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의경 살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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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님, 어서요. 어서!”
다짜고짜 사무실에 박차고 들어와 재촉하는 김영웅을 보며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강민혁은 곧장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났다.
“안내해! 빨리!”
김영웅의 뒤를 따라 2층의 사무실, 계단을 지나 3층 의경들이 생활하는 근무소대에 도착했다.
“저쪽입니다!”
하지만 사건장소는 여기가 아닌 듯했다.
일자형 복도를 지나 반대쪽의 계단에 도착했고, 김영웅의 손은 위를 가리켰다.
곧장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자 의경들이 모여 있었다.
“잠깐, 잠깐만.”
좁은 계단에 모여 있는 그들을 헤집으며 지나왔다.
그리고 굳게 잠겨있는 옥상 문 바로 앞, 싸늘하게 죽어있는 남성.
‘...이 사람은.’
자세히 그를 살펴보니, 익숙한 얼굴. 근무 첫날 별관을 안내해주었던 입초근무자였다.
다른 의경들과 비교해 머리가 긴 그였기에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인가?”
그때, 소란을 들은 소대장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의경들은 대답 없이 길을 비켜주었고, 눈앞의 시신을 본 그는 충격을 받은 듯 말을 더듬었다.
“...자네는?”
“오늘 당직입니다. 소대장님, 우선 현장 통제 부탁드립니다.”
“아, 그 그렇지. 욘녀석들아 전부 소대로 들어가!”
소대장은 강민혁을 보며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물었고, 대답하자 몸을 돌리며 모여 있는 의경들을 해산시켰다.
“박수경! 명령 있을 때까지 네가 책임지고 얘들 소대 안에서 못 나오게 대기 시켜.”
“수경 박상돈.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일 선임으로 보이는 그에게 명령했다. 의경들은 전부 소대로 돌아갔고, 천천히 사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혹시 이 친구 이름이?”
“장현수 수경이네. 전역까지 1달밖에 남지 않은 놈이 어쩌다가···.”
심란한 표정으로 사체를 보고 있던 소대장은 곧바로 그에 대해 대답해주었다.
가장 먼저 사체의 맥박을 확인해봤지만, 당연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사체 어디에도 흉기에 찔린 상처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단, 한군데 이마의 상처와 문지방에 남아있는 혈흔으로 보아 쓰러질 때 그곳에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보였다.
‘자세한 사망 원인은 부검을 통해 알아봐야겠지만.’
그전에 시반을 확인하기 위해 시체의 등 쪽을 확인했다.
목덜미와 등, 허리, 팔다리의 뒤쪽에 뚜렷한 적자색의 점상 출현.
‘사후 2~3시간 정도 지났어.’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었으나, 어림잡아 사후경과 시간을 파악했다.
지금이 저녁 9시였으니 사망 추정시간은 어림잡아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 의경들은 대부분 근무를 하고 있거나 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이 친구는 어째서 사복을 입고 있는 겁니까?”
하지만 그보다 가장 먼저 든 의구심은 죽은 피해자의 복장이었다.
다른 의경들은 모두 간의 기동복 또는 근무복을 입고 있는 데 반해 그는 사복을 입고 있었다.
“...나도 그게 의문이네. 사실 장현수 이 녀석은 어제 휴가를 나간 놈이야. 복귀는 내일일 텐데. 어째서···.”
소대장은 골머리가 아픈 듯 있는 힘껏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사체. 그러니까 장현수 수경은 어제부로 2박 3일간의 휴가를 나간 상태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지금 이곳에서 죽어있었다.
소대장은 이유 모를 한숨을 연속해서 내쉬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아···. 설마···. 우리 애들이 벌인 짓은···. 아니겠지?”
그가 걱정하는 상황.
소대원 중 누군가 살해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은 원치 않았지만.
“글쎄요···.”
눈앞의 죽어있는 그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고, 의문이 가득했다.
조그만 의심이라도 남아있는 이상,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대원들을 만나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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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소대 바로 옆의 작은 방. 일종의 군대의 싸지방 역할을 하는 듯 양쪽에는 컴퓨터가 한쪽에는 책과 잡지가 꽂혀있는 책꽂이가 자리했다.
의경들의 휴게실로 사용되는 그 공간에서 개별 면담을 시행했다.
“영웅이, 네가 최초 발견자라고.”
“예···. 예. 맞습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처음으로 마주한 이는 김영웅 일경.
강민혁에게 가장 먼저 소식을 알려주었던 그가 바로 사체를 처음 발견한 최초 발견자였다.
김영웅은 긴장한 듯 굳은 얼굴로 뻣뻣하게 대답했다.
“발견 경위를 알 수 있을까?”
“예, 휴게실에서 야식을 시켜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러 뒷 계단을 이용하려다 문 듯 위를 봤고 그곳에 옷가지가 나와 있길래 누가 있나 해서 올라갔다가···. 발견했습니다.”
물음에 그는 당시를 떠올리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지만 강민혁은 정리되지 않은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다시 질문했다.
“야식을 시켜 먹었다고? 식사는 몇 시에 했지?”
“음, 그러니까. 오늘은 근무가 빨리 끝나서 저녁 6시쯤에 식사를 하러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메뉴가 별로여서 야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어떤 걸? 누구랑?”
“치킨을 시켜 먹었습니다. 제 동기 오 일경과 선임 구 상경과 함께 먹었습니다.”
강민혁은 작은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김영웅의 발언 하나하나를 수첩에 적으며 경청했다.
“치킨을 몇 시에 시켰고, 도착한 시간은 몇 시였지?”
“기억으론 소대에 도착해서 6시 3분쯤에 바로 시켰고, 30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6시 30분쯤에 치킨이 도착했고, 배달원도 왔겠네?”
“예, 별관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고, 제가 내려가서 받았습니다.”
배달원의 존재.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하나, 사망 시간이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였으니 간과할 수는 없다.
“치킨을 다 먹은 건 몇 시쯤이지?”
“7시로 기억합니다.”
김영웅의 대답을 들은 강민혁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7시? 나에게 소식을 알려준 건 9시 아니었나?”
김영웅이 야식을 다 먹은 시간은 7시. 강민혁에게 달려온 시간은 9시였다.
그는 야식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에 시체를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약 2시간. 그 공백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었다.
“아, 쓰레기를 바로 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8시에 소대 청소가 있어서 한꺼번에 버리려고 화장실에 놔뒀다가. 9시에 발견한 겁니다.”
“소대 청소는 전 대원들이 다 같이 하는 거야?”
“어···.”
김영웅은 왠지 모르게 말하기를 망설여했고, 강민혁은 그 모습을 바로 캐치했다.
“걱정하지마. 나도 군대 다녀왔으니까. 소대장한테 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 정도 눈치는 있어.”
군대의 부조리. 대충 어떤 상황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웃으며 묻자, 망설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형식상으로는 공평하게 하기는 하는데. 상경 이상부터는 편한 곳 위주로 배치하고, 수경 이상부터는 하지 않습니다.”
청소구역을 소대장이 배치할 리는 만무했기에 어느 정도 수긍 가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수경들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하지? 소대장이 가만히 있나?”
그들의 청소시간대, 수경들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말이었기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수경들은 소대장님이 안 보이게 피해있습니다.”
“피해? 어디로?”
“저···. 옥상 문 앞에서 숨어있습니다.”
김영웅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대답한 옥상 문 앞. 그곳은 장현수 수경이 죽어있던 바로 그 장소였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그때 휴게실의 전화가 울렸다.
김영웅은 전화를 받아야 하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고개를 끄덕이자 재빠르게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근무소대 일경 김영웅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강 경위님 과수대에서 온 전화입니다. 바꿔 달라고 하십니다.”
전화를 받던 김영웅은 수화기를 살짝 가리며 강민혁을 불렀다.
과수대. 본관 2층에 있는 과학수사대에 미리 현장감식을 부탁했고 알게 되는 정보가 있으면 무엇이든 알려달라 요청한 뒤였다.
“예, 예. 예. 감사합니다.”
강민혁은 짧은 대화를 마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현장감식 결과 나온 증거는 전무. 강민혁과 마찬가지로 사망 추정시간을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결국, 부검이 필요했다.
‘시간이 좀 걸리겠어.’
부검이 필요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범죄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한 경우, 미리 유족에게 그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부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필요한 절차였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웅아 너는 됐고, 이제 다음···.”
강민혁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미리 전달받은 근무소대 명단을 확인했다.
입초근무를 서는 자치경비대 15명, 홍보단 11명, 청장 및 부장 운전병 3명, 상황실 2명, 홍보실 1명, 경무계 1명까지.
총 33명 그중 5명은 휴가 중이었기에 제외했고, 싸늘하게 발견된 장현수까지 제외하면 남아있는 인원은 27명.
“순서대로 불러줄래?”
“예, 알겠습니다.”
그들 전부를 일일이 면담을 할 생각이었다.
김영웅에게 명단의 가장 위를 가리키며 부탁했고, 그는 대답과 함께 한 명씩 그들을 불러왔다.
“수경 임혁수. 28살이고. 임용고시 준비하다 왔습니다.”
“상경 최원희. 33살이고, 약사 하다가 조금 늦게 왔습니다.”
김영웅과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기에 묻지 않았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신상 정보부터 사망 추정시간의 알리바이, 사망한 그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리고 또 한 명.
“소대장님, 협조 부탁드립니다.”
그 역시, 의심을 피해갈 순 없었다.
사망 추정시간에 소대에 남아있던 인원 중 한 명이었고, 소대장이라 해서 용의 선상에서 빠지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해하네. 궁금한 게 있으면 전부 물어보게나.”
다행히 그는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고, 순순히 조사에 응해주었다.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그의 알리바이.
“식사 후 소대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네. 대원들이 많이 있었으니 알리바이는 충분히 입증될 걸 세.”
그는 이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듯 차분하게 대답했다.
“옥상의 문은 언제부터 잠겨있던 겁니까?”
다음으로 이어진 질문은 사체가 발견된 옥상에 관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옥상의 문 앞. 4층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의 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있었다.
“옥상이라···. 내가 이곳에 올 때부터 쭉 잠겨있었네. 대략 4~5년 정도 됐을걸세. 듣자 하니 과거 대원 중 자살소동이 있었고 그 뒤로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고 들었네.”
“열쇠는 따로 보관하고 있는 장소가 있습니까?”
“모르겠군. 아마 장비계에서 관리하지 않을까 싶네.”
그렇게 소대 전 인원을 조사한 후, 모두와 악수했다.
하지만.
'이들 중, 거짓을 말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