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91화 (91/124)

91화. <톱스타 살인사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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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사무실 내부. 이미 모두 퇴근한 시간이었지만 유독 한 자리만이 환하게 빛을 뿜고 있었다.

“어째서 변화가 생긴 걸까···.”

강민혁은 눈앞의 모니터에 시선이 고정된 채 심각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되뇌었다.

그가 보고 있는 기사는 박동주에 관한 것.

별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강민혁은 벌써 몇 시간째 그에 관한 기사를 찾아보는 중이었다.

“박동주가 김용석에게 먼저 접근했다.”

그 이유는 역시나 사건 때문.

검은 명함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유추하긴 하였으나. 이번에 김용석의 기억을 읽어냄으로써 그의 개입이 확실하게 확인되었다.

박동주는 김용석에게 접근해 범행계획을 전달하고 그의 범행을 유도했다.

결과적으로 김용석은 박동주의 계획을 이용해 이신아를 살해. 범행 흔적마저 남기지 않은 채,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대충 예상했던 내용이었으나, 의심이 아닌 확신. 기억을 읽는 능력을 통해 직접 확인한 내용이었다.

이신아 사건 해결에 대해서 더 고민할 부분은 없었다.

“이신아 사건은 얼추 마무리됐어.”

범행 과정이며 동기, 그리고 증거까지.

김용석을 만나고 기억을 읽는 것으로 모든 내용은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아있는 것은 그 기억을 토대로 증거를 확보한 후, 김용석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것뿐.

이미 수용소에 있는 김용석이었기에 증거인멸의 걱정 또한 없었다.

문제는 박동주.

“...”

그는 범죄 컨설턴트라는 독특한 행위를 일삼는 범죄자였다.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검거할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녀석은 그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무언가라도 찾아낸다면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겠지만, 절대 쉽지 않았다.

그는 직접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고, 오로지 계획만 세워 다른 이에게 전달한다. 또한, 의뢰자의 철저한 사전정보와 배경이 깔려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어떻게 그러한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는지 그 정보력 역시 대단함을 부정할 순 없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흔적은 절대로 남기지 않는 주도면밀한 성격이 가장 성가신 녀석이었다.

그랬기에 강민혁이 가장 경계 중인 인물이기도 했다.

아무리 계획만 짰다고 한들,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공동정범의 혐의는 확실했지만, 검거할 수 없는 이유는 강민혁 그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

법원에서 인정할 수 있는, 박동주가 범죄 계획을 짰다는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그에게 손을 델 수는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도 범죄에 개입했다.

“하지만···. 어째서?”

박동주가 범죄를 행한 행위에 대한 의문이 아니었다. 이미 앞선 사건을 통해 그의 범죄사실은 확인했다.

번번이 강민혁이 가로막아 그 범죄들은 실패했지만, 그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여기서 의문을 가진 건, ‘그가 어째서 이 사건에 개입했는가?’ 였다.

‘과거에는 분명 그의 개입이 없었어.’

특별히 확인할 방법은 없었으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기에.

과거 이신아 사건은 매우 간단히 해결되었다. 김용석은 당시 충동적으로 범죄를 일으켰고, 현장에는 그가 남겨놓은 흔적들로 가득했다. 담당 수사관들이 그것을 쉽게 발견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건 현장의 흔적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살인이라는 결과는 같았으나, 이번에는 미리 사전계획을 통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계획범죄로 변모한 것이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박동주가 사건에 개입했기 때문.

하지만 어째서 과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던 이 사건에 지금은 그가 개입한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건에 개입해 미래를 바꾼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다.

강민혁 자신이 지금 경감의 계급을 달고 있는 것도, 미제사건 수사팀에 합류해 있는 것도, 노희재가 간부시험에 합격한 것도. 그리고 지금껏 해결해온 사건들 대부분이 그러한 상황에 포함되었다.

이것들이 전부 사건에 개입해 미래를 바꾼 것.

그리고 그 주체는 항상 강민혁 자기 자신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할 터.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기에 상황이 바뀌어도 인지할 수 있는 건 강민혁 외에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강민혁만이 미래의 사건을 대비하며 개입함으로써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조금 달랐다.

‘ 동주가 사건에 개입해 미래를 바꿨다.’

강민혁은 눈을 좁히며 모니터 속 그의 사진을 노려보았다. 웃고 있는 표정이었으나 왠지 모를 오싹함이 느껴지는 사진.

밀려오는 두통에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잠시 눈을 감았다.

‘ 상할 수 있는 상황은 세 가지 정도.’

첫 번째는 그가 강민혁의 영향을 받은 것.

그는 범죄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며 음지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고 몸집을 키우려 했지만, 강민혁에 의해 번번이 실패했다.

그 역시 그러한 사실이 신경 쓰이지 않을 리는 없을 터. 강민혁의 연속된 방해로 인해 그가 과거와는 달리 더욱 적극적으로 범죄에 임했을 가능성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강민혁의 영향으로 인해 미래가 바뀐 것이기도 했기에 상황은 얼추 맞아떨어졌다.

두 번째는 그가 강민혁과 비슷한 혹은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으나, 강민혁은 이미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기억을 읽는 능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내는 중이었다. 이 능력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왜 생겨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만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다른 사람, 박동주 역시 이러한 능력 혹은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었다.

세 번째는 박동주 역시 미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었다.

강민혁은 회귀를 통해 과거로 돌아왔다. 그랬기에 앞으로 일어날 사건과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경험을 강민혁만 했다는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

박동주 역시 강민혁과 마찬가지로 회귀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한 것이었다.

“후···.”

생각을 마친 강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감았던 눈을 떴다.

만약 첫 번째 예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예측대로 들어맞는다면 그것은 조금 곤란했다.

박동주가 자신의 성공 또는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그러한 능력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그는 그러한 인물이 아니었다.

명백한 범죄자 그 자체였고, 그가 그러한 능력을 범죄에 이용한다면 골치 아파질 것이 분명했다.

“더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지금껏 그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렸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생겨났고,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먼저 행동해야 했다.

타닥. 타닥.

강민혁은 순식간에 손을 놀렸고, 모니터에 뜬 그의 회사 주소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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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아 사건에서 남아있는 것은 마무리뿐. 강민혁은 김용석의 기억을 통해 증거가 있는 위치를 알아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행동했다.

수용소에 갇혀있는 그가 증거를 어떻게 해볼 겨를은 없을 터. 단숨에 증거를 찾아내는 일만 남아있었다.

강민혁이 찾아간 장소는 이신아의 집 마당의 화단. 그곳을 이민재와 함께 꽤 깊숙이 파내고 있었다.

“쯧. 감쪽같이도 숨겨놓았네.”

강민혁은 혀를 차며 들고 있던 삽을 내려놓았다. 이민재 역시 구슬땀을 흘리며 땅속에 숨어있던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와···. 이런 곳에···.”

난데없이 화단을 파헤치자는 강민혁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그였으나, 막상 눈앞의 증거를 확인하자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강 팀장님이 말씀하신 데로, 굳은 피가 묻어있습니다.”

“네, 아마 피해자의 피일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범인의 지문도 묻어있을 테니 조심해서 꺼내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민재가 우렁찬 대답과 함께 땅속에서 꺼낸 증거는 김용석이 흉기로 사용했던 도자기의 파편이었다.

강민혁이 김용석과 손이 스치는 순간, 가장 먼저 살펴본 기억은 범죄현장이었다. 단순한 범죄현장이 아닌, 사건이 일어날 당시의 현장.

환각 파티에 참석한 김용석은 예상대로 미리 계획을 통해 이신아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거침없이 약을 투여하는 동안, 그는 정신을 유지할 정도의 아주 소량만 투여했고.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됐을 때 행동을 시작했다.

이신아는 다음 일정이 있었기에 장소만 제공할 뿐. 약을 투여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김용석은 약에 취한 듯 연기를 하며 이신아의 집 2층으로 올라갔고, 연인이었던 그녀는 걱정하며 그를 따라갔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계획에 있던 상황. 그가 일부러 그녀를 2층으로 유인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다른 이들에게 범죄장면을 들키지 않기 위함으로 보였다.

아무리 약에 취해있다고 한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녀와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2층으로 올라간 이후, 그는 여전히 약에 취한 척 연기를 했고. 이신아가 무방비한 사이, 화장실 옆에 놓여있던 장식용 도자기를 들어 그녀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순식간에 도자기가 깨지고 난장판이 됐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전부 그의 계획에 있던 내용이었기에.

김용석은 차분하게 깨진 도자기를 하나하나를 수거했고, 미리 살펴둔 그녀 집 화단을 깊숙이 파 그것들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와, 흔적이 될만한 것들을 전부 지워나갔다.

사건을 조사했던 수사관들은 그곳에 도자기 따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감히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은 강민혁과 이민재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이미 그러한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김용석이 장갑을 사용하지 않은 건 의외네요. 꽤 철저히 준비한 모양인데.”

이민재는 땅속에서 증거를 모두 수집한 뒤, 지퍼백에 그것을 넣으며 물어왔다.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걸 겁니다.”

강민혁은 의아함을 표출하는 그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김용석이 장갑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그 모임이 단순한 모임은 아니었으나, 어찌 됐든 친분이 있는 동료들과의 자리였다. 실내에서 그것도 평소에 잘 끼지 않는 장갑을 뜬금없이 끼고 있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은 당연했다.

사건이 벌어지기도 전에 괜한 의심을 사고 싶지는 않았을 터. 무엇보다 평소에 연인이었던 사이었기에 집에는 자주 왕래하는 사이였다.

이신아의 집에 그의 지문이 남아있다고 하여 의심을 살 거란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살해한 순간 역시 그녀가 방심했을 찰나의 순간 저지른 것이었기에 굳이 장갑을 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동기는 혹시 파악하셨습니까?”

강민혁이 설명을 끝마치기 무섭게 이민재가 다시 한번 물어왔다.

“연인 사이에 동기야 뻔하죠. 뭐.”

매우 궁금해하는 모양이었으나, 어깨를 으쓱하며 간단히 대답할 뿐. 별거 아니라는 듯 지나쳤다.

범행 동기 역시 이미 확인한 상태였고, 썩 흥미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결국, 원인이 된 것은 김용석의 바람.

새로운 연인이 생긴 그는 이신아에게 결별을 고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거절했다. 오히려 그의 마약 투여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불어버리겠다며 협박했고, 그것을 막기 위해 저지른 범죄였다.

과거에는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지만, 이번에는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뿐. 사건 자체의 큰 변화는 없었다.

그렇게 이번 사건 역시 해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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