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70화 (70/124)

70화. <껍데기 살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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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인신매매의 가능성이 크겠죠?”

이민재가 사건 파일을 들여다보던 중 고개를 들며 물었다. 강민혁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인신매매의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다른 가능성을 완전히 제하지는 마세요. 일단 미제사건이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강민혁과 이민재, 두 사람은 준비가 되는 즉시 조사를 시작했고, 곧바로 사건 현장으로 출발했다. 일명 ‘껍데기 살인사건’이 벌어진 한 모텔 앞에 다다랐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 들어가기 전, 이민재는 다시 한번 사건 파일을 확인하며 물은 것이었다.

“이거 담당했던 수사관도 골치 아팠겠는데요. 이런 곳에 모텔이라니. 예전엔 나름 괜찮았다던데. 지금은···.”

이민재는 다시 한번 서류와 함께 눈앞의 허름한 건물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강민혁 역시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이유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쯧. 한창 외국인한테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모텔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생각보다 기대에 못 미쳤던 모양입니다.”

“음···. 그렇군요.”

강민혁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무안하지 않도록 조용히 대답할 뿐. 따로 조사해온 듯 설명하는 그를 막지는 않았다.

이민재의 설명처럼, 이곳은 나름 주목받는 여행지가 될 뻔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그 열기가 금방 식어버린 비운의 동네였다. 주위에는 이렇다 할 무언가는 남아 있지 않았음은 물론, 근방의 도시와도 상당히 거리가 있어 사람조차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나름의 성공을 기원하며 투자했을 숙박업소들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 많은 업주가 빠진 상태였고, 허름한 건물의 상태는 이곳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여행객도 없지만, 이곳에 모든 돈을 투자해 떠날 수 없는 이들. 그런 이들이 남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확실히, 범죄가 일어날법한 동네네요.”

“...”

이민재가 설명을 마치며 꺼낸 한마디에 강민혁은 굳이 대답하진 않았으나 일부분 수긍했다. 당연하게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의 범죄율이 훨씬 높은 편이었으나, 이러한 장소에서도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범죄와 형태와 종류가 조금 다를 뿐, 유동인구가 적은 이런 곳에서의 범죄를 수사한 경험 역시 적지 않았다.

도심에서의 범죄는 크고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라면, 이런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은 지금과 같은 대형사건이 많았다.

“우선, 현장부터 살펴보죠.”

“예, 알겠습니다.”

강민혁이 먼저 앞장서, 모텔의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이민재 역시 대답과 함께 그의 뒤를 따랐다.

‘오랜만이구먼. 이 건물도.’

이민재는 장소가 낯선 듯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혹시나 찾을 만한 것이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강민혁은 꽤 익숙하게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수사 경력에 따른 경험의 차이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강민혁은 이곳에 온 기억이 남아 있었다. 단순히 장소에 들린 것뿐만이 아닌, 수도 없이 왕래하며 수사를 했던 경험이 남아 있던 것이었다.

한때 제집처럼 넘나들던 장소였으니, 익숙해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곧장 모텔의 입구를 지나 프런트로 향했고.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흠, 흠.”

프런트를 보고 있던 남성은 두 사람을 확인하고는 곁눈질을 하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본능적으로 손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것이었다.

“연락받으셨죠? 서울지방청 미제사건팀에서 나왔습니다.”

“흠···. 따라오게.”

강민혁은 곧장 경찰신분증을 확인시켜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미리 찾아간다는 연락을 미리 해 놓은 상태였기에 별다른 문제 없이 수사협조를 받아낼 수 있었다.

“혹시 이곳 사장님이 십니까?”

프런트의 남자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기 무섭게, 이민재의 질문이 이어졌다. 강민혁은 이미 그가 사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있었을 뿐. 적절한 질문이었다.

“그렇지 뭐. 보다시피 손님이 씨가 마른 곳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내가 프런트도 보고 있네.”

“사건 당일에도 이곳에 계셨던 겁니까?”

모텔의 사장은 불만 가득한 외모와는 달리 질문에 순순히 대답했고, 이민재의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야 뭐, 아까 저 프런트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니 그때도 내가 있었다네.”

“그럼···.”

그의 대답에 이민재가 다시 한번 질문하려는 사이, 강민혁이 눈치를 주며 그에게 속삭였다.

“이민재 경장, 천천히 하죠. 급할 거 없습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췄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두가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이민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표시를 건넸다.

이민재의 급한 마음은 알겠으나, 아직 사건 현장조차 살펴보지 않은 상태였고 이제 막 만난 그에게 질문을 쏟아낸다고 하여, 문답이 원활하게 이뤄질 상황은 아니었다.

강민혁은 이미 그의 성격을 파악한 상태였기에 현장조사 후, 따로 시간을 내 질문해도 그가 받아주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군요. 708호.”

“맞수다. 그날 이후, 이 방에 손님은 받은 적도 없고 청소도 한 적 없수다. 이제 나는 손님이 올 수도 있어 내려가 있을 테니. 알아서 살펴들 보시게.”

그는 안내해줌과 동시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강민혁과 이민재는 곧장 그 방 안으로 들어갔다.

“...”

두 사람은 말없이 곧장 사건 현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청소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이 사실인 듯 여기저기 먼지가 쌓여 공기가 탁할 정도였다.

이민재 역시 그것을 느낀 듯 침대 바로 옆의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 그리고 그는 사건 파일을 다시 꺼내 현장과 비교하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이 침대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보이네요.”

그가 침대를 가리키며 설명했고, 강민혁은 그런 그를 힐끔 바라보며 대답했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들어오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이 침대였다.

방에 들어옴과 동시에 문 앞에서 바로 보이는 침대. 이 침대에서 피해자가 발견되었고, 지금 보이는 그 침대에는 흥건한 핏자국이 그대로 말라붙어 있었다.

수사관의 지시인지, 모텔 주인장의 개인 판단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현장의 상태는 꽤 그럴듯하게 보존되어있었다.

시간이 흐른 것만 제외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금 살펴보고 있는 것이었다.

“시신은···. 훼손된 후에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작업 말인 군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모텔에서 발견된 시신은 말 그대로 껍데기뿐. 내부 장기들이 사라진 채로 발견되었다.

당연하게도 누군가 고의로 행한 행위였으며, 그 원인을 우리는 장기매매 때문으로 유추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수술이라 말하기에는 난처한 그 작업을 한 후, 이 침대로 옮겨졌다는 의미였다.

‘모든 장기를 떼어낸 채, 껍데기는 이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끔찍하기 그지없는 행위를 한 후, 그 마무리조차 하지 않은 그러한 시신을 여기에 버려두고 그들은 사라졌다.

“어찌 보면 배짱이 대단하네요.”

“...”

이민재의 말처럼 과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범인 또는 범인들이었다. 보통의 경우,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의 특징은 사체를 은닉하려 한다는 점에 있었다.

자신의 범행이 들키지 않도록 또는 도망갈 시간을 벌기 위해. 하지만 이들은 대놓고 이 침대 위에 그대로 시신을 올려두었고, 숨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 방에 들어옴과 동시에 이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톡. 톡.

그리고 강민혁은 벽을 주먹으로 가볍게 치며 소리를 확인했다.

“계획범죄에 초범의 범죄는 확실히 아닐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한 명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강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고, 이번에는 이민재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적이 드문 이 모텔에서 사건이 벌어진 점부터. 아무리 손님이 없다고 해도 방음이 허술한 이곳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한 점. 혼자 들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신을 침대에 옮긴 점까지.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민재 역시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었다.

“쯧.”

강민혁은 이내 침대에서 시선 돌리며 화장실로 이동했고, 그 광경을 확인하며 혀를 찼다.

“여기서···.”

이민재 역시 서둘러 따라왔고, 그 또한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사건이 벌어진 이 방의 구조는 꽤 단순한 편이었다. 애초에 방의 크기조차 그리 크지 않았으며, 대략적인 구조는 현관 앞에 침대 그리고 그 앞에 TV 및 화장대와 구식 컴퓨터. 그리고 한쪽 편에 화장실이 전부였다.

사건 정황을 보아, 피해자인 남성은 제 발로 모텔에 들어왔고, 몇 시간 뒤에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결국, 사건 진행은 이곳, 이 방에서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침대 위에서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혈흔이 남아 있었지만. 이곳에서 작업했다고 판단될 정도의 피의 양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장소는 화장실, 이곳뿐.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화장실 내부의 광경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어쩌면 모텔 주인장이 이곳을 치우지 않은 이유도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화장실의 내부는 피로 도배를 하다시피 말라붙은 혈흔으로 가득했다. 누가 보더라도 이곳에서 불법 수술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욕조에는 새빨간 물이 가득했고, 거울과 벽에는 혈흔이 튀어 오른 흔적이 그대로 발견되었다. 바닥 또한 흔적을 지운 시도조차 하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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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질문하게. 나도 찝찝하니 빨리 해결돼서, 저것들을 다 치워버렸으면 좋겠구먼.”

사건 현장을 살펴본 뒤, 강민혁과 이민재는 다시 1층의 프런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모텔의 주인장이 머무는 그곳으로 들어가 그와 마주했다.

강민혁이 먼저 정중하게 그에게 시간을 내줄 수 있는지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조금 전, 이민재의 질문이 이어졌을 당시 그를 말린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었다. 단순히 한두 가지 질문으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었기에 이런 식으로 따로 자리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은···.’

수많은 의문을 쏟아내기 전.

강민혁은 우선 그에게 손을 뻗었다.

“미제사건 수사팀. 강민혁 경감이라 합니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제대로 된 키워드를 찾지는 못했으나, 먼저 그 당시의 상황을 읽어볼 필요는 있었다.

‘사건 당시의 그의 시선···.’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회피해도 소용없는 방법. 그리고 그 무엇보다 상황을 파악할 방법 중 이보다 정확한 것은 없었다.

“아이, 뭐 이렇게까지. 나는 신종현이라고 하네.”

그는 갑작스러운 강민혁의 태도에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자신을 소개하며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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