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함정수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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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강민혁이 눈을 번쩍 뜨며 자신의 손을 낚아채자, 그는 당황하며 미진을 노려보았다.
“어, 어떻게? 분명, 약을···.”
하지만 그녀 역시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동공이 흔들리며 당황할 뿐이었다.
“...”
여기 있는 이들 중, 지금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강민혁뿐. 그는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으나, 대처만은 빨랐다.
지금 그는 누워있는 강민혁의 몸 위에 올라탄 상태였고, 낚아채진 손이었으나 메스를 들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유리하다 생각할만한 상황임은 분명했다.
“,,,에이 씨! 그냥 죽어!”
그는 그 찰나의 순간, 강민혁을 죽이기로 마음먹은 듯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메스를 든 손을 휘두르려 하였다.
순간적으로 힘을 주며 강민혁이 잡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이, 이게 무슨.”
그의 생각만큼 눈앞의 남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강민혁은 그 와중에도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남성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메스를 들고 있는 그의 손목을 그대로 거칠게 꺾어버렸다.
“으아악!”
그는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으나, 자비 따위는 없었다. 강민혁은 그의 손목을 꺾어버린 그 상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더더욱 고통을 토해냈다.
“...”
강민혁은 침대에서 내려와 완전히 두 발로 일어섰고, 그제야 자신의 몸에 그려진 그림들을 제 눈으로 확인했다.
그들이 실행하려던 작업, 팔 수 있는 장기들을 수술하기 위해 표시해둔 그림이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그러한 행위를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실행하려던 것이었다.
“너, 누구야···. 개새···. 으아악!!”
손목이 꺾인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그가 욕설을 내뱉으려 하자, 강민혁의 무릎이 사정없이 그의 인중을 향했다.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
가장 위협이 될 거라 생각했기에, 돌팔이라 불리는 그 남성을 가장 먼저 제압했으나 아직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미진과 수진, 두 사람은 어느새 날카로운 연장을 하나씩 든 채. 강민혁과 대치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강민혁의 정체를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그가 보여준 짧은 행동만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일반인이라면 보여주기 힘든 움직임, 무엇보다 지금의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침착한 그의 태도는 절대 일반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너···. 뭐, 뭐 하는 새끼야.”
대치하고 있던 수진은 자신이 들고 있던 날카로운 쇠붙이를 세우며 위협하듯 정체를 물었다.
“그 도구들···. 내려놓으시죠. 다치고 싶지 않으면.”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강민혁은 그저 짧은 경고만 남길 뿐. 무표정한 표정을 유지한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너 이새끼. 우리가 누군지 알고 까부는 거야? 죽고 싶어!”
미진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소리쳤으나, 강민혁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고, 이내 질문했다.
“당신들은 누구죠? 개인? 집단? 그것도 아니면 조직? 직접 말해 주실 겁니까?”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를 밝혀준다면, 그것만큼 편한 상황도 없었지만.
“이 상황이 장난으로 보여? 죽고 싶어? 당장 그 손 안 놓아?”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그녀의 귀에 강민혁의 말은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그녀 역시 수진과 마찬가지로 눈앞의 그에게 소리쳤으나, 겨우 그 정도 위협이 통할 리 없었다.
강민혁은 여전히 그 남성의 손목을 꺾은 채로 잡고 있었고, 그녀는 그 손을 풀어달라 요구한 것이었다.
“...손을 놓아달라? 그러죠. 뭐.”
“으아아악!!”
그는 별거 아니하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대로 잡고 있던 손목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뼈가 으스러지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온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돌팔이라 불린 남성은 그대로 기절한 듯 풀썩 쓰러졌고, 강민혁은 그제야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제, 더는 이 손으로 그따위 장난은 못 칠 거다.”
강민혁은 기괴한 모습으로 팔이 꺾인 채 기절해 있는 그를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아무리 먼저 위협을 받았다 한들, 과잉 진압, 과잉 대응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행동이었으나, 상관없었다.
살아있는 이의 목숨을 이용해 자신의 돈벌이로 이용하는 그의 범죄는 악질 중에서 악질이었고. 다시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준 것이었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나름의 인내심을 발휘해 이 정도로 그친 정도였다.
“자, 덤비려면 빨리 덤벼. 기분이 좋지 않으니까.”
강민혁은 분노를 애써 삼키며 눈앞의 그들을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
하지만 그들은 그대로 얼어버렸고, 차마 입조차 뗄 수 없었다. 눈앞에서 펼쳐진 동료의 팔이 꺾이는 그 순간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괴력이 발악할 의지마저 꺾어버린 것이었다.
“사, 살려주세요···.”
강민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몸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코웃음 쳤다.
“살려달라니···. 나를 너희들과 같은 부류로 생각하는 건 조금 곤란한데.”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안 지워지네···. 쯧.”
얼굴에까지 그려져 있는 그림을 지워보려 했으나, 유성 매직을 이용한 듯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리고 완전히 의지를 상실한 듯 주저앉아 있는 그녀들을 보며 품 안의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아까 누구냐고 물었지. 서울지방 경찰청 강민혁 형사다. 너희들은 지금, 이 시각 이후로 살인 및 인신매매 등의 혐의를 가지고 현행범으로 체포된 상황이다. 질문 있나?”
강민혁이 경찰 신분증을 활짝 펼쳐 보이며, 자신을 소개하자 그녀들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찰이라고? 하, 함정이었어···?”
“마,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그들은 그제야 상황을 조금이나마 파악한 듯 중얼거렸으나.
“질문은 받지 않는다. 질문은 내가 해. 거짓을 말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강민혁은 그들의 말을 차르며 상황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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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은 자신의 눈앞에 검거되어있는 그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양손에 수갑을 찬 채,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는 세 사람. 돌팔이라 부린 남성은 그사이 깨어난 상태였으나, 상황을 파악한 듯 찍소리하지 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했다. 다만, 고통은 여전한 듯 인상을 구기며 신음을 참아낼 뿐이었다.
“...”
사람의 목숨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녀석들치고는 썩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싱거울 정도로 고분 거리는 그들을 보며 더욱이 짜증이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 싶었으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았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약속된 시간이 지나면 옆방에 대기하고 있을 광역수사대팀 원들이 이곳에 들이닥칠 예정이었다.
다행히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 상황은 종료되었고 이 경우 강민혁이 신호를 주기로 약속된 상태였다.
하지만 강민혁은 아직 그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광역수사대와 마주하기 전,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고, 다행히 시간은 충분했다.
“새로운 은팔찌는 어때? 마음에 드나?”
“...”
“...”
강민혁은 농담인 양 그들의 수갑을 가리키며 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들의 수갑을 확인하는 척 손을 스쳤다.
어디까지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행동이었고, 그들의 기억을 한명 한명 읽어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사용한 키워드는 ‘껍데기 살인’. 이미 그들이 벌인 짓이라는 것은 확실했지만, 직접 확인하는 것과 확인하지 않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곧바로 손을 스치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역겹군.’
당시의 상황 역시 강민혁이 경험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피해자가 모텔에서 미진을 만났고, 수면제를 이용해 그를 잠재웠다. 그 이후 돌팔이와 수진이 함께 나타나 피해자를 작업했다.
강민혁은 그들이 행한 끔찍한 범행을 그들의 시선으로 직접 경험해야 했고, 역겨움이 몰려왔다.
역시 그들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매매범들이었고, 그러한 사실을 확실히 확인했다.
‘다음 키워드는 신종현.’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사실은 모텔 사장인 신종현과 이들의 관계였다. 그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CCTV 기록을 삭제했고, 번번이 수사를 방해하는듯한 행동을 지속했다.
어째서 그러한 짓을 했는지, 이 범죄 집단과 그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손을 스치며 정신을 집중했고, 새로운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작···. 고작이게 전부인가···.’
그들에게 읽은 신종현에 대한 기억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짧다고 느껴질 정도의 찰나 기억이 전부였다.
최소 그들과 한패이거나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받는 협력자의 관계 정도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그들의 관계는 그다지 깊어 보이지 않았다.
기억 속에서 확인한 장면은 오직 한가지뿐. ‘껍데기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몇 달 전으로 유추되는 어느 날 돌팔이라 불린 남성과 신종현이 처음 마주했다.
그 내용 역시 매우 간단했다. 돌팔이라 불린 남성이 신종현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며 무언가를 부탁했고. 그 내용은 무언가 일이 생기면 모른척해달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고작 돈. 얼마 되지도 않아 보이는 그 돈 때문에 신종현은 이러한 대형 사건, 대형 범죄를 감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었다.
‘...알 수 있는 건 두 가지인가.’
이 기억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
먼저, 신종현은 단순히 범죄를 묵인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고, 증거인멸의 혐의가 확인됐기에 공범의 여지는 확실했다.
이미 알고 있는 특별할 건 없는 사항이었으나, 이들의 증언을 통해 그 상황을 증명할 수 있을 테니 이제는 그를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그들의 범죄가 계획된 것이었다는 점. 범행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 그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은 이미 그 전부터 사건을 계획했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그들의 목적은 복수나 원환 따위가 아니었기에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전혀 상관이 없었을 터이고 그저 장소만을 그곳으로 선택해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범죄 컨설턴트.’
자잘한 기억들을 모두 읽어낸 뒤, 마지막으로 선택한 키워드는 범죄 컨설턴트. 박동주의 이름까지는 그들이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기에 선택한 단어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나, 그들의 대화를 통해 얻은 단서였고.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손을 한 번씩 스치며 범죄 컨설턴트, 박동주에 대한 기억을 읽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