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74화 (74/124)

74화. <함정수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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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걱정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

강민혁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자, 이민재가 조용히 경청했다. 강민혁은 그가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함정수사란 검사 또는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특정인에 대하여 범죄를 저지르게 하거나 교사, 범죄를 실행할 기회를 제공 후 범죄가 이뤄지면 그 사람을 검거하는 수사기법을 말하는 것이었다.

보통 마약이나 밀수, 뇌물, 성매매, 도박, 조직범죄 같은 당사자들끼리의 은밀하게 이뤄지는 큰 범죄에 이용되는 수사였다.

“함정수사···. 양날의 검과도 같은 수사기법이죠.”

강민혁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되뇌며,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수사는 수사하는 처지에선 꽤 편리한 방법임은 틀림없었다.

불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 과정 동기 그리고 증거를 확보해가며 용의자의 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의 방식이었고 그렇게 되면 시간과 인력이 상당히 필요했다.

반면, 함정수사를 이용하면 그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더불어 함정수사의 대상이 되는 범인은 자신이 수사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형사로선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편리함이 있음에도 함정수사의 단점은 매우 확실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될 여지를 걱정하시는 거겠죠.”

이러한 장점들은 어디까지나,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에 국한된 것일 뿐. 이민재가 걱정하는 것은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가 이뤄질 상황 때문이었다.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되며,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함정수사 자체도 위법한 수사가 된다.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 해도, 공소기각 처리될 뿐. 증거능력을 완전히 상실한다.

고생해 범인을 확보했음에도, 그 과정과 절차 때문에 증거가 휴지 조각되어 범인을 놓이는 것만큼 어리석고 안타까운 상황은 없었다.

강민혁 역시 그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고, 전부 고려하고 있었다.

“저희가 할 것은 어디까지나 기회제공형 수사일 뿐.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의 여지는 남겨두지 않을 겁니다.”

“예···? 그게···.”

강민혁의 설명에 이민재는 이해하지 못한 듯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함정수사는 꽤 오랫동안 위법성에 대한 논란이 있던 수사기법이었다.

강민혁은 이미 과거 기억을 통해, 함정수사의 위법적인 요소부터, 학술, 근거 그리고 수많은 판례 등을 통해 자세히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온 것이 바로 지금쯤. 아직 이민재가 그것들을 파악하고 있을 리는 없었다.

“어떻게···. 그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겁니까?”

이제 막 함정수사의 문제점이 떠올랐으니, 아직 제대로 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음은 물론. 판례가 쏟아지고 명확한 기준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몇 년은 더 필요했다. 이민재는 잘 모르겠다는 듯 질문했고.

“간단합니다. 함정수사는 그 대상이 범의를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됩니다.”

강민혁은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함정수사에서의 위법성이 될 요소. 수많은 판례와 상황들을 경험해 본 결과. 결국, 그 기준은 수사대상의 범의 여부였다.

그 기준을 가지고 나눠진 것이 바로 기회제공형 수사와 범의 유발형 수사였고.

이미 범의를 가진 대상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회제공형 수사.

범의를 가지지 않은 대상에게 범의를 유발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것이 범의 유발형 수사라 불렀다.

후자의 경우는 위법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지금 강민혁이 하려는 함정수사에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

“예, 맞습니다. 저희는 그저 기회를 제공할 뿐. 그들이 범의를 가지고 있다면 범죄를 저지르겠지요.”

강민혁이 행동하려는 함정수사는 어디까지나 기회제공 수사. 즉, 그가 직접 경험하고 확인한 판례에 따른 정당한 함정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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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는 강민혁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그가 시도하려는 방법을 이해했고, 이내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남은 것은 실행에 옮기는 것뿐.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문제에 봉착했다.

“강 팀장님. 적당한 장소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강민혁이 시도하려는 방법은 자신이 직접 피해자가 되는 것이었다. 모텔에서 발견된 피해자가 취했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범인을 불러낸 후, 그 과정에서 그들의 정체는 물론, 증거를 수집해 검거하려는 작전이었으나.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장소였다.

“신종현 때문이겠군요.”

“예, 아무래도 그가 모르게 하는 편이···.”

강민혁의 물음에 이민재가 곧바로 대답해왔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신종현이 운영하는 모텔, 그곳의 방이었다. 같은 장소에서 범인을 유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신종현, 그는 무언가 숨기고 있다.

수사를 방해하려는 움직임 또한 보이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도움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함정수사는 말 그대로 함정을 파놓은 뒤, 범의가 있는 범인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수사기법이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범인은 이 수사 자체를 몰라야 할 터.

만약 신종현 그가 범인들과 내통하는 사이라면, 이 모든 수사 과정들이 물거품이 될 여지가 존재했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데, 당사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의미가 없겠죠.”

강민혁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고.

“그것 역시 제가 준비해 보겠습니다.”

“생각해둔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적절한 대처 또한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었다. 신종현의 모텔을 이용하지 않고, 범인을 불러낼 방법을 그는 이미 실행 중이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시죠.”

강민혁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자, 영문을 모르는 이민재는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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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현의 모텔 인근. 사건 현장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건물 안에 두 사람이 들어섰다.

이곳 역시 과거 모텔로 사용했던 건물인 듯, 입구 바로 앞에 프런트가 있는 구조 자체는 사건 현장의 건물과 매우 흡사했다.

다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관리조차 하지 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방이 먼지로 가득 싸여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나 착각이 될 정도였다. 그 때문에 내부 어디를 보더라도 장사를 하는 업체로 보이지는 않았다.

“강 팀장님, 여기는···?”

이민재는 강민혁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에 따라오기는 했으나, 이곳이 도통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조차 처음 오는 듯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에게 물었다.

“아, 저희가 작전을 수행할 장소입니다.”

강민혁은 설명하지 않은 것을 그제야 깨달은 듯 이민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정말입니까? 위치도 사건 현장과 가깝고 신종현 씨가 눈칠 챌 리도 없겠고. 최적의 장소네요.”

그가 말한 그대로, 이곳은 계획한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최적 그 이상의 장소임은 틀림없었다. 사건 현장과 그리 떨어지지 않았고, 다른 방들이 많이 있었으니, 만약을 대비한 보충 인력들이 숨어있을 장소도 완벽했다.

어떤 목적을 숨기고 있을 신종현이 알아차릴 리도 없으니,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이야, 어떻게 이런 장소를 섭외하신 겁니까?”

이민재는 완벽한 준비에 감탄을 내뱉으며 강민혁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런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장소를 섭외했는지, 과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능력이었다.

“아, 여기요?”

“안 쓰는 건물을 잠깐 사용하자고 설득이라도 하신 겁니까? 아니지, 건물주인을 어떻게 알고···. 아! 아는 지인이라도 있으셨던 겁니까?”

이민재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추측을 난무하며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리고 별거 아니라는 듯 턱을 긁으며 대답했다.

“제가 여기 샀습니다.”

“...예?”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온 듯. 이민재는 완전히 사고가 멈춰, 그대로 멈춰버렸다. 한동안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그의 말을 곱씹던 그가 되물었다.

“여, 여기를 사셨다고요? 이 건물 전체를···? 제가 이해한 게 맞습니까?”

“네. 왜 그러시죠?”

하지만 강민혁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고, 그는 충격에 빠져 좀처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이 모텔 건물이 강 팀장님 소유라는 말입니까?”

“...문제가 됩니까?”

“아니,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망한 동네라지만 이 정도 건물이면 가격이···. 아, 주식이 대박 났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아니 그래도 다시 되팔기도 힘들 텐데···. 사건 때문에 그 정도 돈을···.”

이민재는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듯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여놓았다.

그의 말대로 강민혁이 이 건물을 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앞선 주식투자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린 경력이 있었기에 무리도 아닐 터.

하지만 이민재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러한 점이 아니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대박을 노린 이들이 한 번에 몰려들었다가 실패를 맛본 후, 떠나간 그런 장소였다.

신종현과 같이 전 재산을 투자한 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이 묶여버린 이들만 남아있는 그야말로 죽은 도시. 그야말로 지금과 같은 대형 범죄까지 들끓는 그런 장소가 바로 여기였다.

아무리 정의감이 넘친다고 한들, 겨우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을 사들였다는 사실. 더구나 다시 팔리지도 않을 그런 건물을 무턱대고 사들였다는 사실을 이민재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강민혁은 이민재의 생각을 전부 알고 있음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고, 피식 웃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그 역시 이곳의 상황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아니, 이민재 그보다 더욱 이곳의 현실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관광지로의 흥행을 기원했지만, 망해버린 도시. 그때 지어진 건물들만 남아있을 뿐. 사람이 없는 장소. 앞으로의 앞날이 보이지 않는 그런 장소가 바로 여기였다.

‘하지만···.’

강민혁이 오로지 사건만 바라보며 이 건물을 사들이건 아니었다. 당장 지금은 희망이 없었기에 어느 건물에 들어가, 평균 시세보다 낮은 값을 주겠다 하더라도 정도만 심하지 않으면 팔겠다는 이들이 넘쳐났지만.

‘앞으로 몇 년 후···. 완전히 뒤바뀌겠지.’

앞으로 몇 년 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도시계획을 통해 이곳은 혁신도시로 변화하게 된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러한 결과를 강민혁은 홀로 알고 있었고, 주저 없이 선택한 것이었다.

마침 위치 또한 제격이었고, 사건 해결을 위해서도 불가결한 선택이었다.

“가, 강 팀장님. 저, 정말로 이곳을···.”

“그만하시고, 그보다 사건에 집중하시죠. 내일 당장 작전을 시행할 겁니다. 우선 그럴듯해 보이게 청소부터 시작하시죠.”

강민혁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이민재에게 밀걸레를 건네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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