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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11화 (111/124)

111화. <자연인 살인사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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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지 씨한테 남자가 있었다는 말입니까?”

강민혁은 다시 한번 그 사실을 확인하며 되물었다. 김영웅의 조사에 따르면 현선우의 아내인 안영지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 남자가 있었다는 것.

지금까지 전혀 듣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남자의 존재는 이번 사건과 연관된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어서 빨리 김영웅의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수화기 너머 음성이 들려왔다.

“음···. 팀장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관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강민혁의 미간이 꿈틀이였다.

김영웅의 말을 믿는 순간, 떠올린 것은 내연남의 존재. 안영지에 새로운 남자가 생겼을 가능성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김영웅은 그러한 점을 예상한 듯한 듯했고, 이내 말을 이었다.

“그 남자를 조사한 결과, 안영지 씨의 동생인 안지훈 씨였습니다.”

“두 사람이 남매였다는 말입니까?”

“예, 맞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오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알고 보니 별거 아니었다는 뉘앙스를 풍겨오는 대답. 하지만 강민혁의 표정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김영웅이 따로 조사한 결과, 최근 들어 안영지와 함께 목격되던 남성이 있었고, 그가 그녀의 남동생이었다는 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어떤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었다. 새로운 남자가 생긴 것은 아닐지 의심이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변의 시선일 뿐.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남매였고, 현경아엔 삼촌이 되는 인물이었다, 김영웅의 말대로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 조합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째서 그가 최근 자주 목격된 걸까.’

이웃들의 증명대로라면, 그들에게도 그 남자는 낯선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안영지는 그 집에 최소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거주했다. 그동안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인물이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그리고 강민혁의 머릿속엔 새로운 가설이 떠올랐다.

‘현경아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

그녀의 어머니인 안영지가 자신의 동생과 함께 저지른 범죄였을 가능성에 관한 생각이었다.

실제로 강민혁이 현경아의 기억을 읽었을 당시, 범죄 현장에 대한 기억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그저 키워드의 선택에 문제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 이상, 다른 가능성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 안지훈이라는 사람.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파악했죠?”

“예? 아, 아직. 안지영 씨 남매라는 사실 외에는···.”

강민혁은 곧바로 안지훈에 관해 물었고, 예상치 못한 듯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남매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지금 바로 안지훈을 조사해보세요.”

“...예, 알겠습니다.”

아직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을 김영웅이었기에, 강민혁의 지시를 이해하기 힘든 듯했지만, 군소리 없이 대답했다.

반문하기에는 계급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그 격차가 너무나도 컸던 이유였다.

“그리고, 안지훈의 거주지를 파악하면 바로 연락해주세요.”

“찾아가 보실 생각입니까?”

“예, 맞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의심이 생긴 이상,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강민혁은 곧바로 그를 만나볼 생각이었고, 오히려 이것은 기회에 가까웠다.

사건에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안영지가 해외에 나가 있는 상황, 현경아 역시 연락을 피하고 있는 그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 것이었다.

다른 수사관이라면 골치가 꽤 아픈 상황일 테지만, 강민혁의 경우에는 달랐다.

남들과는 다른 무기가 있기 때문.

안지훈의 기억을 읽기만 한다면, 사건의 많은 부분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가 사건과 연관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은 당연했고, 연관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존재했다.

지금 등장한 그는 강민혁에게 있어서만큼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강민혁은 김영웅에게 지시를 내린 뒤, 곧바로 휴대전화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의 조사결과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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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인가?”

강민혁은 휴대전화의 지도를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도착한 장소는 한 주택가. 김영웅이 보내온 문자에 적힌 주소였다.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라 추정되는 안지훈의 거주지로 김영웅이 연락을 보내옴과 동시에 이동해온 장소였다.

강민혁은 다시 한번 주소를 확인한 뒤, 곧바로 집의 초인종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구 십니까.

그리고 벨 소리와 동시에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울지방경찰청 미제수사과에서 사 왔습니다.”

-예?

강민혁은 굳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대답하자 돌아온 것은 의문 가득한 대답.

“경찰입니다. 안지영 씨 동생분 맞으시죠?”

-...

다시 한번, 명확하게 신분을 밝히자 알 수 없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이윽고.

띠-

대문이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도착하자, 나와 있는 한 남성.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그였다.

“경찰이 무슨 일이시죠?”

그는 강민혁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있는 그대로 그것을 표현했다.

“안지영 씨 동생, 안지훈 씨 본인 맞으십니까?”

“예, 맞습니다.”

“그럼, 현선우 씨 사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겠군요.”

“...예, 가족 일인데 당연히 알고 있죠.”

어차피 환대 따위를 기대한 적은 없었다. 경찰이라는 존재를 꺼리는 사람은 꽤 많았고, 지금과 같은 대우 역시 빈번하게 겪게 되는 상황이었다.

강민혁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그에게 물었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입니다.”

“...? 사건을 담당해요? 이미 끝난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어지는 강민혁의 말에 그의 표정이 현저하게 일그러지며 질문이 이어졌다.

해당 사건에 관심이 없지는 않은 듯, 이미 사건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 해당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분류되어, 우리 미제사건수사과에서 재수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수사를 하게 됐다고요?”

그 말 또한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순간, 그의 표정이 다시 한번 일그러지며 기분 나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전이 좀 있습니까?”

이번에 물어온 것은 강민혁이 아닌, 그였다.

사건 수사에 진정이 있는지 은근하게 물어오는 질문.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강민혁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이제 막, 수사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그것 때문에 여쭈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들어오시죠.”

안지훈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강민혁을 자신의 집으로 들였다.

강민혁 역시 별다른 고민 없이,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뭐, 딱히 드릴 건 없고. 이거라도 드시죠.”

안지훈의 안내에 따라 강민혁이 거실에 앉아있자, 그가 물 한잔을 건네오며 마주 앉았다.

“감사합니다.”

강민혁은 그가 건네온 물을 홀짝이며 집안을 쓱 훑어보았다.

혼자 사는 듯 다소 지저분한 내부. 집안 곳곳 과자 쓰레기와 빨지 않은 빨래 더미들, 그리고 티브이와 소파 사이 테이블에는 담배꽁초가 가득한 음료병들이 가득했다.

“조금, 더럽죠. 오실 줄 알았으면 미리 치웠을 텐데···.”

“아뇨, 괜찮습니다.”

그는 강민혁의 시선을 알아채며,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가 어떻게 사는가 따위 중요하지 않았고, 강민혁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선우 씨 사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그냥, 누나에게 들은 게 전부입니다. 딱히 알고 있는 건 없어요. 왜 저한테까지 오셨는지 모르겠네요.”

강민혁의 물음에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전혀 아무것도 모른다는 뉘앙스의 대답이었다.

“누나라면, 안지영 씨를 말하는 거겠죠?”

“예.”

“어떤 걸 들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줄 강민혁이 아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숨긴 채,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끌어내는 의도였다.

“글쎄요···. 매형이 산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는 것 정도 말고는···.”

하지만 그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듯한 모습을 보였고, 강민혁의 눈치를 보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

단순히 경찰에 대한 경계나 두려움 때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무언가 숨기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었다.

“현선우 씨는 사업실패로 산속에 들어간 지 15년 이상 지났다고 하더군요. 그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죠.”

강민혁은 전략을 바꿔, 적극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안지영 씨와는 그전에 이혼하신 사실도 알고 있었나요?”

“...”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다시 한번 강민혁이 입을 열었다.

“매형이라 부르길래,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 딴지 걸 생각은 없으니. 빚 때문에 표면적으로 이혼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자주 있습니다.”

“...예, 알고 있었습니다.”

그제야 그의 대답이 돌아왔고, 강민혁이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2~3년 전 현선우 씨가 안지영 씨를 다시 찾아온 사실도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 매형이 왔다 가고, 저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강민혁의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고, 그는 더 고민하기도 지친 듯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전부 알고 있었다라···.’

물어보는 족족,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매의 사이가 꽤 좋은 듯, 사소한 내용까지도 공유하는듯한 모습이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강민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쳐다보았고, 이내 다시 질문을 던졌다.

“혹시 현선우 씨의 거주지에 가본 적이 있으십니까?”

피해자인 그가 죽었던 산속 오두막에 가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고, 이번에 그의 대답은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아뇨. 가본 적 없습니다.”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대답이 이어졌다.

“누이분과 사이가 꽤 좋아 보이시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들은 적이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다시 한번 물었으나, 부정하는 대답이 또 한 번 이어졌다.

“그러시군요. 그럼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

강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쳐다보았고,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현선우 씨가 복권에 당첨된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

이어지는 질문에 그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목이 탔는지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물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순간 스쳐 지나가는 기억.

“왼손···. 잡이 시네요?”

그가 물컵을 들어 올린 손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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