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06화 (106/124)

106화. <자연인 살인사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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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지나가다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사건일 거라 생각됩니다.”

강민혁은 사건 브리핑을 시작하며 모두를 한 번씩 훑어보았다.

그가 미제사건수사과에 복귀해 가장 먼저 맡게 된 사건은 일명 ‘자연인 살해사건.’ 몇 개월 전 나름 떠들썩했던 사건.

각종 언론이며 매체에서 적지 않게 다뤘던 내용이었기에 당시에는 미제사건수사과가 아닌 이들이었다고 한들,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모르기에는 힘든 사건이었다.

"네, 들어본 기억이 있습니다."

"산속에서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이었죠, 아마?"

강민혁의 이야기를 들은 그들 모두 모르지 않는 눈치였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연인 살인사건'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처럼 이 사건은 산속에서 벌어진 범죄였다.

속세에서 벗어나 산에서 홀로 기거하던 한 노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 사건. 더구나 그 죽음이 사고나 자연사가 아닌 살인사건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단순히 그러한 점뿐만이 아닌, 수사가 진행되며 밝혀진 피해자의 과거와 사연 등이 공개되며 더더욱 시선이 집중되었던 사건이었다.

"저희가 그 사건을 맡게 됐다는 건···"

"예, 맞습니다.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사건입니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 사건은 지금 미제사건수사과가 맡게 되었다. 그것은 결국 그 사건이 해결되지 못했다는 뜻이었고, 범인을 밝혀내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분류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첫 번째 사건부터 쉽지는 않아 보이네요."

이주현은 습관인 듯 입술을 손톱으로 뜯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한 손으로는 사건 파일을 든 채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예, 맞습니다. 거기 적혀있는 대로 어떠한 용의자나 자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민혁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번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자 미제사건으로 분류된 이유는 사건에 관한 어떠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피해자가 발견된 장소가 산속이라는 점 때문에 CCTV는 물론이요, 목격자 또한 전무. 증거라 불릴만한 단서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으아···. 이거 시작하기 전부터 막막한데요?"

급하게 사건 파일을 읽어본 노희재는 다소 과장되게 표현했으나, 그것은 다른 이들 모두 마찬가지인듯했다. 굳이 그녀처럼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모두의 표정에서 난감함이 느껴졌다.

"팀장님, 혹시 이 사건을 채택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그때 이민재가 손을 번쩍 들며 물어왔고, 모두의 시선이 강민혁에게 이어졌다.

"이유요?"

"예, 혹시나. 이 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게 있는 것 아닙니까? 예를 들면 팀장님만 아는 어떤 실마리를 찾았던지···"

이민재의 물음은 간단했다.

무언가 알고 있어서 이 사건을 선택한 것이냐.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 이 사건에 대한 단서를 찾아낸 것은 아니냐.

하는 내용이었다.

파트너 형사로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오랜 시간 강민혁과 함께 근무한 그였기에 기대감이 남달랐고, 이미 계획된 무언가 있기에 그가 이 사건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아뇨. 저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여러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기대를 걷어차듯 강민혁은 단호히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이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은 없었다. 과거에 스쳐 지나가듯 들어본 기억은 있으나, 모든 사건을 기억할 수는 없는 법.

그 이후 별다른 소식을 들었지 못했던 사건이었기에 당시에는 아마 미제사건인 그대로 해결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 그럼. 어째서 이 사건을···"

이민재는 그의 단호한 대답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려운 사건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민재 경사."

"예, 예!"

강민혁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으며 그를 불렀다. 순간 싸늘해진 분위기에 이민재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며 대답했다.

"사건 수사를 시작도 전에 벌써 포기하신 겁니까?"

"..."

"...많이 달라지셨네요. 제가 알던 이민재 경사는 그런 분이 아니었습니다."

강민혁은 그의 태도에 매우 실망했고, 그러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단순히 3년 전 자신의 밑에 있던 이민재에 관한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훨씬 그 전, 과거 함께했던 이민재는 지금처럼 쉽게 사건을 포기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사건이라도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고 노력해 결국은 어떤 식으로든 사건을 해결해내는 게 바로 그였다.

강민혁은 그러한 이민재의 밑에서 형사의 모든 것을 배웠기에 지금 그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

그러한 강민혁의 마음을 이민재가 전부 알리는 없으나,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듯 고개를 숙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위축된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강민혁이 없던 그동안의 미제사건수사과. 규모는 더 커졌으나,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부서를 이동함과 동시에 사건의 해결률은 반의반의 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수직으로 하락했고, 어찌 보면 그러한 결과는 당연했다.

미제사건이라는 특성상, 한번 범인 검거에 실패했던 사건을 더구나 시간까지 더욱 흐른 뒤에 다시 수사해야 했다.

강민혁과 같은 인재가 없는 이상, 수사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했다.

이민재 역시 다르지 않았고, 그동안 연이은 실패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강민혁과 함께했던 기간보다, 지난 3년간의 기간이 더욱 길었으니 그의 뛰어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의심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고 가겠습니다.”

강민혁은 시선을 돌리며 모두에게 말했다.

“아마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한데···.”

“...”

“...”

인상을 찡그리거나 화가 난 모습은 아니었으나, 무표정한 그의 얼굴은 오히려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

“이 사건, 저희 팀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고, 그러기 위해 모집된 인원입니다.”

이 팀을 넘어 미제사건수사과가 존재하는 이유. 그것은 당연히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앞으로는 이 사건보다 더욱 어렵고 난해한 사건들을 맡게 될 겁니다. 이번 사건은 겨우 시작에 불과해요. 부딪혀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 용납 못 합니다. 반드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겁니다. 바로 시작하죠.”

강민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표정이 돌변했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무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제사건수사과 제3팀의 첫 번째 수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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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강민혁이 자신의 목에 달라붙은 벌레를 떼어내며 자리에 멈춰 섰다.

뒤따라 오고 있던 이들 역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팀장님, 여기가···?”

“예, 사건 현장입니다.”

미제수사과 3팀이 도착한 장소는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조그마한 오두막집. 일반적인 건물에 비교하자면 매우 초라하지만, 어떠한 기술도 없는 일반인이 지었다고 한다면 꽤 그럴듯한 모습이었다.

“피해자가 사체로 발견된 장소이자, 15년가량 생활한 것으로 유추되는 집입니다.”

강민혁의 설명이 이어지자, 모두가 신기한 눈으로 그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풀숲을 헤지고 나오자 등장한 허름한 오두막 한 채는 모두가 알고 있듯 이번 사건의 사건 현장이자, 피해자의 거주 공간이었다.

“범인은 면식범이겠죠? 이렇게 깊은 산속에 집이 있다고 상상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이런 곳까지 와서 살해를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힘드니까요.”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아직 밝혀진 건 없으니 확정을 짓지는 마세요.”

노희재의 물음에 강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이곳은 모르는 사람이 쉽사리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강민혁은 이곳의 대략적인 위치의 설명과 약도까지 받았음에도 찾아오기가 쉽지 않았고, 실제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번이나 길을 잃을 뻔했다.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닌, 말 그대로 산속 깊은 그곳에 있는 장소였고. 이미 이곳에 대해 알고 있지 않으면 찾아오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다만, 아직 확실한 것은 없었기에 확정 지을 수는 없었다.

“우선, 흩어져서 단서가 될만한 게 있나 찾아보죠.”

“예, 알겠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으나 이렇게 겉으로만 본다고 하여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강민혁의 명령에 따라 모두가 흩어지며 수색하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가는 대로 흩어져 오두막 안을 살펴보기도 하고 그 주위를 살펴보기도 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단서가 될만한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쉽지는 않겠어.’

강민혁 역시 마찬가지.

사건이 발생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피해자의 사체는 이곳에 없었으나, 그는 사체가 발견된 그곳을 살피는 중이었다.

핏자국만이 남아있는 사건 현장을 보며 그 역시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수사 시작 전, 팀원들에게 큰소리를 치긴 했으나 사건이 쉽지 않은 건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산속에 목격자가 있을 리는 만무했고, CCTV는 더더욱 기대하기 힘들었다. 기억을 읽는 이 능력조차 지금의 상황에선 무용지물.

지나다니는 청설모의 기억을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쯧.”

강민혁은 습관처럼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건 현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으나.

완전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원한 관계를 위주로 조사해 봐야겠어.’

노희재가 말한 것처럼 범인과 피해자는 안면이 있는 사이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사건 파일에 따르면 피해자가 이곳에 들어온 것은 15년 전의 일이었다. 이런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 나오기는 할 테지.

자신이 팀원들에게 말했던 그대로, 이런 식으로 포기할 순 없었다.

“...?”

그때 무언가 골똘히 보고 있는 이주현이 강민혁의 눈에 들어 왔다.

집중하고 있는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였다.

“뭔가 발견한 거라도 있습니까?”

강민혁이 이주현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들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 아뇨. 그냥···. 뭔가 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요.”

“.,.어떤 거죠?”

이주현이 말하는 순간, 강민혁의 눈가 좁아졌다. 어서 빨리 대답을 원하는 듯 재촉하는 그 시선에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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