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차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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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 형사! 다시 시작된 사건 해결!]
[해결사가 돌아왔다! 강민혁 형사의 복귀!]
[자연인 살인 사건 해결, 주인공은 강민혁!]
스크롤을 내리고 내려도 끝없이 쏟아지는 기사들, 자극적인 제목만 서로 다를 뿐 모두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었다.
“이야, 기자들, 정보력 하나는 끝내주네. 사건 끝나자마자 어떻게 알고 기사를 쓴 거지?”
“그만큼 팀장님 영향력이 크다는 거죠. 대형 사건을 빵빵 터트리니, 기자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죠. 앞으로도 계속 이럴 텐데,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익숙해 져야죠. 시간 좀 지났다고 예전 기억을 다 잊은 거예요?”
유진호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감탄을 내뱉자, 옆에 앉아있던 노희재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제 막 첫 번째 사건을 해결했을 뿐이건만.
뉴스며 인터넷 기사, 신문 등등 각종 매체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소식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강민혁.
미제사건수사과에 복귀함과 동시에 보란 듯이 대형 사건을 해결해낸 그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가 경제팀에 근무했던 지난 몇 년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근데, 민재 씨는 조금 불편하겠네요···.”
한참 기사를 살펴보던 노희재는 이민재를 슬쩍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이유는 그 역시 자극적인 기사와 뉴스 때문. 각종 언론에서 강민혁을 띄워주고 활약상을 소개하는 그것까지는 좋았으나.
한발 더 나아가, 그가 미제사건수사과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제사건수사과 특성상 검거율이 높을 수는 없었고, 강민혁이 없던 그 기간의 검거율 과연 최저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론에서는 그러한 점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강민혁이 근무할 당시와 근무하지 않을 당시를 서로 비교하며 설명한 것이었다.
목적은 강민혁의 대단함을 설명하기 위함으로 보였으나, 그 과정에서 당시의 미제사건수사과의 경찰들을 무능한 모습으로 더욱 부각하고 있었다.
이민재 또한 당시 근무를 했었던 직원 중의 한 명이었고, 그러한 비교가 마냥 기분이 좋을 리만은 없었다.
“아뇨. 강 팀장님이 대단하신 거죠. 저희가 많은 사건 해결하지 못했던 것도 맞고···. 실제로 팀장님이 복귀하자마자 사건을 해결한 걸 보면 저희 능력 부족이 틀린 말은 아니네요.”
이민재는 노희재의 물음에 괜찮다는 듯 대답했으나, 저도 모르게 묻어나오는 씁쓸한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그 양반이 대단한 거지, 저희가 못난 건 아니니까. 그리고 사건 해결률이 저조하다곤 해도, 기존의 미제사건팀들보다는 월등히 높은 편이었잖아요?”
“하하, 감사합니다.”
노희재는 눈에 띄게 위축된 그를 보며 장난스럽게 툭 치며 위로했고, 이민재 또한 기분이 풀린 듯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실제로 그 위로가 통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노희재의 말처럼 강민혁이 없던 미제사건수사과가 완전히 무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건은 아니지만 해결해낸 사건이 존재했고 굳이 비교하자면 기존의 다른 미제사건을 다루는 팀들보다는 월등한 수치였다.
어디까지나 강민혁이 있을 때의 성과가 너무나도 폭발적이었을 뿐. 그들 역시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요?”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강민혁이 들어왔다. 사건이 해결된 직후여서일까. 한층 밝은 표정의 그는 사무실 중앙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들을 보며 말을 건넸다.
“팀장님 이야기하고 있었죠. 복귀 후 첫 사건 해결 축하해요~”
그에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역시나 노희재, 그녀는 과장된 몸짓으로 손뼉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이어 사무실의 팀원들 모두 함께 손뼉을 치며 축하를 건넸다.
“우리가 함께해낸 거지 저 혼자 해낸 게 아닙니다. 저보다는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한 마디씩 건네주세요.”
갑작스러운 축하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던 강민혁은 이내 슬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팀원 그리고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강민혁 역시 그러한 점을 모르지 않았고, 혼자의 힘으로만 모든 사건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깊이 느끼고 있었다.
민망한 듯 말을 끝낸 강민혁은 이내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앉았다.
“강 팀장님, 축하합니다.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나 보네요. 역시 기대했던 대로 대단하십니다.”
강민혁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또다시 건네오는 축하 인사. 이번에는 같은 팀원들이 건네온 인사가 아니었다.
“아 네, 이 팀장님. 감사합니다.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이는 미제사건수사과 제2팀의 팀장인 이수재였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긴 하나 아직 이렇다 할 친분은 없는 관계.
그도 그럴 것이 미제사건수사과가 커지고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팀이 세분되었고. 팀이 다르다 보니 서로 맡은 사건이 달라, 마주칠 기회가 딱히 없었고, 마주친다 해도 인사만 서로 건넬 뿐, 아직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강민혁은 곧바로 일어나 쭈뼛쭈뼛 그의 인사를 받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제2팀의 팀장인 이수재의 계급은 경감으로 계급만 보자면 강민혁이 더 높은 위치였으나, 같은 팀장이라는 위치. 더구나 나이가 한참이나 더 많은 그였기에 극진히 예의를 갖춘 행동이었다.
“허허,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보다 앞으로 좀 더 편해지겠네요. 저희 모두 만장일치로 동의한 내용이니 너무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
강민혁은 당연히 그가 사건 해결을 축하하는 줄만 알았으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무언가 다른 축하받을 일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 영문을 모르는 강민혁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때.
“마침 같이 있었구먼. 두 사람 다, 나 좀 보지.”
최재희 과장이 사무실의 문을 열며 들어왔다. 그리고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
강민혁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라갔고, 이수재 역시 함께였다.
과장실 안으로 들어오자, 이미 그 안에 앉아있는 또 한 사람.
“안녕하십니까.”
미제사건수사과 제1팀의 팀장인 정기석이었다. 그에 대해서는 강민혁 또한 알고 있었으나, 이수재와 마찬가지로 어색한 것은 매한가지.
더구나 제1팀의 경우, 사무실조차 따로 쓰는 사이였기에 마주친 기억조차 거의 없는 사이였다.
강민혁과 정기석은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 있는 겁니까? 대형 사건이라도···?”
가장 상석에 최재희가 자리하기 하기 무섭게, 강민혁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과의 세 팀이 모두 모인 지금의 자리가 썩 어색해 보였다.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서로 맡은 사건이 달랐기에 이런 식으로 함께할 자리가 좀처럼 쉽게 생기지는 않았다.
혹여나 이 세팀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할 대형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 것이었다.
“허허, 아닐세. 사건이야 각자 자신들 위치에서 잘 해주고 있고···. 군말할 거 없이, 3팀 때문에 모인 거네.”
최재희는 간단히 대답하며 세 사람을 쭉 훑어보다, 이내 강민혁에게 시선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
이수재와 정기석의 표정을 살펴보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 강민혁 홀로 최재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처음 듣는 내용이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고, 최재희는 그의 표정을 보며 눈치챈 듯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아직 듣지 못한 모양이구먼. 앞으로 제3팀은 따로 사무실을 쓰기로 했네.”
“예? 그게 무슨···.”
최재희의 갑작스러운 통보 아닌 통보에 강민혁이 반문했으나, 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제 할 말을 이어갔다.
“단순히 사무실뿐만이 아니라, 제3팀은 수사에 있어서도 굳이 과에 휘둘릴 필요 없이 독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겠네.”
“...그 말은.”
“간단히 말하자면, 굳이 내게 보고하거나 허락을 맡아야 할 사항들. 또는 과에 피해가 갈까 다른 팀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네가 모든 명령권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수사에 임해도 상관없다는 말이네.”
“...”
최재희의 말이 끝났음에도 강민혁은 어떠한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주위의 반응을 보아하니, 이미 결정이 난 사항으로 보였다.
그의 말은 결국, 모든 권한을 줄 테니 제3팀을 알아서 끌어가 보라는 말과도 같았다.
“음, 생각한 반응과는 조금 다르구먼.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현재 지금 미제사건수사과 제2팀과 제3팀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강민혁이 속한 제3팀에게 사무실을 따로 내어주고, 앞으로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내어준 것이었다.
일개 팀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격적인 제안이었고, 강민혁의 처지에선 매우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최재희 과장 자체가 수사에 관해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 경향도 있었고, 이제 막 복귀한 상황이었기에, 아직 별다른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될 문제였다.
강민혁이 복귀할 당시, 최재희의 제안을 거절한 것 역시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으니 그 역시 그러한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강민혁의 반응이 기대와는 달라 보이자, 최재희가 물음이 이어진 것이었다.
매우 기뻐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어딘가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닙니다. 너무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째서 저희 3팀만···.”
강민혁이 불편해하는 건 결국 다른 것이 아니었다. 사무실을 따로 쓰는 것도, 수사에 관한 모든 제약을 없애는 것도 모두 마음에 드는 제안이었으나, 어째서 그러한 권한을 제3팀에만 주는 것이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들의 의도가 어떻든, 지금의 이 권한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느껴질지가 걱정되었다.
“음···.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겠네. 하지만 굳이 그렇게 심각하게 여길 필요 없네.”
“맞습니다. 저의 1팀 그리고 2팀 모두 동의한 내용입니다. 만장일치로 결정된 내용이니 너무 부담 느끼실 필요 없습니다.”
강민혁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눈치챈 최재희가 대답하자, 정기석이 뒤따라 말을 이어졌다.
“어째서···.”
“능력이 있는 팀을 밀어주는 거야 당연하죠. 단순한 차이도 아니고···. 강 팀장님이 활약할수록 저희의 위상도 올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강민혁이 조심스럽게 그 이유에 관해 묻자, 이번에는 이수재가 대답했다.
“허허, 맞네. 그리고 권한을 준다는 건 결국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말이니. 너무 좋게만 생각하지는 말게. 어떤가, 제안은 받아주겠나?”
최재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물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이내 강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