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그리고 범인은 없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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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저는 강민혁이라고 합니다.”
강민혁이 먼저 다가온 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노부부가 거주하는 펜션에 머물고 있다는 것과 낚시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 최소한의 정보만 드러낸 채 인사를 나눴다.
“와, 신기하다. 요즘에도 낚시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구나.”
“하긴 우리 어렸을 때도 자주 봤었잖아.”
의심의 눈초리로 대하던 그들은 그의 복장과 낚싯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낚시 때문에 왔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몇몇은 반가운 기색마저 표현했다.
“낚시는 계속하실 건가요?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저녁 시간도 됐는데 들어가서 식사라도 같이하면서 대화 나누시죠.”
그들의 일행 중, 유일한 남성. 날카로운 인상의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나와 제안했다.
불빛 하나 없는 섬으로 인해, 아직은 이른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어둠은 빠르게 찾아왔다. 익숙한 듯 손전등을 꺼내든 그들을 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마침 들어가려던 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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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 새끼들 왔구나.”
비부도에 들어온 그들과 함께 펜션으로 돌아왔다. 노부부는 버선발로 뛰어나오며 그들을 맞이했고, 매우 오랜만에 만나는 듯 한동안 안부를 나누며 재회의 시간을 보냈다.
“식사 준비하고 있으니까, 어서 들어와. 자네도 들어와서 앉게.”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할아버지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고, 방 안으로 들어가 자리했다. 입구의 맞은편, 노부부가 생활하는 그곳은 손님들의 방 2~3개를 합친 것만큼 넓은 편이었다.
섬 전체에 전기가 들어오지는 않는 듯, 냉장고나 TV와 같은 전자제품이 보이지 않았다.
“아, 여기서는 웬만한 물건은 전부 건전지를 이용해요. 저기 보이는 등이나, 손전등도 마찬가지고요.”
강민혁이 신기한 듯 방안을 둘러보고 있자, 누군가 이해한 듯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비부도에도 조그만 발전소가 있어, 전력공급이 되었으나 사람이 떠나가며 자연스럽게 발전소도 작동을 멈췄다는 것이다. 이후로는 할아버지가 가끔 섬 밖으로 나와 생필품이나 건전지와 같은 물건을 사 온다는 것이었다.
“요새는 그마저도 조금 힘드실 것 같아서, 저희가 직접 왔고요.”
그녀는 자신들이 바리바리 가져온 물건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아,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는 눈치네요. 사실 저희는 모두 이곳에서 나고 자란, 비부도 출신이에요.”
“고향 친구들이군요.”
강민혁이 그녀의 말에 경청하며 물어보자, 그들끼리 눈을 마주치더니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저희 넷 모두 각별한 고향 친구들이에요.”
“비부도에는 이렇게 자주 오시나요?”
“아뇨. 저희도 오랜만에 온 거예요. 우연히 술 한잔하다가 고향 얘기가 나왔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볼 겸해서 온 거예요.”
“즉흥적으로 오게 됐군요.”
“그렇죠. 그동안 다들 일이 있다 보니까 일정 맞추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이번에 우연히 딱 맞아서 올 수 있었어요.”
그녀는 다행이라는 듯 해맑게 웃으며 설명했지만.
‘과연···. 이 모든 게 우연이었을까.’
강민혁은 그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에겐 즉흥적인 계획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철저한 계획이었을 수 있다.
‘여기 있는 여섯 명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고립된 섬에는 이들 외에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타살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들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
누군가 이들을 전부 죽인 뒤, 바다로 뛰어든 것이 아니라면, 이들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 역시 간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저희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강미희라고 해요.”
강민혁이 한참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대화를 나누던 그녀가 무언가 떠오른 듯 손뼉을 치며 자신을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물론, 그들에 대한 정보는 어림잡아 알고 있었지만, 기억이 완벽할 수만은 없었다. 강민희를 시작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들에게 집중했다.
[강미희 (29세) 치위생사]
지금껏 대화를 나눴던 그녀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이들 중,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특이사항으로는 설기준과 부부 사이라는 것.
“설기준이라고 합니다.”
[설기준 (30세) 치과의사]
차가워 보이는 인상의 그는 이들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강미희와는 부부 사이로, 같은 치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수지라고 해요.”
[정수지 (29세) 무직]
한눈에 보기에도 소심해 보이는 그녀는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 취업준비생으로 몇 년간 공무원준비를 하는 그녀였다.
특이사항으로는 계속해서 강민혁의 눈치를 보며 관찰하는듯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 낯선 이에 대한 어색함 때문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김진솔이에요. 반가워요.”
[김진솔 (29세) 파티플래너]
마지막으로 도도해 보이는 인상의 그녀만이 남아있었다. 배에서 내린 순간부터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녀는 전화가 잡히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불평을 쏟아내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짧은 소개만을 마친 뒤, 연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저기 있는 두 사람이 전부인가.’
[설진혁 (86) 펜션 주인]
[진순미 (83) 펜션 주인]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인 노부부까지 총 6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두두두두.
그때, 천장을 때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어? 비 오는데? 소나기인가?”
“쯧.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은 뭐 아무것도 못 하겠는데?”
강미희와 설기준이 창밖을 살펴보며 한마디씩 꺼냈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비는 점차 쏟아지기 시작했다.
“에이 씨. 전화가 완전 먹통이 돼버렸어.”
이어, 김진솔이 짜증을 내며 휴대전화를 흔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런다고 고쳐질 리는 없었고,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휴대전화를 집어넣었다.
우르르 쾅! 쾅!
이윽고 순간 번쩍이며, 천둥까지 치기 시작했다.
“오늘, 낚시는 글렀네요.”
“어쩔 수 없죠. 뭐.”
설기준이 자신의 잔에 맥주를 따르며 입을 열었고, 강민혁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좀 괜찮으려나?”
“그러게. 오늘만 잠깐, 이러고 말아야 할 텐데···.”
그들은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씩 내뱉었다.
“민혁 씨도 낚시하러 왔는데, 날씨가 영 안 따라주네요. 뉴스에 비 소식은 없었으니까 금방 멈출 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그러면 다행이고요.”
강민혁은 그녀의 말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애석하게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지금 시작된 이 비는 오늘 밤사이, 더욱 거세져 강한 비바람을 동반할 것이며 이곳에 있는 모두는 꼼짝없이 갇혀 고립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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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뒤, 이렇다 할 의문점은 아직 찾지 못한 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소나기 마냥 시작된 비로 인해, 오갈 때 없는 이들 역시 모두 각자의 방을 배정받았다.
입구 맞은편에는 노부부가 사용하는 공간이 그리고 옆으로는 전부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방이었다.
펜션에는 총 3개의 손님용 방이 구비 되어 있었다. 가장 끝 방에는 강민혁, 그 옆으로 설기준, 강미희 부부. 그리고 정수지와 김진솔이 함께 방을 사용했다.
‘다시 모인 건가?’
그때 옆방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벽을 넘어 고스란히 들려왔다. 설기준과 강미희가 쓰는 방에 그들이 다시 모인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이었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인해 나가기도 힘들었으니 한 방에 모여 술을 마시기로 한 것이었다.
똑똑똑.
그때, 강민혁의 방문을 누군가 두드렸고, 문을 열자 강미희가 과일을 든 채 서 있었다.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시끄럽죠?”
그녀는 자신들의 소란이 방해될까 하여, 양해를 구하기 위해 온 모양이었다. 강민혁은 예쁘게 깎은 과일을 건네받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는 나가볼 생각이라.”
“예? 지, 지금요? 비가 꽤 오는데···.”
강미희의 물음에 방 안에 놓아둔 녹색 우비를 가리키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별말 없이 그대로 돌아갔다.
‘섬을 둘러보려면 지금밖에 없겠지.’
강민혁은 주섬주섬 우비를 착용하며, 기억을 떠올렸다. 이곳, 비부도에 도착한 직후 펜션에 가기 전 가장 먼저 섬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원체 크지 않은 섬이었기에, 그마저도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확실히,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
이야기만 듣는 거와 눈으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기에,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섬에는 이들이 도착하기 전, 노부부를 제외한 누구도 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시일 뿐.
누군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섬에 몰래 들어올 수 있었다.
“지금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도착했을 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배가 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이 섬에서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누군가 그사이 섬에 숨어 들어왔다면, 지금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이제 막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내일이 되면 더욱 거세진 날씨로 인해 이마저도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마침 이들이 함께 모여있고, 이제 막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금이 아니면 섬을 둘러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마무리된다면 좋으려만.’
강민혁은 왁자지껄 떠드는 방안을 힐끔 바라본 뒤, 우비를 머리까지 뒤집어쓰며 펜션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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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네.”
강민혁은 한 손에는 손전등을 든 채, 후두둑 거리며 우비를 때리는 비를 맞으며 섬을 샅샅이 확인했다.
자신이 배에서 내린 선착장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크게 돌며, 먼저 침입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별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혹시나 누군가 숨어있을 만한 장소를 전부 뒤져보았지만, 그 어떤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7명···. 7명이 전부인가.’
이 섬에는 자신을 포함한 노부부 그리고 이곳 출신의 4명까지. 총 7명이 전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들 중, 자신을 제외한 6명의 사람 중 범인이 있을 것이다.
“쯧.”
가장 꺼렸던 상황만이 남아있자, 강민혁이 혀를 차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 손전등을 비춰본 불빛에 펜션이 가까워졌음이 느껴졌고.
한시 빨리 그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더더욱 거세졌고, 섬 전체를 뒤덮은 어둠은 칠흑보다 더욱 깜깜했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피어나는 순간.
“꺄아아악!”
비명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