.

그리고 다음순간.

쾅!

쾅!콰쾅!

순간 시험장 일대가 엄청난 폭음에 휩싸였다.

“으악!”

“뭐얏!”

참가자들과 감독관들이 화들짝 놀라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칠성이 들고 있는 구 만을 제외하고,

커다란 마나 측정용 아티펙트의 본체가 마치 다이너마이트처럼 폭파해 휘날린 것 이다.

‘컥...실수했다!’

칠성이 기침을하며 먼지를 한움큼 뱉어냈다.

감독관이 무심하게 뱉은 너무나도 의외의 결과에 방심해 마나를 억누르는 걸 깜빡 해 버렸다.

일순간에 억눌러져 있던 마나가 풀려나자 마치 댐이 무너지듯 쏟아져 나간 마나가 측정기로 넘치도록 흘러들어간 것 이다.

산산히 조각난 아티펙트의 잔해들 사이로 잔뜩 긴장 한 채 쪼그려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람들 사이, 농구공만한 커다란 수정구를 든 칠성만 멍하니 서 있었다.

“세상에...”

“무슨 일이야 이거?!”

“이봐 괘, 괜찮아?”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박정민이 다가와 물었다. 건물 내에 대기 중 이던 의무관도 칠성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진단을 했다.

“빨리 움직여! 빨리!”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감독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새로운 아티펙트가 설치되었다.

“제품 불량이었던 것 같으니 다시 측정 해 보시겠어요?”

설치가 완료되었고, 기사들이 새로 설치한 아티펙트를 점검하는 사이,

당황한 감독이 땀을 닦으며 칠성에게 물었다.

“아 예.”

이번엔 적당히 조절해서...

음...

고민하던 칠성은 그저 수정구를 향해 손가락 한 개를 뻗어 툭 닿게 만들었다.

“아 저, 그렇게 하시면 충분히 측정이 안 되거든요? 양 손을....”

칠성의 행동에 감독관이 그렇게 말을 덧붙이는데 수정구가 밝은 빛을 뿜었다.

‘1000’

“천...”

허공에 뜬 홀로그램을 보고 감독관이 멍하게 중얼거렸다.

“빨리 주시죠.”

“아 예, 예”

칠성의 재촉에 멍하니 있던 감독관이 얼른 기록지에 기록을 하더니 통과를 뜻하는 초록빛 종이 티켓을 주었다.

‘씁~됐구만.’

잘은 몰라도 아마 1000 정도면 가끔 있는 수준이겠지?

의아한 시선들의 비를 느끼며 칠성은 차분히 시험장을 걸어 나가 2차 시험장으로 향했다.

* * *

“좋~아. 이 몸도!”

김칠성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신 박정민이 칠성에게 질 수 없다는 듯, 양 손을 비비며 포부 좋게 걸어 나와 수정구를 잡았다.

“흐아아아압!!”

잔뜩 얼굴을 상기시키며 수정구를 부여잡은 박정민의 팔뚝과 온몸에 굵은 근육과 핏줄이 꿈틀거렸다.

“으아아아!!!”

기합을 마구잡이로 넣는 박정민.

아티펙트가 이내 빛을 내며 박정민의 마나를 훑는다.

“...175점. 탈락.”

“켁!”

당황한 박정민이 비틀거렸다.

“뭐야, 뭐야 이거 불량 아니요? 새거 가져와 나도! 어서 어?! 뭐 이래??”

“다음~”

시크하게 박정민의 탈락을 기록하며 얼른 가라는 손동작을 하는 감독관 때문에 박정민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대체 그 쪼그만 자식은 어떻게 한 거야?”

키로 따지면 고작 자신의 가슴께 정도 오는 김칠성을 향하는 말 이다.

어느 정도 인정이야 했지만 자신보다 훨씬 못 할줄 알았던 김칠성이 자신을 훨씬 상회한 성적으로 통과되고, 당연히 최고의 헌터 유망주가 될 줄 알았던 자신의 탈락의 씁쓸함이 너무나도 억울한 박정민 이었지만,

박정민이 억울하건 말건 헌터면허증 2차 시험은 진행되고 있었다!

“별 거 없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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