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0화.던전 나들이 (240/246)

◈ 던전 나들이

섬광과도 같은 속도로 비행 중이던 황금빛 물체가 눈 깜짝할 새에 게이트를 통과했다.

B급 던전인 오크 군락에서 무장한 몬스터들이 대거 등장했지만, 안타깝게도 놈들은 이곳을 찾아온 손님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크워어어억!

황금빛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시체가 되어 쓰러지는 오크들.

놈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비명 소리도 금세 비행 물체의 뒤로 멀어져갔다.

순식간에 던전 중심부까지 도달한 비행 물체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이내 온몸을 감싸고 있던 황금빛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웅!

공중에서 하강하는 우아한 자태의 생명체.

그것은 다름 아닌 드래곤이었다.

스윽-

지면에 착지한 드래곤이 날개를 부드럽게 늘어뜨린다.

등 뒤에 올라타 있던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의 녀석들이 마치 미끄럼틀을 타고 내리듯 날개를 타고 내려온다.

미심이와 말순이, 그리고 오복이들과 은실이.

녀석들은 재미있는 놀이기구라도 탄 것처럼 표정이 너무나도 좋아 보였다.

그러나 딱 한 녀석만은 얼굴이 울상이었다.

크, 크르릉…….

마지막에 내려온 레오의 털이 묘하게 떨리고 있다.

눈앞의 거대한 드래곤 때문이 아니었다.

준우가 당부했던 부탁 때문에 그런 거지.

- 엄마가 병원에 있는 동안 너희들이 당분간 수린이 좀 잘 돌봐 줘. 내가 틈틈이 오긴 할 건데, 혹시라도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말해 달라는 얘기야.

선화가 입원해 있는 동안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수린이를 돌봐 주고 있기는 했다.

차원문이라는 간편한 이동 수단이 있었기에 준우 역시 최대한 수린이의 곁을 지키려고는 했으나…….

……하아! 돌겠네!

레오가 사람이었다면 그리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설마, 모두가 잠든 이 새벽에 차원문을 빠져나오게 될 줄이야.

말리려고는 해 봤다.

하지만, 수린이가 준우와 선화가 없는 틈을 타 특제 영양 간식으로 반려몬들을 유혹했다.

보통 같은 경우엔 하루 세 개씩만 급여가 되는 간식이다.

그런데 그 소중한 간식을 원 없이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녀석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결국 간식에 넘어간 녀석들은 죄다 수린이의 이번 ‘작전’에 동조했고, 홀로 남은 레오도 어쩔 수가 없었다.

눈앞에 거대한 황금빛 드래곤을 보라.

저 어마어마한 생명체에게 감히 반기를 드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 아빠한텐 비밀이야. 내가 분명히 비밀이라 해따!

황금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경고했던 수린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레오의 머릿속을 떠도는 것만 같았다.

움찔!

순간, 드래곤과 눈이 마주치자 레오가 꼬리를 내렸다.

혹시 속마음까지 읽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건 아니겠지?

번쩍!

눈부신 빛이 드래곤의 주변에서 뿜어져 나왔다.

빛과 함께 천천히 작아지던 몸은 어느새 작은 여자아이의 것으로 돌아왔다.

“에구! 너무 오래 날았더니 힘들어 죽게따!”

힘들어 죽겠으면 애당초 여기 오질 말지.

레오가 폴리모프한 수린이를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레오는 표정이 왜 그래? 혹시 멀미해써?”

크, 크릉…….

“다른 애들은 괜찮은데, 레오만 표정이 이상하네?”

억지로라도 웃으라는 뜻인가.

그러나 차마 레오는 웃을 수가 없었다.

준우의 부탁을 나 몰라라 한 마당에 이 일이 발각되면 혼나는 건 기정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오는 길에 던전 밖에 있던 오크 무리도 묵사발 내버린 수린이였기에, 수린이만 곁에 있다면 세상 그 어떤 위협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겠지만.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준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걱정할 수도 있으니깐, 빨리 일하고 돌아가자!”

그렇게 걱정되는 사람, 아니, 드래곤이면 잠자코 집에 있을 것이지 왜 여기까지 날아와선.

레오의 입에서 작은 한숨이 쉬어졌다.

수린이가 건네는 특제 간식을 맛있게도 받아먹는 다른 녀석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얄미워 보였다.

그래, 어쩌겠는가.

생각해 보면 절대적인 힘 앞에 굴복하는 건 당연한 일인 것 같기도 했다.

“목마르다! 일 시작하기 전에 물부터 마셔야게따!”

수린이의 말에 일복이가 후다닥 그 옆에 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메고 있던 자그마한 가방 안에서 콜라 한 캔을 꺼내 수린이에게 건넸다.

비행 중 콜라가 흔들리면 거품이 날 수도 있으니, 캔 콜라 주변에 배리어를 만들어 흔들림을 방지하기까지 했다.

“오오오! 좋아, 아주 좋아! 일복이 칭찬해!”

콜라를 한 모금 들이켠 수린이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행복할 수밖에. 평소엔 엄마가 입에도 대지 못하게 하는 콜라를 오늘은 무려 다섯 잔을 마실 수가 있었으니까.

왜 다섯 잔이냐고?

오복이들이 각각 메고 있는 가방에 죄다 콜라가 들어 있기 때문이지.

레오가 힐끔 오복이들을 바라보며 눈치를 줬지만, 이미 힘과 간식 앞에 복종한 녀석들에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지.

왜 콜라를…….

고개를 내저은 레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불평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빨리 일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는 게 최선이지 싶었다.

“자! 이제 엄마를 위한 나무를 찾아보실까나!”

어느새 두 번째 콜라를 손에 쥔 수린이가 주변을 쓱 살폈다.

우중충한 분위기에 금방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풍겼지만, 정작 수린이는 별걱정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생애 첫 던전 나들이(?)에 한껏 흥분한 모습이었다.

수린이를 따르는 반려몬들 역시 간식을 실컷 먹을 수 있었으니 당연히 흥분한 상태였고 말이다.

“레오! 아까 그 꽃 냄새 기억하지? 계속 그걸 쫓아가는 거야! 오케이?”

크릉!

레오의 입에서 당찬 외침에 들려왔다.

이미 수린이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은 출발할 때 포기한 상태다.

최대한 빨리 찾아 복귀한다.

머릿속엔 그 일념만으로 가득했다.

나무를 찾는 건 딱히 어렵지 않을 듯했다.

수린이의 마력을 주입받은 레오에겐 평소와는 달리 드래곤의 힘이 넘실대는 상태였으니까.

“그럼, 바로 출바아알…… 어?”

군락 내 작은 부락.

수린이가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키던 순간이었다.

부락의 안쪽에서 익숙한 놈들이 슬금슬금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릉!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레오가 이빨을 드러냈다.

다른 반려몬들도 수린이를 지키고자 주변을 에워쌌다.

쿵! 쿵! 쿵!

무장한 오크들이 부락에서 걸어 나와 대열을 갖췄다.

오크들이야 이곳까지 날아오면서 쓰러뜨린 게 수십 마리는 된 것 같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아까 처리한 놈과는 좀 달라 보였다.

뭐랄까.

오크 무리가 반려몬들이라면, 그놈은 마치 수린이의 역할과도 비슷하달까.

“너가 대장이구나!”

수린이가 외쳤다.

다른 오크들보다 세 배 이상은 커 보이는 오크가 거대한 도끼를 위협적으로 휘둘러 댔다.

주변에 있는 오크들도 아까보다 그 수가 훨씬 많았다.

족히 두 배는 더 많은 숫자.

하지만, 수린이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대장! 너도 우리 나무 찾는 거 좀 도와주라! 우리 엄마가 지금 아프거든? 근데, 그 나무가 있으면 안 아플 거 같아!”

그 말에 대장 오크가 코웃음을 쳤다.

명색이 이 군락의 왕과도 같은 자신에게 명령이라니.

콰앙!

거절한다는 듯, 놈이 거대한 도끼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먼지가 일자 수린이가 불쾌하다는 듯 한쪽 눈을 찡그린다.

“나무 하나만 찾게 도와달라는데…….”

콰앙!

“……그게 그렇게 어려워?”

콰앙!

“그럼 어쩔 수 업찌.”

수린이의 눈동자에 황금빛으로 변했다.

동시에 불만 가득해진 수린이의 입이 빵빵해지더니, 금세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감지한 듯 반려몬들이 저만치 뒤로 물러났고, 그것이 자신들에게 겁을 먹었다고 판단한 오크 놈들이 일제히 무기를 쥐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놈들은 차마 반려몬들의 근처도 닿지 못했다.

화르르르륵!

수린이의 입에서 뿜어진 브레스.

마치 용암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듯, 수린이가 토해 낸 황금빛 불길이 순식간에 오크 무리를 뒤덮었기 때문이었다.

크, 크워?

당황한 대장 오크가 멈칫하고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앞의 꼬맹이가 입 한번 뻥긋했을 뿐인데, 백여 마리의 오크가 있던 오른쪽 진형이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린 상황.

“이래도 도와주는 게 어려워?”

크워어…… 어?

단 한 번.

그것으로 힘의 격차가 드러나기엔 충분했다.

하급 던전의 오크였다면 모를까, 눈앞의 녀석들은 꽤 지능이 있는 놈들이었다.

자신들의 힘으론 눈앞의 꼬맹이를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조금 전 브레스 한 방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크, 크워! 워어어어!

대장 오크가 명령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짜식들이. 첨부터 그럴 것이지.”

수린이가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을 꿇는 오크들을 바라보더니, 성큼성큼 놈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 오크 대장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뭐해? 너희들도 얘네들한테 올라타! 얘네들이 나무 찾을 때까지 목마 태워 주겠대!”

반려몬들도 다른 오크들의 어깨에 올랐다.

수린이를 필두로 오크 목마를 탄 반려몬들이 나무를 찾아 나섰다.

“꺼어억! 아까 콜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아닌가? 브레스를 너무 세게 뱉어서 그런가.

수린이가 똥똥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히죽 웃었다.

목마를 탄 채로 얼마나 이동을 했을까.

“얘들아! 찾았다! 저 나무 같아!”

어느새 저 멀리.

작은 페스티아 나무 한 그루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 *

선화는 꿈을 꿨다.

얼마 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악몽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분홍색 꽃 한 송이.

꽃을 향해 손을 뻗어 볼까?

“……안 되겠지.”

선화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잡으려고 손을 뻗으면, 으스러져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꽃이었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괜히 자신의 손길 때문에 재가 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지금껏 수없이 보지 않았던가.

재가 되게 만들 바엔 차라리 손을 뻗지 않는 것이 낫다.

그냥 두는 거다. 아름다운 꽃 그 자체로서 남을 수 있도록.

“……?”

선화가 막 뒤돌아서려던 찰나였다.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백색의 꿈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숱하게 경험했던 꿈이지만, 이 꿈속에서 나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꽃이…… 많아졌네.”

나무에는 무수히 많은 꽃이 피어 있다.

언젠가 선화가 꼭 손에 쥐고 싶었던 분홍색 꽃과 같은 것들이 화려하게 만개해있었다.

조금 전.

선화가 손을 뻗으려던 꽃 한 송이가 춤을 추듯 바람에 살랑이며 나무 쪽으로 날아간다.

저도 모르게 꽃을 쫓은 선화가 어느새 나무 앞에 섰다.

나뭇가지 언저리에 자리한 꽃 한 송이.

“또 사라지지 않을까?”

나무에 핀 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였을까.

괜히 용기가 났다. 꽃 한 송이가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꽃들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라는…….

다시금 손을 뻗어 본다.

재가 되어 사라질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악몽을 끝내기 위해선 언젠가 손에 쥐어야 할 꽃 한 송이를 갖기 위해.

톡-

선화의 손끝이 꽃잎에 닿았다.

꽃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무에 만개해 있던 꽃들이 선화의 주변을 감싸며 화사한 춤을 춰 주었다.

‘잡았어. 이젠 잡을 수 있어!’

절대 닿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것이 손에 닿은 그 순간, 숱한 악몽은 선화에게 화려한 꽃의 춤이 되었다.

달콤한 꽃향기.

이게 꿈이라면 향기가 날 리가 없을 텐데…….

“……오, 오빠?”

꿈에서 깬 선화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습관처럼 준우를 불렀지만, 준우가 앉아 있던 병실 한 자리엔 그를 대신해 작은 화분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무?”

꿈속에서 보았던 나무와 비슷했다.

꿈속에서처럼 분홍색 꽃을 만개하진 못했으나, 언젠가 피어날 수십 개의 꽃봉오리가 작게 맺혀 있었다.

“오빠가 가져다 놨나?”

고개를 갸웃거린 선화가 나무에 코를 가져가 본다.

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 그 향기만은 꿈속에서 보았던 화려한 꽃들의 춤처럼 황홀했다.

* * *

햇살이 좋은 오후다.

직장인들이라면 하루를 시작하고도 한창 지났을 시간이지만, 아직도 잠에서 깨지 못한 이들도 있기 마련.

“잘도 자는구만.”

준우는 작은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살며시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지난 밤중에 고생 아닌 고생을 했으니 여태 곯아떨어져 있을 수밖에.

“어쩜 이리 하나 같이 말을 안 들을까.”

아이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밤중에 외출하고 돌아와 피곤했는지, 씻지도 않고 그대로 뻗어 버렸기 때문이다.

수린이의 옷과 아이들의 털 곳곳에 흙이 잔뜩이다.

깔끔 떠는 미심이라면 그걸 털어 내고 잘 만도 한데, 이렇게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 채 뻗어 있을 정도면…….

“……말썽부리지 말라고 했더니 아빠 몰래 외출한 수린이나, 수린이 잘 보고 있으라고 했더니 따라 나간 녀석들이나.”

피식-

나무라는 듯한 말투지만 얼굴은 웃고 있는 준우다.

사실, 웃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왜 한밤에 외출을 감행했는지 알고 있을뿐더러 눈앞의 모습들이 너무나도 귀여웠으니까.

서로의 배 위에 차례대로 발을 올려놓은 채 잠들어 있는 오복이들.

미심이의 꼬리에 얼굴을 박은 채 코를 고는 레오.

말순이의 배를 침대 삼아 대자로 뻗어 있는 수린이.

“어제 그렇게 멀리까지 다녀왔으니 힘들 만도 하지.”

< 황금빛 섬광과 함께 소멸해 버린 던전! >

오늘 아침에 뜬 기사 하나의 제목이었다.

인근에 있던 누군가가 용케 날아가는 비행 물체를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던 모양인데, 그 비행 물체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아우라가 수린이가 폴리모프했을 때와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수린이가 하도 비밀스럽게 감추기에 폴리모프에 대해선 모른 척하고 있긴 했지만…….’

부모가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게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선화의 병실에 몰래 넣어 둔 작은 나무 한 그루와 그 화분 속 나무에 걸려 있던 드래곤의 비늘 한 조각.

‘……모른 척해 주려고 해도 너무 티가 난단 말이지.’

팔라딘에게 앞서 전화가 왔었기에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아마 선화를 위한 선물을 구하려고 야밤에 준우 몰래 던전 나들이를 다녀온 것일 터.

만약 준우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걱정스런 마음에 아이들을 찾느라 사방팔방 뛰어다녔을 거다.

뭐, 수린이라면 이 세상에 대적할 만한 존재가 없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너희들, 따끔하게 주의를 줘야 하는데…….”

마치 천사처럼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준우의 입에서 힘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차마 그 모습을 마주하고선 혼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어떤 마음에서 지난 밤의 일을 벌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으휴, 진짜! 또 그러기만 해 아주.”

못 이기는 척 준우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흩어진 이불을 끌어와 아이들의 위에 살며시 덮어 주었다.

할 말은 너무나도 많지만.

일단 오늘은 그냥 푹 잘 수 있게 놔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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