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23화 (123/124)

123화. <예고 살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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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이 산토스를 체포한 후, 사건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막막하기만 했던 사건이었으나, 당장 범인을 잡아낸 것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기억을 읽어냄으로써 사건의 경위까지 모두 알고 있는 상태였으니, 더는 거칠 것 없었다.

강민혁이 파악한 그의 기억에 의하면, 범인인 그는 필리핀 국적의 살인청부업자. 돈을 빌미로 누군가의 요구를 받아 살인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최종 목적은 자신. 강민혁을 살해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의뢰자를 파악함으로써 간단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박동식···.’

그 누구보다 강민혁을 제거하고 싶어 할, 박동식 그가 살인 청부를 의뢰한 의뢰자였다.

범인인 산토스의 기억을 읽어냄으로써 사건의 모든 경위를 알아내긴 하였으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증명해내는 것이었다.

강민혁의 말이 아무리 진실이라고 한들, 결국 그것을 증명해내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 증거가 필요하고, 증인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민재 경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네, 팀장님. 말씀하셨던 증거들 전부 찾아냈습니다!”

강민혁이 산토스를 체포하고, 기억을 읽어냄과 동시에 이민재에게 전화를 걸어, 내렸던 명령. 그것은 역시나 증거를 찾아내기 위함이었고. 이민재는 강민혁의 명령에 따라 확실하게 그 임무를 수행해 주었다.

강민혁이 산토스를 체포한 후, 자신만만했던 것은 그의 범죄를 완전히 증명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다름 아닌, 산토스 그. 범인인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자신 외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강민혁의 능력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았다.

“녹음기도 찾으셨나요?”

강민혁이 이민재에게 찾아오라 명령한 것은 산토스, 그의 집에 보관되어있는 녹음기였다. 집안 깊숙이 꼭꼭 숨겨져 있는 물건이었으나, 강민혁이 기억을 읽어낸 이상, 그러한 점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 녹음기가 말로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 산토스 그가 청부 살해업자이자,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될 물건이었다.

“예! 말씀하셨던 내용이 전부 녹음되어 남아있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산토스 그가 직접 녹음한 그 녹음기의 내용은 다름 아닌 의뢰를 받을 당시의 대화였다. 단순히 한두 건이 아닌, 지금껏 그가 받은 모든 의뢰를 자신이 직접 녹음해 둔 것이었다.

추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협박을 위한 것인지, 의뢰 완료 후 약속했던 잔금을 받지 못하면 돈을 받아내기 위한 보험인지.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는 자신이 받았던 의뢰자의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보관해두었다.

의도가 어떻든, 그러한 녹음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 분명했다. 단순히 그러한 녹음뿐이 아닌, 그가 의뢰를 받은 내용이며 거래 내역 등 수많은 자잘한 증거들을 그가 직접 수집해 두었기에, 확보만 한다면 그의 범죄를 증명해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행했던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자신의 범죄를 입증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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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역시. 자네가 또 해결해냈구먼.”

“아닙니다. 다 같이 해결해낸 거죠.”

“겸손 떨 필요 없네. 우리도 그간 노력은 했으나, 결과는 내지 못했어···. 이렇다 할 가망도 보이지 않은 상태였어. 자네가 합류하자마자 해결해내다니,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이재석은 연신 칭찬을 내뱉으며 감탄을 쏟아냈다. 그 대상은 역시나 강민혁. 고개를 내저으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민혁에게 몇 번이나 반복하며 열을 올리고 있는 그였다.

“다시 한번, 정말. 정말 고맙네. 이렇게 사건을 해결할 줄이야···. 사실 그동안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르네. 자네가 없었다면···. 정말 고맙네.”

이재석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사건이 해결되었기 때문이었다. 강민혁이 범인을 검거한 뒤, 이민재가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결국 산토스의 범죄를 입증할 수 있었다.

이른 시일 내에 사건을 해결해야 할 처지였으나, 이러다 할 증거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기존의 수사팀들은 갑작스러운 사건 해결에 당황하기도 잠시. 지금 이재석처럼 고마움을 감추지 못하며 연신 칭찬을 내뱉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들은 꽤 오랜 시간 수사했음에도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을 강민혁이 간단히 해결해버린 것에 대한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과도할 정도의 칭찬이 이어지긴 하였으나, 그보다는 자신들의 사건을 해결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더 느끼는 듯하였다.

강민혁은 이재석과 그의 팀원들의 끊임없는 칭찬이 부담스러운 듯,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보다 범인이 청부업자였다니···. 전문가라는 예측은 했지만, 솔직히 조금 놀랐네···.”

이어, 이재석은 범인의 정체가 예상외인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었고, 경찰이라 한들 생소한 것은 사실이었다.

전문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꽤 충격적이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런 자를 맨손으로 맞붙고, 검거해내다니···. 역시 자네도 보통이 아니구먼.”

그리고 결국 이어지는 내용은 또다시 강민혁의 칭찬이었다.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감탄을 내뱉었다.

“하하, 아뇨 뭘···.”

강민혁은 이번에도 역시 어색하게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으나. 주위에 있는 이들 모두 알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인 산토스 그는 전문적인 살인범이었으며,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일대일로 마주한다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상대였다.

살인이라는 반인륜적인 행위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망설임 없이 흉기를 저지르는 범죄자. 그러한 상대를 강민혁은 맨손으로 상대함도 모자라 완전히 제압, 검거해 낸 것이었다.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위였고. 그러한 행위를 실제로 해낸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함을 넘어 형사로서 존경심마저 들게 만드는 엄청난 업적이었다.

“이주현 프로파일러님도 대단하십니다. 그 힌트를 결국 풀어내셨다고요.”

“네, 맞습니다. 이주현 경감이 그 힌트를 풀어내 줬습니다.”

그때, 이재석의 팀원 중의 한 명이 불쑥 끼어들며 한마디를 던졌다. 모두의 시선이 이주현을 향하였고, 강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아, 제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시선이 집중되자 부담스러운 듯 이주현이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입을 열었다.

“아뇨. 정말.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그 힌트가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사건을 해결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강민혁은 그러한 그녀를 보며 한 마리를 더 보태며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이주현이 말한 대로, 제 일을 했을 뿐이었으나, 강민혁은 그녀가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며 수사에 함께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주현은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주었고, 이번 사건 해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강민혁이 한차례 피습을 받고 복귀했을 당시, 그녀의 분석 결과를 듣지 않았다면 다시 사건 현장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이 노려지고 있다는 확신을 준 것이 바로 이주현의 분석 결과였고. 강민혁은 그 확신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음···. 결과를 미리 말씀 못 드린 건 죄송합니다. 이주현 경감은 제 명령에 따른 것이었으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강민혁은 이재석을 보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이주현의 분석 결과를 기존의 수사팀에 공유하지 않았던 당시의 결정 때문이었다.

그들을 못 믿어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범인은 강민혁을 노리고 있었고, 이러한 결과를 수사팀에게 공유한다면 혼자 행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는 판단을 강민혁은 내렸다.

범인을 혼자 하더라도 자신이 있는 강민혁이었으나, 다른 수사팀의 인원들이 그것을 용납해줄지는 의문의 영역이었다. 지금이야 결과적으로 잘됐으니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당시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없을 리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러한 실랑이조차 벌인 시간이 없었고. 강민혁은 독단적으로 그들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고 행동을 시작했다.

강민혁이 예상했던 대로 홀로 범인과 마주했고, 결국은 지금과 같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해하네. 지금이야 자네가 훌륭히 해냈으니 인정하는 거지만. 당시로 돌아간다면 그러한 행동을 말렸을걸세. 다른 방법을 모색한다 해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렸을 테지···. 자네의 선택이 옳았어.”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민혁의 설명을 듣고 난 이재석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수사팀을 이끄는 자신에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상황임에도, 그는 전혀 불편한 기색 없이 이해해준 것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이었다면 무모한 행동이고 질책받아야 할 행동임이 분명했으나, 그 대상이 강민혁이었기에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음, 세 번의 피해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조합하면 다음 피해자의 이름이 나왔다지?”

이어 이재석이 이주현을 보며 질문했다.

“네, 맞아요. 지금껏 검은 명함을 이용해 힌트를 남겨놓음으로써, 수사팀을 검은 명함에 집중하게 만들어놓고 결국엔 다른 방법을 이용해 낸 거예요.”

“수사에 혼란을 주게 할 작전이었나 보군···. 우리는 그대로 홀랑 넘어간 것이고···.”

“...”

이주현이 대답이 이어지자, 이재석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수사팀은 검은 명함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시간을 허비했고, 결과적으로 범인의 손에 놀아나게 된 것이었다.

“...”

이재석을 비롯한 여기 잇는 그 누구도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침묵이 이어졌다.

“근데, 그다음 피해자가 강민혁 자네였다는···.”

“예, 맞습니다. 저를 지목했더군요.”

이어 침묵을 깨고 질문을 던진 사람은 이재석 그였다.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강민혁을 보며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형사를 살해하려 했단 말인가···. 음···. 그럼 자네가 쫓고 있다던 범죄자와 연관이 있는 게···.”

이재석은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질문이 이어졌다. 강민혁이 자신이 맡은 수사에 참여하고 싶다 부탁을 할 당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쫓고 있는 범죄자가 있는데, 그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라는 말을 꺼냈던 적이 있었다.

“예, 확인됐습니다.”

“음···. 그랬구먼. 그럼···.”

강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이재석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한 마리를 덧붙였다.

“이번에는 녀석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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