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46화 (46/124)

46화. <일식집 살인사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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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어!”

“꺄아악!”

하나둘 사건이 벌어진 현장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순식간에 일식집 안의 모든 이들이 관심을 보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서 경찰을···.”

그때 누군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강민혁이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강민혁 경감입니다.”

“겨, 경찰분이 있었군요.”

그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강민혁은 이민재를 돌아보며 명령했다.

“이민재 경장, 상황통제 좀 부탁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노희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희재 씨, 사건 신고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어요.”

노희재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 사건을 접수했고, 이민재 역시 사람들이 사건 현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상황을 통제했다.

그리고 강민혁은 일식집 안의 모두를 주목시켰다.

“잠시, 상황이 파악되는 동안 저희 동료들의 안내에 따라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손하지만 단호한 어투. 직접 말하진 않았으나, 여기 있는 이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물론, 더 자세히 살펴봐야 알겠지만.

‘흉기에 의해 살해당했어.’

홀로 죽어있는 시체와 함께 방안 가득 선혈이 낭자했다.

문 앞에 있는 정도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칠 정도의 많은 양의 혈흔. 그의 입가에 피가 묻어 있지 않은 걸 봐선 흉기에 의한 살인으로 예측됐다.

그 말은 즉.

‘이 안에 범인이 있다.’

그가 스스로 자해하지 않은 이상, 이 일식집 어딘가에 그를 헤친 범인이 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여기 있는 모두가 이 사건의 용의자였다.

“이봐, 나 식사 끝났어. 가봐야 한다고!”

“잠시면 됩니다. 상황 파악이 끝날 때까지만 부탁드립니다.”

“에이 씨. 기분 좋게 식사하고 가려는데 이 무슨.”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민재 역시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았고, 손님들이 사건 현장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바로 살펴보죠.”

그사이 강민혁은 동료들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식집 안의 개별룸. 프라이빗 룸이라고 부르는 개별 공간 안에 남자는 홀로 죽어있었다.

그의 테이블 위에는 몇 점 먹지 않은 회와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강민혁은 가장 먼저 사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피해자의 몸에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길고 뾰족한 무언가로 찌른 듯, 빗장뼈와 목 사이 그리고 오른쪽 옆구리에 수많은 자상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범죄에 사용된 흉기는 보이지 않았다.

“배짱 한번 좋군.”

그때, 최재희가 무심한 표정으로 죽은 남자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강민혁 역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무슨 자신감이냐.’

죽은 피해자가 아닌, 이토록 처참한 광경을 만들어놓은 범인에 관한 생각이었다.

저녁이긴 하였으나, 그래 봐야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일식집의 손님들 역시 적은 편이 아니었다.

범인은 이토록 많은 사람 속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겨우 이 3평 남짓한 공간에 숨어서.

“우발적인 살인으로 보십니까?”

“그렇게 생각하네.”

강민혁은 최재희를 보며 물었고,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적인 살인이라 보이기에는 너무나도 어설픈 현장.

아무리 이 공간이 개별적이고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한들, 이곳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었다.

“누군가 본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들이 무심코 보았을 광경. 모두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단지, 이 방으로 들어가는 누군가를 보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죽어있는 남자는 흉기에 의한 자상으로 사망했고, 방 안에 홀로 남아있었다.

누군가는 이 방에서 남자를 찔렀을 테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방에 들어갔다 나왔어야 했다.

‘살해 후, 이 방으로 사체를 옮겼을 가능성은?’

강민혁은 홀로 생각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곳에서 살해 후, 이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은 제로. 완전히 불가능했다.

이 개별룸은 일식집의 가장 안쪽, 일반 홀을 지나 들어와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반드시 들켰겠지.’

피가 뚝뚝 흐르는 이 사체를 그냥 옮겼을 리는 없고, 최소 가방이나 무언가를 이용해 숨겨 이동했을 것이다.

죽은 남자는 최소 80kg은 되어 보였고, 그런 가방에 넣어 낑낑거리며 홀을 지나 개별룸까지 들어갔다?

누가 보더라도 이상한 광경임은 분명했고. 그런 상황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살인은 방 안에서 일어났다.’

이 많은 손님 중에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았든 범인이 방 안에 들어가는 걸 본 사람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금방 해결되겠네요.”

강민혁의 나지막이 중얼거린 한마디에 최재희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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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들이 용의자로 특정된 사람들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강민혁의 물음에 옆에 있던 이민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최재희와 강민혁이 사건 현장을 살펴보는 동안, 이민재와 노희재 그리고 유진호는 가게 안의 손님들을 모두 일일이 대면하며 조사했다.

손님들을 통해 사건 현장에 들어간 적 있는 사람들을 추려냈고, 그들과 함께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자들을 따로 한 방으로 모은 것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의 나이는 46세. 남성. 이름은 최 일수. 직업은 개인 사업자. 정확히는.

“사채업자···.”

대부업을 통해 돈놀이하는 인간이었다.

그가 지니고 있던 지갑에서 나온 신분증과 각종 명함을 통해 알아낸 정보였고, 사실 확인 역시 마친 상태였다.

그때.

“아따, 최 형사님. 오랜만입니다잉.”

용의자로 특정된 이들 중, 깍두기 머리를 한 그가 최재희를 보며 인사를 올렸다.

검은 양복에 한눈에 보더라도 상체가 발달한 범상치 않은 등치. 겉모습만으로 직업이 유추되는 그를 보며.

“...누구냐?”

최재희가 대답했다.

그의 험상궂은 얼굴이 실룩거리기 시작하더니.

“하하하, 형사님, 저 용식입니다. 용식이.”

그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최재희 역시 그가 기억난 듯 얼굴을 활짝 피며 다가갔다.

“오, 용식이. 그래. 어떻게 지냈냐”

최재희는 그와 악수하며 안부를 주고받는가 싶더니, 정색하며 물었다.

“이 새끼. 요 몇 년 조용한가 싶더니. 아직도 깡패짓하고 다니냐?”

“아따. 형사님. 저 이제 건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용식이라 소개한 그의 직업은 역시 깡패. 최재희가 과거 광역수사대에 근무하던 시기에 만난 사이로 보였다.

용식이라 불린 그는 최재희의 질문에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고, 억울한 듯 말을 이어갔다.

“그냥 동생들이랑 밥 한 끼 하러 왔는디. 저 짝, 옆방에 일수 이놈이 있다기에 그냥 인사 정도만 나눴을 뿐입니다. 인사만 하고 저는 바로 제 방으로 돌아왔고요.”

그의 대답에 최재희가 눈을 번뜩이며 되물었다.

“용식이 네가 피해자랑 알고 있는 사이였다고?”

“예, 사업차 그냥 오다가다 몇 번 본 적 있습니다.”

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침묵이 이어졌고, 상황을 파악한 그가 다급히 말을 꺼내 들었다.

“최 형사님, 아시지 않습니까. 여기 보는 눈도 많은데, 제가 뭐 빙신도 아니고 여기서 칼 장난하고 그랬겠습니까.”

“네가 빙신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아? 홧김에 저지른 거 아니야?”

최재희 대답에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가슴을 거세게 두드렸다.

“와···. 진짜 억울합니다. 그리고 요새 누가 이렇게 칼 갖고 장난친답니까. 쌈박질도 함부로 못 하는 시대에. 저는 절대 아닙니다.”

“...일단 기다리고 있어 봐.”

최재희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강민혁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음 용의자를 확인하라는 의미로 받아들며, 곧바로 눈앞의 종업원을 향해 질문했다.

“방 안에 들어간 적 있는 거 맞습니까?”

“네···. 하지만, 저는 서빙만 했을 뿐이에요.”

강민혁의 질문에 종업원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사건 현장 최초 발견자이자,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던 그 종업원이었다.

“방안에 몇 번이나 들어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

“처음 왔을 때 방에 안내해 드릴 때 한번, 주문을 받을 때 한번, 그리고 서빙할 때 방에 들어갔었어요.”

“그리고 조금 전 들어갔을 때가 전부입니까?”

“...예. 맞아요.”

강민혁은 그녀의 대답을 수첩에 적어가며 경청했고, 다시 한번 더 물었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간 상황은 용건이 무엇이었습니까?”

“...명함을 받으러 갔었어요.”

돌아온 대답에 강민혁이 펜을 멈추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명함을 받기 위해 갔다고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종업원이 손님의 명함을 받는다. 손님이 식사 후, 계좌이체를 원해서 가게의 명함을 건네는 정도까지는 성립할 수 있겠으나, 그 반대의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강민혁의 질문에 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며 옆에 있는 남성의 눈치를 살폈다.

자연스럽게 그를 향해 시선이 옮겨졌고, 시선을 느낀 그가 혀를 차며 대신 대답했다.

“쯧. 제가 시켰습니다. 명함을 좀 받아오라고.”

그는 사건이 벌어진 일식집의 사장이자 주방장이었다.

“명함은 어째서 받아오라 시킨 겁니까.”

“...후. 이미 저 사람 직업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돈을 조금 빌린 적이 있습니다. 그거 갚으려고 계좌번호 좀 달라고 한 겁니다.”

주방장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가 종업원을 시켜 명함을 받아오라 한 이유는 결국, 사채를 갚기 위함이었다.

“최일수씨는 그것 때문에 이곳에 온 겁니까?”

강민혁은 그의 대답에 곧바로 질문했다. 지금껏 의아하게 느꼈던 부분이 바로 최일수는 어째서 이곳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는가였다.

나름 고급 일식집에서 홀로 방을 잡아 식사한다? 물론 불가능하다 단정 지을 순 없는 상황이나, 문제는 그의 직업.

대부업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을 했다.

“예, 맞습니다. 돈 갚을 날이 지나고부터, 매일같이 와서 방 하나를 차지하고 저렇게 협박 아닌 협박을···.”

“돈은 어째서 빌린 겁니까.”

강민혁의 질문에 그는 다시 한번 혀를 차며 대답했다.

“가게 유지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매일 찾아오는 게 아니꼬워서 이번에 다 갚을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돈도 아니었고 상황이 좀 풀리기도 해서, 그래서 계좌번호를 알려고 했던 겁니다.”

“그랬군요.”

강민혁이 그 대답을 끝으로 질문이 이어지지 않자, 그는 자신이 의심받는다고 생각한 듯 소리쳤다.

“내가 돈 좀 빌렸다고 사람을 죽일 정도로 보입니까? 그리고 나는 일하느라 주방에만 계속 있었어요. 저는 그 사람 방에 간 적도 없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민혁은 이민재를 쳐다보았다.

“예, 맞습니다. 손님 중에 주방장이 방 안으로 들어간걸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민재의 대답이 떨어지고 잠시 뒤.

“이상하다? 근데, 여기 있는 사람이 전부 맞아요? 저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분도 한 명 본 것 같은데···.”

종업원이 의아한 듯 물었고, 순간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확실합니까?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예? 예···. 아마 맞을 거예요. 제가 서빙하고 나오는 길에 마주쳤으니···.”

강민혁은 그녀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이민재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민재 경장. 용의자를 놓친 겁니까?”

“아, 아뇨. 식당 밖으로 나간 사람은 없습니다. 아직 안에 있을 겁니다.”

이민재가 당황한 사이, 종업이 한 마디 덧붙였다.

“아까 방에 나와서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본 게 마지막이긴 한데···.”

“당장 화장실을 확인해 봐요!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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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혁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이민재는 화장실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이들 모두 그의 뒤를 뒤따랐고, 남자 화장실 입구에 도착한 순간.

“여기 문이 잠겨있습니다. 누군가 안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재의 외침이 들려왔다.

강민혁은 곧바로 그에게 뛰어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안에 누굽니까! 당장 나오세요!”

“...”

하지만 이어지는 침묵.

“셋 셀 동안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열겠습니다.”

“...”

강민혁의 이어지는 외침에도 침묵은 이어졌다.

기어코.

“하나!”

“둘!”

강민혁은 숫자를 외침과 동시에 몸을 말아 문을 향해 힘껏 부딪혔다.

“셋···!”

화장실 문은 간단히 열렸고, 그곳에는 검은 옷의 남자가 변기 위에 앉아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죽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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