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투자의 가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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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강민혁은 오늘도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이 고정된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대항제약 매수 1940(체결가) 905(체결량)
대항제약 매수 1965(체결가) 562(체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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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제약 매수 1940(체결가) 105(체결량)
그가 보고 있는 화면은 어제 2000만 원을 쏟아부은 결과물. 전 재산이라 할 수 있는 돈을 투자했음은 물론, 아직 다음 사건 소식이 없었기에, 온 신경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르긴 했는데.’
대항 제약 2,005 ▲65 (+3.35%)
어제와 비교하면 분명 주가는 올랐지만. 미비할 정도의 성과였다. 겨우 이 정도 이익을 위해 투자한 것은 아니었기에 별다른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걱정하는 것은.
‘변수만 없기를···.’
강민혁은 한쪽 구석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 팀장 자리를 슬쩍 쳐다보며 재빨리 초콜릿을 입에 넣는 노희재와 눈이 마주쳤다.
[하나 드릴까요?]
입 모양을 뻐금거리며 금박의 초콜릿을 들어 보이는 그녀.
애써 웃어 보이며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노희재가 순경이 아닌 경위가 된 것. 그리고 따지고 본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뿐만이 아닌, 내 옆에 앉아있는 이민재는 어떤가.
과거의 그는 지금 이곳에 앉아있을 리 없었다. 강원도 파출소에서 서울로 왔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미제사건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제로였다.
종합적으로 유추했을 때 결국 모든 변수는.
‘나···. 네’
강민혁 본인이었다.
과거로 돌아온 그가 행동할 때마다 미래에 일어나야 할 사건들에 변화가 생겼다.
모든 변화의 시발점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고, 그로 인해 이번 역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때문에 대항 제약의 신약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겠지?’
강민혁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전 재산을 투자해 대항 제약의 주식을 구매했다.
이로 인해 일어날 혹시 모를 변수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아···. 이것만 아니면 대출이고 뭐고 영혼까지 땅겨서···.’
강민혁이라고 해서 모르지 않았다.
대학제약의 주가가 폭등할 것을 확신한다면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끌어모아서 투자하는 게 현명한 선택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확신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 처음이니까. 일단 두고 보자.’
대항 제약의 정보만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 한 번으로 3억에서 5억에 가까운 돈을 얻으리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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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작했다며?”
쉬는 시간, 유진호가 커피를 건네며 다가왔다.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어슬렁거리던 그는 모니터에 시선이 고정된 채 물었다.
“오, 잠깐 봐도 돼?”
강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무언가 홀린 듯 잽싸게 주식 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신음을 내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강민혁을 쳐다보았다.
“으으음···. 대항 제약?”
“왜요?”
앉아있던 강민혁이 고개를 들며 묻자, 고뇌하던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물었다.
“한 종목에 2000만 원? 이거 왜 산 거야? 주식 처음이라 하지 않았어?”
한숨을 내쉰 그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전에 자신을 자책했다.
“하아···. 주식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나한테 물어보고 사지. 아니다. 자세히 알려주지 못한 내 탓이다. 내 탓.”
자칭 주식 고수라도 되는 양. 자신의 이마를 때리는 그를 보며 은근 궁금해졌다.
그의 주식 실력이 얼마나 되길래 이럴까.
“대항 제약 별로예요?”
질문하기 무섭게 유진호가 마우스를 클릭하며 그래프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별로고 아니고가 문제가 아니라. 봐봐. 일단 이름조차 처음 들어 보는 회사에다가. 이거 봐봐. 네가 보기에 그래프 어때?”
“그냥 뭐. 평범한데요.”
“하아···. 아니지. 그래프 변동도 별로 없고. 거래량이 많기는 한데···.”
괜한 질문을 한 듯. 유진호는 쉴 새 없이 떠들며 주식을 분석하며 떠들기 시작했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 물었다.
“...이런걸 잡주하고 하는데···.”
“형은 어떤 거 사셨어요?”
“나? 흐흐흐”
열변을 토하던 그의 말이 멈추더니,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그리고 대답 대신 자판기를 두드렸다.
[BT 제약]
아름다운 우상향 그래프를 띄어놓은 그는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깜짝 놀란 강민혁이 물었다.
“이거. 이거 샀어요? 기사 터지기 전에?”
“후후. 당연하지.”
유진호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비록 일주일 안에 사건이 터질 주식이었지만, 그런데도 현재까지 폭등한 건 사실이었다.
새삼 그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비결을 알려줄까?”
한창 기고만장해진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사였다.
“내 아는 지인 중에 고수가 있어. 주식 고수. 그분한테 들은 거야.”
“주식 고수요?”
“응, 우연히 알게 된 분인데. 웬만한 정보는 빠삭하게 알고 있어. 나도 조르고 졸라서 겨우 얻어낸 정보였다니까.”
강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모르긴 몰라도 주식 고수가 있고, 그가 유진호에게 정보를 흘려준 모양이었다.
“그래서, 얼마 넣었는데요?”
하지만 그보다 궁금한 것은 액수였다.
유진호가 BT 제약에 넣은 돈이 얼마인지 가장 궁금했고.
그는 손가락 네 개를 펼쳐 보였다.
“와, 400? 지금 얼만데요?”
“열두 개.”
“오오.”
과연 감탄이 절로 새어 나왔다.
400만 원의 돈을 1200만 원가량으로 부풀렸다는 의미였다. 단순 계산으로도 주식만으로 800만 원 돈을 벌었다는 의미였으니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팔았어요?”
가장 중요한 질문.
그가 지금 BT 제약의 주식을 처분했는지, 아직도 가졌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무슨 소리야. 팔긴 왜 팔아? 아직 쭉쭉 성장 중인데.”
하지만 오히려 그는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질문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음···. 어떻게 해야 하나.’
확신에 가득 찬 그의 대답을 듣고 나니, 강민혁 역시 썩 난감해졌다.
그가 이미 BT 제약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상관없겠으나.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작정 주식을 팔아라 한다 해서 들을 리 없고, 모른 척 넘어가자니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미래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나?’
결국, 선의 거짓말을 하는 방법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강민혁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은근하게 정보를 흘렸다.
“아···. 근데 이거 말해도 되나?”
“어? 뭔데?”
유진호는 미끼를 덥석 물며 되물었다.
다시 한번 주위를 살피고는 그에게 말할 듯 말 듯 애태웠다.
“말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뭐, 뭔데 그래? BT 제약에 관한 거야?”
“네. 근데 이걸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이렇게까지 해서 그를 놀리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그저 그가 믿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바람잡이였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해주었다.
“이 BT 제약 지금 경계팀에서 비밀리에 수사 중이라 하더라고요.”
“뭐···. 뭐?”
“대표가 사기꾼이라나? 이제 곧 검거한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저, 정말이야?”
“아무한테도 말씀하시면 안 돼요. 수사기밀 빼돌렸다고 소문나면 큰일 나는 거 아시죠?”
“그···. 그럼. 당연하지. 고, 고맙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눈에 띄게 당황한 유진호는 서둘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마 이 정도 했으면 주식은 전부 처분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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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그 사이 BT 제약의 황 박사는 결국 검거되었고, 하늘 모르고 치솟던 주가 역시 곤두박질쳤다.
이미 해당 주식을 전부 처분한 유진호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민혁아 고맙다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진짜 끔찍하다. 진짜 고맙다.”
대참사를 면한 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단지 그뿐이었으면 좋았겠으나.
“근데, 저번에도 말했는데. 주식은 그렇게 하면 안 돼. 결국, 네 덕분이긴 한데···. 봐, 결국 800만 원을 한 번에 번 거야. 어때 대단하지? 다음에 한번 봐줄까?”
그의 주식에 대한 참견은 여전했다.
“하하, 그럼 저야 고맙죠. 대단하시네요.”
강민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인정해주었다.
유진호가 고수에게 정보를 들었다곤 하나 결국 선택은 그의 몫이었고, 8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도 사실이었다.
강민혁에게 정보를 얻은 것 역시 그의 인복이라 할 수 있으니 특별히 흠잡을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참견하는 게 귀찮긴 하였으나, 자신을 걱정해 하는 말들이었으니 그만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대영? 대한? 뭐였지?”
“대항 제약이요?”
“그래, 그거는 이미 팔았지?”
유진호는 당연한 듯 질문했고.
“아니요. 아직 그대로 놔뒀는데요.”
“뭐?? 아니. 왜? 너, 지금까지 내 말을 뭐로 들은 거야. 그거 안된다니까.”
강민혁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그는 가슴을 두드리며 답답해했다.
“하아···. 이제 근무 시간 됐네. 쓰읍. 좀 이따 내가 잘 설명해줄게. 오늘이라도 당장 팔아야 해. 알았지?”
그리고 시계를 본 그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아침 출근 시간의 짧은 잡담이 지나간 후, 근무가 시작된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한 시간, 두 시간. 업무에 집중하기도 잠시.
집중력이 떨어진 유진호는 인터넷 기사를 뒤지기 시작했다.
‘뭐, 쓸만한 정보 있나?’
한번 큰돈을 맛본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역시 주식. 그는 주가에 변동을 줄 만한 정보, 도움이 될만한 기사가 있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기사를 훑던 그의 마우스가 한 곳에서 멈췄다.
‘신약 개발 성공?’
구미를 당기는 소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검색어. 해당 기사 역시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FDA 정식 승인. 당뇨병 치료제 개발 성공!]
그중 가장 상단에 있는 기사를 클릭해 읽어보기 시작했다.
‘과거 당뇨병 치료제와는 달리···. 가장 효과적인···. 부작용 걱정이 없는···. 앞으로 널리 쓰일···.’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이 없는 칭찬 일색의 기사들. 수십 개의 기사를 클릭해 봐도 모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한 제약회사에서 신약 개발에 성공했고, 그 신약의 성공을 예측하는 내용이었다.
‘와, 주가 엄청나게 올랐겠네. 어디 제약회사라고 했지?’
눈으로 빠르게 읽어나간 유진호는 다시 기사로 돌아가 읽어보기 시작했고.
무언가 이상했다.
왠지 낯설지 않은 기업의 이름.
“대항···. 제약?”
나지막이 읊조린 순간.
유진호의 손이 빨라졌다.
순식간에 타자기를 두드린 그는 눈앞의 화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 대항 제약 2606.5 ▲601.5 (+30%)
이미 상한가를 친 주가. 이제 막 오르기 시작한 주가만 벌써 이 정도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줄 모르는 그래프는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고.
유진호의 고개는 어느새 돌아가 있었다.
‘여기에 2000만 원을 넣었으면...헉.’
아무것도 모르는 강민혁이 샀던 바로 그 주식.
‘대. 대박이다.’
대항 제약이 바로 그 주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