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기레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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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또 돈 때문에···. 그깟 명품이 뭐라고···.”
노희재는 순찰차로 이송되는 이혜수를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일식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복어의 독을 이용한 잔혹한 범행은 결국 그녀에 의한 것임이 밝혀졌다.
강민혁은 이혜수의 가방 안에서 발견된 장갑을 보며 집요하게 추궁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버티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의 가방과 장갑은 그대로 과학수사팀에 넘겨주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이혜수는 명백한 증거 앞에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모든 상황은 예상과 들어맞았다.
“우연에 우연이 겹친 사건이었어.”
유진호가 말한 그대로, 사건과 사고가 우연히 얽히고설킨 복잡했던 사건이었다.
이혜수의 범행동기는 역시나 돈.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 사채 때문이었다.
그녀는 빚을 갚기로 약속된 날짜가 다가올수록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진술했다.
자신의 월급으로는 무슨 짓을 해도 그 빚을 틀어막을 수 없었고 결국, 최일수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독.
식당에서 일하며, 복어 독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사장 또한, 그에게 사채를 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최일수를 복어의 독을 통해 죽게 만들어, 직접요리를 하고 사채까지 가지고 있는 주방장에 모든 의심을 향하게 만들어, 모든 죄를 그에게 덮어씌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독을 먹게 된 사람은 검은 옷의 남자. 최일수를 살해하고 화장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그였다.
“이혜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겠죠.”
노희재의 말처럼, 검은 옷의 남자는 이혜수의 계획에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녀는 이미 독을 묻힌 회를 최일수에 서빙 한 후, 그가 이미 죽었는지 확인과 함께 자신이 독을 묻혀놓은 회를 회수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핏빛 광경에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만 것이었다.
“그 검은 옷의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글쎄요···. 앞으로 알아봐야죠. 누가 됐든 반드시 알아낼 겁니다.”
궁금한 듯 물어온 노희재의 질문에 강민혁의 대답이 이어졌다.
검은 옷의 남자.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전문 킬러든, 최일수에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었든. 당장은 무리일지 모르겠으나, 이대로 모른 척 넘어갈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완전히 단서가 없는 것도 아니니.’
강민혁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좋으니 무엇이든 의심이 되는 것이 있다면 보내 달라 부탁한 적이 있었다.
마침내 아침이 다가올 때쯤, 보내온 한 장의 사진. 그 사진은 검은 옷의 남자 몸에 새겨져 있던 유일한 문신이었다.
[의미가 있을진 모르지만, 부탁하셨으니 이거라도 보냅니다. 몸에 있던 유일한 문신이었어요~]
사진과 함께 작성한 문자처럼, 아무 이유 없는 문신들도 많이 있었기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됐든 유일한 단서임은 틀림없었다.
‘뒤에 누가 숨어있든, 언젠가 반드시 잡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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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른 저녁 시작된 회식이었으나 다시 식당을 나설 때는 해가 뜨고 있었다.
“으···. 피곤해. 다들 어떻게 하실 거에요? 집에 다시 가기도 모호하고···. 출근 시간까지 몇 시간 남지도 않았는데.”
놀기라도 했으면 모를까, 결국 일의 연장이었고 다시 몇 시간 후면 다시 출근길에 들어서야 했다.
“찜질방이라도 잠깐, 들렀다가 갈까요?”
강민혁은 제안하기 무섭게 유진호의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정정하며 말하자.
“아니다, 각자 따로 자유롭게 쉬었다가 가죠. 모두 쉬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으니.”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렇게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쉬기로 하며, 식당 앞에서 흩어지려는 순간.
파바밧. 파바밧.
웬 강렬한 불빛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뭐, 뭡니까?”
“아악. 내 눈···!”
모두 괴로운 듯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리기 바빴고, 소리가 잠잠해지자 그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 서 있는 여성. 그녀가 자신의 손에 든 커다란 카메라의 플래시를 터트리며 우리를 찍어댄 것이었다.
“이봐요, 당신 이게 지금 뭐···.”
“기자분이신가요?”
예고 없는 사진 세례에 유진호가 발끈하며 나섰지만, 최재희가 그를 막아서며 차분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예, mk 방송국의 박예진 기자라고 합니다. 미제사건 수사팀, 최재희 팀장님 맞으시죠?”
“아, 예. 맞습니다. 저는···.”
“그보다 강민혁 형사님이 누구시죠?”
자신을 기자라 소개한 그녀는 최재희에겐 관심이 없는 듯 말을 끊으며 두리번거렸다.
“...”
그리고 강민혁과 유진호, 이민재 세 사람을 번갈아 보기 시작하더니, 이내 주저 없이 강민혁 앞으로 다가왔다.
“강민혁 형사님 맞으시죠? 처음 뵙겠습니다. 박예진 기자라고 합니다.”
강민혁은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그녀를 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제가 강민혁인 거.”
“기자의 감이죠.”
박예진은 자신이 내민 손을 그가 잡지 않자, 무안한 듯 어색하게 손을 거두었다.
“스타가 될 인물들은 풍기는 아우라가 다르거든요.”
하지만 개의치 않는 듯,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강민혁을 스캔하듯 이곳저곳 살펴보더니 알 수 없는 웃음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더 기대 이상인데? 이거 잘만 하면···.”
그리고는 자신의 명함을 꺼내며 강민혁에게 건네줬다.
“제 명함입니다. 앞으로 잘해보죠.”
“...예. 감사합니다. 전 지금이 명함이 없어서. 그럼 이만.”
강민혁은 떨떠름하게 그녀의 명함을 받고는 바로 자리를 떠나려 하자.
“자자, 잠깐만요. 어디 가세요?”
그녀가 다급히 강민혁을 붙잡았다.
“저 왜 온 지 모르세요?”
“...사건 취재하러 오신 거면, 이미 많은 기자분이 인터뷰해 갔는데요. 너무 늦게 오신 것 같네요.”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전, 식당 앞에는 꽤 많은 기자가 들이닥쳤다. 수많은 이들이 목격한 살인사건이었기에 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은 금세였고. 사건을 해결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자, 특종의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몰린 것이었다.
마침 사건도 거의 마무리된 편이었고, 결국 기사화될 것은 확실해 보였기에, 이민재를 시켜 모든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스며 기사며 이미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강민혁은 이제 와서 귀찮게 구는 박예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일식집 살인사건이라면, 이미 기사 냈습니다. 그것도 제가 제일 먼저 기사화했는데, 모르셨어요?”
“...아. 그러셨군요.”
당연히 모를 수밖에. 기자들을 상대하는 건 전부 이민재에게 맡겨놓은 상태였고, 굳이 누가 먼저 기사를 내는지 확인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사건취재도 아니면 용건이 뭡니까?”
강민혁은 박예진에게 다시 한번 퉁명스럽게 물었다.
당장이라도 찜질방으로 달려가 1분이라도 더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건만, 눈앞의 기자가 귀찮게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충 용건만 들어보고 떠나려던 그때.
“스타가 되고 싶지 않으세요?”
박예진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풋
-이야, 스타 좋지. 민혁아 먼저 갈게.
-크흠, 좀 이따 사무실에서 뵙겠습니다.
동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하나둘 떠나갔고, 강민혁은 그 자리에 멈춰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
진지한 표정은 장난을 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어이가 없어 차마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뭐가 되고 싶지 않냐고요?”
“스타요. 스타.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박예진은 되묻는 질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며 대답했다.
“후···. 관심 없습니다~”
강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뒤를 돌아 가버렸다. 그녀가 말한 스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관심 없었다.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는 것조차 꺼리는 그였기에, 그녀가 건넨 제안은 티끌만큼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 어? 저기 강민혁 형사님? 잠시만요.”
박예진은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 듯, 당황하며 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기 시작했다.
“형사님이 잘 모르셔서 그러나 본데, 인터넷상에서 형사님 인기가 꽤 엄청나요.”
“...”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고요···.”
“...”
“지금 보니까. 외모도 괜찮고 몸매도 좋으셔서···.”
박예진은 강민혁을 따라오며 쉴 틈 없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강민혁은 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녀를 보며, 그대로 멈춰 섰다.
“그래서 무엇을 하고 싶다는 겁니까?”
“인터뷰 한 번만 해주시면 돼요. 그럼 제가 알아서 기사 잘 써서 내보낼게요. 아 참, 사진도 제대로 다시 찍어야 해요. 아까 손에 가려서 얼굴이 안 나왔더라고요.”
박예진은 입에 따발총이라도 달린 듯, 말을 쏟아냈다.
당장이라도 사진을 찍으려는 그녀에게 강민혁이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사진 공개는 안 됩니다. 범인 잡는 데 방해가 돼서요. 물론, 스타가 될 생각도 없고요.”
그리고는 헬멧을 머리에 쓰며, 주차된 오토바이에 올라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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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게 무슨.”
강민혁은 모니터에 대문짝만하게 띄워져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에 관한 기사와 함께 올라가 있는 사진.
“이건 도대체 언제 찍은 거야?”
다행히. 얼굴 전체가 드러난 사진은 아니었으나, 오토바이에 올라탄 자신의 옆모습이 그대로 찍혀있었다.
사진의 각도를 보아하니, 박예진이 직접 찍은 것은 아닐 테고. 동료가 숨어있던 모양이었다.
“와, 민혁 씨. 반응이 장난이 아닌데요?”
“그러게. 이러다 진짜 방송도 나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왜 있잖아, 진짜로 스타 되는 거 아니야?”
노희재와 유진호 역시 기사를 확인한 듯 다가와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물론 강민혁을 놀리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그들의 말처럼 반응은 뜨거웠다.
1위 – 일식집 살인사건.
2위 – 강민혁
3위 – 살인사건.
4위 – 강민혁 형사.
포털은 온통 일식집 살인사건과 이를 해결한 강민혁에 대한 검색어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오, 여기 있다. 박예진 기자가 강민혁 씨에 관해 쓴 기사.”
노희재의 외침에 모두 그 기사를 확인했다.
[장안의 화제! 천재라 불리는 사나이, 강민혁 형사를 만나다.]
오토바이를 탄 강민혁의 사진과 함께 시작된 기사의 내용.
“강민혁 형사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엄청난 추리력을 바탕으로···. 범인을 단숨에 제압하는···. 지금껏 범인을 놓쳐본 적이 없는···.”
“그만···. 그만하시죠.”
노희재가 그 기사를 소리를 내 읽기 시작하자 강민혁이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다. 기사에 틀린 내용은 없었으나, 칭찬으로 가득 찬 그 내용은 차마 부끄러워 들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노희재는 기사의 사진을 힐끔 보고는 강민혁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그가 평소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는 상황을 꺼리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뭐. 이미 저질러진 상황이라, 어쩔 수 없죠.”
“음···. 그럼 이대로 두시게요?”
하지만 의외로 강민혁의 반응은 싱거웠다. 노희재가 다시 한번 그의 표정을 살피며 물어보자.
“아뇨. 형사한테 장난친 대가는 알려줘야죠.”
강민혁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