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껍데기 살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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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종현이라고 하네.”
그가 손을 마주 잡는 순간,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에 빨려들어 왔다.
모텔 사장인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던 사건 당시의 기억. 그 어떤 질문보다 정확한 당시의 장면을 직접 확인할 기회였다.
‘모텔에서의 살인사건···.’
키워드를 떠올림과 동시에 당시의 상황이 시작됐다. 일상인 듯 프런트에 앉아 인터넷 뉴스만 뒤적거리고 있는 신종현. 모텔은 손님이 없는 듯 파리만 날릴 뿐이었다.
띠링.
그때, 입구에 설치된 종소리가 울렸고 신종현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손님이 왔다는 신호였고 그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반가운 소리임이 분명했다.
“방 있습니까?”
그는 입구를 지나 프런트에 멈춰 섰고, 짧은 물음과 함께 곧장 지갑을 꺼내 들었다. 신종현은 다른 일행이 있는지를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키 하나를 건네며 대답했다.
“5만 원입니다.”
“...”
대실인지 숙박인지 물어보지도 않았건만, 그는 자연스럽게 숙박요금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손님인 그 역시 아무렇지 않게 지폐를 꺼내 계산을 완료하였다.
‘...피해자와 일치해.’
신종현의 관점에서 바라본 손님의 얼굴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로 발견된 그와 일치했다. 수도 없이 살펴본 사건 현장의 사진이었기에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708호로 가시면 됩니다.”
“...”
신종현이 그에게 돈을 받으며 나지막이 뱉었던 한마디. 708호는 사건 현장과 일치했다. 과연 사건 당일의 기억이 맞는다는 의미였기에 강민혁은 더더욱 이 기억에 집중했다.
손님은 대답 없이 키를 가지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고, 신종현은 더는 관심이 없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장면에 지나지 않았다. 손님인 그가 피해자였다는 사실, 그것 외에 특별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모텔에 들어온 이상. 다음 날 아침, 손님인 그는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 안에 범죄가 일어난다는 의미였기에 이제부터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에이 씨. 손님도 드럽게 없네.”
신종현은 여전히 컴퓨터에 집중하면서도 이따금 모텔 입구를 힐끔거리며 누가 오지 않는지를 확인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고, 그저 단순히 손님이 오지 않는지를 확인하는듯한 행동이었다.
그가 오늘 매출을 확인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때.
띠링.
다시 한번 입구에 설치된 종소리가 울렸다.
신종현의 관심이 다시 입구 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려왔고.
“쯧.”
그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여성은 프런트에 들리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신종현 역시 익숙한 상황인 듯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잠깐···. 이런 상황···. 들어본 적 없어···.’
문제는 지금, 이 상황이 낯설다는 점. 과거 수사 당시, 강민혁은 몇 번이나 신종현의 심문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은 단 한 번도 그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는 그런 장면이었다.
‘역시···. 거짓말이 섞여 있었나.’
하지만 이 역시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었다. 외진 곳에 있는 모텔이었기에 주변의 CCTV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주차된 차의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당시의 상황이었다.
더구나 모텔 내의 CCTV까지 고장이 났다고 주장하던 신종현이었고, 증언 또한 일관되지 못했던 그였다.
그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껏 파악하고 있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민재가 그에게 질문하기 전, 강민혁이 먼저 기억을 읽어낸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강민혁은 이미 그를 어느 정도 의심하고 있었다.
“...”
프런트를 지난 여성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이내 7층에서 멈춰 섰다. 신종현은 당시 고장이 났다 주장했던 CCTV를 통해 그녀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녀는 708호 앞에 다가가 문을 두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신종현은 그 상황을 모두 확인한 후, 다시 관심을 거두며 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다른 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지금 보이는 이 장면들이 거짓일 리는 없었고, 신종현 그는 피해자 외의 다른 인물이 708호, 사건 현장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유력한 용의자임이 분명했고, 아무리 법적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그 역시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면, 범인은 쉽게 잡혔을지도 모르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왜. 그는 어째서 그 여성의 존재를 숨겼을까.
‘뭔가, 뭔가 있어···.’
신종현이 그녀를 대하던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들이 서로 알고 있는 사이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상황이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아직 파악하지 못한 무언가가 더 있다는 의미였기에 조금 더 그 기억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암.”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을 무렵, 신종현이 하품을 하기 무섭게 종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 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손님인가를 확인했지만.
“...”
이번에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여성과 함께 들어온 한 남성. 신종현은 손님인가 싶어 눈을 마주쳤지만, 그들은 프런트를 지나 그대로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 섰다.
“거, 어디 가십니까?”
하지만, 이번에 신종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엘리베이터 앞에 멈춰선 그들을 향해 질문한 것이었다.
질문을 받은 남성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고, 여성은 시선을 돌리며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708호 갑니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대답했고, 신종현은 무언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708호 맞습니까?”
“...예.”
“거기···.”
그리고 다시 말하려는 순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그들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들어갔다.
“...뭐야.”
신종현은 기분이 나쁜 듯, 인상을 구기며 CCTV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이 몸을 실은 엘리베이터는 7층에서 멈췄고, 708호에 노크를 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뭐 하는 새끼들이야. 쯧.”
신종현은 그 상황을 모두 지켜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혀를 차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손님이 없으니까 이상한 새끼들만 꼬이는구먼···.”
그리고 신세를 한탄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남성 한 명. 그리고 두 명의 여성.’
강민혁은 그 장면들을 살펴보며, 그들을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며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매, 체형 그리고 차림새 등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명의 여성은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으나, 남성은 여행용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는 금방 유추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이 사건의 범인일 가능성이 컸고, 다른 무언가가 있더라도 그들이 연관되어 있을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겨나는 의문점은 두 가지.
‘신종현은 어째서 거짓말을 했는가.’
그리고.
‘그들의 정체는 누구인가.’
예상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우선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두 가지였고. 그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 볼 수 있었다.
띵!
그리고 다시 기억으로 돌아와, 다시 몇 시간이 지난 후.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에 신종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들은 708호에 갔던 그들이었고, 피해자인 손님을 제외한 모두가 함께였다.
“...”
가장 먼저 708호로 들어간 여성까지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관심이 없는 척 행동했지만, 그들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프런트에 관심도 없는 듯 아무렇지 않게 모텔을 빠져나갔다.
“흠···.”
그는 무언가 찜찜한 듯 CCTV 속 708호를 쳐다보았지만, 그뿐.
다시 시선을 거두며 제 할 일에 집중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오전 11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으나, 708호의 남자는 퇴실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에이 씨.”
그는 귀찮은 듯 수화기를 들어 708호를 호출했으나,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
한숨을 내쉰 그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708호로 향했다.
“종일 살려는 거야 뭐야. 짜증 나게. 장사도 안되 죽겠구먼.”
신종현은 손님인 그가 단순히 잠에서 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듯 불평을 내뱉었고, 이내 708호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봐요. 손님!”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쾅! 쾅!
그는 제 성질을 못 이기고 문을 발로 차보았지만, 그마저도 소용은 없었고. 그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그는 마스터키를 챙기며 다시 708호로 향했고, 강제로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본 광경은···.
“허 억···.”
껍데기밖에 남지 않은 손님의 시신이었고, 그는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그 끔찍한 광경에 놀라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시···. 신고···. 신고를···.”
그는 사고가 정지된 듯, 말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곧장, 신고하려는 생각인 듯했으나 그는 지금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 젠장···.”
그 다급하게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고, 그대로 1층으로 내려왔다. 재빨리 프런트에 들어간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신고하려는 순간.
“...잠깐.”
무언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CCTV 기록을 삭제했다.
그리고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
강민혁은 그런 그의 모습을 전부 확인했고, 이후부터는 자신 또한 알고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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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혁은 모든 기억을 읽어낸 후, 아무 말 없이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아, 아이고. 아이고.”
그리고 저도 모르게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 듯, 그가 고통을 호소했고. 그제야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지금부터 저희가 사건 당시에 관한 질문을 드릴 겁니다. 거짓 없이···. 성실하게 답변해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허. 걱정하지 말게. 나도 한시 빨리 이놈의 사건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는 사람이네. 거짓말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강민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을 건네자, 그가 과장된 몸짓으로 답변하였다.
“...시작하시죠.”
강민혁은 그런 그를 보며 이민재에게 눈짓을 줬고, 곧바로 심문이 시작되었다.
강민혁의 그의 표정 하나, 몸짓 하나까지 그 무엇하나 놓치지 않으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