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73화 (73/124)

73화. <껍데기 살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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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 경찰청, 미제사건 수사과.

“강 팀장님, 저번에 말씀하신 708호의 통화 기록 확보했습니다.”

이민재가 다가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그가 가져온 서류는 사건 당일, 사건 현장인 모텔의 통화 기록을 전부 조사해온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강민혁은 그 종이를 받아들며, 내용을 확인했다. 손님이 없는 편이었기에 기록 자체는 많지 않은 듯했고, 단 한 장의 서류만이 전부였다.

이민재가 형광펜을 이용해 따로 표시해둔 사건 당일의 날짜를 살펴보았고, 그날에는 역시 외부의 통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단 한 건.”

“예, 맞습니다. 강 팀장님이 말씀하신 데로 휴지 곽에 적혀있던 번호와도 일치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강민혁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무섭게 이민재가 다가와 설명했다. 그가 말한 대로 종이에 적힌 단 한 건의 번호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휴지 곽의 번호와 일치했다.

기록된 시간 역시 오후 때, 피해자가 708호에 입실한 이후의 통화인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강민혁이 읽어낸 기억과 비교해도 피해자인 그가 방 안에 있었던 시간대였고, 그가 직접 통화했다는 사실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지는 없었다.

“피해자가 직접, 이 번호로 전화를 했다는 말이군요.”

“예, 아무래도 제대로 집으신 것 같습니다.”

강민혁의 물음에 이민재는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대답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존경하는듯한 눈빛을 보내는 그였으나, 강민혁은 애써 무시하며 다시금 물었다.

“이 업체에 대해서는 조사해 보셨습니까?”

모텔 휴지 곽에 적혀있던 번호이자, 피해자와 사건 당일 통화를 한 것을 파악되는 번호였다. 대충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예상가는 바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정확한 조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강민혁의 물음에 이민재가 자신의 수첩을 꺼내며 대답했다.

“예, 바로 조사해 봤습니다. 사업장 자체는 정식으로 등록된 마사지 업체이긴 하나···.”

“불법 업소를 운영하는 정황이 의심되겠군요.”

“어···! 이미 전부 눈치채고 있으셨던 겁니까?”

이민재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강민혁의 결론이 이어졌고, 그는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며 눈을 빛냈다.

“...”

강민혁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으나, 이민재는 이미 감탄하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텔 휴지 곽에 적힌 번호가 불법 업소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강민혁 또한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단순한 추측이 아닌 정확한 사실로써, 그리고 피해자의 통과기록이 남겨져 있을 것 역시 이미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과거 자신이 맡았던 사건이었고, 해결하지 못했던 첫 번째 사건이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조금 늦긴 했으나, 과거에도 역시 모텔 전체를 비롯한 708호의 통화 기록을 확보한 전력이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CCTV 자료가 없고, 708호에 피해자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신종현의 증언이 있었기에 의심되는 정황만 있을 뿐,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지만···.’

같은 조사 결과였으나, 지금과는 상황이 매우 달랐다. 과거에는 그 불법 업체와 모텔, 그리고 피해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너무도 확신한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신종현의 기억 속에서 읽어낸 사람들, 그리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피해자의 방에서 연결된 통화 기록까지. 모든 화살은 그 업체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만,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건 조사를 할 당시 휴지 곽의 번호와 전화기를 보고 무언가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양 소리친 것은 어디까지나 연출에 불과했다.

‘그가 어떻게 나오나, 반응을 보기 위해서···.’

과거 신종현은 끊임없이 수사를 방해하며 물을 흘렸고, 결국, 이 번호와 전화 역시 별거 아닌 정보로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물론, 당시의 강민혁은 이제 막 형사가 되기 시작한 초짜였고. 어떠한 결정권이 없이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

팀장, 더불어 사수의 역할을 맡은 지금과는 상황이 매우 달랐으나, 이번에도 역시 그가 개입해 수사를 방해할 여지는 충분했다.

강민혁 자신이 흔들릴 리는 없었으나, 어디까지나 이민재에게 확실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인식 그리고 신종현이 개입할 여지를 미리 싹 태운 것이었다.

실제로 강민혁이 소리칠 당시, 신종현은 당황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이민재는 무언가 사건이 해결되어 간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모든 상황은 강민혁의 통제 아래 있었고, 그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문제는···.’

그러나 아직 사건이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남아 있는 문제는 ‘그 연결고리를 어떻게 증명해 낼 것인가.’ 였다.

강민혁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신종현의 기억을 살펴보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이 확신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입장일 뿐.

다른 이들에게 기억을 읽는 능력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고, 강민혁이 그것을 주장한다 해도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증거···. 증거가 필요해.’

그들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부터, 신종현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을 처벌할 근거까지. 결국,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을 만한 확신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이자 근본이 되는 증거가 필요했다.

“강 팀장님은 혹시, 이 불법 업소와 피해자가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강민혁이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통화 기록을 유심히 살펴보던 이민재가 불쑥 물어왔다.

자신이 조사한 결과, 피해자가 그 업소에 전화한 사실은 알아냈으나 이후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발견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 업소가 왜 불법인지 생각해보면 되겠군요.”

강민혁은 곧바로 답을 주기보단, 조금 돌려 대답했다. 그는 그 뜻을 알아차린 듯싶었으나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신종현 씨는 분명 그날 피해자 외에 다른 이는 모텔에 오지 않았다고···.”

“...”

강민혁은 이번에도 대신 말없이 그를 쳐다볼 뿐이었고, 그는 무언가 눈치챈 듯 소리쳤다.

“서, 설마. 신종현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민재는 이제야 강민혁의 생각을 눈치챈 듯했고, 차마 예상치 못했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민재 경장님.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뭔지 아십니까?”

강민혁은 그런 이민재를 보며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아직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나 이민재 역시 뛰어난 형사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고, 과거나 지금에나 두 사람은 잘 맞는 파트너였다.

서로의 생각은 금방 일치했고,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맞습니다. 증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강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인정했고, 이민재는 내심 기쁜 듯 은근한 미소를 띄웠다.

그의 말처럼 이번 껍데기 살인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참혹한 현장, 거짓이 난무하는 사건이었으나 결국 증거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 그런 상태였기에 답답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임이 분명했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신종현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이유가 뭡니까?”

강민혁은 한 번 더 그에게 질문했고, 그의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이번 사건에 유일한 증언이었기에···.”

CCTV도 다른 목격자도 없는 상황 속에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신종현의 증언뿐.

이민재의 말처럼, 이 사건에서 유일하고 볼 수도 있는 그러한 증언 때문에 그 말에 힘이 실렸던 것이 사실이었다.

“예, 맞습니다. 유일한 증언···. 하지만 증거와는 조금 다르죠.”

강민혁은 이번에도 이민재의 말을 순순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한마디 말을 덧붙였고, 그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내 강민혁의 이어지자 그는 무언가 깨달은 듯 심각한 표정으로 그 말을 곱씹었다.

그 말은 즉, 증거와 증언을 구분하라는 말이었고, 신종현의 증언에는 거짓이 있다는 의미였다. 확실한 증거가 아닌 이상 그 무엇도 확신하지 말라는 의미와도 같았기에 그는 스스로 반성하며 심각해진 것이었다.

“강 팀장님, 그럼 사건 현장에는 언제 다시 조사할 예정입니까? 지금 이러고 있기보다는 한시 빨리 증거를 찾아내는 게···.”

이민재는 다시 의욕이 불타오른 듯 강민혁을 재촉했다. 사무실에 들어온 이 시간조차 아쉬운 듯 당장이라도 사건 현장으로 돌아가 증거를 찾아내고 싶은 모양이었으나.

“아뇨. 더는 증거를 찾기 위해 다시 간다고 해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겁니다.”

강민혁의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예? 그, 그럼 어떻게···.”

이민재는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지만, 강민혁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과거의 자신이 한번, 낯선 이름의 수사관이 한번, 그리고 지금까지. 두 번의 수사 실패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

총 세 번의 수사가 이어졌지만, 결국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사관들이 눈뜬장님이 아닌 이상, 지금의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간단했다.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야···.’

애초에 범인이 증거를 남기지 않았거나 혹은, 이미 증거는 모두 사라진 상태이거나.

실제로 신종현이 CCTV를 삭제하는 등의 증거를 인멸하는 모습은 능력을 통해 확인한 상태였고, 그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숨기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조사를 시작한 시점에는 이미 증거라 할만한 것들을 전부 없애버렸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했다.

‘증거를 발견할 수 없는 사건이라···.’

강민혁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생각했고, 이내 이민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게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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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팀장님. 어쩌실 생각입니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영장 발부도 힘들 텐데요.“

이민재가 걱정스러운 물어왔지만, 강민혁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직접 미끼가 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서, 설마 함정수사라도 하시겠다는···.”

이민재는 강민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당황했지만, 이내 그 말뜻을 파악하며 되물었다.

“함정수사라···. 네, 맞습니다. 다만, 위법수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당한 수사가 아니어선 의미가 없죠.”

하지만 강민혁은 자신 있는 태도를 유지했고,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정당한···. 함정수사라니···. 그, 그런 게 가능한 겁니까?”

이민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고.

“그럼요. 당연하죠.”

강민혁의 대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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