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억을 읽는 환생경찰-8화 (8/124)

8화. <경찰대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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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아산시의 한편에 자리한 경찰대학.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통과한 합격자들의 입소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강민혁 홀로 가장 앞에 서 있었다.

강당에서 진행되는 입교식에는 합격자들의 부모님은 물론 경찰 고위관계자를 포함한 수많은 외부인이 참석했다.

“저 친구인가? 이번 필기시험의 만점자가?”

“체력시험도 우수한 성적이라고 하더군요.”

모두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사람은 역시 강민혁.

최연소 합격자이자 최초 필기시험 만점자라는 타이틀은 그들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 봤어? 나이도 가장 어리데.”

“봤지. 우리 아들도 빨리 합격한 편이라던데 3살이나 더 어려. 천재야 천재.”

빠르게 퍼져가던 강민혁에 대한 소문은 합격자발표 후, 작은 인터넷 기사로 퍼져나갔다.

그로 인해 경찰 관계자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 중 그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경간부 시험 이래 최고 성적에다 최연소라니. 인재는 인재구먼.”

“대단한 놈. 하나 나타났습니다.”

고위관계자들은 눈을 빛내며 입소생 대표를 맡은 강민혁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지만,

“그래도, 저렇게 뛰어난 놈들 뻔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두각을 드러낸 놈치고 경찰에 남아있는 놈이 없었지. 검사나 변호사로 빠지는 놈들이 태반이니.”

좋은 의견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최연소 합격자라고? 공부만 할 줄 아는 그런 놈이겠지.’

‘누군 8년 동안 개고생했는데, 초시에 합격해? 웃기지도 않는구먼.’

우려 섞인 걱정은 물론, 동기생들의 시기와 질투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가장 화두가 된 강민혁 외에 모든 이들의 입에 오르는 사람은 또 있었다.

“교수님, 저 친구 지혁이랑 동갑 아닙니까?”

“음, 맞는구먼. 3학년에 심지혁.”

“누가 더 뛰어난 것 같습니까? 교수님은 두 사람 다 보지 않았습니까.”

경찰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심지혁.

현(現) 경찰청장의 아들이자, 그의 형 역시 경찰 고위간부인 엘리트 중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그였다.

경찰대학에 입학 후 단 한 번도 ‘탑’을 놓친 적 없는 심지혁과 경간부시험 ‘탑’을 찍은 강민혁은 동갑이라는 이유로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역시 지혁이에 비할 순 없겠죠?”

“허허, 이 사람도 참. 교수가 학생들을 비교하면 쓰나.”

소곤거리며 물어온 질문에 정기석은 야단치듯 대답했다.

하지만 그 역시 궁금한 건 매한가지.

경찰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기석은 심지혁을 가르쳐보기도 했고, 강민혁의 면접을 진행해 보기도 했다.

‘누가 더 뛰어난가 라···.’

분위기나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지만, 두 사람 모두 의심의 여지 없는 천재임은 분명했다.

아버지가 경찰청장이면서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심지혁에 비하면 강민혁의 배경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정기석은 왠지 강민혁의 손을 들어주고 싶었다.

‘후후, 앞으로 재밌어지겠는데?’

앞으로의 교수 생활이 기대되는 정기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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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저깟 놈이 뭐라고 그렇게 다들 야단이야?’

심지혁은 입교식이 한창인 강당 구석에서 아니꼬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대상은 강민혁.

입교생들의 대표를 맡아 경례하는 그에게서 시선이 떨어질 줄 몰랐다.

“충성!”

구경하는 이들의 대화는 온통 강민혁에 대한 칭찬과 관심이 대부분이었고, 듣기 싫어도 들려오는 대화는 심지혁의 신경을 건드렸다.

‘젠장.’

경찰대학 학생인 심지혁이 경찰간부후보생 입소식에 올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 아버지에게서 걸려온 통화.

“예, 아버지. 지혁입니다.”

“그래, 잘 지내고 있냐?”

그 통화를 받은 이상, 이곳으로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 경간부 합격자 중에 대단한 녀석이 들어왔다 더구나.”

“경간부요?”

“그래, 강민혁이라고 최초 필기 만점자에 최연소 합격자라 더구나. 지혁이 너랑 동갑이고. 소문이 여기까지 자자하다.”

서울 본청의 청장.

심재준은 경찰조직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선 인물이자 아들인 심지혁이 가장 존경하고 인정받고 싶은 아버지였다.

심지혁은 그런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그를 뛰어넘기 위해 경찰이 되기로 마음먹었고 항상 최고의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심재준은 통화 내내 강민혁을 칭찬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칭찬과 인정이었다.

“그래봤자 경간부 출신 아닙니까. 저는 경찰대 출신입니다.”

아버지의 강민혁을 향한 칭찬은 심지혁을 자극했다.

심지혁의 마음 한구석에 시기와 질투가 끓어 올랐고,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문했다.

“뭐? 경간부? 못난 놈. 네가 경찰대에 다닌다고 뭐라도 된 것 같더냐.”

“...”

“네가 몇 학년이지?”

“3학년입니다.”

“1년 뒤면, 너나 그놈이나 둘 다 경위로 임용되는 건 똑같다. 네놈이 출신과 배경만 믿고 까분다면 나중에 누가 성공할진 안 봐도 뻔해 보인다. 그만 끊어라.”

전화를 끊은 순간.

심지혁은 머리를 감싸며 후회했다.

아버지인 심재준의 출신 역시 경간부인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입을 놀린 것이었다.

“젠장, 다 그 자식 때문에···!”

자신의 실수와 자책, 분노는 전부 강민혁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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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앞으로 교육을 받는 52주 동안 솔선수범하고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서로 화합하고 교칙과 지시사항을 준수하여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예비 경찰관 생활을 성실히 해주길 바랍니다. 여기 있는 50명의 경찰간부후보생 여러분들 모두 훌륭한 경찰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경찰대학장의 지루한 환영 인사말을 끝으로 모든 입교식 절차가 끝이 났다.

‘휴···.’

강민혁은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한숨을 내뱉었다.

후보생 대표의 역할로 한 것이라곤 경례와 선언문을 읽은 것이 전부였지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부담은 어쩔 수 없었다.

강민혁은 입교식이 끝남과 동시에 통솔하는 교관을 따라 후보생들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제야 다른 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얼굴들이 몇 보이네.’

처음 보는 생소한 얼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더러 보였다.

당시와 비교하면 당연하게도 매우 젊고 풋풋한 인상들이었지만 알아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총경 이상 올라간 이들.’

익숙한 얼굴들은 하나같이 총경 이상의 자리에 올라간 이들.

이들이 바로 경쟁상대가 될 인물들이었다.

‘50명 중 살아남는 인원은 15명.’

통계적으로 경찰간부후보생 중 총경의 계급까지 가는 인원은 30% 정도였다.

모두 같이 경위로 시작하지만.

경감, 경정까지 올라간 후, 15명은 총경이 되고 나머지 35명은 퇴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위로 경무관, 치안감, 치안총감까지.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해질 것이다.

‘앞으로 있을 52주. 1년 정도인가.’

그리고 그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경찰대학에서 교육받는 1년 동안, 후보생 전원은 교육과 함께 평가를 받게 된다.

성적을 바탕으로 1등부터 50등까지 전부 서열 매긴 후, 원하는 발령지를 정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1등부터 15등까지의 인원은 정해지게 될 것이다.

‘안전한 등수는 5등까지인가.’

물론, 15등 안에 들었다 해서 그 모두가 총경 이상이 될 수 있지는 않은 터.

소위 말하는 빽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었다.

강민혁의 목표는 임용식 전까지 5위 안의 순위를 유지하는 것. 단순히 30% 안에 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기억 속의 사건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도’

형사 시절 겪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맡기 위해서도 발령지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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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후보생들의 줄을 따라 이동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 뒤에서 콕콕 찔러댔다.

이미 얼굴을 아는 이들은 있었지만, 어찌 됐든 지금은 모두 처음 보는 상황일 터.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길었던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로 변한 익숙한 얼굴이 서 있었다. 흰 피부로 인해 오히려 어색하지 않고 단발이 잘 어울리는 그녀는.

“어! 노 실장님?”

“헤헤. 반가워요. 민혁 씨.”

반가운 듯 환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그녀는 학원 실장이었던 노희재였다. 그녀는 앞에 있던 후보생에게 양해를 구하며 옆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기억 속에 노희재는 분명, 경사의 견장을 달고 있었다.

경간부시험에 떨어지고 순경으로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눈앞에 서 있다.

“합격한 거예요?”

“네. 턱걸이로 아슬아슬하게 합격하긴 했지만요.”

노희재는 생긋 웃으며 놀랐냐는 듯이 말을 했다.

그리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경험한 미래와 달랐기에.

‘노희재가 합격했다···. 그럼 어째서 말하지 않았지?’

어째서 노희재가 자신의 합격 소식을 말하지 않았을까. 필기시험에 합격한 이후로 학원에 나가지는 않았으나, 우연히 마주친 적도 있었고 안부 정도는 주고받았기에 말할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아무 말도 하고 있지 않자, 눈치를 읽은 듯 멋쩍게 웃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합격자발표 전까진 점수가 애매해서 떨어질 거로 생각해서 말을 안 했고, 합격 후에는 놀라게 해주고 싶어서 말 안 했어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대답했고, 그것은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금 여기 후보생들 사이에 껴있으니 거짓일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미래가···. 바뀌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탈락했어야 할 그녀의 합격, 이유가 무엇일까.

‘도민호의 부재 때문일까?’

한가지 유추할 수 있는 이유는 ‘도민호’. 그의 부재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나는 그녀가 도민호에 벗어날 수 있도록 약간의 도움을 주었을 뿐.

합격했다는 것은 오롯이 그녀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보니 과거 그녀가 지나가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항상 최종까지 가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져요.’

당시에는 그저 길어지는 수험 기간에 대한 변명 또는 핑계라 생각했지만,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도민호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을 되찾은 후, 스스로 미래를 바꿔 합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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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교식이 모두 끝난 후, 기숙사를 배정받았다. 앞으로 1년, 경간부 시험에 합격한 동기와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201호···. 여기인가.”

누가 내 룸메이트가 되었을까. 설레는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 반으로 배정받은 방의 문을 열었다.

“...어?”

문을 열고 확인하자, 한눈에 들어오는 방의 구조. 기본적으로 2인실이었기에 자취방에 비하면 넓은 편이었다.

양쪽에 자리한 침대와 가운데 놓인 TV, 책상과 옷장은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놀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엄청···. 깔끔하네?”

아니 깔끔이라는 표현보다는 깨끗하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몰랐다.

대학 시절의 기숙사, 군대 시절의 내무반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생각과는 다르게 먼지 한 톨 날리지 않을 만큼 방의 상태는 깨끗했다.

“룸메이트는 미리 왔나 보네.”

그도 그럴 것이 입교생 대표라는 이유로 대학장의 개인적인 설교를 듣다 보니 다른 이들에 비해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 풀어진 짐은 누군가 이미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이 왠지 모르게 각이 잡혀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끼익.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외형. 짧은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그는 누가 보더라도 룸메이트가 분명했다.

무엇보다 그를 입교식 때 본 기억이 떠올랐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손 좀 건네줄래?”

그가 먼저 말을 건넸다.

악수하자는 의미인가 싶어 손을 내밀자, 무언가가 뿌려졌다.

“앗.”

차가움이 가시기도 전에 올라오는 알코올의 향. 당황하며 눈앞의 그를 바라보자 손 소독제가 들려있다.

왠지 모를 멋쩍음에 손을 비비자 그가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잠깐 한 바퀴 돌아볼래?”

무엇인가 싶었지만, 일단 그가 시키는 데로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자, 이번에는 무언가 칙칙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건···?”

“살균제.”

뒤이어 그가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유진호, 반가워. 소문의 입교생 대표 맞지? 보다시피 조금 깔끔한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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