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금의환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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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미제사건팀에 합류하라고?”
이주현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하며 되물었다. 이어 이런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는 듯 이민재를 노려보았으나, 그는 시선을 회피하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민재 경사도 조금 전 처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저 혼자 생각했던 제안입니다.”
강민혁은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며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이민재의 상황이 매우 곤란해 보였다.
무엇보다 실제로 이민재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 강민혁의 부탁으로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고, 시간이 되면 잠깐 볼 수 있냐는 권유를 건넨 것이 전부였다.
영문을 모르는 이주현은 마침 쉬는 날이었기에 흔쾌히 허락했고, 강민혁과 이민재가 곧바로 이동해 그녀와 만난 상황이었다.
“인천지방경찰청 kcsi 소속 프로파일러로 근무 중인 거로 아는데 맞으시죠?”
강민혁은 이주현을 보며 정중하게 물었다.
이미 두 사람은 일전에 말을 놓은 기억이 있었으나, 꽤 오래전 일이었고 자신이 부탁하기 위해 온 상황이었기에 반말보다는 높임말을 썼다.
“...어, 아니···. 예.”
그녀 또한 그것을 의식한 듯 어색하게 말을 정정하며 대답했다.
“저희 팀에 합류하면, 서울청에서 근무하게 될 텐데 집도 가깝고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됩니다.”
가장 먼저 그녀를 꾀기 위한 전략은 가까운 근무지를 어필하는 것이었다. 이주현의 현재 근무지가 일반서나 지구대였다면 경찰청이라는 점을 어필해보았겠으나, 그녀는 프로파일러였다.
당연히 근무지는 경찰청.
애초에 인천지방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집과 가깝다는 점을 어필한 것이었다.
“...그 점은 좋지는 한데.”
고민하는 듯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주현이 입을 열었다. 집과 근무지가 가깝다는 점. 그저 단순해 보일 수 있는 장점이었으나, 생각 외로 많은 사람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어차피 지방청에서 근무하는 그녀였고, 사실 강민혁이 그녀를 데려올 수 있도록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과학수사대, 즉 kcsi에 이미 근무 중인 그녀였기에, 굳이 팀을 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 특성상 일반 팀보다는 자신이 속한 과학수사대에서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주현 역시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을 것. 강민혁은 그녀가 어느 정도 동요하는 반응을 보이자 더욱더 어필하기 시작했다.
“지금 부서에서는 이주현 씨 의견이 효과적으로 반영되나요?”
“...”
강민혁의 물음에 이주현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강민혁은 이미 알고 있음에 이러한 질문을 건넨 것이었다.
이제 막 프로파일러의 정식교육이 끝난 후, 업무에 투입된 그녀였다. 과학수사대에 있다곤 하나 그녀의 의견은 비중 있게 다뤄질 리가 없었다.
굳이 프로파일러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흔히 겪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줄 마음 넓은 베테랑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직 미숙하다는 이유로 신입의 의견은 무시되고 기존의 방침이나 기존 베테랑들의 의견에 따라 흘러가는 상황들.
그녀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고, 사건을 수사하는 특성상 그러한 점은 더욱 엄격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했다.
“저희 팀에 들어온다면, 이주현 씨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겁니다. 굳이 의미 없는 막내 기간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강민혁은 더욱이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적극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또한, 경력 적인 부분이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민재 경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저희 팀의 검거율이나 화제성. 업무능력은 그 어떤 부서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강민혁은 지금 이주현이 고민하고 있을 부분들이 무엇일지 꿰뚫어 보고 있었고, 그러한 점에 집중하며 그녀의 관심을 유도했다.
경찰대학 시절, 이주현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한 교육생이었다. 그랬기에 번번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강민혁을 견제했고 시기하며 경쟁자처럼 여겼었다.
비록, 시간이 지나 넘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지만. 강민혁은 그러한 그녀의 성격을 잊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인정받고 싶어 할 그녀가 단지 이제 막 팀에 합류했다는 이유에 가로막혀 의견을 피력할 수 없는 상황.
그러한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음.”
실제로 이주현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한 이민재에게 원망 어린 눈빛을 쏘아낼 뿐이었지만. 이제는 강민혁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고 있었다.
“저를 팀에 합류시키려는 이유가 뭐예요?”
그때 고민을 이어가던 이주현이 강민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어 왔다.
자신을 팀에 데려오려는 이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주현 그녀는 프로파일러 정식교육이 끝난 후, 이제 막 과학수사대에 합류한 신입에 불과했다.
아직 어떠한 경력이나 이력이 없는 그야말로 햇병아리에 불과한 초보 프로파일러. 딱 그 정도가 그녀를 설명할 수 있는 간결한 설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강민혁은 그러한 그녀를 반드시 팀에 합류하고 싶다며 설득하는 중이었다. 이주현은 아직 그 무엇도 증명되지 않는 자신을 그렇게 원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이주현 씨 실력을 알고 있으니까요.”
강민혁은 그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이주현의 뛰어난 실력을 알고 있으며, 믿고 있다는 뉘앙스의 대답. 그녀는 그러한 대답이 경찰대학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한 것이라 받아들였다.
하지만, 단순히 그러한 의미는 아니었다.
강민혁은 그녀가 앞으로 성장할 모습을 알고 있었다, 국내 최고 프로파일러 이주현. 그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활약할 그녀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이토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다.
냉철한 분석과 판단. 누구도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는 증거를 단번에 파악해 내는 그녀의 능력은 앞으로 팀이 헤쳐나가야 할 사건들에서 필요했다.
경제팀에 가기 전까지, 강민혁은 그저 혼자서 거의 모든 사건을 해결해냈다.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과 미래의 일어날 사건들을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원맨쇼에 가까울 정도로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왔지만.
어디까지나 한계는 존재했다.
앞으로는 더 큰 사건, 더 큰 범죄를 마주하게 될 것이 분명했고. 혼자의 힘으로는 모든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 없었다.
그랬기에 최재희에게 직접 팀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 부탁한 것이었고, 받아들여졌다.
팀에 합류할 유능한 프로파일러의 존재는 매우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단지 팀의 이득만을 위해 이주현을 합류시키려는 것은 아니었다.
이주현이 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그녀 역시 이득이 될 것은 분명했다.
강민혁이 기억하기로 이주현은 현재를 기점으로 앞으로 4년에서 5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동안은 능력이 없어서 활약하지 못했던 것일까?
물론 경험의 차이는 있겠으나, 단순히 그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짬. 짬 차이에 밀려 온갖 허드렛일이며 업무와는 상황 없는 일만 주구장창 하다가 그제야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 무려 4년에서 5년이라는 기간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팀에 합류한다면 그러한 무의미한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강민혁은 그녀의 능력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에 무한한 신뢰와 협조를 약속했다.
“...음. 고민해볼게요.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단번에 정하기엔 중요한 문제라서요.”
이주현은 그러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언제든지 편하실 때 연락해주세요.”
결정이 무엇이든, 강민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녀를 설득했다.
이주현이 팀에 합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반대의 선택을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의 선택이 남아있었고, 오늘의 만남은 그녀가 신중히 고민해보겠다는 그것만으로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강민혁과 이민재는 그대로 그녀를 뒤로한 채 카페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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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강민혁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서류는 인적사항이 적힌 이력서. 미제사건과 제3팀에 합류를 희망하는 이들의 지원서류였다.
강민혁은 복귀한 그 날, 바로 이민재에게 시켜 모집을 시작했고 며칠 새 어마어마한 인원이 몰려든 것이었다.
“으아···. 엄청나네요. 한 부서에 이정도 인원이 몰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던 이민재는 아무리 확인해도 줄지 않는 지원자 숫자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꼼꼼히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원자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강민혁이 세운 기준을 바탕으로 이민재와 함께 일차적으로 분류를 하는 중이었다.
“응?”
한 명 한 명 꼼꼼히 서류를 살피던 강민혁은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어? 두 사람도 지원했습니까?”
강민혁의 그러한 반응을 확인한 이민재는 슬며시 다가와 그가 살펴보고 있던 서류를 확인했다.
그 서류에 적혀있는 이름은 노희재와 유진호. 과거 미제사건수사과였던 그들이었다.
이민재 역시 익숙한 그 이름들을 보며 웃음 지었다.
“두 사람은 따로 빼둘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이민재의 물음에 강민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노희재와 유진호. 그 두 사람은 굳이 선별할 필요가 없었다.
지원자이긴 하지만, 이미 두 사람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었다. 능력 또한 출중한 편이었기에 단순한 친분 때문이 아닌 팀에 필요한 인재들이었다.
“두 사람은 됐고. 팀장님, 앞으로 몇 명정도 더 뽑을 예정입니까?”
“음···.”
노희재와 유진호는 확정되었고, 자신과 기존의 이민재까지 합친다면 현재 팀원은 4명이었다. 이주현은 고민이 깊은 듯 아직 연락이 오지 않은 상태였기에 최소 4명에서 5명.
강민혁은 많은 인원을 원하지는 않았기에 생각했던 규모에 근접해진 정도였다.
“한 명 정도 더 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우선은 조금만 더 찾아보도록 하죠.”
“예, 알겠습니다.”
강민혁은 대답과 동시에 다시 서류에 집중하며 원하는 인재를 찾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강민혁의 시선이 하나의 서류에서 멈췄다.
“...?”
한참을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이민재가 다가갔고, 그 역시 놀란 듯 소리쳤다.
“이 친구, 의경이었던 그 친구 아닙니까?”
“역시. 맞죠?”
강민혁이 보고 있던 그 서류에는 김영웅의 이름과 그의 계급인 순경이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