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3화.봄이 다가온다 (203/246)

◈ 봄이 다가온다

준우는 이 순간이 즐거웠다.

화반 수호대 아이들이 자신을 신이라 믿고 따라 주는 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지켜보는 게 마냥 신이 났다.

“이걸 어떻게 해낸 거야, 대체? 생명의 나무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아, 생명의 나무. 그걸 구할 수 있다면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블루 스톤을 사용해 봤거든요.”

“블루 스톤을?”

자세히 말하자면 얘기가 길어진다.

준우는 급한 대로 아이들에게서 들은 마을의 전설 속에, 과거 화신이 블루 스톤을 이용해 마을을 보호했다는 이야기를 지어내 말했다.

칸나가 축제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고, 운 좋게 소량의 블루 스톤을 수급받았다는 것까지도.

‘내 말이라면, 회귀했다고 해도 믿을 것 같기는 한데…….’

블루 스톤을 액체화시켜 사용하는 방법은 헌터 연맹에서 생명의 나무를 사용하는 방법과 큰 차이가 없었기에, 그걸 응용했다고 설명을 해 줬다.

“추모 공원 전체를 복원하기 위해선 블루 스톤이 더 필요해요. 일단 칸나에게 부탁해 두긴 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구요.”

“필요한 자원과 인력은 내가 충당하지. 자넨 그들이 오면 이만 한국으로 돌아가도 돼. 여기까지 해낸 것만 해도 자넨 충분히 제 할 일을 다 해냈어!”

생명의 나무를 대체할 방법을 찾아내다니!

수재혁은 준우의 양쪽 어깨를 턱 부여잡고는 연신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댔다.

“지, 징그럽게…… 이것 좀 놓으시고…….”

“앞으로 매년 오늘이 내겐 길일이야.”

“예?”

“자네 덕분에 내가 김 관장과 길일에 결혼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오늘 또한 길일이지 않겠어?”

“갑자기 웬 길일 타령이십니까?”

“난 말이야. 오늘 결심했네.”

“……?”

“꼭 자네 같은 아들을 낳을 거야. 아들을 낳으면 매제가 꼭 내 아들의 이름을 지어 줬으면 좋겠어.”

“장인어른께서 삐치실 텐데요. 장손이 태어났는데, 이름은 장인어른께서 지으셔야…….”

“아니! 꼭 자네가 지어야만 해!”

수재혁이 기분이 좋은 듯 부여잡고 있던 준우의 어깨를 흔들어 댔다.

몸이 하도 흔들려서 머리가 띵띵 울리는 준우였지만, 너무 좋아하는 수재혁인지라 차마 말리기도 애매했다.

“매제가 이렇게까지 내 결혼과 엑시스를 위해 고심한 줄 알았더라면,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스포츠카를 미리 한 대 뽑아 주는 거였는데!”

“아, 아직 일 다 안 끝났어요. 스포츠카는 일 다 마무리하고 뽑아 주셔도 됩니다.”

“아니! 자넨 지금부터 저기 앉아서 차 견적부터 뽑아. 내 당장에 박 비서에게 연락해서 차량 출고할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준우가 헛웃음을 삼켰다.

뭐, 수재혁의 결혼과 엑시스를 위한 일인 것 맞는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수린이 얼굴이 떠올라서 말이지.’

수린이도 준우에게 항상 소원을 빌고는 한다.

마치, 아빠가 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빠한테 빌면 모든 게 이뤄진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듯했다.

준우는 화반 수호대 아이들이 자신에게 그와 비슷한 희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을 신처럼 대접해 주는 것도 굳이 거절하진 않았다.

‘너희들이 그게 좋다면야.’

나비 가면을 여태 벗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언젠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힐 날이 오긴 하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믿고 싶은 대로 믿게 해 주고 싶어서.

준우는 준우대로 좋고.

아이들도 아이들대로 좋은 상황이다.

수재혁 역시 이대로 추모 공원 복원에 성공한다면, 왕친 영입에도 다시금 박차를 가해 볼 수 있었다.

김 관장의 바람대로 길일에 결혼하는 것도 물론 가능했다.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매제를 여기 데려온 건 신의 한 수였던 거야!’

곧장 엑시스에 인력 충원 요청을 했다.

블루 스톤이야 칸나의 신켄을 통해 전달받는 대로 작업을 진행하면 될 듯하다.

잔뜩 꼬이기만 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난하게 일이 해결될 줄이야.

“혹시 제가 도울 일은 없겠습니까? 여기 와서 힘쓸 일이 없어서 그런지, 좀 따분해서 말입니다.”

뒤늦게 합류한 루이스가 준우에게 말했다.

마침,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꽃을 심으려고 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우와! 이 아저씨 검 엄청 크다!”

그때, 화반 수호대 아이들 중 하나가 루이스를 보며 소리쳤다.

루이스가 등에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대검이 아이들의 시선을 끈 것이다.

“후후, 검이 커야 파괴력도 강한 법.”

“이렇게 큰 검을 어떻게 써요? 안 무거워요?”

“후후, 꼬마야. 이 아저씨는 말이다.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될 몸이란다. 이보다 더 큰 검도 가볍게 휘두를 수 있지.”

루이스가 옷 사이로 드러난 근육들에 잔뜩 힘을 주며 말했다. 애들 사이에서 우쭐대는 모습에 준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요?”

“기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 아저씨도 검으로 떡 조각할 수 있어요? 카네이션 모양으로?”

“하핫!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떡볶이집 아줌마는 엄청 쉽게 하던데.”

“……뭐라고?”

준우가 슬쩍 루이스의 표정을 살폈다.

눈빛이 이글거리는 걸 보니,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된 것 같았다.

* * *

예부터 화반 마을에는 유명한 특산물이 존재했다.

‘오양’이라고 불리는 달콤한 향이 나무. 그 나무를 섞은 사료로 사육한 화반 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 딤섬 많이 먹기 대회! >

오늘 축제의 일정 중엔 지역의 특산물을 널리 알리고자, 화반 소고기로 만든 딤섬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가 있었다.

1등 우승 상품으로는 오양 나무에서 10년에 필까, 말까, 한다는 ‘오양화’로 만든 작은 꽃다발이다.

떡볶이집 영업 개시 전.

오늘도 가게 앞에 모인 화반 수호대 아이들이 머리를 맞댄 채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등 할 수 했겠지?”

“왕웨이. 네가 아무리 잘 먹는다고는 하지만, 참가자 중에 정육점 아저씨가 있어. 1등은 무리야.”

“흐음. 어쩌지? 꼭 오양화를 갖고 싶은데.”

살아생전 엄마가 좋아하던 꽃이었다.

추모 공원이 복원되고 있는 이때, 엄마의 묘 앞에 아름다운 오양화를 놓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육점 아저씨는 예전부터 지역의 작은 행사에서 많이 먹기 대회를 휩쓸고 다닌 고수 중의 고수였다.

“정육점 아저씨 배를 보라고. 거의 산만 하잖아? 그런 사람을 이기는 건 무리야. 우리가 전부 다 대회에 참여한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까워…….”

“정육점 아저씨 별명이 뭔 줄 알지? 식신이야, 식신.”

“어쩌면, 정육점 아저씨가 상품으로 받은 오양화도 먹어 치우려고 하는 걸 수도 있어. 오양화를 재료로 요리를 하면 엄청 맛있다고 하더라고.”

“헉!”

욕심쟁이 정육점 아저씨다.

유력 1등 후보인 그에게 오양화를 줄 수 있냐고 묻는 건, 의미가 딱히 없을 거다.

쿡!

그때, 아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준우가 칸나의 옆구리를 찌르며 낮게 속삭였다.

“네가 가서 좀 도와주지, 그래?”

“쟤네들이 저보고 아줌마라고 해서 막 도와주고 싶진 않지만, 준우 사마 부탁이니까…….”

“입에 침이나 닦고 거짓말 치시지?”

“……헤헤.”

아까부터 행사를 위한 딤섬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행사장 저편에선 수많은 딤섬으로 인한 냄새가 여기까지 퍼져 오고 있었고, 그 냄새를 맡은 칸나는 아까부터 입을 다시는 중이었다.

“가게는 신경 쓰지 말고 다녀와.”

“준우 사마가 영업 대신 해 주시려구요?”

“어차피 떡이랑 다른 재료들은 다 준비되어 있으니까, 조리만 하면 되는 거잖아. 여기 중대장님이 도와주신다고도 하셨으니 괜찮을 거야.”

“다녀오십시오, 칸나 양. 떡볶이집은 제가 맡을 테니 걱정 마시구요.”

“굳이 그렇게까지 배려를 해 주신다면야…….”

칸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음은 이미 딤섬 쪽에 기울었으나, 가게 때문에 발을 떼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지 않았던가.

“얘들아.”

“네?”

“오양화? 그게 필요하다고 했지?”

“그런데…… 왜요?”

“그거 이 ‘누나’가 가져다줄게.”

아이들이 칸나의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

체구가 아담하고, 무엇보다 말랐다. 정육점 아저씨와 비교하면 절대 이길 수 없을 마른 몸인데…….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안 돼. 떡볶이집 누나가 진짜 식신이거든.”

준우가 말을 덧붙인 순간.

아이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짜로?’라고 묻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적어도 이 아이들에겐 다른 누구의 그 어떤 말보다 준우의 말이 진리인 듯싶다.

“딤섬 싹 다 쓸어버리고 올게요! 호호홋!”

아이들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하는 칸나의 발걸음이 가볍다.

먹는 게 저리도 좋을까. 이곳에서 본 칸나의 표정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준비한 딤섬이 모자랄 수도 있겠는데, 이거.’

칸나가 떠난 떡볶이집.

눈치를 살피던 루이스가 대뜸 떡을 집더니 가게 구석으로 향했다.

“뭐 하세요?”

“……수련합니다.”

“갑자기 뭔 수련?”

“어제 칸나 양의 귀신 같은 검술을 목격했었지요. 두 자루의 검을 쥐고 떡을 카네이션 모양으로 조각하는 경이로운 검술에 저는 감격했습니다.”

“감격이 아니라, 투지가 불타오르신 거 같은데…….”

“흠, 흠! 아무튼! 세계 최고의 기사가 될 자라면, 떡 정도는 쉽게 조각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축제에 와서 수재혁과 친분을 쌓은 루이스는 칸나와도 통성명을 했다.

같은 검을 사용해서 그런지 살짝 견제가 있긴 했으나, 그 역시 존경이 담긴 기분 좋은 견제였다.

‘군말 없이 떡볶이 장사 도와주겠다고 하더니, 진짜 목적은 떡을 조각하는 것이었나.’

준우가 심오한 표정으로 검을 쥐고 서 있는 루이스를 바라보았다.

“흐압!”

우렁차게 기합을 넣은 루이스의 근육들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칸나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 해 보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역부족이다.

퍼억! 퍼억! 퍼억!

“중대장님. 떡을 조각한다면서 왜 매질을 하고 계십니까.”

“이, 이상하군요. 분명 어제 칸나 양이 이렇게 했었는데.”

“그러다 떡 다 망가지면, 칸나가 엄청 화낼 텐데요.”

“칸나 양께서 떡이 많다고 수련용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망가진 건 본인이 다 먹을 테니 걱정 말라고…….”

칸나의 검술은 섬세했고, 루이스의 검술 기반은 힘이었다.

검술 스타일이 다르니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하지만, 루이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퍼억! 퍼억! 퍼억!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또한, 기사는 노력으로서 만들어진다.

‘망가진 떡이 많으니, 칸나만 배 불리 먹게 생겼군.’

몇 시간 후.

딤섬 많이 먹기 대회에서 우승한 칸나가 돌아왔고, 그렇게 많이 먹고도 배에 공간이 남았는지 루이스가 만들어 낸 떡들까지 죄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오향화 꽃다발을 품에 안은 왕웨이는 쭈뼛거리며 준우에게 다가왔다.

“이, 이거, 선물이에요.”

꽃다발 속에서 오양화 한 송이를 준우에게 건네는 왕웨이.

희귀한 오양화인지라, 꽃다발이라고는 해도 단 두 송이의 오양화와 다른 꽃들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두 송이밖에 없는데, 한 송이를 나한테 주겠다고?”

“오양화의 꽃말은 감사 그리고 사랑이래요. 엄마가 그랬어요.”

아마도 왕웨이는 감사의 뜻으로 준 것일 터.

준우는 흔쾌히 선물을 받아들었다.

‘꽃이 참 예쁘네. 사랑이라는 뜻도 있다고 했지? 선화 가져다주면 좋아하겠어.’

날씨가 제법 포근한 하루다.

맑은 하늘이 꽃을 더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축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왕친은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요즘 들어 왕웨이의 표정이 아주 밝아.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아직 변검 공연까지는 시간이 여유롭다.

연습 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이렇게 일찍 아들이 집을 나서는 경우는 최근부터 생긴 변화였다.

밤마다 추모 공원을 다녀오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그 역시 작은 변화가 있다면 공원을 다녀온 후에 항상 어둡던 얼굴이 밝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에 생기가 더 돋아나는 느낌이랄까.

- 아빠! 화신이 환생했어요! 화신이 우리 마을을 다시 살려 줄 거라구요!

문득, 얼마 전에 아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들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그 역시 아들의 간절함에 하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한데.

변화하는 왕웨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왕친도 한 번쯤 그런 착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화신이 환생이라도 한 걸까? 아니야. 전설은 전설일 뿐,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왕친이 집을 나섰다.

뒤늦게 아들의 뒤를 따라나서 보려는 것이다.

목적지는 역시나 추모 공원.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항상 한적하고 삭막한 곳이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공원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저주에 관한 소문이 퍼진 이후로 어지간해선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아?”

공원에 들어선 왕친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곳에는 수재혁을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이 꽃과 나무를 심고 있었다.

이곳에 식물을 심으면 죽게 된다.

이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오늘은 아니었다.

공원 내 모든 식물들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나무와 풀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까맣기만 하던 장소에 초록빛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빠!”

왕친을 발견한 왕웨이가 소리쳤다.

아빠에겐 공원 복원을 완벽하게 끝낸 뒤에 아름다운 이곳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여태 숨겨왔는데, 얼떨결에 걸려 버리고야 말았다.

“공원 올 거면 나중에 오지! 더 예쁘게 만들어서 보여 주려고 했었는데!”

“이, 이런 일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내가 말했잖아! 화신이 환생했다고!”

왕웨이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수재혁이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올리며 웃는다.

‘설마, 수재혁 부 마스터가 생명의 나무를……?’

“아니, 아니! 저 사람 말고 저 사람! 나비 가면이 화신님이셔!”

“나비 가면?”

왕친의 시선이 수재혁의 옆으로 향했다.

아내의 묘 앞, 꽃에 물을 주고 있는 준우에게로 향했다.

“오양화구나. 네 엄마가 엄청 좋아하던 꽃이었지. 저 귀한 것을 어떻게 구한 건지…….”

아내의 묘 주변이 생기로 가득하다.

묘 앞에 놓인 오양화는 수년 전 아내의 미소처럼 화사했다.

“앞으론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외롭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다시 공원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왕친은 왕웨이와 함께 아내의 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살며시 무릎을 꿇고는 오양화와 아내의 모습을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았다.

“역시 당신은 웃는 게 예뻐.”

준우는 잠시 자리를 피했다.

부부가 서로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어?”

왕웨이가 준우의 머리 위를 응시하며 작게 소리쳤다.

어디선가 날아든 한 마리의 나비가 부부 사이에 있는 오양화 위에 내려앉는다.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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