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22화 (22/124)

22화. <아파트 밀실 살인 사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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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가 너무 좋아요.”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아름다운 경관이 일품인 풍경. 휴양지에 놀러 온 듯 보이는 그의 옆에는 행복한 표정의 여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기 잠깐 앉아서 쉴까요?”

서로 손깍지를 낀 그들은 그저 사이좋은 노부부로 보일 뿐이었다.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며 입안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그들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을 미소 짓게 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너? 복례 아니니? 복례?”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며 다가왔고.

그녀 역시 아는 인물이었다.

“어···. 언니?”

그녀와 알고 지내던 아는 언니이자, 아파트 밀실 살인 사건의 피해자인 이 씨.

우연히 같은 곳에 놀러 간 이 씨가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온 것이었다.

눈에 띄게 당황한 두 사람의 모습과는 반대로 이 씨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왔다.

“그분은? 누구셔?”

“아, 아니. 이 사람은···.”

당황한 그녀는 횡설수설했고, 이내 이 씨의 시선은 그들의 깍지낀 손으로 내려갔다.

복잡 미묘한 알 수 없는 표정.

“후후, 젊게 사네? 다음에 이야기하자.”

이내 그녀는 웃음과 함께 그렇게 떠나갔다.

“어떻게 해요? 다 끝났어요. 그 입 싼 노인네가 남편한테 무슨 말이라도 했다간···.”

“...”

소위 말하는 불륜.

그들에겐 서로의 가정이 있었고, 두사람의 만남은 그 누구에도 들켜서는 안될 그런 관계였다.

하지만 우연히 마주한 이 씨와의 만남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다.

“벌써 몇 년째인지 몰라요. 그 노인네 나를 노예 부리듯 부려먹고 있다고요.”

이 씨는 몇 년이 지나도록 금품을 요구하지도, 원하는 걸 말하지도 않았다. 그저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은근하게 부탁할 뿐.

“복례야, 이번에 같이 이사하는 거 어때? 신식 아파트야.”

“네? 아니요. 저희는 여기로 만족···.”

“왜? 부부끼리 오순도순 노후를 보내기엔 최고인 것 같은데.”

심지어 이 씨는 그녀와 함께 이사하자며 협박했고, 약점이 잡힌 그녀는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복례야, 오늘 뭐 해? 일손이 조금 부족하네?”

아파트의 같은 동으로 이사까지 온 후, 이 씨의 부탁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청소, 빨래, 기타 심부름까지.

마치 노예를 부려먹듯 대하기 시작했고,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순 없었다.

“그냥,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할래요. 평생 이렇게 살 순 없어요.”

“말을 하다니! 그럼 나는! 네 문제만이 아니야! 나는 어떻게 하라고!”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내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내려놓으려 했지만, 그것은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역시 가정이 있었고, 그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었다.

마침 신식 아파트의 경비원을 구한다는 공고를 확인한 그는 그곳에 취직했고.

그들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 방법밖엔 없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이 씨를 살해하는 것.

경비원의 역할로 아파트의 CCTV를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오랜 기간 계획을 세워왔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그럼, 평생 당하고 살 거야?”

“그건···. 싫어요.”

경로당의 행사가 있던 그 날.

경비원이었던 그는 남편 박 씨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골프모임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며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남편은 나갔어. 출발해.”

“...알았어요.”

그는 경비실에서 CCTV를 통해 남편의 외출을 확인했고, 그 사실을 그녀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CCTV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이미 사각지대를 알고 있던 그녀는 CCTV를 피해 이동했고, 이 씨의 집 문을 두드렸다.

“언니, 저에요.”

“복례니?”

이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어줬고.

“오늘 경로당 행사 때문에 부를 것 같아서 미리 왔어요.”

“그래? 이제 눈치가 좀 생겼구나?”

월 패드 시스템에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은 이유였다.

경비원이었던 그는 미리 아파트의 보안시스템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기에, 치밀하게 세운 계획의 결과였다.

이후 상황은 알고 있던 그대로.

“저 화장실 좀 잠시 쓸게요~”

“그래, 나는 준비 좀 하고 있을게.”

이 씨가 안방에 들어간 사이, 그녀는 차분히 화장실로 들어가 슬리퍼를 신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나와 칼을 꺼내든 채.

똑. 똑. 똑.

그녀에게 향했다.

“잠깐만, 나 옷 갈아입고 있어. 너 할 거 없으면 재료나 좀 손질하고 있어라.”

또다시 노예를 부리듯 명령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그녀의 이성은 끊어졌다.

“죽어!!!”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그녀는 안방의 이 씨를 향해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씨는 달려드는 그녀를 막아보려 애썼지만, 칼을 든 상대를 어찌하기란 무리였다.

얼굴과 목에 열 차례가 넘도록 칼에 찔린 이 씨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방안에서 쓰러졌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그렇게 복수를 끝마친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몸에 묻은 피와 흔적을 씻어냈고, 슬리퍼를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그리고 깨끗이 씻은 칼을 다시 원래의 자리에 놔둔 뒤, 방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값비싼 명품과 금붙이 그리고 시계들을 사방에 깔아두어 마치 강도가 침입한 흔적처럼 꾸민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각지대를 피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다 끝났어요.]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경비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는 다시 CCTV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그들은 치밀한 계획과 실행으로 완전범죄를 꿈꿨다.

‘이것 봐라?’

모든 기억이 끝났을 땐.

강민혁의 얼굴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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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저 아저씨 너무 수상한데?”

강민혁과 함께 쫓겨난 유진호 역시 그에게 의심을 거두지 못하였다.

“뭔가 숨기는 것 같죠? 지금이라도 당장.”

그것은 노희재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뇨. 그보다 먼저 가야 할 곳이 있어요.”

강민혁은 차분히 그들을 말렸다.

“마스터키, 희재 씨한테 있죠?”

“네? 네. 아직 돌려주지는 않았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노희재는 주머니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범죄현장, 다시 살펴보려고요?”

그리고 당연히 현장에 다시 갈 거라 생각하는 듯했지만.

“아뇨. 이제 범인을 만나러 가야죠.”

강민혁의 대답은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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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만난다고요? 뭔가 알아낸 게 있나 보죠?”

“뭐야? 뭔가 찾아낸 거야? 역시 아까 CCTV가 결정적인 단서가 된 거지?”

다시 아파트로 향한 사이, 유진호와 노희재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강민혁은 무얼 알아냈기에.

그리고 어떤 단서로 범인을 알아냈다고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 띵. 13층입니다.

“응? 잘 못 온 거 아니에요? 여기는 13층인데.”

당연히 14층의 범죄현장으로 갈 줄 알았던 노희재는 잘못 도착한 줄 알았지만.

“아뇨. 여기 맞습니다.”

강민혁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다. 뒤이어 따라 나온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강민혁은 자신만만하게 걸어갔다.

-딩동.

경비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그 집. 공범이자 실질적인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이 있는 바로 그 집이었다.

“누, 누구세요?”

반응이 없어 다시 한번 벨을 누르려던 찰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지방 경찰청. 미제사건팀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내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고, 그녀가 나왔다.

기억 속에서 보았던, 하지만 마음고생을 했는지 핼쑥한 그녀에게 경찰 공무원증을 들이댔다.

“잠시 조사 좀 하겠습니다.”

“네? 무, 무슨 조사요?”

그녀는 모른 척 시치미를 뗐지만,

“안으로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겨우 그 정도에 넘어갈 강민혁이 아니었다.

“예, 예···.”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고, 신발장 선반 위에 올려진 가족사진을 들어 올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편분은 지금 집에 안 계시는가요?”

“네? 직장에···.”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사진을 내려놓았다.

‘음.’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집안을 둘러보았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반 가정집의 모습.

강민혁은 그곳을 천천히 눈으로만 살펴볼 뿐, 아무런 질문도 조사도 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설렁설렁 돌아다니기만 할 뿐.

“윗집 사건 때문에 오신 거 아닌가요?”

결국, 참지 못한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강민혁은 여전히 조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그는 범인을 알고 있다.

범행 동기, 범행 방법, 공동정범의 유무까지. 더는 이 사건에서 알아내야 할 정보는 없었다.

다만.

‘증거가 없어.’

앞서 알아낸 모든 정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증거가 필요했다.

기억을 읽어서 알아냈다는 말 따위,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테니.

하지만 그들이 계획한 범죄에는 증거가 없었다.

이미 시간이 오래지난 이후였고, CCTV의 조작은 결정적인 증거로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강민혁이 선택한 것은.

‘자백을 받아내야 해.’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행위였다.

기억 속에서 살펴본 그녀는 계속해서 불안감을 보였고, 그것이 경비가 아닌 그녀를 선택한 이유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확실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조사할 게 있으면 빨리하세요!”

그녀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직 범행이 들키지 않은 자신의 집을 아무 이유 없이 돌아다니는 경찰.

그것만으로 그녀의 불안감은 증폭되기 시작할 것이다.

실제로 눈앞의 그녀는 병든 환자처럼 몸을 벌벌 떨며, 우리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강민혁은 때를 기다렸고, 그것이 바로 지금이었다.

“왜 그랬습니까?”

간단한 질문.

주어도 설명도 없는 그 질문에 그녀의 눈은 떨리다 못해, 지진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 무슨 말을···.”

애써 진정을 시킨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강민혁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허공을 바라보며.

“불륜을 들키지 않으려고? 아니면 자신을 노예처럼 부린 그녀에 대한 복수?”

“...”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이려나?”

중얼거린 것이 전부였다.

“...”

말문이 막혀버린 그녀는 공황에 빠진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려는 그녀를 보며.

“지금 경비 아저씨에게 전화를 거는 선택은 좋지 않아 보이네요.”

한마디를 건네자, 그녀의 손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니면, 공범을 확인시켜주는 건가요?”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모든 것을 들켜버렸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가득해졌고.

아무것도 생각해낼 수 없었다.

“그년이, 그년이 다 잘못했어. 나를 종처럼 부려먹었다고!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다고! 아니, 아니야. 나는 잘못 없어. 다 그 사람이 시킨 거야. 이렇게만 하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라. 그 사람이 전부 시킨 거라고!!”

그저 변명하고 책임을 전가할 뿐.

그녀가 울부짖으며 소리쳤지만.

“...”

강민혁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노희재를 힐끔 쳐다봤을 땐.

그녀의 손엔 녹음기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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