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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로 개과천선-23화 (23/151)

23화 감히 검사를 건드려!

쾅!

“감히 어떤 새끼가 검사를 건드려!”

이규필 부장이 노발대발하며 책상을 쳤다.

“어떤 새낀지 몰라도 당장 잡아서 이 앞에 끌고 와!

감히 대한민국 검사를 죽이려고 들어?”

모처럼 열린 조회 자리. 이규필 부장은 시연이 습격 당한 소식을 듣고 얼굴이 벌개지도록 화를 냈다.

“조검, 뭐 소식 들어온 거 없어?"

“예, 없습니다.”

“좋아. 이 새끼 잡으면 절대 봐주지 말고 최고 형량으로 조져! 다들 알았어!?”

“예, 부장님!”

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검사들 역시 동료 검사가 습격 당한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소심한 편인 필웅의 선배 유 검사도 결연한 표정으로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죽이려고 들었다,라.’

필웅은 이규필 부장의 말이 신경쓰였다.

사실 정황상으로는 단순 강도사건이었다. 딱히 살인미수 사건으로 볼 만한 근거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 부장은 지나치게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단순 강도가 아니라 검사를 향한 살인미수 사건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필웅은 왠지 모르게 냉철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연이 걱정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사실 어제 그는 반쯤 정신이 나갔었다. 시연의 습격 소식에 미친 사람마냥 병원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원래 그는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연이 습격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의 안에 있는 무언가가 툭 끊어져 버린 느낌이었다. 단순히 친구나 동료를 대하는 감정보다는 분명 다른 감정이었다.

‘아니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필웅은 다시 이규필 부장의 반응에 대한 좀전의 생각에 집중했다.

‘정황을 보면 물론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단순강도로 보이는 게 맞는데 죽이려고 든다고 단정하는 이유는 뭐지?’

필웅은 순간 어젯밤 진우현과의 술자리가 생각났다. 시연이에게 사건을 넘겼다고 했을 때 보였던 이부장의 기묘한 표정이 문득 떠올랐다.

'설마?'

생각을 이어가던 필웅이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필웅은 이규필 부장을 힐긋 보았다.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이마에 핏대를 세운 채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필웅의 머릿 속에서는 어제 진우현과의 술자리에서 이규필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필웅은 더 이상 그가 부하 검사들을 아끼는 유쾌한 호인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날 저녁, 서다혜 기자가 필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검사님?”

“아, 서 기자님. 그 날은 많이 놀라셨죠?”

“아, 아니에요. 하하하. 정 검사님이 그렇게 잘 싸우실 줄은 몰랐어요. 사실은 그것 때문에 더 놀란 것 같아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서다혜의 목소리에는 딱히 두려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늦은 밤에 칼을 든 괴한에게 습격 당한 사람의 반응치고는 꽤나 침착했다. 필웅은 그녀의 담담함에 다소 놀랐다.

“다행이네요. 무슨 일이시죠? 시연이는 오늘 부장님이 휴가 쓰고 쉬라고 해서 쉬는 중인데.”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네. 그 사건 관련해서 전화 드린 거에요.”

“어떤 일이시죠?”

“제가 개인적으로 피해자들을 좀 취재한 게 있어요. 정 검사님께 관련 자료는 다 넘겨 드렸구요. 그런데 원래는 조검사님 사건이었다고 하셔서, 혹시 더 아실만한 게 있으실까 해서요.”

필웅은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글쎄요. 제가 아는 것도 시연이가 아는 것 정도인데요.”

“그렇군요. 실은, 진우현 사건 관련해서 후속 기사를 준비 중이라서요.”

“후속 기사요?”

필웅은 긴장하며 수화기를 고쳐 쥐었다.

“기자님, 당분간은 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확실하진 않지만 이 사건 뭔가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망설임이 전해졌다.

“…저도 알아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전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잖아요.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어요.”

“서 기자님!”

필웅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연도, 서다혜도, 박장경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물론, 필웅도 최근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하고 범죄자들에게 걸맞는 벌을 받게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 참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안전이 전제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복수하기 위해 언제든 사무실에 쳐들어와 그를 칼로 찌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필웅은 그런 사건에서도 냉철하게 범죄자를 끝까지 몰아 붙일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놈의 정의감이 밥 먹여주냐고.’

심지어 이번 사건은 심상치 않았다. 검사를 칼로 위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배후에 있는 사건이었다. 필웅은 그 지경까지 사건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심리를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서 기자님. 이번 건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위험하다고요. 시연이한테 벌어진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단 말입니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대체 왜!”

필웅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가 간신히 자신을 다잡았다.

“검사님, 검사님도 이 사회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계시잖아요. 저도 그 일을 하는 것 뿐이에요. 다만 저는 검사님같이 법정에서 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지면 위에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구요. 이 정도 일에 두려웠다면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다혜는 필웅의 고함에도 동요하지 않고 조근조근 대답했다.

“걱정은 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몰랐다면 모를까 제가 이미 알게 된 일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에요.”

필웅은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몸조심 하세요. 어두운 데 다니지 마시구요.”

“헤헤, 걱정 마세요! 이래봬도 이런 일 처음 겪는 게 아니라구요~”

다혜는 다시 평소처럼 밝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필웅은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몸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필웅은 고민에 빠졌다.

시연은 지금 자리에 없다.

‘시연이 돌아와서 그 사건을 계속 진행하게 될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고 해도 문제였다. 필웅은 시연을 혼자 위험에 노출시킬 생각이 없었다.

필웅은 자신의 섣부른 결정을 다시금 후회했다.

‘사건을 다시 가져올까?’

하지만, 시연의 성격상 자신이 그 사건을 다시 맡겠다고 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한다…….’

필웅은 피곤함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뉘이고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어둠이 하늘에 잦아들고 있었다.

* * *

“이 사건, 같이 하자.”

시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필웅을 돌아보았다.

“갑자기? 왜? 너 이거 하기 싫다고 나 준 거 아니었어?”

“생각해 보니까 아니야. 나도 숟가락 좀 얹자.”

“허어, 이거 완전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멀었구만?”

“아니야! 아, 아니다. 그래 뭐, 그렇다고 치자.”

필웅은 강하게 부인하다가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당찬 시연의 성격상 시연이 걱정되서 같이 사건을 맡자고 한다면 쓸데 없는 소리 말라며 거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차라리 실적을 얻고 싶어서 생각이 바뀐 거라고 둘러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뭐, 좋아. 큰 사건이니까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아, 그 기록 순서들 건드리지 마. 내가 차례대로 정리한 거야.”

예상대로 시연은 순순히 필웅의 제안을 수락했다.

필웅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혼자 돌아다니면서 위험에 빠질 일은 없겠지.’

“참, 이거 봤어?”

시연이 탁자에 놓인 신문을 들어 필웅에게 건넸다.

“서다혜 기자라는 분 대단하던데. 얼마 전에 진우현 건 최초 보도한 것 같은데 벌써 후속기사가 나왔어.”

필웅은 시연의 말투에 약간의 질투심이 묻어 있는 것을 눈치챘지만 별 말 않고 신문을 집어 들었다.

‘삼청동 주식부자’,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일명 ‘삼청동 주식부자’ 진모씨가 정재계의 인사들과도 꾸준히 은밀한 거래를 시도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에 의하면, 진모씨는 이 사건 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검경 인사에게 사건의 무마를 청탁해 왔다고 한다. 피해액수가 늘어가는 와중에 진모씨의 삼청동 자택에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 9대가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또 한 차례 공분을 사고 있다.

한편, 검찰은 현재도 진모씨의 조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라 대응이 더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다혜 기자

필웅은 눈을 질끈 감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공격의 수위가 거셌다. 이번 기사부터는 슬슬 노골적으로 적극적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검찰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필웅은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실제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 딱히 할 말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 기분이 문제가 아닌데.’

필웅은 슬쩍 시연의 눈치를 살폈다.

시연도 뭔가 불편한 듯한 표정이었지만 별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욕을 먹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필웅이나 시연의 기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 검찰의 대응을 문제 삼는 것은 서다혜의 신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이규필 부장 같은 사람이 봤다면 또 한 번 노발대발했을 것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 볼까?”

“그래야지.”

시연도 겸연쩍게 맞장구를 쳤다.

필웅은 시연의 사무실을 나왔다.

사건에 대해 고민하던 필웅은 문득 얼마 전 진우현과 술을 마시며 명함을 받아 두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필웅은 황급히 양복 안섶의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그 날 입었던 양복인지 아직 명함이 주머니 안에 남아 있었다.

‘전화해 볼까.’

필웅은 전화번호가 적힌 진우현의 명함을 들고 고민했다.

진우현은 필웅이 다시 이 사건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처음 그와 만나던 날, 이규필 부장이 그를 우호적으로 소개해 줬기에 진우현은 현재 필웅이 그의 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를 만나 뭔가 유용한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필웅은 사무실로 돌아와 전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 검사님! 그 때는 잘 들어가셨나요? 저도 참, 오랜만에 좋은 분들 만나게 되니까 너무 취해가지고…….”

“괜찮습니다. 저도 잘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때 조 검사님 아니면 저나 부장님이나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갔겠는데요. 그때 일에 대해 감사 인사도 드릴 겸 식사라도 대접할까 하는데 어떠실까요?”

필웅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식사 좋죠.”

“좋습니다! 간단하게 식사 하시고 저희 집에서 와인이나 한 잔 어떻습니까?”

“좋군요. 저도 와인 좋아합니다.”

“잘됐네요! 그럼 저희 집 근처 식당에서 보죠. 주소는…….”

필웅은 말없이 펜을 꺼내 진우현이 불러 주는 주소를 받아 적었다.

“예, 예. 그럼 좀있다 뵙겠습니다.”

필웅은 전화를 끊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사무실을 잠그고 길을 나섰다.

* * *

“야, 진짜 대단하시더라니까요! 이 부장님이 얼마나 칭찬을 하시던지!”

“과찬이십니다.”

필웅은 겸손하게 대답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척 하며 그의 ‘크리미널 아카이브’를 뒤지고 있었다.

김태현이나 이영혜 때와는 달리 그의 크리미널 아카이브는 방대했다. 관련된 기사만 수백 건, 아니 수천 건은 되는 것 같았다. 필웅은 이 사건이 종결된 후 진우현이 뻔뻔하게 해명 인터뷰를 하는 기사를 보고 잠시 이를 갈았다.

필웅은 그렇게 크리미널 아카이브를 훑어 보다가, 한 기사를 발견하고는 장경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필웅이 막 생각을 마쳤을 때, 그는 근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필웅을 초대했다.

“아, 오늘 기분 좋은데 딱 한 잔만 더 하고 가시죠!”

필웅은 비로소 당초의 목적을 떠올리며 냉큼 알겠다고 했다.

우현이 데려간 그의 집은 막장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재벌집 같았다.

성처럼 높은 벽, 차가 몇 대나 들어갈 수 있을 듯한 차고, 넓은 풀밭. 누가 봐도 그 나이대의 남자가 혼자 살 만한 집은 아니었다.

“들어오세요, 들어와요!”

잠시 그의 저택 경관을 바라보며 얼이 빠져 있던 필웅을 발견하고 우현이 손짓했다.

필웅은 그의 집 현관에 들어섰다.

그의 집 신발장 역시 언뜻 봐도 값비싸 보이는 각종 운동화며 구두로 가득 차 있었다.

거실로 들어서니 역시 족히 10명은 넘게 앉을 수 있을 듯한 대형 소파와 한 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양주들로 가득한 벽장이 그들을 반겼다.

“어이쿠, 이거 집을 제대로 안 치웠네.”

우현이 창피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으며 선반 위에 올려져 있던 잔과 술들을 치웠다. 약간씩 술이 차 있는 유리잔이 여러 개였다.

그러고 보니 소파 한 쪽에는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듯한 카키색의 싸구려 점퍼가 널려 있었다.

‘이 인간이 입는 옷 스타일이랑은 좀 다른데.’

우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점퍼를 집어 거실의 보이지 않는 한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역시 그의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집에 들락날락 하는 다른 놈들이 있나 보군.’

필웅은 생각하며 집을 둘러 보았다.

식탁 쪽의 먹다 남은 듯한 고급 중국 요리에도 젓가락이 여러 벌 놓여 있었다.

“친구놈들이 가끔 다녀 가는데, 이 놈들이 도대체가 치우지를 않아요! 허허.”

우현이 멋쩍어하며 주절주절 묻지도 않은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필웅은 대충 괜찮다고 몇 마디 하고는 뭔가 더 눈에 띄는 것이 없나 살피기 시작했다.

그 때 거실에 있던 전화가 울렸다.

"아, 죄송합니다. 귀중한 손님 오셨는데, 참나. 누가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우현은 거칠게 전화기를 들었다.

“누구십니까?”

갑자기 우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몇 분 동안 우현은 아무 말 없이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한동안 그가 하는 말은 예, 예 하는 소리가 다였다.

“예, 예. 아. 내일 8시요? 예, 한 두어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우현은 최대한 숨죽여 전화를 받고 있었다.

필웅은 누구길래 진우현 같은 남자를 저렇게 쩔쩔매게 하는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우현은 그렇게 술도 다 깬 표정으로 전화를 받다가, 잠시 송화구를 손으로 막고 조용히 말했다.

“저, 조 검사님. 진짜 죄송한데 저희 다음에 마저 마셔도 될까요? 이거 정말 중요한 전화가 와 버렸네요.”

“아, 예. 괜찮습니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예.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오자고 한 건데.”

“아뇨,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집 구경 잘하고 갑니다.”

필웅은 붙임성 좋게 웃어보이며 그의 집을 빠져나왔다.

‘누군가 또 배후에 있는 건가? 누구지?’

필웅은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큰 길로 접어들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었고, 누구인지 전혀 예상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필웅의 직감이 그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 누군가야말로, 진우현 그 너머에 있는 누군가야말로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거대한 적수가 되어 나타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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