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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08화 (108/124)

108화. <자연인 살인사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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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이 손등을 스치는 순간, 떠올린 것은 ‘그녀가 수사를 받을 당시의 기억’이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현선우는 오랜 기간 산속에서 생활해 왔고, 그러한 점으로 인해 인간관계를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했다.

하지만 현경아, 그녀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고, 피해자 현선우의 딸이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오랜 기간 떨어져 산듯하였지만, 최근 몇 년간은 교류가 없던 것은 아닌 모양.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보고서에 적혀있지 않았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그러한 사항을 당시 수사관들이 적지 않았을 리는 없고, 그것은 결국 당시에는 이러한 사항을 말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녀에게 닥친 이러한 사항이 안타깝기는 하였으나, 수사관인 강민혁의 처지에서는 의심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그녀의 행동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에 가장 먼저 당시의 기억을 읽기 시작한 것이었다.

"..."

눈 깜빡할 사이, 강민혁은 그녀의 기억을 읽어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당시에는 수사에 응하실 수 없는 상태였나요?"

"...네? 아, 네. 충격이 좀 커서···"

강민혁이 짐짓 모른 척 물었고, 그녀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군요."

"..."

강민혁은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몰아세우지 않았다.

기억 속 그녀는 당시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모든 조사는 그녀의 엄마를 통해 진행되었고, 그녀는 사건 현장을 발견했을 당시만 간략하게 설명할 뿐, 어떠한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굳이 기억을 읽지 않아도, 보고서를 통해 간단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랬기에 현경아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질문에 대답을 뱉어낸 것이었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고서에 적힌 내용일 뿐. 기억 속 그녀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충격이라···.’

강민혁은 조금 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현경아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녀는 어떠한 충격도 받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현선우의 죽음에 기뻐하는 기색을 보인 것은 아니었으나. 분명한 것은 충격을 받아 조사에 응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하고 쉴 때는 친구를 만나며 가끔은 인터넷을 서핑하는 등 평범하기 그지없는 생활을 이어갔다.

‘마치,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죽은 것처럼 말이야···.’

아무리 오랜 기간 떨어져 있었다고 한들, 분명 그녀의 아버지였다. 완전히 기억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는 않으면 모를까, 최근에는 그와 교류하며 만남을 지속해왔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뭘까···.’

강민혁은 기억을 읽었음에도 오히려 혼란만 더 가중된 기분이었다.

머리만 더 복잡해져 오는 상황에 다시 한번 손등을 스치려 했지만.

“날씨가 좀 쌀쌀하네요···.”

현경아가 그때 자신의 양손을 팔짱 끼며 몸을 움츠렸다. 지금 여기서 강민혁이 억지로 기억을 읽기 위해 손을 뻗는다면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강민혁이 입을 열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산에 들어가 있던 현선우 씨가 2~3년 전에 집에 찾아오셨다고 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알고 계십니까?”

어떤 방법을 쓰든 기억을 읽어낼 수도 있었지만, 우선은 정확한 키워드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기회가 그리 많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강민혁은 조사를 진행했다.

“...아뇨. 부모님 두 분의 이야기라. 저는 잘 몰라요.”

“그럼, 현선우 씨가 집을 나가 산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아십니까?”

“...아뇨. 그것도 잘···. 어머니에게 듣기로는 어느 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시고 홀로 떠났다고 들었어요. 정확한 이유는 저는 잘 몰라요.”

모든 질문에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이 돌아왔다.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최소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산으로 들어갔다···.’

이 또한 보고서에 적힌 내용과는 다른 진술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선우가 산으로 들어간 이유는 ‘회사에서 잘린 후, 상실감에 산으로 들어갔다.’ 적혀있었다.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내용.

‘모녀가 서로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잘 못 알고 있다는 사실이겠지.

"혹시, 어머니를 지금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강민혁은 곧바로 질문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뇨. 어머니는 지금···. 스페인에 있으세요.”

하지만 돌아온 것은 다소 황당한 대답이었다.

"...? 여행을 갔다는 말입니까?"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하셔서."

강민혁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고, 현경아는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녀 역시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 해도 자신의 남편이 죽은 지 고작 6개월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진심으로 슬픔을 달래기 위해 간 것인지, 단순히 여행을 즐기러 간 것인지 알 길은 없으나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

“언제쯤 돌아오는지 알 수 있습니까?”

“...글쎄요. 최소 한 달은 더 있어야 할거에요.”

“...”

그녀의 대답에 강민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유이든, 이미 떠나버린 이상 강제로 돌아오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최소 한 달은 그녀를 만날 수 없다는 말이었고,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현경아 씨와 현선우 씨의 사이는 어떤 편이었나요?”

강민혁은 어머니와의 만남은 잠시 접어둔 채, 눈앞에 그녀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화제를 돌려 피해자와의 관계를 물었고,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그녀의 대답이 돌아왔다.

“음···. 사실. 남들처럼 살가운 관계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어색하달까? 어린 시절 떨어졌고 안 본 기간이 오래됐으니까요.”

현경아는 덤덤한 듯 어깨를 으쓱였으나, 씁쓸한 미소만은 숨길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만난 이후로는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관계가 회복되지는 못한 겁니까?”

“...네, 그날 이후 아버지가 사는 곳을 알게 됐고, 몇 번 찾아가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어요.”

“...”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라긴 보단···. 동정심? 산속에서 지내는 그 모습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강민혁의 물음에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현선우와 현경아 두 사람은 부녀 사이긴 하였으나, 떨어진 기간만큼이나 데면데면한 사이인 듯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에 대한 동정심으로 인해 산속까지 몇 번 찾아간 게 전부라는 말이었다.

“그럼, 그날도 그래서 산에 갔던 겁니까?”

“...”

강민혁의 물음에 그녀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언제를 말하는지 단번에 이해한 듯하였고, 당시가 떠오른 듯하였다.

사건 당일, 그녀가 목격했던 것에 관해 물은 것이었다.

“네, 그냥···. 쉬는 날이기도 했고. 운동 좀 할 겸. 간 거였는데···.”

그날 그녀가 발견한 것은 현선우의 시체였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홀로 발견된 시체. 더구나 흉기에 당해 끔찍했을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 듯 그녀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

일반적인 시체를 봐도 트라우마를 떨쳐내기엔 쉽지 않은데,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 그것도 살해에 의한 시체였으니 그녀의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하지만 강민혁은 어떠한 위로도 건네지 않은 채, 그녀의 모습을 조용히 관찰했다.

분명 어떠한 가식도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진심일까?’

의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기억 속에서 살펴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무렇지 않게 덤덤한 듯 생활하던 그 모습과 지금의 모습.

어느 쪽이 진심일지 생각해본다면.

‘전자일 가능성이 크겠지.’

당연한 이야기였다.

수사관이 함께 앉아있는 지금보다는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이 진실에 가까운 것은 당연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모습은 연기일 터.

“괘, 괜찮으십니까?”

김영운 강민혁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자, 조심스레 그녀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만큼 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뭔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어···.’

이내 눈물을 훔치는 현경아를 보며 강민혁이 가늘게 눈을 좁혔다.

그녀의 기억을 읽지 않았다면, 그 또한 김영웅과 같은 행동을 취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만이 맴돌았고,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의 손을 잡아, 기억을 모조리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상황을 정리해 보자···.’

강민혁은 충동적인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상황을 정리했다.

사건의 피해자인 현선우는 산속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그의 딸인 현경아.

두 사람은 15년이라는 기간 동안 떨어져 있었으며, 최근 2~3년 동안 교류가 있었다.

그 교류는 출가했던 현선우가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 그는 오랜 기간 집을 떠나있었으나 아내와는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유추된다.

그는 발견 당시 수없이 많은 자상이 남아있었고, 그것은 원한 또는 분노로 인한 흔적으로 보인다.

면식범일 가능성이 크며, 무엇보다 그의 산속 집 곳곳에 무언가를 찾은 흔적이 존재했다.

‘음···.’

현재 알 수 있는 정보는 이 정도뿐.

강민혁은 사건을 되뇌며 생각을 정리했고, 이내 몇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현선우가 집으로 돌아왔던 이유가 무엇일까.’

‘범인이 그를 살해한 후, 찾았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산속으로 들어갔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현경아와 그녀의 어머니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강민혁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 아른거리던 그때.

“죄송하지만, 오늘은 그만 돌아가 주세요. 너무 힘드네요.”

현경아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아, 이제 막 시작했는데···.”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먼저 반응한 사람은 김영웅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되었고, 아직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대답은 그 무엇도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김영웅은 그러한 점을 의식한 듯 매우 당황한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괜찮습니다. 어디까지나 수사에 협조를 요청했던 거니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힘드신데, 억지로 응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강민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김영웅은 여전히 당황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으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올 뿐이었다.

‘더 진행한다 해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긴 힘들겠지.’

강민혁은 이미 그녀의 기억을 통해 그녀의 본 모습을 엿보았고, 그녀가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는 거라면 진실한 대답을 듣기는 힘들 것으로 파악했다.

억지로 그녀를 붙들고 있겠다고 해도 시간 낭비만 될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럼, 가볼게요. 죄송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현경아가 꾸벅 인사하며 곧바로 뒤로 돌아 들어가려는 순간.

“잠시만요.”

강민혁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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