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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9화 (19/124)

19화. <미제사건 수사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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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 현장에 감식반이 들이닥쳤고, 사체는 빠르게 수습됐다.

최재희는 그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눈 채, 그대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역시 이미 종결된 사건이었나.’

애초에 그가 다짜고짜 제시했던 15분이라는 무리하기 짝이 없는 시간.

그것은 감식반이 도착해 현장을 정리하기 전에 나를 부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물론, 시간에 대한 강박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후우···. 어찌 됐든 잘 마무리된 것 같네.’

강민혁은 최재희가 눈치채지 못하게 고개를 돌려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한 번에 몰아쳤지만, 어찌 됐든 일종의 신고식은 무사히 통과한 듯싶었다.

‘그나저나 저 양반도 한결같네. 여전히 자기소개는 생략인가.’

생각해보니 최재희가 주소와 함께 보내온 짧은 문자에도, 첫 만남에도 그는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에 대해 몰랐다면, 시간을 제때 맞추기는 물론이고 애초에 문자를 무시했을 확률이 높았다.

불친절함을 넘어 거만할 정도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쉽지 않겠어.’

지금의 그가 알 리 없지만, 형사 시절 최재희와는 공동수사를 진행한 기억이 있었다.

당시 나의 계급은 경사, 그리고 그의 계급은 경무관이었다.

감히 올려다볼 수 없을 정도의 큰 격차로 인해, 부딪힐 일이 없었지만, 그런데도 스트레스는 상당했다.

철저한 능력 중심에 결과 지향적인 사고. 시간에 대한 강박과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배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당시의 나는 그의 눈에 들지 못한 철저히 배제되는 케이스였고. 그때의 기억으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근데, 내가 누군지 알고 있나?”

앞에서 걷고 있던 최재희는 문득 떠오른 듯 물어왔다.

지금껏 자연스러웠기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했던 거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최재희 총경님.”

“어떻게 알았지?”

“발령 대기 기간에, 미리 수뇌부를 조사해 왔습니다.”

“흠.”

당연히 그럴듯한 거짓말이었지만, 그는 이해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미제사건 수사팀을 맡을 거라 예상했던 이유는, 과거에도 그랬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총경이었던 그가 경무관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발판이 바로 미제사건 수사팀이었다.

물론, 그가 심재준 청장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의미 있는 결과는 낸 건 결국 그였다.

‘그에게도 일종의 도박이었겠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최재희의 계급인 총경.

일반 경찰서로 간다면 서장급, 지방청으로 간다면 과장급의 위치였다.

일개 팀을 맡아 팀장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경찰 15만 명 가운데 경무관의 티오는 40여 명. 출신을 불문하고 총경에서 경무관이 되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눈에 띌만한 성과가 필요했고.

그는 그 발판으로 미제사건 수사팀을 선택한 것이었다.

삐빅

최재희는 검은색 세단 앞에 멈춰 섰고, 타라는 의미인 듯 고개를 까닥였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그를 따라 강민혁은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팀을 직접 꾸리고 싶다 했다지?”

운전대를 잡은 최재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여전히 시선은 전방을 향하고 있었지만, 분명히 그 질문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있는 그대로 대답하기로 했다.

“내가 팀장이라 불만이 있겠구먼.”

“아닙니다. 사실 팀을 꾸릴 거란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다?”

최재희는 되물었다.

“네, 맞습니다. 이제 막 경찰 생활을 시작한 신입의 명령을 고분고분 들어줄 팀원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째서 그런 제안을 했지?”

“팀을 꾸리겠다 한 것은 그저 강제적인 발령으로 팀에 억지로 들어와 의욕도 열정도 없이 일하는 사람이 없도록, 청장님께 그러한 점을 어필한 것뿐입니다.”

“청장을 상대로 떠봤다는 의미인가?”

감히 누군가 듣는다면 건방지다 생각할 수도 있는 이야기, 하지만 그 상대는 최재희였다.

결과 중심적, 능력 지향적인 그에게 내숭을 떠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일 터.

“네, 맞습니다.”

그의 표정엔 처음으로 웃음이 서려 있었다.

“왜 하필 미제사건 수사팀이지?”

한참을 말없이 운전하던 그가 다시 물어왔다.

어째서 다른 팀이 아닌, 미제사건 수사팀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 물어오는 것이었다.

“처벌해야 함에도 처벌받지 않은 범죄자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돌아다니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없이 그저 평소의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대답했다.

“하지만 쉽지 않을 텐데? 미제사건은 증거가 없거나, 있다고 하여도 충분하지 않아서 기소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범죄들 대부분이지. 누군가는 완전범죄라 부르더군.”

그는 다시한번 물었고.

“제게 있어서 미제사건이란, 처벌해야 할 대상을 수사관의 능력 부족으로 수사에 실패해 처벌하지 못한 사건일 뿐입니다. 세상에 완전범죄란 있을 수 없습니다.”

최재희는 옆에 있는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자네라면 할 수 있다?”

“맞습니다.”

강민혁의 대답은 단호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재밌군. 두고 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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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들어가 있게. 아마 다른 팀원들이 도착해 있을걸세.”

경찰청에 도착하자, 최재희는 보고할 내용이 있는지, 본관으로 향했고.

강민혁은 곧장 별관으로 올라갔다.

“여기가···. 아까 그곳이 맞나?”

몇 시간 만에 다시 도착한 창고, 아니 사무실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각종 잡다한 물건들과 보급품들은 전부 다른 장소로 치운 듯했고, 중앙에는 회의를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한쪽 벽엔 개인의 책상이 놓인 완벽한 사무실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각자의 책상엔 수사를 위해 사용하게 될 컴퓨터까지 놓여있었으니, 완벽하지 않아도 전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변화였다.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경위 강민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듯 복면을 쓴 채 청소를 하는 두 명의 사람에게 인사했다.

갑자기 들려온 큰소리에 그들은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강민혁 씨!”

당연히 처음 만나게 될 팀원에게 인사한 것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들려온 목소리는 익숙했다.

“오랜만! 아, 오랜만은 아닌가?”

그리고 그들이 복면을 벗었을 때, 두 눈을 의심했다.

“두 사람, 어째서?”

노희재와 유진호가 그곳에 서 있었다.

어째서 저들이 먼지떨이를 하나씩 들고 사무실을 청소하고 있는 것인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강민혁은 그대로 멈춰버렸고, 그들은 그런 그에게 다가왔다.

“놀랐죠?”

“앞으로 잘 해 보자고.”

웃으며 인사하는 노희재와 잘 부탁한다며 툭 치는 유진호.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되물었다.

“두 사람, 미제사건 수사팀에···. 들어온 거예요?”

침을 삼키며 기다리는 사이,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고는.

“당연하지. 아니면 왜 여기 있겠어?”

“그 정도로 충격이에요?”

대답했다.

‘어, 어떻게···?’

처음 든 생각이었다.

노희재 그리고 유진호가 어떻게 미제사건 수사팀에 들어올 수 있었는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간부 출신인 그들은 지금 경제팀 또는 파출소에서 근무하고 있어야 했기에.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희가 발령 희망지에 미제사건 수사팀을 적었어요.”

마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노희재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야 대충이나마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노희재 그리고 유진호는 청장과 대면할 때 함께 있었고, 내 제안에 관해서도 들었다.

그때 미제사건 수사팀에 대해 알게 되었고, 발령 희망서에 적은 것으로 보였다.

심재준 청장은 나와의 상황이 있기에 그냥 통과시켜줬을 테지.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었다.

“어째서, 미제사건 수사팀을···?”

미제사건 수사팀을 선택한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고 그들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친분 때문에 선택할 만큼 어리석은 이들은 아니었다.

“저희도 꽤 오래 고민하고 선택한 거예요.”

“민혁이 너와 지내면서 꽤 많은 부분을 느꼈어.”

노희재와 유진호는 자신들이 미제사건 수사팀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충동적이거나 가벼운 이유가 아니었고, 선택에 대한 각오 역시 되어있었다.

“저희가 와서 싫은 건 아니죠?”

노희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왔지만.

“아뇨 당연히 좋죠.”

빈말이 아니었다.

그저 당황했을 뿐.

그들 역시 나름 경간부 시험에 당당히 합격할 만큼 유능한 인재였고, 과거 이재원을 함께 수사할 때 그들의 가능성을 엿봤다.

웬만한 어중이떠중이보다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근데 다른 팀원들은 어디에···.”

나름의 재회를 마친 뒤, 강민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다른 인원이 보이지 않아 물어보려는 찰나.

“다른 팀원은 없다. 거기 있는 너희가 전부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최재희 팀장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움찔했지만, 오히려 놀란 것은 그 때문이 아닌, 그가 말한 내용 때문이었다.

“그···. 그게?”

“불만 있나?”

당연히 불만이 가득했다.

팀이 고작 4명이라니. 더구나 나야 그렇다 쳐도 이 둘은 완전한 초짜였다.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리라곤 생각했지만, 당장 수사에 대한 노하우는 커녕 일부터 백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야 할 판이었다.

이런 팀을 가지고 어떻게 수사를 하란 말인가.

옛날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따지고 들었겠지만.

“아닙니다.”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물어오는 최재희 팀장 역시 답답한 마음은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불만이 가득하겠지.

‘잠깐만, 다시 보니···.’

이제 와서 다시 그를 보니, 조금 전과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불과 몇 분 전에 비해 단정했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목은 끝까지 빨개져 있다.

마치 누군가에 한바탕 따지기라도 한듯한 모습.

아무래도 그가 본관에 들린 이유는 단순히 보고 때문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팀은 만들어졌고, 자네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네.”

그리고 이내 최재희 팀장은 우리의 팀에 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라. 희망자에 한해 모집 공고를 올려놨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는 들어오겠지.”

아직 발령시즌이 아니었기에 인력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설명부터, 미제사건팀은 정식 팀 아닌 6개월간의 성과가 없으면 해체되는 프로젝트팀이라는 부분까지.

전부 빠짐없이 말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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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든 싫든 팀은 만들어졌고.

업무는 바로 시작되었다.

“읽어보도록.”

최재희 팀장은 들고 있던 파일을 테이블 위로 던졌다.

가장 가까이 있던 노희재가 곧바로 그것을 읽어보기 시작했고.

“밀실···. 살인?”

미제사건 수사팀의 첫 번째 미제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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