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천장의 시체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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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이민재는 천장 위로 올라온 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강민혁 역시 손전등을 비추며 주변을 확인할 뿐, 마찬가지였다.
“...”
박호산 경위가 차마 자신의 입으로 이곳의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던 이유.
이곳을 확인한 순간, 단번에 이해했다.
‘기괴하다.’
눈앞의 남성은 목을 매단 채 죽어있었고, 그 외의 수십 명의 사람 역시 이 천장 위에 싸늘한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단순히 죽어있는 것을 넘어, 이불을 쌓아 올린 것 마냥,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포개져 있는 시체들.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현장보다 충격적이고 기괴한 광경임은 분명했다.
“이민재 경장 조심해.”
순간, 휘청거리며 떨어질 뻔한 이민재를 잡아채며 경고했다.
“아, 예. 예. 감사합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곳은 시멘트 지지대, 고작 20~23cm 정도의 공간 외에는 발 디딜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천장의 그 외 다른 부분은 석고보드가 깔려있어, 밟는 순간 체중을 이기지 못해 그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저 시체들은 어떻게 쌓여있는 것인가.’
강민혁은 조심스럽게 이동해 몸을 숙이며 확인했다.
뒤따라온 이민재는 손전등을 비춰주었다.
‘합판?’
확인 결과, 시체들은 시멘트벽으로 된 칸막이가 돌출된 그곳에 각목을 걸쳐놓고 합판을 깔아 자리를 마련한 후, 그 위에 놓여있었다.
그렇게 천장 위에 만들어진 공간은 총 세 군데.
강민혁과 이민재가 살펴보고 있는 가장 큰 합판으로 된 공간과 반대쪽에 또 한 곳.
그리고 목을 매단 그곳에 조그만 공간이 하나 더 마련되어 있었다.
각각 약 3평, 2평, 0.5평 정도 되는 매우 협소한 공간에 이토록 많은 시체가 놓여있었다.
‘19구···. 12구···. 그리고 1구.’
총 32명의 사람이 이 천장 위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하지만, 어째서?’
강민혁은 사체들에 손전등을 더 가까이 비추며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천장의 열기 때문인지 하나같이 잠옷 또는 편한 활동복을 입고 있던 사람들.
그들의 신체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그 어디에도 약물을 사용한 흔적 따위는 없었고, 대부분 누군가에 의해 목이 졸린 흔적이 남아있을 뿐.
더욱 의아한 점은.
여기있는 그 누구에게도 저항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들은 어째서 탈출하지 않았을까요?”
이민재가 던진 질문.
충분히 공감되는 의문이었다.
천장 그 어디에도 강제로 감금하거나,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시도한 흔적은 없다.
언제든 얼마든지 탈출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곳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고,
그것은 곧.
“멀쩡한 정신으로 자신의 죽을 차례를 기다렸단 건데···. 쯧.”
강민혁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혀를 차며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눈에 띄는 상자와 검은 봉지들.
“저게 뭐지?”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손전등을 그곳에 비추자 이민재가 재빨리 그곳으로 넘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강민혁 역시 상자들을 열어보았고.
그곳에는 어린아이들이 먹는 이유식과 전혀 뜯지 않는 라면 봉지가 들어있었다.
“윽, 강민혁 경위님. 이거 대소변입니다.”
이민재는 코를 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음.”
강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육대주의 대표 박순영은 경찰 조사를 앞두고 도망. 그 후 잠적 후, 사람들을 모아 이곳 천장에 숨어 지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반항 한번 없이 ‘자의에 의한 타살’로.
“이들은 어째서 죽음을 선택했던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상황은 복잡해져만 갔다.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이민재가 불현듯 물어왔다.
“혹시, 살해 후. 이곳으로 옮겨진 것은 아니겠습니까?”
살해 후, 천장으로 시체를 옮겼다?
“아니. 그건 불가능해.”
하지만 강민혁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듯 단호하게 대답했다.
다른 곳에서 살해를 저질렀다면, 이 많은 시체를 어떻게 운반했으며. 천장에는 또 어떻게 올렸다는 말인가.
또한, 지금처럼 손전등이 없이는 앞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음은 물론. 한 구의 시체를 옮기기 위해서는 최소 두 명의 인원이 필요할 것이다.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이 좁은 시멘트 지지대 위에서 이 많은 인원을 옮기는 행위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 이 상황은 대체···.”
이민재는 답답한 듯 물어왔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강민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집단 자살.”
천장 위의 32명은 몇 사람에 의해 차례로 교살당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 목을 맨 이 자가 가장 마지막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옆에서는 한 사람씩 죽어감에도, 이들은 곧 다가올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는 것.
그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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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부 경찰서 내부.
사건 현장에 감식반이 도착했고, 그들이 시체를 수습하고 현장을 보존하는 동안.
방해되는 우리는 장소를 이동했다.
“그럼 나머지 인원들은 찾은 겁니까?”
강민혁이 박호산 경위를 보며 물었다.
천장 위에서 발견된 육대주의 대표 박순영과 자식들을 포함한 32명. 하지만 박호산 그가 처음 사건에 대해서 말하길, 사라진 이들은 80여 명이었다.
나머지 50여 명의 행방에 대해 아직 듣지 못했기에 물은 질문이었다.
“맞네. 저 시체···. 흠. 천장 위의 30여 명을 발견하기 하루 전, 그러니까 어제. 용인 공장에서 발견되었네. 내가 정신이 없구만, 미리 말해야 했는데 미안하네.”
그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정신 없을 만하죠···. 그래서 그들 상태는 어땠습니까. 다른 특별한···. 아니 살아 있었습니까?”
강민혁은 그의 처치를 이해하며, 다시 물었다.
발견된 50여 명의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그들의 생존 여부가 궁금했다.
“음. 50여 명 모두 어린아이들이었고, 모두 살아 있네. 용인 공장 창고에 상자를 쌓아놓고 숨어있었더군.”
“사건에 대한 정보는···.”
“후···. 건질만 한 정보는 조금도 없었네. 사건에 대한 정보는커녕.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대화조차 쉽지 않았으니. 원.”
박호산은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아이들이라면. 공장 앞에 있던 그 아이들 맞습니까?”
“음···.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걸세. 거기 있던 아이들 모두 육대주에서 운영하던 보육원 아이들이니···.”
강민혁이 용인 공장에 도착해 보았던 아이들. 박호산의 말을 빌리자면, 영혼을 빠진 것처럼. 눈이 풀려있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고아인 아이들입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고아는 아니네. 조사 결과, 전부 부모가 있었던 아이들로 확인됐네.”
강민혁은 그의 말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며 되물었다.
“부모가 있었던? 그게 무슨 말이죠?”
“...흠. 사라진 80여 명의 사람 중, 32명. 그들이 아이들의 부모였네.”
박호산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의 부모는 천장에서 발견된 그들이라는 소리였다.
그들 전부는 육대주 소속의 직원들이었고.
“보육원은 위장이었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자신들의 자식을 보육 시설에서 관리하며, 겉으로는 건실한 사회산업을 펼치는 기업인것처럼 위장했다는 말이었다.
“무엇 때문입니까?”
강민혁은 예상가는 바는 있었으나 확신이 필요했고, 질문하자 그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게 사라진 사람들의 명단이네.”
그가 대답 대신 건넨 종이는 자취를 감췄던 80여 명의 명단.
천장에서 죽음을 선택한 그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였다.
“이 돈은?”
“그들이 투자 유치를 받아온 액수이네.”
명단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 옆에 적힌 어마어마한 액수. 그것에 관해 물어보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그들이 투자 유치를 받아온 돈.
사채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에게 최대한 돈을 끌어모아 육대주에 헌납한 액수였다.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이들과 천장 위의 그들이 일치하는군요.”
강민혁이 나지막이 읊조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네들에겐 미안하지만. 사건은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분위기네.”
“...집단 변사사건으로 결론 나는 겁니까.”
“흠,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공문을 보냈는데, 설마 자네들이 오는 날 새벽에 시신을 발견할 줄 상상도 못 했네.”
박호산은 미안한 듯 볼을 긁적이며 말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강민혁과 이민재가 용인 공장에 도착했을 당시, 천장의 사체들은 발견된 상태였다.
앞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서부 경찰서 수사팀은 천장에서 발견된 그들과 거액의 투자 유치를 받은 이들의 명단이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육대주라는 기업 또한 겉으로는 대통령상이며 양로원, 보육 시설 등을 이용해 사회에 봉사하고 잘나가는 기업으로 보이게 만들었을 뿐.
실상은 만들어낸 이미지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사채와 빚으로 굴러가는 기업에 불과했다.
‘육대주 대표 박영순은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고, 나머지 직원들은 사채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결론은 집단 변사사건.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그럴듯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강민혁은 여전히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었다.
의문을 제기하려고 하던 그때.
띠리리링~
박호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곧장 전화를 받았고, 놀란 듯 큰 소리로 소리쳤다.
“뭐? 쪽지? 알겠네. 바로 확인해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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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메모가 발견됐다고 하더군. 찢어진 메모를 일일이 붙여서 식별할 수 있게 보냈다고 하네. 어서 확인해 보세.”
박호산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된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앞선 전화는 감식반에서의 연락으로, 사건 현장에서 찢어진 메모 조각을 발견. 총 67쪽이나 되는 조각을 일일히 붙여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눈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구먼. 자네가 좀 읽어주겠나?”
박호산은 잘 보이지 않는 듯 자신의 휴대전화를 멀리 떨어뜨리는가 싶더니, 이내 강민혁에게 건네줬다.
그것 받으며 메모에 적힌 글귀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절대 입 닫아라.”
천장에 있던 이들 중 누군가가 적은 것으로 유추되는 메모. 그것은 마치 누군가에 전하는 내용으로 보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다음 글귀.
“이미 의식 없으시다.”
그것은 존칭으로 되어있었으며, 그들 중 존칭을 받을 만한 인물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육대주의 대표 박순영.
예측건대, 박순영의 목숨이 이미 끊어진 후 적힌 메모로 추정되었다.
“네 시간 전부터 다섯 명 정도 갔다.”
박순영뿐만 아니라, 나머지 직원들 역시 죽음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글귀.
“오늘 중으로 거의 갈 것 같다.”
모두의 죽음 예고하는 글귀까지.
여기까지 읽고나자, 지금까지 예상한 상황과 얼추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을 본 강민혁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성령 인도···. 로 너만 버텨라···?”
의문 가득한 육성이 끝나기 무섭게 셋의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