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66화 (66/124)

66화. <강 팀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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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없는 범인? 하필이면 그곳에 강민혁 형사가?]

[미궁으로 빠질뻔한 범죄. 이번에도 그가 해냈다!]

[고립된 섬의 살인. 감히 누구 앞에서?!]

강민혁은 모니터 속 가득한 기사들을 확인하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길고 긴 섬에서의 여정 후, 최대한 은밀하게 사건을 처리했건만.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벌 때처럼 달려들어, 사건을 기사화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야?”

강민혁은 알 수 없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경찰이며 검찰 내에 기자랑 연락하는 이들이 한둘이겠는 가. 제 딴에는 선의의 의미로 강민혁을 띄어주기 위해 기자들에게 알려준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강민혁이 숨기려 한다 해도, 숨길 수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 고립된 섬에서 일어난 사건 그리고 범인이 독특한 속임수를 사용했다는 점. 더군다나 강민혁이라는 인물까지 추가된 그 상황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는 최적의 기삿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뭐, 상관없지만.”

하지만, 그저 모이는 관심이 귀찮았을 뿐.

“사진을 쓴 것도 아니니까.”

수없이 쏟아지는 기사 그 어디에도 당사자인 강민혁의 사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지금쯤 평소대로라면 불이 나고 있어야 할 휴대전화 역시 조용했다.

이러한 현상은 강민혁을 만만하게 보고 무작정 달려들었다 큰코다친 박예진 기자를 선례로, 그녀와의 한바탕 소동 이후 나타난 변화였다.

말 그대로 참교육을 보여준 이래로 기자들은 강민혁이라는 존재를 함부로 여기지 않았다.

사진을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굳이 하지 않아도 알아서 조심했으며, 인터뷰 요청마저도 경찰청을 통한 정식 요청이 아닌, 개인적인 연락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단 한 번의 본보기로 인한 효과였으며, 강민혁이 원한 결과이기도 했다.

[강민혁 형사! 이번에도 사건 해결!! 고립된 섬의 살인극!]

물론, 이러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까지 내지 못하도록 막기는 힘들었으나. 그럴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딱, 이 정도의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있었다.

“고생했어요. 나름 휴가를 즐기러 간 거였는데, 결국엔 일이나 다름없었네요.”

“그래도 난 부럽다. 대형 사건 사건이 아주 달라붙네! 달라붙어. 나도 그런 사건 한번 해결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때, 사무실 동료인 노희재와 유진호가 다가와 한마디씩 건넸다. 대화 주제는 역시나 우연히 일어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였다.

강민혁은 어디까지나 사건이 일어날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섬에 들어간 것이었으나, 그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그들이었기에 우연이 신기한 듯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사건이 벌어지면 해결할 자신은 있고요?”

“다, 당연히···.”

“다 민혁 씨가 실력이 있으니까. 그런 사건을 알아차린 거죠. 혹시 알아요? 진호 씨 주위에서도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냥 못 알아차린 거일 줄.”

노희재가 유진호에게 장난을 치며 말을 하자 그가 발끈하며 대답했다.

“뭐? 그럼 내가 실력이 없다는 거야?”

“아뇨. 그런 말은 안 했는데~”

노희재는 이번에도 장난스럽게 반응했고, 그는 강민혁을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흠흠. 내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 민혁이가 실력이 너무 뛰어난 거지.”

그들의 말처럼 유독 강민혁에 벌어지는 사건들.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았으나. 강민혁을 오랜 기간 바라본 그들은 그것들이 우연이 아닌 오롯이 그의 실력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또한, 다른 이가 이러한 사건들을 마주한다 해도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기에 강민혁의 실력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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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재와 유진호가 지나간 후, 강민혁은 여전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흠···.”

이번에도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인터넷 기사. 하지만 지금껏 보고 있던 자신에 관한 내용이 아닌 전혀 다른 인물의 기사였다.

[스타트업 유망주 박동주 대표를 만나다.]

기사를 클릭하자 떠오른 익숙한 얼굴. 유망한 사회 기업가이자, 이번 사건과도 연관이 있던 바로 그 남자였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이룬 젊은 대표 박동주.

그가 바로, 강민혁의 기억 속 사진에 있던 그이자, 김진솔에게 범행 계획을 알려주었던 그 남자였다.

‘...이상해.’

하지만, 강민혁이 의아해하는 건 그러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가 범죄 컨설턴트를 하던 코디네이터를 하던 그따위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어째서 조용하지?’

이번 사건. 비부도에서 범행을 막아냈고, 김진솔을 확실하게 검거했다. 이미 모든 조사를 마친 상태였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살해 및 시체 훼손, 그리고 사회적 이슈까지. 강민혁이 확보한 수면제 가루와 칼 등 증거마저도 완벽히 확보했기에 그녀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심문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행위 일체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범죄 코디네이터 박동주에 관한 증언 역시 실토했다.

강민혁이 직접 심문한 건 아니었으나, 그 과정들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담당했던 수사관도 그리고 강민혁도 그가 공범이란 사실은 분명하게 인지했다.

담당 수사관에게 그의 조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 역시 들었으나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담당 수사관과 연락이 되지 않아.’

그뿐만이 아니었다.

박동주를 조사하겠다던 그와 연락마저 끊기게 된 상황이었다. 그가 실종되거나 잠적을 한 것은 아니었다. 혹시나 봉변을 당하진 않았을까 하여 그를 수소문해 보았지만, 근무지에는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연락을 피한다는 말인데···.”

강민혁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모니터의 박동주를 보며 생각했다. 그를 담당한 수사관이 자신의 연락을 피하는 이유. 찾아가서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압박 또는 거래.’

수사관이 범죄자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두 가지 외에는 없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거래를 했거나, 윗선 또는 누군가의 압박으로 인해 수사할 수 없거나.

전자의 경우라면, 거래 따위에 굴하지 않는 강민혁이 간단하게 두 사람 모두 처벌해 버릴 수 있지만. 문제는 후자의 경우였다.

‘그때랑 같아···.’

강민혁의 트라우마와도 같은 기억. 율촌 오거리사건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더구나 박동주 그가 그 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라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기에 더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윗선에서 압박이 들어온 상황에 강민혁의 경우 거세게 반발했지만, 일반적으로는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두 가지 중 어떤 경우라도 결국 강민혁의 연락은 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담당 수사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를 찾아가 실토하게 만든다 해도···.’

수사관을 탈탈 털어낸다 해도 그에게만 피해를 줄 뿐,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알아낼 수 있는 건···. 전부 알아내는 게 순서겠지.’

강민혁은 자신의 오른손을 쳐다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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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잠깐 주목해 주겠나.”

최재희 팀장이 사무실에 들어옴과 동시에 모두를 주목시켰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헛기침을 하더니 모두를 확인했다.

“올 때가 됐는데···.”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에 모두 눈치만 보았고.

똑. 똑. 똑.

그때,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음, 제때 왔군. 들어오게.”

최재희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문이 열렸고, 낯선 두 사람이 긴장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근무복을 입고 있는 두 사람의 어깨에는 순경을 뜻하는 봉우리 두 개가 얹혀 있었다.

그들은 쭈뼛거리며 최재희의 손짓에 따라 사무실 가운데 멈춰 섰다.

“미제사건팀의 새로운 팀원들이네! 모두 반갑게 맞아주도록.”

최재희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지금의 상황을 소개했다. 새로운 팀원. 미제사건팀에 새로운 인물이 합류한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순경. 김지은. 오늘부로 미제사건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순경. 윤시후. 미제사건팀에 합류하게 되어 기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들을 소개했고, 모두의 박수가 이어졌다.

다섯 명이 고작이던 사무실에 두 사람이 추가된 것만으로 활기가 넘치고, 분위기가 달라졌다.

애초에 너무 적은 인원이었고, 정식 팀으로 인정되었기에 이른 시일 내에 추가 인원이 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아직 가르칠 것이 많은 순경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였으나, 열정 넘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만족했다.

어찌 됐든 인원이 늘어났다는 건 좋은 징조였고, 앞으로 수사에 있어서도 그리고 업무에서도 일 처리는 빨라질 것이 분명했다.

“윤시후 순경은 저기, 노희재 경위 옆에. 김지은 순경은 유진호 경위 옆에 앉으면 되네.”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최재희는 그들이 자기소개를 마치기 무섭게, 각각 손으로 가리키며 그들의 자리를 정해주었다.

“옆에 앉은 이들이 자네들 사수이니, 모르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도록.”

노희재와 윤시후 그리고 유진호와 김지은은 서로 파트너 관계. 즉 사수와 부사수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었다.

강민혁의 경우에는 이미 이민재가 있었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자신의 부하직원, 부사수가 생겼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상관이 되었다는 것이 꽤 기쁜 모양이었다. 이민재 그들의 부하직원임은 마찬가지였으나, 직접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었다.

“흠. 잠깐. 한 가지 소식이 더 있네.”

서로 인사를 하기 바쁜 그때. 최재희가 다시 한번 헛기침을 내뱉으며 모두를 주목시켰다. 그리고 모두가 집중하자 그는 뜸 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며칠 전 간부 회의에서 우리 미제사건팀을 승격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왔네.”

의외의 소식에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했고,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에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만장일치로 우리 미제사건팀이 미제사건과로 승격되었네.”

새로운 팀원에 이어, 팀의 승격 소식까지. 연이은 겹겹사에 모두가 기쁨을 만끽하려던 그때.

“잠깐. 잠깐.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팀이 과로 승격됨과 동시에 나는 과장의 역할을 맡게 됐네. 그렇게 된 연유로···.”

“팀장의 자리가 비는 거···. 아닙니까?”

최재희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희재가 끼어들었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리고 그 팀장은 계급으로 보나, 실적으로 보나···.”

그리고 이어질 말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신입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 사람에게 모였다.

“강민혁 팀장 앞으로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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