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13화 (113/124)

113화. <자연인 살인사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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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또 보죠. 안지훈 씨.”

모든 기억을 뒤돌아본 강민혁은 더욱더 눈에 힘을 주며 그를 바라보았다.

안지훈의 기억을 읽어냄으로써 이번 사건의 윤곽이 확실히 드러났다. 살해현장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결과, 피해자 현선우의 부인이었던 안지영과 그녀의 동생 안지훈.

두 사람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확실했다.

'목적은 역시나 돈···'

처음부터 살해의 의도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현선우는 죽었고. 이후 그들이 보인 행동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안지훈은 기절을 시킬 의도로 현선우의 머리를 내리쳤으나, 그는 숨을 쉬지 않았고 그들은 현장을 조작하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거주지가 산속 깊은 곳이라는 것을 이용, 훗날 누군가 발견했을 때 강도가 든 것처럼 보이도록 현장을 꾸민 것이었다.

안지영은 본인이 직접 흉기를 이용해 칼침을 놓아 사체를 훼손시켰다. 이후,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삽을 이용해 주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게 현선우가 죽어버렸으나, 그들이 산속 오두막까지 온 이유는 결국 돈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현선우가 숨겨놓은 당첨금을 찾기 위해 오두막 주변을 샅샅이 뒤졌고, 결국 그들은 그 돈을 찾아냈다.

목격자도 CCTV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범죄.

현선우를 찾을 사람도 없음은 물론, 그의 신분을 포함, 거주지 또한 정상적이지 않았기에 그대로 시간만 더 흐른다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범죄가 되었겠지만.

'의외의 인물에 의해 사건이 드러났어.'

자신의 딸에 의해 사건이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현경아 또한 현선우의 당첨금이라는 비슷한 의도를 가지고 오두막에 도착했으나, 그녀가 발견한 것은 죽은 현선우의 시체였다.

그녀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그로 인해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

강민혁은 한동안 말없이 안지훈을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그의 집을 빠져나갔다.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직은 그를 검거할 수 없는 상황.

범행 의도부터 범행 방식, 목적, 심지어 범인이 누구인지 까지. 이번 사건의 모든 것을 파악했으나, 아직 단 한 가지.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들의 범행을 증명하고 검거해내기 위해서 반드시 빠져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바로 증거였고.

증거가 없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조만간···. 조만간 봅시다···"

강민혁이 그러한 사실을 모를 리는 없었다. 단지, 지금은 아무런 조치 없이 순순히 물러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때가 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행동하지 않은 것일 뿐.

강민혁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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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말씀하셨던 조회 결과 나왔습니다."

분주한 사무실, 이민재가 급히 들어오며 강민혁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강민혁은 곧바로 그것을 받아 살펴보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들이 살펴본 그 종이는 거래내역서. 대상은 안지훈과 안지영, 두 사람의 것이었다.

"큰일입니다. 특별히 오갔던 내역이나, 수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강민혁의 지시로 확인한 내역으로, 이민재는 결과를 확인하며 내심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떠한 수상한 정황이나, 그가 살펴보라 지시했던 큰돈이 오간 정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아뇨. 오히려 잘 됐습니다."

"...예?"

하지만 강민혁은 오히려 만족한 듯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지금 사건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증거. 이미 사건에 대한 경위는 모두 파악한 이후였다.

결국, 증거를 찾아야 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고, 강민혁은 그 증거를 찾을 방법을 모색 중이었다.

안지훈과 안지영의 명의로 된 통장들을 모두 살펴본 결과, 최근 거액의 돈이 입금되거나 거래된 사실은 없었다.

하지만, 강민혁은 앞서 기억을 읽는 능력을 통해 그들이 현선우가 가지고 있던 거액의 돈을 확보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슨.

‘그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지.’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돈이기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돈. 건물을 매입하거나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그만한 돈을 이미 사용했을 수는 없었다.

그 돈을 아직 그대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 그 돈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팀장님, 안지영 씨가 사흘 내로 국내로 들어온다는 소식 파악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주시하세요.”

그때 노희재가 다가와 강민혁에게 소식을 전했다. 해외여행 중인 안지영이 국내로 들어오기 위해 항공권을 예매했다는 소식이었고, 이 역시 강민혁이 예상하며 최대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린 사항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안지영이 돌아오기까지 시기가 꽤 남아있었지만, 강민혁이 예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안지훈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거겠지.’

강민혁은 안지훈과 만났을 당시, 현선우의 복권 당첨 소식을 꺼내 들었다. 이미 죽은 현선우와 안지영, 안지훈, 그리고 현경아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소식.

하지만 강민혁은 보란 듯이 그 정보를 발설했다. 안지훈은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며, 그러한 소식을 안지영에게 전달하지 않을 리 없었다.

안지영 또한 자신들의 범행이 드러날지도 모르는 그러한 상황에서 한가로이 여행을 즐길 수는 없을 터.

강민혁은 이미 지금의 상황까지 전부 예상하며 행동했던 것이었다.

“다들, 모이세요.”

강민혁은 사무실에 모인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각자 맡은 바 일 처리를 하고 있던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모여 들여 들었고, 강민혁이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삼일. 삼일 안에 사건을 해결할 겁니다.”

“...”

“...”

자신만만하게 강민혁이 소리쳤으나, 팀원들의 반응은 어딘가 이상했다. 서로 눈치만 볼뿐. 어떠한 대답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하, 하지만. 팀장님. 아직···. 밝혀낸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 유진호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사건에 대해 파악해 낸 것이 없다는 의견. 어찌 보면 그러한 생각은 당연했다.

강민혁은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이후였지만, 그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할 뿐,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민혁 혼자만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팀원들의 도움이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었다.

“아뇨. 이제 사건을 마무리 짓는 일만 남았습니다.”

“...예?”

강민혁이 팀원들을 불러들인 상황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고, 앞으로 일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절차였다.

“제가 파악한 사건의 경위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강민혁은 팀원들 모두와 시선을 한 번씩 마주치며 천천히 입을 열었고,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현선우 씨는 과거 복권에 당첨된···.”

그리고 모든 사건의 전말. 범행방법부터 살해과정, 범인들의 목적까지 전부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안지영과 안지훈. 두 사람입니다.”

마지막으로, 범인까지 지목하고 나서야 입을 멈췄다.

하지만, 팀원들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 대단해···.”

그때 김영웅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는 다소 의아한 침묵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반대.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던 그에 대한 감탄에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어떻게 그러한 내용을 파악하신 거죠?”

이주현 또한 설명을 듣고 사건에 대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고개를 들며 물었다.

똑바로 바라보며, 날카롭게 물어오는 질문. 사실 강민혁이 지금껏 사건의 전말을 밝히지 않았던 이유가 이러한 경우때문이었다.

“...”

어떻게 그러한 사실을 알아냈다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상황. 용의자의 기억을 읽어냈다는 사실을 말할 수도, 믿어줄 리도 없었다.

침묵하던 강민혁은 슬며시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려는 순간.

“하하, 다 팀장님 노하우죠. 뭐 그런 것까지 다 알려고 그러십니까.”

이민재가 그녀를 막아서며 대답했다.

동생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생각한 듯 그가 멋쩍은 웃음으로 무마하자, 강민혁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

이주현 역시 이민재를 한번 째려볼 뿐. 더는 묻지 않은 채 그대로 상황이 넘어갔다.

“이제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이해하셨으리라 생각하겠습니다.”

강민혁은 다시 모두를 주목시켜 말을 이어갔다.

“남아있는 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뿐입니다. 말했다시피 그 증거는 범인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증거란 결국 돈이었다.

돈을 숨겼으면 숨겼지, 버렸을 리는 없을 터.

범인들이 가지고 있을 돈을 우리가 확보함으로써 그들을 검거해내는 일만 남아있었다.

“시간 끌어서 좋을 건 없습니다. 안지영이 돌아오는 사흘 안에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을 겁니다.”

강민혁의 단호한 태도에 모두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지영이 돌아오기 전에 사건을 해결하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녀는 현재 자신들의 범행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헐레벌떡 국내로 돌아오는 상황이었다.

그 말은 즉, 그전까지는 비교적 안심하고 있었다는 소리였고. 또한, 돈을 완벽하게 숨겨두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급하게 국내로 돌아온다는 것은, 무언가 불안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었다.

안지영이 돌아오게 된다면, 불안감을 느낀 그녀가 철저하게 그 돈을 숨길 가능성이 컸기에 그녀가 아직 돌아오기 전, 지금이 가장 최적의 시기였다.

“그 돈은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강민혁은 다시 한번 강조하며, 모두를 쳐다보았다. 돈이 결국 증거가 되는 상황.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범인들이 가지고 있을 그 돈을 확보해야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그 말을 끝으로 강민혁은 모두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돈을 숨겨두었을 거라 의심되는 장소부터, 팀원들 각자가 해야 할 일 처리까지.

계획해둔 모든 작전을 설명했다.

팀원들은 그의 말에 집중했고, 이따금 감탄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모든 설명이 끝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며 각자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약속된 사흘 뒤.

공항전광판에 비행기의 도착이 표시됐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익숙한 얼굴이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낀 채 도도한 걸음으로 이동하던 그녀 앞에 세 명의 남성이 길을 막아섰다.

그녀가 선글라스를 비켜 올리며 인상을 쓰기 무섭게.

“안지영, 당신을 살해 및 시체 훼손 등의 혐의로 체포합니다.”

강민혁이 자신의 경찰 신분증을 펼쳐 보이며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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