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껍데기 살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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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일 기억을 생각나는 대로 전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흠흠. 알겠네.”
이민재는 펜과 노트를 든 채, 눈앞의 신종현을 보며 질문하자,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강민혁은 한 발짝 떨어져, 그들을 지켜보고 있을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그렇지.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었네. 손님은 없고···. 나는 여기 프런트에 앉아서 시간만 보내는 중이었지.”
신종현은 조용히 앉아있는 강민혁의 눈치를 힐끔 살피더니, 당시를 떠올리는 듯 턱을 괴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손님이 왔네. 자네들이 말하는 피해자 그 사람이었지.”
“음. 그렇군요. 피해자인 그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다른 손님이나 특별하다고 느낄만한 상황은 없던 겁니까?”
이민재는 그의 설명이 단숨에 넘어갔다고 느꼈는지 질문을 추가했다.
“뭐, 그렇지. 그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프런트에서 나간 적은 없었네. 다른 손님이 오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고.”
“그렇군요. 계속해 주시죠.”
신종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이민재는 자신의 수첩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으며 그의 말에 다시 경청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뭐, 특별하다고 할만한 건 그때 역시 없었네. 나야 손님 왔으니, 응대했고 그 손님 역시 계산을 마친 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네.”
“그 방이 708호 맞습니까?”
이민재의 질문이 다시 한번 이어졌고, 그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네. 그날 708호 외의 손님은 없었다네.”
“음···. 그렇군요.”
이민재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미 다시 한번 질문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 손님이 다른 방이나, 모텔의 다른 장소에는 들리지 않은 것이 확실합니까?”
“음? 뭐, 그렇지. 내가 직접 CCTV로 708호에 들어가는 걸 확인했네.”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에 이민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려는 순간.
“CCTV는 고장이 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민혁이 눈을 가늘게 치켜뜨며 물어왔다. 이민재 역시 그제야 눈치챈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어? 아, 하하···. 그때쯤에는 살아있었던 거로 기억하네. 아마 저녁쯤에 고장이 나지 않았을까 싶네.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르겠구먼. 허허.”
신종현은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사건 당일, CCTV가 고장이 나다니, 이것도 의심이 되네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일단 중요사항으로 적어두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그의 대답이었으나, 강민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이민재만이 심각하게 여기며 수첩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갔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그리고 이민재가 다시 한번 질문하자, 그가 눈치를 한번 쓱 보는 듯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음, 별다를 건 없었네. 그 남자 이후에 다른 손님은 오지 않았고, 다음날 퇴실 시간이 지나지 않아, 확인하러 올라가 보니 그 지경이 되어있었네.”
“...”
신종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 정보를 토해냈다. 이민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고, 그때 강민혁이 다시 한번 끼어들었다.
“신고는 바로 하신 겁니까?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로?”
신종현은 708호에 들어감과 동시에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 자리에 바로 경찰에 신고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고,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휴, 휴대전화를 들고 오지 않아서 프런트에 내려온 후 신고했다네. 하지만, 바로 신고한 건 사실이네. 그 끔찍한 모습에 얼마나 놀랐는지···.”
신종현은 당시가 떠오르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지만, 강민혁은 알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7층에서 1층 프런트까지 가려면 그래도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뭐···.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 하지만 금방일세.”
그가 프런트로 이동해 신고한 사실은 진실이었으나, 바로 신고했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이었다. 프런트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신고하려 했으나,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며 CCTV를 삭제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으, 으응?”
이제는 배턴을 터치한 듯 이민재가 아닌, 강민혁이 자연스럽게 질문을 이어갔고. 그는 질문에 당황한 듯 되물었다.
“사건 현장을 확인한 후, 프런트까지 가는 그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묻는 겁니다.”
강민혁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태도에 굴하지 않고, 진지하게 되물었다.
“...그저. 빨리 신고해야겠다는···.”
신종현은 생각이 많은 듯 주저하며 대답했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민혁이 불쑥 끼어들었다.
“다른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
신종현은 순간 사고가 정지한 듯, 말문이 막혔고. 강민혁은 그런 그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관찰할 뿐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혹시나 하여 물어보는 것뿐입니다. 사건 현장을 발견하고, 프런트에서 내려가는 그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
“혹여나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신고를 하기 전 무언가 떠올라 CCTV를 지우거나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그런 것 말입니다.”
“...!”
신종현의 눈에 띄게 경계하는 그 태도에 강민혁이 떠보듯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추측성 발언이 끝나는 순간, 신종현을 비롯한 이민재의 동공이 커지며 그를 바라보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그런 짓은 하지 않았겠죠. 경찰에게 숨겨야 할 것이 없지 않은 이상은···.”
강민혁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고, 묻기도 전에 그가 먼저 대답했다.
“수, 숨길 게 뭐가 있겠나. 허허. 당연하지, 나는 다른 생각 없이 바로 신고했네.”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강민혁은 식은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대답할 뿐. 더는 그를 압박하지 않았다.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순서야···.’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했으나, 아직 그것이 무언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정보가 없는 지금, 그를 더욱 압박한다고 하여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 아직 모르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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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현의 대략적인 심문이 끝난 이후, 다시 708호의 사건 현장으로 돌아왔다.
“음? 사장님도 같이 있으시게요?”
이민재는 방에 안내해준 후, 다시 프런트로 돌아갈 줄 알았던 신종현이 옆에서 기웃거리자 그에게 물었다.
“어? 아, 어···. 구경 좀 하면 안 되겠나? 최대한 방해는 하지 않겠네.”
“아까는 손님이 올 수도 있다고···.”
그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고, 아까와는 다른 태도에 이민재가 다시 의문을 표했지만.
“그렇게 하시죠. 여쭤볼 게 있으면 바로 대답을 들을 수 있고 좋죠.”
강민혁의 허락이 이어졌다.
그가 자신들과 함께 있으려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 심문 과정에서 강민혁은 은근슬쩍 그를 떠보았고, 그것이 그에게 꽤 큰 압박이 된 모양이었다.
옆에서 무언가 발견하지 못하게 수작을 부리려는 수작인 듯싶었지만.
‘할 수 있으면 해보라지.’
고작 그 정도 술수에 당할 그가 아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신종현 그는 철두철미한 스타일로 보이지는 않았다.
어리숙하고, 당황하면 그대로 티가 나는 사람. 잘될 거라는 소문만 믿고 이런 곳에 큰돈을 투자한 것만 보더라도 그의 성격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고, 고맙네.”
신종현은 대답과 함께 한 발짝 떨어져 그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강민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민재 또한 더는 의문을 표하지 않았고 다시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방은 어째서 치우지 않은 겁니까?”
그때, 강민혁이 핏자국으로 범벅된 침대 시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수사관의 부탁이라도 있었던 걸까 했지만, 과거 자신은 그런 부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당시의 그는 이 방을 치우지 않았다. 보통은 트라우마가 남을법한 이런 모습을 방을 치우지 않을 리 없었고, 장사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사건 당시의 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그 이유가 순수하게 궁금하여 물어본 것이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네. 손님이야 만석이 될 만큼 채워진 적이 없기도 하고, 다른 방을 주면 되니 상관이 없지. 장사가 안되니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방 청소부터 세탁까지 내가 전부 하는데, 여기는 손대기가 막막해서 그냥 둔 거라네.”
“...”
이번만큼은 거짓말이 아닌 듯, 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고, 강민혁과 이민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피가 묻은 시트며 화장실 상태까지. 개인이 이곳을 청소하기란 무리였고 결국 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할 텐데, 그마저 장사가 안되 힘든 모양이었다.
손님이 오면 다른 방을 주면 그만이니 차마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해둔 상태라는 소리였다.
안타까운 이야기긴 했으나, 수사를 위해 살펴보는 처지에선 현장이 보존되어있으니 나쁠 것은 없었다.
강민혁은 이내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민재 경장, 혹시 피해자 통화기록 자료 가지고 있습니까?”
“예, 여기 있습니다.”
강민혁이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며 이민재에게 물었고, 그가 허둥지둥 들고 있던 서류를 뒤적이며 무언가를 건넸다.
“...”
그가 건넨 것은 피해자의 사건 당일 통화기록이 적혀있는 증거 자료였다. 강민혁은 곧장 그 기록을 확인했고, 그를 보며 물었다.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겁니까?”
“예, 스팸 전화가 한 통 오기는 했지만 받지는 않았고, 그 외에 따로 누군가와 통화한 기록은 없습니다.”
강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미 그러한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본 것뿐. 그 이유는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지 곽을 보고 나서 든 생각 때문이었다.
“여기에 적혀있는 업체들은 이 모텔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강민혁은 그것을 들어 올리며 신종현에게 물었다. 모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법 업소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이 휴지 곽에 관해 물어본 것이었다.
“티, 팀장님. 그날 피해자 외에 다른 이들은 온 적이 없다고···.”
이민재는 당황하며 강민혁에게 속삭였지만,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대로 그 휴지 곽을 들어 올린 채, 그의 대답을 기다릴 뿐.
“흠흠. 글쎄···. 나는 그저 그 휴지 곽을 나눠줄 길레 배치한 것뿐이네. 따로 돈 나가는 것보단 좋지 않은가. 이해해 줄 거라 믿네.”
신종현은 대답을 꺼리는 듯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강민혁의 완고한 태도에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무료로 나눠줬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였다. 이런 업소들이 자신들 업체의 광고를 프린팅한 일회용품 등을 모텔에 나눠주는 것.
모텔의 경우에는 비품을 구매할 돈을 아낄 수 있어서 좋고, 업소에는 광고효과를 낼 수 있었기에 흔하게 보이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강민혁이 관심을 가진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신종현의 기억 속에서 확인했던 그 남성과 여성들. 이러한 불법 업소와 관련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었고.
이내 관심은 이내 휴대 곽 옆에 놓인 전화기로 옮겨졌다.
“이 전화,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개인 휴대전화에 통화기록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 전화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었다.
강민혁은 대답을 재촉하듯 신종현의 눈을 쳐다보았고, 그가 마른 침을 삼기며 대답했다.
“으음···. 가능하긴 한데···.”
그의 대답이 돌아오기 무섭게 강민혁이 이민재를 바라보며 전화기를 가리켰다.
“사건 당일, 이 전화 내역 뽑아보세요. 여기 상호 알고 있죠?”
“네?”
이민재가 당황하며 반문하자.
“뭐해요? 지금 당장!”
강민혁이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