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99화 (99/124)

99화. <3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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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한 건 하셨네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이민재가 강민혁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이미 완전히 제압되어있던 독사는 주차장으로 우리를 데리러 왔던 형사들이 이송했다.

“아뇨. 이미 준비가 완벽히 되어있던 덕분이죠.”

독사파와 일성파의 세력 다툼은 경찰들의 난입으로 인해 일단락되었고, 클럽 내의 오십여 명 모두 검거를 완료했다.

그들 전부를 봉고차 한 대에 모두 태울 수는 없었기에 지구대까지 이송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으나. 팀원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준비하고 이 순간을 기다려왔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에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단순히 한 조직의 보스를 검거하는 그것뿐만이 아닌, 두 조직. 그것도 구성원 대부분을 한 번에 검거해낸 성과.

그것은 어디까지나 심지혁을 비롯한 담당 형사의 부단한 노력과 준비 덕분에 이뤄낸 결과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강민혁의 활약 역시 부정할 수는 없었다.

오랜 기간 경험으로 인한 순간의 판단 그리고 한 조직의 보스를 완전히 제압시킬 만큼 압도적인 무력까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화약이었고, 직접 눈을 확인한 이들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강 형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강 형사님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과장된 소문이라 생각했는데···. 제 생각이 틀렸습니다.”

“엄청난 실력이었습니다. 앞으로 제 경찰 생활의 롤모델로 삼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지구대에 도착한 이후, 한창 바쁜 시기일 터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했던 팀원들 모두 한명 한명 강민혁에게 다가와 감사 인사를 비롯한 감탄을 내뱉었다.

“아뇨.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강민혁은 그런 그들을 일일이 상대해주며 어색한 웃음 지을 뿐. 과도할 만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며 이 시간이 어서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앞 전 차에서의 무례를 저지른 점 죄송합니다. 한창 예민해져 있던 시기라···.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계실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때, 봉고차에서 이민재와 강민혁의 외관만 보고 무례를 저질렀던 그가 다가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아뇨. 이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강민혁은 부담스러운 그의 행동을 말리려 했지만, 그는 전혀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보내온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사과받아줄 테니 어서 고개 드세요.”

강민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의 사과를 받았고. 그는 그제야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애초에 그의 태도가 노골적인 기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형사들 사이에는 비일비재한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신경을 쓰고 있지 않던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으나, 사과를 받아주지 않으면 종일이라도 이러고 있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달려가겠습니다.”

그는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강민혁의 눈을 부담스럽게 쳐다보며 각오를 내뱉었다.

“그럴 필요까지는···.”

“아뇨. 오늘 저희는 모두 강 형사님의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합니다. 저희 팀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맞지?”

강민혁은 단지 지원요청을 받아 온 것뿐이었기에 그의 태도가 매우 부담스러워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말을 끊으며 자신의 팀원을 향해 소리쳤다.

“당연하지!”

“저희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서겠습니다!”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지구대의 형사들은 신이라도 난 듯 제각각 소리치며 대답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강민혁은 부담을 넘어 사레가 들릴 지경이었으나, 애써 웃으며 화답했다.

분위기상 거절할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들이 직접 도움을 주겠다는데 굳이 그러할 필요는 없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들 역시 유능한 형사임은 오늘의 상황으로 인해 확인했다.

모든 사건을 혼자서만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은 반드시 있을 터.

믿을 수 있는 이들의 도움이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있는 든든한 아군이 생긴다는 건 그 어떤 상황이든 좋은 일임이 분명했다.

“강민혁···. 잠깐 이야기 좀 하지.”

한창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심지혁이 강민혁에게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강민혁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강민혁은 심지혁을 따라 지구대 뒷문을 이용해 주차장의 흡연장으로 향했다.

자신의 팀원들이 있는 곳에서 말을 꺼내기에는 중요한 일인가 싶어 강민혁이 관심을 가졌지만, 심지혁은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뿐.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한 대 피울래?”

심지혁은 강민혁의 시선을 느낀 듯, 옆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담뱃갑을 들어 올렸다.

흡연하지 않는 강민혁이기에 고개를 내 졌자, 그가 어색해진 손을 머뭇거리며 주머니에 넣었다.

“흠흠.”

그리고 이어지는 헛기침.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지.

영문을 모르는 강민혁은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수사 과정에서 나서서 행동하고 명령했던 상황에 불만이라도 제기하려는 것일까.

강민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심지혁의 처지에선 불만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 팀의 팀장이었고, 사건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앉아있었다. 심지어 강민혁은 자신의 팀원도 아니었고, 지원을 받아온 처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클럽 내에서의 상황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어 강민혁이 그 팀의 팀장처럼 행동했다. 보시다시피 팀원들의 불만은 없었으나, 심지혁이라면 꽤 꺼림칙할 상황.

더구나 그 대상이 강민혁이었으니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리 없었다.

강민혁 역시 심지혁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지금 그러한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려는 것은 아닌지 예상했다.

“...내 누이에 대한 사건을 네가 해결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심지혁이 던진 화두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이번 사건이 아닌, 강민혁이 맡았던 사건. 그의 아버지인 심재준 청장이 직접 부탁했던 그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 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심재준 그의 딸이 피해자였던 사건이었기에 심지혁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사건임은 분명했다.

강민혁은 그와 만나는 순간부터 그 사건이 떠올랐으나, 아무래도 조심스러웠고. 그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기에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심지혁 그가 먼저 그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고, 의외의 상황에 강민혁은 잠시 당황했으나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랬군.”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심지혁은 대답과 함께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참을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고맙다.”

“어?”

이내 심지혁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강민혁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반문했다. 그리고 그를 쳐다보자 시선을 돌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리고 애꿎은 땅만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도 그렇고. 아마 네가 없었다면···. 팀원들이 많이 다쳤겠지.”

“...”

심지혁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으나, 강민혁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그의 선택에 따라 팀원들이 무작정 밀고 들어갔더라면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강민혁은 그러한 점을 고려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끼어들어 해결해 낸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 강민혁이 없었다면 이어졌을 상황은 분명했고, 심지혁은 그것을 자책하는 듯싶었다.

“누이의 사건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너는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번번이 해결해내는군···.”

“...”

그리고 원망인지 질투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강민혁을 쳐다보았다.

시선을 마주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꽤 복잡한 심경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애초에 자존심이 강한 그가 이러한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강민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너를 인정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연초를 재떨이에 비벼끈 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강민혁은 한참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리고 이내 겨우 정신을 차리며 방금의 상황을 되뇌었다.

심지혁 그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분명, 고마움을 전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그의 표현에 혼란스러웠으나.

“음···.”

그가 고마움을 표현하며 자신을 인정해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서로의 관계도 있고, 태생부터 그러한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간이었기에 서툴렀을 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치.”

강민혁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스러웠으나, 이내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심지혁은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을 이 자리에 따로 불렀고, 그 말을 이리도 힘겹게 꺼낸 것이었다.

그리고 급하게 자리를 떠난 건 아무래도 쪽팔려서겠지.

“웃기는 놈일세.”

강민혁은 다시 한번 입꼬리를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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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네. 두 사람 모두.”

사건이 해결된 직후, 강민혁과 이민재는 곧바로 복귀했다.

그사이 소식을 전해 들은 최재희 과장은 그들이 도착하기 무섭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강 팀장, 이번에도 활약했다고 들었네. 독사까지 직접 검거해냈다고?”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왔다.

“운도 실력이지.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거든.”

강민혁은 그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으나, 최재희의 용건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그건 그렇고···. 할 말이 있는데 시간 괜찮겠나?”

“예? 아, 예. 문제없습니다.”

이내 그가 표정을 바꾸며 물어왔다.

강민혁은 갑작스러운 그의 제안에 당황하며, 재빨리 대답했다.

그의 태도가 꽤 진지했기에 의아했다. 아직 새로운 사건을 맡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았기에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럼, 잠깐. 차 나 한잔하고 오지.”

“예.”

최재희는 곧바로 사무실 문을 나섰고, 강민혁이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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