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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읽는 환생경찰-15화 (15/124)

15화. <발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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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수사팀을 꾸리고 싶다? 새로운 팀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인가?”

“네, 맞습니다.”

심재준의 재차 물어온 질문에 강민혁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탁.

그러자 그는 홀짝이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강민혁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의 표정.

온화한 인상이지만,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그 무엇보다 강렬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오히려 더 긴장하며 당황하는 것은 옆에 앉아있던 노희재와 유진호였다.

“미, 민혁 씨. 그게 무슨.”

“야,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들은 강민혁의 대답에 오히려 더 크게 반응하며 속삭였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심재준에게 그러한 대화가 들리지 않았을 리 만무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에 불과했다.

“지금 자네가 경간부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의중을 파악하듯 물어오는 질문.

그가 어째서 이런 질문을 하는지는 모르지 않았다.

“예, 알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경찰 간부 임용 후에는 필수현장 보직이 존재했다. 필수현장 보직으로 1차 보직은 지역 경찰인 지구대 혹은 파출소에 6개월 그리고 경제팀 2년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강민혁은 그러한 절차들을 무시한 채 다른 부서, 그것도 자신의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뭐지? 설마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심재준은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반응했지만.

“예, 들어줄 거로 생각합니다.”

강민혁은 확신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청장님의 권한이라면 필수현장 보직의 순서 따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심재준, 현 경찰청장이자 경대생 심지혁의 아버지.

어쩌면 지금 심재준 그의 행보에 대해서라면 그 자신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경찰간부후보생 최초로 청장이 된 인물이자, 경찰 역사상 최단기간에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라간 인물.

그가 한 수많은 업적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와 주목을 받았던 결과는.

‘미제사건 수사팀을 만들었다.’

단순히 기존의 의미 없이 굴러가던 미제사건팀이 아닌, 그의 의도와 계획으로 실행했던 독자적인 팀.

훗날 그가 말하길, 그가 청장이 되기 전부터 미제사건을 없애고 해결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이자 꿈이라 말했다.

‘지금 역시 다르지 않을 테지.’

그의 인격적인 부분이나 정치적인 행보, 사적인 이야기에 대해선 말들이 많았지만.

그가 목표하고 이루고자 하는 이상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지금쯤 슬슬 계획하고 있었겠지.’

그가 처음으로 미제사건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했던 것은 이맘때쯤.

사실 그가 처음부터 성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거도, 증인도 희미해져 버린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과가 평가되고 그것이 곧 계급이 되는 경찰의 시스템상, 미제사건팀은 누구나 꺼리기에 십상이었다.

인재를 모으기조차 쉽지 않았고.

강제적으로 모아 놓은 이들이 열정을 발휘하기란 더욱 쉽지 않았다.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흘러가는 부서 특성상,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긴 쉽지 않았고.

훗날 경찰들 사이에서 미제사건팀은 ‘불모지’, ‘좌천팀’ 등 청장에게 찍힌 자들이 가는 부서라며 더욱 기피하기 시작했다.

청장 역시 그러한 점을 모르지 않을 터.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그가 은퇴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임은 분명하다.’

그러한 점에서 강민혁은 촉망받는 인재이자, 높은 평가를 받는 인재였다.

심재준으로선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해줄 최고의 인재가 스스로 나타난 것임은 분명했다.

“생각해보도록 하지. 나는 다음 일정이 있어서. 대화 즐거웠네.”

그는 생각이 깊어진 듯, 잠시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민하더니.

이내 들려온 호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강민혁은 청장실을 나오고서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심재준은 고민하겠지만, 결국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미제사건팀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이 능력···.”

강민혁은 자신의 활짝 핀 손을 쳐다보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억을 읽는 이 능력이 진정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

“와! 드디어 끝이네요.”

“이제 시작인 거죠.”

기쁜 듯 손을 활짝 펼치며 만세 하는 노희재와 시큰둥하게 손톱을 정리하는 유진호.

오늘은 경찰대학의 모든 교육과정이 끝나는 날이자 정식 경찰로 임명되는 임용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럼 오늘부터 우리도 정식 경위인 거죠?”

“음, 그렇죠. 임용식이 끝나고부터는.”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모든 교육과정이 끝이 나고 오늘부터 우리는 정식 경위로 임명된다.

경위로 임명됨과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일하게 될 부서 역시 정해지는 중요한 날이었다.

“발령 희망지는 모두 작성했죠?”

궁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는 노희재의 질문.

원칙상 필수현장 보직이 정해져 있는 경찰간부후보생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선호하는 보직은 존재했다.

일명 ‘꿀보직’.

집이 가까운 직장을 선호하거나, 일이 더 편한 직장을 선호하는 등 개인의 취향은 모두 달랐지만, 기피하고자 하는 발령지는 모두 비슷했다.

“매일 같은 주취자와의 전쟁만은 피하고 싶네요. 저번 현장 실습 때 죽는 줄 알았어요.”

노희재는 장난스럽게 울상을 지으며 말했지만.

동기들 모두 같은 생각임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권이 모여있는 관할일수록 주취자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고, 누군가는 그런 곳에 가야 한다.

애석하게도 그것을 나누는 기준은.

“그래도 민혁 씨는 걱정이 없겠어요. 결국, 동기 중 성적 1위를 찍었네요. 역시 천재는 다르네요.”

성적이었다.

교육 동안 4번의 학과시험과 2번의 관서 실습, 2번의 인성평가를 거치며 평가된 성적을 통해 발령지에 대한 우선권이 주어졌다.

“천재는 무슨, 이 녀석이 얼마나 노력한 지 못 봐서 그래. 기숙사에서 매일 같이 공부하는데 나는 보는 그것만으로 질려버리더라.”

유진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한 것처럼.

입소식과 마찬가지로 강민혁은 전체 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근데 민혁 씨 발령 희망지는 그···.”

노희재는 물어보지 못할 말이라도 하는 듯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지만.

무엇을 물어보는지는 모르지 않았다.

“미제사건 수사팀이요?”

“네! 정말 거기로 적었어요?”

노희재와 유진호, 그들 모두 얼떨결에 청장과의 대화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기에 궁금하지 않을 리 없었다.

“아니요. 일단은 정상적으로 적었어요.”

하지만 아직 청장의 확답을 듣지 못했고, 어떤 반응도 없었기에 2, 3순위의 원하는 발령지를 적어넣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네?”

“뭐? 왜?”

노희재와 유진호가 크게 식겁하며 놀란 동공을 확장했다.

“왜 그래요? 둘 다.”

“아, 아니···.”

“...”

갑작스러운 둘의 반응에 강민혁이 묻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고, 손톱을 물어뜯는 등 초조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무언가 불안하기 이를 데 없는 둘의 행동에 손을 잡아 기억을 읽어볼까 했지만.

‘됐다.’

이내 포기했다.

능력을 얻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을 읽는 것 역시 익숙해졌다.

더는 누군가의 기억을 읽을 때 지끈거리며 어지럽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고, 원하는 만큼의 기억만을 읽을 수 있도록 제어도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범죄를 조사할 때 외에는 자제해야지.’

사적인 행동에서만큼은 누군가의 기억을 읽지 않으려 노력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사생활 등 도의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원치 않는 기억을 알게 되는 등의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다.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나 가정사를 알게 되는 것도 고역이었기에 누군가의 기억을 읽는 것은 범죄를 조사할 때로 한정 지었다.

“어? 저기 심지혁이에요.”

“음, 저 녀석도 오늘 졸업식이었지? 저렇게 입으니까 아버지랑 또 닮았네.”

노희재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정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심지혁이 지나갔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리자 눈이 마주쳤고.

“...!”

잠깐 멈칫하더니 더욱 발걸음을 빨리하며 지나쳤다.

“그때 이후로 매번 저런 식이네요.”

“자존심이 상했겠지.”

내기에서 진 것으로 경례를 한 이후에 그와는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

저런 식으로 계속해서 나를 피해 다녔고, 졸업식까지 이어졌다.

“그래도. 약속은 확실히 지키는 놈이네요.”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도가 어쨌든 내기가 벌어졌고 자신이 지자 깔끔히 인정했다.

그토록 자존심이 쎈 녀석이 온몸이 부들거리면서도 나에게 손을 올려 경례를 했고, 약속을 지킨 덕분에 그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날 땐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자존심이 강해 누가 위인지 보여주겠다며 내기를 걸어오고, 승부욕이 강해 그 과정에서 반칙을 걸어오는 녀석이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했다.

-아, 아. 이제 곧 경찰대, 경찰간부후보생의 합동 임용식이 시작됩니다.

-교내의 모든 인원은 대운동장으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임용식의 시작을 알렸고, 우리는 모두 발걸음을 바삐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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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교향악단 공연, 의장대 시범, 경찰합창단 공연, 경찰국악대 사물놀이 등을 시작으로 임용식이 시작되었다.

정복을 차려입은 경찰대생 100여 명과 경간부생 50여 명, 그리고 그들의 가족, 친지, 경찰 지휘부 등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중 대표를 맡은 강민혁은 단연 가장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강민혁과 함께 대표를 맡은.

“주현 씨. 같이 대표네요.”

“...”

이주현에게 속삭이듯 인사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옆을 힐끔 바라보자 퉁퉁 부어 있는 그녀의 눈.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농담을 건네보았지만.

“여기는 뭐 죄다 성적순이네요. 대표하고 싶지 않은데. 귀찮지 않아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주현의 고개가 돌아가며 강민혁을 노려봤다.

“2등···. 또 2등이라니.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입을 떼려는 순간.

“다음에 두고 봐요. 다시 만났을 땐, 절대 안 질 테니.”

이주현은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지금부터 계급장 전달식을 진행하겠습니다.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임용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갔다.

경찰대생과 경간부 후보생 모두 경위 견장을 받음으로써 모든 임용식의 순서를 끝마쳤다.

그리고 모두에게 전달된 흰 봉투.

각자 개인의 인사 발령서를 받았다.

강민혁은 곧바로 흰 봉투에 담긴 발령서를 펼쳐보았고.

그곳에 적힌 부서는.

‘미제사건 수사팀.’

계획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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