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30화 (30/124)

30화. <이민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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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처음 만난 이재원 연쇄살인 사건 당시 기억하십니까?”

이민재의 질문. 당연히 기억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과거로 돌아온 후 처음으로 마주한 강력범죄이자, 미래에 일어난 참극을 막은 수사였으니.

‘무모하기도 했고.’

그때는 그저 연쇄살인범 이재원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가득했다.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그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의 행동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노희재와 유진호의 도움 있었기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지만, 누구 하나 다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임은 분명했다. 나 역시 앞뒤 상황을 재지 않고 무작정 행동했던 당시를 반성하고 있기도 했다.

“그때는 제가 무모했어요. 결과가 좋게 끝나서 다행이지. 누군가 다치기라도 했다면···.”

강민혁은 씁쓸하게 웃어 보이고는 술잔을 꺾어 넘겼다.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

이민재가 순간 큰소리를 내자 주위의 시선이 모였다. 그는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오히려 그런 강 경위님의 모습에 반했습니다.”

“...네?”

강민혁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의 눈빛에 흔들림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술기운을 빌려 제 생각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 저희 관할에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것인지, 형사로서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민재는 잠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진짜로 사람을 죽인 살인범과 마주한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도 저기 있는 피해자처럼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무서웠습니다.”

강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수색하면서도 내심 그가 나의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저는 경찰이었는데 불구하고···.”

경찰로서는 분명 지탄받아야 마땅한 생각이었으나, 한편으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의 직업을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만한 감정이었다.

당시 그의 계급은 순경이었고, 아직 현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을 테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강민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감정을 공감해 주었다.

“신고를 받아 사건 현장에서 처음으로 강민혁 경위님을 만났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

“쓰러진 피해자와 제압되어있던 이재원···. 나중에 알게 된 그의 정체와 강민혁 경위님이 그곳에 오게 된 이유까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당시의 상황. 연쇄살인범 이재원을 검거한 후, 출동을 통해 강민혁과 처음 만났던 그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뉴스를 보다 뛰쳐나와, 스스로 그를 수사했고 결국 흉기를 든 그를 맨손으로 제압했다는 사실. 더구나 경간부 후보생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된 순간 저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 이민재의 속마음은 충격을 넘어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게 했다.

자신은 이미 경찰이었음에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행동들을 강민혁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이행했다.

“그 행동력이며 용기, 담력. 처음으로 누군가를 보며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민재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족한 자질들을 강민혁을 통해 발견했다.

그러한 마음은 관심으로 발전했고 이내.

“강민혁 경위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민재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강민혁을 보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대화하면서도 연거푸 술을 들이켠 그의 볼은 이미 빨개져 있었으나, 술에 취한 행동은 아니었다.

“...”

강민혁은 갑작스러운 그의 발언에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과거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했던 인물,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했던 그가 바로 이민재였다.

그가 고백하듯 쏟아낸 감정들은 과거 자신이 이민재에게 느꼈던 그것들과 매우 흡사했다.

“그래서 저희 팀에 신청하게 되신 겁니까?”

정식으로 경찰이 된 강민혁의 행보를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강민혁의 연이은 활약으로 기사며 경찰 내부의 소문은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귀로 흘러들어 왔고. 그가 미제사건 수사팀에 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예, 맞습니다.”

이민재는 망설임 없이 미제사건팀에 들어가길 희망했다.

자신이 경험한, 결국 존경하게 된 그의 밑에서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번에 강민혁 경위님과 함께 수사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 통찰력이며 직관 그리고 형사의 직감까지. 이 팀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것 확신했습니다.”

“그, 그래요. 뭐. 어찌 됐든.”

강민혁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민재의 표현에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앞으로 잘 해 봅시다!”

술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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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어느새 술에 취한 이민재가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술버릇은 여전하시네.’

과거에 비하면 그리 많이 마신 것도 아니건만. 그의 주량이 나이가 들며 늘어난 것인지,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좋다.’

오늘의 술자리는 성공적이었다.

애초에 그와 친해지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고, 목적은 과분할 정도로 채워진 것만 같았다.

술에 깨고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지금만큼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진심을 확인했다.

몇 번만 더 이런 자리를 가진다면 다시 옛날 같은 사이를 되찾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만 같았다.

“쩝. 쩝···. 강민혁 경위님···.”

강민혁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지만. 바라본 이민재는 여전히 술에 빠져 주정인지 잠꼬대인지 알 수 없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툭.

그때 혼자서 뒤척이던 그의 몸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민재 경장님, 저기 뭐, 떨어뜨리셨어요.”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그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민혁은 몸을 숙여 바닥을 확인했고, 그곳에는 갈색의 허름한 반지갑이 놓여있었다.

“아이고. 이거 참.”

강민혁은 혹여나 누군가 주워갈까 싶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지갑을 들어 올리며 확인한 순간. 무언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어딘지 모르게 싸한 느낌. 꼬깃꼬깃 접혀 지갑 한편에 들어있는 그 사진의 일부분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다.

“이민재 경장님? 이 사진 혹시 뭐에요?”

사진에 관해 물어보기 위해 그를 다시 한번 깨워봤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민재를 한번 확인한 강민혁은 조심스럽게 지갑에서 그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접혀 있는 그 사진을 하나둘 펴서 확인했을 때.

“...!”

지금까지 마신 술이 전부 깨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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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게···.”

강민혁은 벌써 몇 시간째 이민재의 지갑에서 나온 사진 한 장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이 사진에 관해 묻고 싶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바라본 사진.

그 사진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과거 이민재 형사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 뒤, 개인적인 조사를 통해 발견한.

지방청 지하에 있는 체육관에 이민재 형사가 사용하던 사물함에서 발견한 바로 그 사진이었다.

“도대체···.”

당시와 비교하면 그 위치는 달랐으나 여전히 당대 최고의 고위층 인사의 자식들이 모여 마약 파티를 벌이고 있는 한 장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 속에는 ‘율촌 오거리 사건’의 진범이라 특정 지은 인물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 사진이 지금 이민재의 지갑에서 나온 것일까.

“뭔가···. 내가 모르는 뭔가 있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민재 형사는 율촌 오거리 사건에서 범인에게 흉기에 12군데를 찔린 묻지마 살인을 당했다.

범인은 전혀 관계없는 근처의 아르바이트생이 누명을 썼으며, 진범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윗선의 개입마저 의심되는 상황에서 강민혁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사를 이어갔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좌천 후 누군가에게 받은 피습.

눈을 떴을 땐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지만, 분명 그 피습 역시 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겁니까?”

‘율촌 오거리 사건’을 누군가 검은손을 뻗쳐 개입했고 사건을 조정하려 들었다. 경찰의 윗선, 아니 오히려 더 높은 누군가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그 사건은 분명, 이 사진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너무 일러.’

지금껏 과거로 돌아온 후 단 한 번도 잊어버린 적 없는 사건이었다. 가장 염두에 두고 있으며 언젠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건.

하지만 벌써 이 사건이 등장한 건 너무 일렀다. 대략 10년, 지금으로부터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이민재는 살해당하고 나 역시 피습을 당하게 된다.

도대체 어째서 이 사진이 이민재의 지갑에 들어있을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겁니까.’

위이이잉.

그때 테이블에 올려진 이민재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강민혁은 순간 깜짝 놀라며 사진을 그의 지갑에 넣으며 올려두었다.

위이이잉.

그런데도 계속해서 전화기가 울렸지만, 그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그의 전화기를 들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동생련]

늦은 시간, 이민재가 들어오지 않자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로 보였다. 깨어나지 않는 그를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었고, 그를 데려다주기엔 집을 몰랐기에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야, 너 뭐하고 돌아다녀! 지금이 몇 시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 잔뜩 화가 난 듯 고래고래 지르는 그 소리에 놀라 귀에서 잠깐 전화기를 떼어냈다.

그리고 다시 소리가 잠잠해진 것으로 보이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보세요? 야, 너 술 처먹냐? 야?”

“저···.”

“...누, 누구세요?”

순간, 이민재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려서일까. 그녀의 당황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이민재 경장 직장 동료입니다. 이민재 경장이 술에 많이 취해서요.”

“...어디에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순식간에 차분해진 그녀는 주소를 물어봤고, 대략적인 포장마차의 주소를 알려줬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히 쓰러져있는 이민재를 보며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안녕하세요. 이민재를 데리러 왔는데요.”

강민혁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민재의 동생이 도착한 듯 인사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

“...너는?”

강민혁의 경찰 간부 후보생 동기이자, 과거 프로파일러로 명성을 떨쳤던 그녀.

이주현이 그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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