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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읽는 환생경찰-4화 (4/124)

4화. <새로운 시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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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 위에 놓여있는 시계에 표시된 시간은 저녁 9시 16분.

책상에 앉아 한참을 씨름하던 강민혁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민호의 기억 속에 경험했던 그 장면, 만에 하나라도 그의 계획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앞으로 약 1시간 안에 학원의 상담실에서 범죄가 발생한다.

‘말도 안 되지만···.’

도민호와 손이 닿은 후, 보인 장면은 별거 아니었다. 그가 그저 책상에 앉아 중얼거릴 뿐.

다만,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그 녀석···.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어.’

도민호는 계획적으로 범죄를 꾸미고 있었고, 그 대상은 역시 노희재였다.

그가 범행을 계획한 시간은 오늘 오후 10시.

‘하지만 내가 본 게 그저 헛것이라면?’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기에 머리로는 애써 부정했지만, 몸은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내가 본 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젠장.”

강민혁은 곧장 자취방을 빠져나왔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과 몇 분.

애초에 학원 근처에 계약한 자취방이었기에, 가능한 속도였다. 눈앞에 올려다본 거대한 건물의 1층과 2층, 3층. 그리고 학원의 상담실이 있는 4층의 불빛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아니, 무슨 학원 실장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해?”

내심 학원의 불이 꺼져있길 기대했던 것만.

“임금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원장을 노동청에 신고하든지 해야지 이거 원.”

강민혁은 툴툴거리면서 건물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문을 밀어보았지만.

덜컹.

잠겨있는 문.

하지만 안쪽에서 어렴풋이 인기척이 느껴졌다.

강민혁은 손목을 들어오려 시간을 확인했다.

[9시 48분]

당장 문을 강제로 열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차마 그럴 수도 없는 노릇.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한들 도민호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낭패가 될 것이 분명했다.

어째서 문을 부수고 들어왔냐 물었을 때.

‘도민호 이 녀석이 성추행을 저지르려 했습니다. 제가 기억을 엿봤어요.’

따위의 변명, 그 누구도 믿을 리 없다. 애초에 나조차 믿기지 않으니까.

오히려 내가 알던 도민호라면 손괴죄며 모욕죄며 붙일 수 있는 범죄란 범죄는 죄다 가져다 붙이려 할 것이 분명했다.

그의 호의를 한번 거절했던 나기에 더욱이 미운털이 박혔겠지.

“후, 이게 뭐 하는 건지.”

한숨을 내쉬며 계단에 걸터앉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자동 센서가 깜박이는 계단에 걸터앉아 손목시계만 하릴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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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한쪽 벽의 디지털 시계가 오후 10시를 표시했다.

원장이 없는 자리를 확인한 도민호는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노희재를 힐끔 쳐다보았다.

‘예쁘다.’

흔하고 식상한 단어였지만, 그녀를 표현하기엔 충분했다. 잡티 하나 없는 흰 피부에 검은 머릿결. 화장조차 하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매력을 가중했다.

‘갖고 싶다.’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부터 한시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던 생각이었다. 수험생이던 그녀가 집안 사정으로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원장에게 소개해 실장 일하게 해준 것도 나였다.

‘하지만 어째서.’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에게 정식으로 고백했지만, 차였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몹쓸 짓을 시도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과했다.

그녀가 아직 학원을 그만두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일 테지.

하지만.

‘포기 못 해.’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지금껏 내가 원해서 가지지 못한 것은 없었다. 돈, 명예, 친구, 차, 사랑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희재 그녀 또한 내가 가질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노 실장, 얼마나 남았어?”

“이것만 하면 끝납니다.”

“그래?”

앞으로 닥칠 상황도 모른 채, 수강생들의 모의고사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는 그녀를 확인한 그는 문 앞으로 다가갔고.

철컥.

문을 잠갔다.

“뭐, 뭐 하는 거예요!”

그 소리는 둘만 있던 조용한 사무실에 너무나도 크게 울려 퍼졌다. 순간적으로 불안을 느낀 노희재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가며 버럭 소리쳤지만.

“희재 씨!”

도민호는 대답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노희재는 반항했지만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흥분한 도민호는 그녀의 블라우스를 양손으로 잡아 뜯었고.

“꺄아아아악!”

두둑 소리와 함께 셔츠의 단추들이 거칠게 뜯겨 나갔다. 노희재의 비명이 사방으로 울려 퍼짐과 동시에.

쾅! 쾅! 쾅! 터억.

“뭐, 뭐야?”

무언가 둔기로 내리치는듯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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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럼 그렇지. 역시 헛것이었나.”

손목시계의 초침이 10시를 가리킴과 동시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다가올 시험에 대비해 글자 한 글자라도 더 봐야 할 시간에, 이러고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이 시기에 내 몸이 허약했나?’

그저 헛것을 본 것이라 결론 내리며 학원을 떠나려는 그때.

“꺄아아아아!!!”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노희재의 목소리인지 분간할 순 없지만, 소리는 분명 학원의 안에서 들려왔다.

“...!”

온몸의 털이 곤두섬과 동시에 모든 행동은 본능적으로 이뤄졌다.

덜컹. 덜컹.

흔들어 보았으나, 당연하게도 여전히 잠겨있는 문.

늦은 저녁 열쇠공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다.

1분 1초. 한시가 급한 상황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내리쳤다.

쾅!

있는 힘껏 문고리를 내리쳤으나, 역시나 아파지는 것은 나의 주먹.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쾅!!

다시 한번 더 세게 주먹을 내리치자, 쇠붙이에 긁혀 피가 새여 나왔다. 하지만 문고리 또한 멀쩡하지 않았다.

쾅!!! 두둑.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도 다시 한번 내리쳤다. 마침내 우지끈 소리와 함께 문고리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을 감상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완전히 박살이 난 문을 뒤로한 채 상담실로 달려갔다.

쿵!

잠겨있던 상담실의 문에 몸을 날리자, 단숨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보이는 상황.

‘내가 본 장면이···. 진짜였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도민호의 기억 속에서 본 장면처럼 계획된 범행을 저질렀다.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며 울고 있는 노희재와 흥분한 채 서 있는 도민호. 풀어헤쳐 진 옷과 난장판이 된 종이들.

단 한 가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만 빼면!’

빠르게 ‘범죄 현장’을 살펴보며 확신했고, 눈앞에 멍청하게 서 있는 도민호와 눈이 마주쳤다.

식은땀을 흘리는 녀석의 눈은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너···. 너 뭐야 이 새···. 어떻게···.”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있을 리 없는 나를 본 그는 당황했고. 이내 옆에 놓여있던 의자를 들어 올리며 달려들었다.

자신의 범죄 현장을 들킨 범인이 이성을 잃고 공격성을 들어내는 모습. 미안하지만.

‘지겹도록 봐왔다!’

재빨리 옆으로 움직이며, 의자를 들며 달려오는 그의 발을 걷어찼다. 의자를 놓친 도민호는 넘어졌고.

그 사이 녀석의 양손을 포박하며 그의 얼굴을 땅바닥에 처박았다. 그 상태로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제압했고 그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삐용. 삐용. 삐용.

요란스러운 사이렌과 함께 경찰의 도착을 알렸다.

계단에서 기다릴 동안 혹시 몰라 미리 작성해두었던 신고문자를 비명을 들음과 동시에 전송한 덕분이었다.

도착한 경찰에게 도민호를 인계했고, 나 역시 경찰서로 이동해 간단한 조서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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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해결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도민호는 당연히 학원에 보이지 않았고, 노희재 또한 사건 이후 볼 수 없었다.

원장은 자신의 학원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분개했으며, 갑작스럽게 두 명의 실장의 부재에 곤란해했다.

하지만 애초에 강의하는 이들은 강사들이었고, 실장은 잡일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

실장의 일을 원장이 도맡아 하며, 그렇게 학원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이제 곧 시험인가.”

강민혁은 학원 강의가 모두 끝난 뒤, 자취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나섰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하던 그때.

“음? 노 실장님?”

학원의 건물 입구에 서 있는 노희재와 마주쳤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 그전에 막아냈기에 불상사는 면했으나, 그러한 경험만으로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처박고 있던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자,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민혁 씨를 기다렸어요.”

“저를요? 왜요?”

“물어볼 것도 있고···.”

나를 기다렸다는 말에 의아했지만, 순간적으로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노희재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편이었다.

혹시나 다른 문제가 생기진 않았을까.

도민호가 위압을 행사한 것은 아닐지. 그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인간이었다.

“잠깐 시간 돼요?”

“네, 그럼요.”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라 장소를 이동했다.

근처의 한적한 공원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선뜻 입을 떼지 못하던 그녀는 한동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결심한 듯 눈을 마주쳤다.

“그때, 어떻게 오신 거예요?”

순간 예상치 못한 질문에 움찔했다.

도민호에 대한 문제가 나올 줄 알았지만, 충분히 궁금할 법한 질문이었다. 저녁 10시. 주말에다가 수업이 6시에 전부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수강생이 학원에 올 이유는 없었다.

“...”

순간적인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잠깐의 침묵이 이어진 사이, 그녀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의심의 여지가 가득한 눈길을 애써 피하며 변명을 생각해냈고 내뱉는 순간.

“책을 두고 가서요.”

“미리 눈치채고 저를 구해주러 온 거죠?”

그녀 또한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

“...”

어색한 침묵.

왠지 모르게 볼이 불그스름한 그녀를 황당한 표정으로 보고 있자.

노희재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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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민호 사건이 해결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모든 의문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그 현상.’

도민호의 범행을 막을 수 있게 해준 알 수 없는 그 현상을 며칠 동안 더 겪었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우연히 손이 스친 것만으로 겪게 된 경험이었으나,

그로 인해 이 능력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누군가와 손이 맞닿을 때 발생한다.

앞서 나는 도민호를 만난 적이 있었지만, 어떠한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노희재를 만나고 손이 맞닿았을 때, ‘현상’이 발생했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손이 닿은 그것만으로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현상.

그 현상은 대상의 과거 기억 중의 한 장면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 이 능력은 접촉한 사람의 무작위 과거 기억을 보여준다.

단순히 보이는 것이 아닌, 경험. 정확히는 그 사람의 과거를 겪게 해준다는 표현이 옳았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기억은 당사자의 관점에서 경험하게 된다.

도민호도 노희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손에 접촉했을 때, 그들의 관점에서 과거를 경험했다.

그동안 알게 된 사실은 여기까지.

여전히 머리로는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이미 몸소 경험한바.

이제는 이 능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인정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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