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58화 (58/124)

58화. <그리고 범인은 없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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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라도 하러 가나 보지?”

4, 5인승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매우 작은 통통배. 발동기 소리를 의식한 그가 큰소리로 외치며 물어왔다.

“예, 맞습니다.”

이에 강민혁 역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얼굴의 반 이상이 수염으로 덮인 그는 고깃배를 운영하는 선장이었고, 마침 시간이 된다고 하여 비부도로 데려다주기를 요청한 것이었다.

날씨에 맞지 않는 녹색 우비에 아이스박스, 그리고 낚싯대를 매고 있는 강민혁은 자연스럽게 낚시꾼을 연상하게 했다.

어디까지나 비부도에 가기 위해 그가 의도한 연출이었고, 선장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비부도는 어떻게 알게 됐는가. 젊은 사람이 알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 소리치며 궁금한 것을 물어왔다. 과거에야 사람들이 살던 장소였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찾지 않는 그런 섬이었고.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젊은 티가 역력한 그가 비부도를 알고 있다고 하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는 낚시꾼분에게 들었습니다. 고기가 잘 잡힌다던데요?”

당장 경찰의 신분을 알릴 필요는 없었다. 지금 눈앞의 그에게도 마찬가지였고, 섬에 들어간 이후에도 그럴 예정이었다.

총포 회수야 섬에서 나오는 날 처리하면 되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그 섬에서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은 컸다.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행이겠지만, 미리 경찰의 신분을 노출할 경우, 벌어질 사태를 간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허허. 그렇구먼. 누군지 몰라도 꽤 실력 좋은 낚시꾼일 게 분명하네. 정확히 알고 있구먼. 허허허.”

이에 대한 핑곗거리 역시 완벽하게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일반적인 관광을 목적으로 섬에 들어가기엔 의심을 살 것을 대비해, 낚시꾼 행세를 하며 찾아온 것도 전부 그 때문이었다.

선장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내가 비부도 출신이라네. 뭐, 떠나온 지야 오래됐지만.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한걸음에 달려왔지 뭔가. 허허허.”

그리고 그가 어째서 데려다 달라고 한 부탁을 흔쾌히 허락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선장은 비부도 출신으로, 그곳에서 살다 떠나온 이들 중 한 사람인 것으로 보였다. 비록 떠나왔지만, 자신의 고향에 가고 싶다는 낯선 이에게 호의를 베풀고자 했던 모양이었다.

“자네 말대로, 고기 하나는 끝내주게 잡히는 곳이네. 재미 좀 보고 오게나.”

선장의 그 말을 끝으로 더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고, 어색함 속에 오랜 시간이 지나 조그만 섬에 도착했다.

“도착했네. 여기가 비부도라네. 뭐, 딱히 구경할 건 없겠지만. 풍경 하나는 일품인 곳이지.”

“확실히 그렇군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감사는 무슨. 공짜로 데려다준 것도 아닌데. 나도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기분이 묘하구먼.”

투박하지만 능숙하게 배를 접안한 그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선장 역시 이곳에 온건 오랜만인 듯 주위를 둘러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민혁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현했고, 그는 아니라는 듯이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돈을 받긴 하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기름값 수준이었다.

고깃배의 선장인 그가 본업도 아닌,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호의를 베푼 것이고, 그런 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잠은 어디서 자려고 하는 건가?”

선장은 강민혁의 차림새를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낚싯대와 가방, 우비. 하지만 그 어디에서 텐트 따위를 챙겨온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곳에 펜션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뭐, 뭐 이? 그분들이 아직도?”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 생각했기에 물어온 질문이었지만, 강민혁 역시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펜션을 운영하는 노부부. 운영이라 하기에는 찾아오는 이가 없었지만. 여전히 비부도에 남아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유일하게 남아있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 또한 그곳이었고, 강민혁 역시 그곳에 머물러야 했기에, 일부러 텐트 따위는 가져오지 않았다.

선장은 그들을 모르지 않는 듯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아시는 분들입니까?”

“알다마다. 내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펜션을 운영하신 분들이거든. 펜션이라 할만한 곳은 그곳이 유일할 테니 아마 내 생각하는 분들이 맞을걸세. 허허. 그분들이 아직도···.”

그는 옛 생각이 떠오른 듯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예전부터 욕심이 없는 분들이셨지. 그때도 낚시꾼들이 오면 무료로 재워주곤 하셨으니···. 아마 자네가 안다는 그 낚시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구먼. 허허”

“그럼, 인사라도 한번 하고 가시지요.”

“허허. 됐네. 아마 기억 못 하실 거네. 기억하신다 해도···. 이곳이 싫다고 떠나간 놈이 무슨 염치로 그분들을 찾아뵙겠는가.”

감성에 젖은 선장을 보며 제안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리고는 바로 뒤를 돌아, 배에 올라탔다.

“그럼, 이만 가보겠네. 약속했던 대로 삼일 뒤, 이 시간쯤에 다시 올 테니. 나와 있도록 하게.”

“예,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돌아갔다. 통통거리는 엔진소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들으며 강민혁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삼일 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장은 삼일 뒤에 이곳에 오지 못한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결과였다.

“앞으로 육일 정도인가.”

태풍이 끝나고도, 배가 뜰 수 있을 정도로 바다가 잠잠해지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살인자와 함께 머물러야 한다.”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고립된 이 섬에서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살인자와 함께 머물러야 한다.

“후우···.”

아무리 강민혁이라 해도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차라리 정체를 알고 있다면, 부담감이 덜했겠지만, 그것 또한 아니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가장 좋을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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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부도에 들어와 펜션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워낙 조그만 섬이기도 했고, 멀쩡하다고 느껴지는 건물은 그것뿐이었기에.

“여기인가···? 여기 밖에 없네.”

바닷바람과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누리끼리해진 건물이 배에서 내린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했고,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십니까?”

입구에 발견해 문을 두드렸지만,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가 싶었지만, 그러기엔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며 큰소리로 외치자, 그제야 다급한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가까워진 발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며, 노부부가 함께 나왔다.

“우리 손주 왔는···. 누슈?”

들뜬 목소리로 반겨주려던 그들은 문 앞에 서 있는 낯선 남자를 보고는 당황했다. 할머니는 당황한 것뿐만 아니라, 실망한 기색까지 역력했고 할아버지는 금세 정신을 차리며, 그녀를 나무랐다.

“에끼. 이 사람아. 손님한테 누구냐니. 미안하구먼. 오늘 손주가 오기로 하여서···. 어서 들어오게.”

그리고 강민혁을 쳐다보며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이곳까지 용케도 찾아왔구먼. 낚시 때문에 왔나 보지?”

“예, 맞습니다. 아는 분이 소개해주셔서···.”

“그래도 아직 비부도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나 보고만. 잘 왔네.”

그는 자연스럽게 방을 안내해주며 말을 걸어왔다. 강민혁의 용모를 보며 그 또한 자연스럽게 낚시꾼을 연상한 듯 보였고, 누군가의 추천으로 찾아왔다는 말이 싫지 않은 듯 만족한 웃음을 띠었다.

“여기가 자네가 사용 방일세. 편하게 머물다 가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뭐, 워낙 없는 게 많은 터라 해결될진 모르겠지만 껄껄껄.”

그리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주인장 할아버지가 떠난 후, 며칠간 사용하게 될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쉽지···. 않겠네.”

깔끔함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으나, 방 안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았다.

혼자 사용하기에 방 자체는 넓은 편이었다. 들어서 있는 가구가 전혀 없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으며, 방 안에는 이불과 베개만이 한편에 놓여있었다.

그마저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 퀴퀴한 냄새가 올라왔고, 벽과 바닥은 찐득거림이 그대로 느껴졌다.

“...허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바닷가의 벌레가 방 안에 함께했다.

눈을 깜박인 사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것을 보며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래···.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하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환경이 어떻든 목적은 따로 있었고, 중요한 건 이따위 것들이 아니었다.

‘손주가 온다고 했지?’

펜션의 문이 열렸을 때, 할머니는 손주를 맞이하려 했다. 낯선 이의 모습에 실망한 듯했지만.

어찌 됐든 그 손주는 분명, ‘비부도 살인사건’에 연관되어있는 그들일 것이다.

노부부의 반응과 펜션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그들은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마중이나 나가볼까?”

모르긴 몰라도, 얼마 후면 그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들이 없는 이상, 이 섬에 볼일은 없었기에 낚싯대를 들어 올리며 밖을 나섰다.

“어르신, 저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 고기 낚으러 가는 건가. 부지런도 하고만. 저녁 시간은 맞춰서 들어오게나. 낚시하다 보면 우리 손주들 만날지도 모르겠구먼. 만나면 인사라도 하게. 며칠간 같이 지내게 될 테니.”

펜션의 입구 바로 앞. 노부부의 생활공간으로 보이는 그곳에 멈춰서서, 말을 건넸다.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며, 할아버지의 대답이 돌아왔다.

“손주분들이라면···. 어떤 분들입니까?”

짐짓 모른 척, 정보를 알 수 있을까 하여 그에게 물었다.

“음? 아, 진짜 손주는 한 놈뿐이고. 나머지는 그놈 친구들이라네. 고놈들 다~ 내가 어릴 적부터 돌봐주고 키워주고 하다 보니까 그냥 다 손주라고 부르고 있다네.”

“그럼 그분들 모두 이곳 출신인 겁니까?”

“허허. 그렇지 뭐. 지금은 우리밖에 안 남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많지는 않아도 사람들이 있었거든.”

새롭게 알게 된 정보였다. 그들 모두 어릴 적 비부도에서 생활했던 이들이었다는 것. 지금은 모두 떠났지만, 같은 고향 친구들이라는 의미였다.

“만나면 인사라도 건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게. 욕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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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은 펜션을 나와 간의 선착장 근처에서 낚싯대를 던졌다. 어차피 고기를 낚는 건 관심이 없었기에, 자리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뿌우우웅~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 멀리서 절대 크진 않지만, 강민혁이 타고 온 통통배와는 비교되는 한 척의 배가 고동을 울리며 섬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왔구나.”

강민혁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바라보았고, 배는 비부도에 정착했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며, 그들이 한 명씩 배에서 내렸다.

“와, 진짜 오랜만이다.~”

“그러게. 어릴 때 오고 안 와봤으니까. 몇 년 만이지?”

팔짱을 낀 여성과 남성. 연인 또는 부부로 보이는 그들이 섬을 둘러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예전이랑 그대로네.”

“그러게. 할아버지, 할머니 잘 계시려나?”

그리고 두 명의 여성이 연이어 섬에 발을 디뎠다. 그렇게 총 네 명. 한 명의 남성과 세 명의 여성이 비부도에 도착했다.

“어? 저기 누가 있는데?”

그때, 누군가 낚싯대를 들고 있는 강민혁을 발견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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