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55화 (55/124)

55화. <권총 마스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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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지하 1층, 실탄 사격장.

사격 시작 신호와 동시에 거대한 총성이 일제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타앙. 타앙.

쩌렁쩌렁한 굉음은 공간을 울리기에는 충분했다. 청력을 보호하기 위해 헤드폰을 착용했음에도, 그 울림이 피부를 통해 느껴질 정도였다.

‘오, 과연.’

강민혁은 먼발치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 급에 도전하는 이들답게 실력은 역시, 모두 발군.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희재 씨, 진지하네.’

노란 고글에 헤드폰을 착용한 채,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사로에 올라서 있는 그녀. 장난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그 표정은 그녀가 지금,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38구경의 경찰 권총을 양손으로 들어 올린 그녀는 사로 끝의 표적을 조준한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확실히, 재능은 타고났네.’

옆에 있는 이들과 비교해도 그녀의 자세는 정석 그 자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다.

‘자세는 완벽한데···. 결과가 안 보이니 답답하네.’

앞선 순서인 노희재가 사격을 이어가는 동안. 강민혁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사격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으나, 너무 먼 거리로 인해 표적의 결과를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과야 어차피 끝나면 나올 테니,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늘 이곳, 사격장에 모인 이들은 대략 200여 명.

‘생각보다, 많이 없네.’

10번까지 밖에 없는 사로에 비한다면 꽤 많은 수였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 전부가 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직원은 아니었다.

오늘 치르는 마스터 급 검증시험을 위해, 다른 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대부분으로, 서울지역 각 경찰서에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지난 정례사격에서 1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은 현직경찰이었다. 서울청 소속 사격대상자가 약 2만여 명인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은 사격에 있어서 상위 1~2% 안에 드는 실력자라는 의미였다.

‘과연, 몇 명이나 통과하려나.’

노희재와의 내기를 수락한 후, 부랴부랴 권총 마스터 급의 통과 기준을 찾아본 기억이 떠올랐다.

기록 사격에서 완사 100점과 속사 200점. 총 300점 중, 285점 이상을 받아내야 합격할 수 있었다.

95% 이상의 명중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실제 합격률은 3~4%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 이곳에서 모인 수많은 이들 중, 겨우 7, 8명을 제외하면 모두 탈락한다는 의미였다.

‘만만치 않네.’

결국, 상위 중에서 최상위가 되지 않으면, 이 검증에서 통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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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방청, 강민혁 경감님. 2번 사로로 이동해 주십시오.”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감독관이 강민혁의 이름을 불렀다. 노희재는 이미 사격을 마친 뒤, 사격장 밖에서 투명유리를 통해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 이. 팅!

강민혁은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그곳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입을 뻥긋거리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옆에 있는 직원들이 쳐다보자, 민망해하는 그녀를 보며, 사로로 들어갔다.

‘후우···.’

감독관이 안전상 주의사항과 절차를 고지하는 사이, 강민혁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삐이이!

어느새 준비된 표적지가 사로의 끝으로 멀어졌고, 시작을 알리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강민혁은 차가운 쇳덩어리를 들어 올렸고, 천천히 양손을 뻗어 가장 익숙한 자세를 찾아냈다.

‘확실히, 무겁긴 하네.’

강민혁이 들고 있는 38구경 경찰 권총. 정확히 m10 리볼버는 과거 자신이 사용하던 총기가 아니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경찰에 보급되는 권총 역시 진화해왔고, 당시 사용하던 권총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m60 리볼버였다.

당시에는 그저 구형과 신형 정도로 구분하는데, 강민혁은 당연하게도, 신형 권총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길이가 더 짧고 크기가 줄었으며, 가벼워진 신형 리볼버에 익숙해져 있던 그가 다시 구형 리볼버를 맞닥뜨렸을 땐, 적응하기 위해 꽤 애를 먹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시일 뿐.

이미 시간은 오래 흘렀고, 경찰대학의 경험을 통해 다시 익숙해진 상태였다.

최근 정례사격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 역시 지금의 구형 권총이었고,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탕!

강민혁은 능숙하게 조준하며 방아쇠를 잡아당겼고, 묵직한 실탄은 거대한 총성을 터트리며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훗”

결과는 역시나 명중!

강민혁은 자신만만한 실소를 터트리며, 계속해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탕! 탕! 탕!

지금 쏘는 사격은 검증 사격.

15m 거리에서 5발씩 총 35발을 쏘는 방식을 통해 영점사격을 먼저 하는 것이었다.

‘느낌이 좋은데?’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오늘의 컨디션 역시 나쁘지 않았다. 자세는 편안하였으며, 총기의 무게는 이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마치 권총과 한 몸이 된 듯,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기는 족족 총알은 과격의 정중앙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영점사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드디어 본격적인 기록 사격이 시작되었다.

위이이잉.

정식 표적지가 기계음과 함께 멀어졌고, 강민혁은 곧장,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록 사격의 30발 중, 먼저 완사 10발.

다음 순서로, 3초에 한발씩 쏴야 하는 속사 20발에 비하면, 집중할 시간은 충분했다.

완사에서 10발 모두 명중시켜야 마스터 급 테스트에 통과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조급해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충분하게 활용했다.

양손으로 들어 올린 총구는 정확히 표적을 조준했고, 서서히 숨을 멈추며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그리고 자신도 느끼지 못할 만큼 천천히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타앙!

다시 한번 거대한 총성이 사격장을 울렸고, 순식간에 총구를 벗어난 탄환은 엄청난 회전과 함께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후우···.”

숨을 고르며, 다시 사격을 이어가려던 그때.

-저 친구 맞지? 강민혁인가 뭔가 하는.

-아, 그 소문의 검거율 1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라 했더니, 저 사람이야?

-이야, 대단하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사격까지 재능이 있단 말이야? 다 가졌네.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아직 모르지.

-여기 있으면, 1등급 이상 받았다는 소린데, 재능 있는 거 맞지 뭘 그래. 근데 그 강민혁 맞아? 이름만 같은 거 아니야?

-에헤이. 저 나이에 경감 다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나. 이름 같고, 경감이면 끝났지 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대상은 자신.

강민혁의 이름을 듣고 긴가민가하던 직원들이 모두 한마디씩 내뱉으며 옥신각신 떠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도 마스터 급은 힘들지 않겠어? 자세는 좋아 보이는데, 내가 보기엔 저 각도가 불안해 보이는데.

-음, 나는 각도 보다는 저 왼손이 문제라고 보는데, 저런 식으로 받치면 안 되지. 좀 더 부드럽게 감싸듯이 해야···.

이미 강민혁의 정체는 자신들끼리 확신한 듯 보였고, 나름대로 사격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은 이내 지적 거리를 하나씩 찾기 시작했다.

다들 제 생각이 맞는다 아니다, 한 마디씩 내뱉기 시작하자 사격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구경하기 위해 모여있던 유리 벽 넘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민혁이라고? 소문만 그럴듯했지. 사격은 영 꽝이네. 사격은 저따위로 하면 안 돼. 저건 그냥 흉내만 내는 수준이야. 나 때는 말이야···.

“저기요! 아저씨! 사격에 다 자기 스타일이 있는 거죠. 완벽하기만 하고만, 트집 좀 그만 잡으세요!”

그곳에서 강민혁의 사격을 바라보고 있던 노희재는 결국 옆에 있던 그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계속해서 강민혁의 실력을 의심하며, 트집을 잡는 그에게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었다.

-아니, 트집이 아니라. 사격은 저렇게 하면 안 돼. 우리가 다 경험해보고···. 쓰읍 근데 이 친구 보게. 나이도 어려 보이는 데 버르장머리하고는. 자네 어디 소속 누구야!

그는 굴하지 않고 훈계하듯 말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버럭 소리쳤다.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그녀를 순경이나 경장 정도로 인식하며 계급으로 찍어 누르려는 모양새였지만.

“서울청 미제사건팀 노희재 경위입니다. 왜요.”

-겨, 경위?

노희재가 지지 않고 대답하자, 그들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흠흠. 자네 바쁜 일 있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사격도 끝났는데, 이만 가세.

경사의 견장을 달고 있는 그들은 자신보다 높은 계급에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흥”

노희재는 한마디 말도 없이 다급하게 떠나는 그들에게 시선을 거두며, 다시 사격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자, 아직 차례가 오지 않으신 직원분들 모두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한 번만 더 진행에 방해가 될 시 퇴정 조치하겠습니다.

소란으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경기는 심사를 맡은 이들의 경고와 함께 재개되었다.

‘내 사격에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강민혁은 이미 다른 이들이 한마디씩 내뱉은 말을 모두 들은 상태였다.

이것이 별로다, 저것이 별로다. 다들 제 생각이 맞는다며 지적한 사항들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웃기고 있네.’

타앙!

강민혁은 자신 있게 총구를 폭발시켰다.

애석하게도 겨우 그 정도 트집에 멘탈이 흔들리만큼 약하지 않았고, 자신의 실력은 세월을 통해 증명된 바 있었다.

타앙! 타앙! 타앙!

완사에 이어서 속사까지 모든 사격 검증 절차를 마친 후, 사격장을 빠져나왔다.

“어때요? 합격한 것 같아요?”

강민혁이 나오기 무섭게, 기다리고 있던 노희재가 다가와 궁금한 듯 물었고.

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결과는 나오면 확인하죠. 내기 잊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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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수사팀 사무실.

키보드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는 고요한 사무실은 겉보기에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희재와 강민혁 두 사람. 유달리 그들은 한쪽 벽의 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시간을 체크했다.

오늘은 권총 마스터 급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이었고, 예고된 시간은 4시였다.

‘앞으로 1분.’

시간이 다가올수록, 사격 때도 느끼지 않았던 긴장이 몰려왔다.

그리고.

시계 초침이 4시를 가리키기 무섭게, 마우스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합격이다 합격! 저 권총 마스터 합격했어요!”

노희재의 환호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고, 깜짝이야. 권총 마스터 합격했다고? 희재 씨 축하해. 대단하네.”

“오, 대단하구만. 축하하네. 좋은 성과야.”

“축하드립니다! 합격하실 줄 알았습니다.”

일에 집중하고 있던 팀원들은 순간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그녀의 소식에 축하 인사를 한마디씩 건넸다.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저렇게 기뻐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성과였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곧장 다른 이에게 옮겨졌다. 노희재와 마찬가지로 마스터 급에 도전한 한 사람.

“강 경감님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강민혁의 결과가 남아있었다.

이민재의 질문에 노희재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이어졌고.

그의 대답이 이어졌다.

“저도 당연히, 합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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