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스 가든 (2)
선화가 아프리카 임시 보호소에서 블루 윙이라는 몬스터를 동물원에 입양해왔다.
포포를 이어 정부의 반려몬 허가 테스트를 받을 몬스터이자, 앞으로 변화할 동물원의 일원이 될 아이였다.
‘블루 윙, 탁월한 선택이라고 해야 하나?’
말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몬스터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피부가 파랗다.
일반적인 말과 차이점이 있다면 날개와 뿔이 있다는 것이랄까.
‘포포 때와 마찬가지로 나와 선화의 능력이 더해져 훈련을 진행한다면, 정부의 허가 테스트는 문제가 되지 않아. 하지만…….’
문제는 블루 윙의 절단된 날개였다.
희귀한 몬스터인 만큼 영국에선 블루 윙의 입양을 계속해서 추진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엑시스가 데려온 블루 윙만은 아프리카에 그대로 내버려 뒀었다.
‘영국의 반려몬 동물원에 두기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겠지.’
아무래도 보기에 좋지 않으니까.
하지만, 선화는 흔쾌히 날개를 잃은 녀석을 입양했다.
단순히 녀석이 가엽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영국과는 달리 블루 윙을 그저 상품이나 몬스터가 아닌, 동물원의 가족 일원으로서 맞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섰다.
물론, 앞으로 입양하게 될 다른 반려몬들 역시 마찬가지이며, 그것이 선화가 꿈꾸는 동물원의 미래였다.
그때부터였다.
선화는 날개를 잃은 블루 윙을 다시금 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 각성한 수의사분들과 그 외 전문가분들하고 상의를 해봤어. 그분들의 도움이 있으면, 절단된 날개를 내가 직접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준우는 선화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팔 혹은 다리가 절단된 사람에게 의수, 의족이 있듯, 블루 윙에게도 새로운 날개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리지 않을까 싶어.
- 날개야 금방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 ‘구름무늬 다이아몬드’ 라는 재료가 필요하거든. 혹시나 해서 엄마한테도 물어봤는데, 그건 희귀해서 거의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더라구.
세상에 불가능한 게 어딨으랴.
아내를 사랑하는 준우의 마음만 있다면 죄다 가능하지.
‘선화가 좋은 일은 한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훗날 블루 윙은 공중 전투를 원활하게 돕는 전투 몬스터로서 세계의 각광을 받게 된다.
영국의 ‘홀리 나이트’ 길드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전투법이었으며, 공중 전투의 명가가 된 홀리 나이트는 세계 랭킹 3위에서 1위로 도약을 하기도 했다.
‘랭킹 1위랑 2위가 엎치락뒤치락하긴 했어도 말이지. 아무튼, 블루 윙을 치료하고 훈련마저 잘 해낸다면 엑시스도 회귀 전보다 훨씬 더 높은 랭킹에 오르게 될지도 몰라. 그만큼 블루 윙의 번식도 중요할 테지만…….’
준우는 곧장 구름무늬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는 던전을 찾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다이아몬드가 아닌 신비로운 마력의 힘이 깃든 다이아몬드였기에, 찾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인맥을 동원했다.
‘국내에선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은 물론, 판매되고 있는 곳이 없고. 겨우 찾아낸 게 해외에 있는 세 곳의 던전이라…….’
영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각기 다른 던전들이었지만, 구름무늬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곳들이었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 협조 차원에서 공략 요청을 했음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일주일째 답변이 없는 상태.
“설마, 영국에서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애꿎은 사무실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준우에게로 김강수가 슬쩍 다가와 물었다.
“기대를 걸어보는 거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래도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까요.”
“중국하고 러시아는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는 던전인지라 당연히 거절해올 거고. 그나마 확률이 있는 건 영국군에서 보관리하고 있는 던전인데, 거긴 또 미제 던전이잖아?”
영국군, 그러니까 헌터 협회에서 관리 중인 미제 던전 중에서도 트라이 횟수가 가장 적은 던전이었다.
그렇다는 건, 아직 시행착오를 몇 번 겪지 않아서 공략에 성공할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며, 보상이 좋은 곳인 만큼 쉬이 협조 요청을 수락할 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영국 협회가 미쳤다고 그걸 우리한테 주겠냐? 걔네 욕심 드럽게 많은데.”
“못 먹는 감 일단 찔러나 보는 겁니다.”
“그나저나, 대체 거긴 왜 가려고 하는 건데?”
“일하는 겁니다. 실적 올리려고.”
“엑시스 사위가 실적은 개뿔.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진짜 안 알려 줄 거냐?”
“궁금하면 같이 가시죠.”
“영국 측에서 승인부터 받은 뒤에나 그렇게 말해라, 자식아. 승인만 받으면 얼마든지 따라가 줄 테니까.”
“정말입니까? 사모님 친정 가셔서 당분간 집에 혼자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기꺼이 저와 함께 해외 출장을 가시겠다구요?”
“인마. 그만큼 영국이 승인해줄 확률이 낮다, 이거야. 그러니까 괜한데 심력 낭비 말고 짜장이나 한 그릇 때리러……?”
그때였다.
본청 국제사회부서 직원 한 명이 특수본부 사무실로 허겁지겁 뛰어왔다.
“전준우 대원님!”
혹시라도 영국 측에서 연락이 오면 최대한 빨리 알려달라고 말해뒀었는데.
“영국 협회에서 승인해줬어요! 주사위 정원, 공략 기회 준다고 합니다!”
김강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와이프가 친정에 간 절호의 기회를 마냥 이대로 날릴 수는 없는 노릇.
“시, 시팔!”
“아까 분명 저랑 같이 가주신다고 했었습니다?”
“야, 야, 준우야. 다시 생각해 봐라. 너도 들어서 알잖아? 주사위 정원 그거 공략하는 법이 엄청 난해하다고. 그게 괜히 영국의 미제 던전이겠어?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엄청 따라줘야 한다던데.”
“흐음.”
“아무리 너라도 미제 던전 공략법까진 모를 거 아니냐. 좀 더 고민해보고 다시 생각해 보자, 엉?”
“고민이긴 하네요.”
“그치? 공략 요청 승인이 났다고 하더라도, 막상 공략하려니 방법이 없으니까…….”
“아뇨.”
“……응?”
“그게 아니라, 공략법이 너무 많아서 고민입니다.”
“이, 이런 미친놈이!”
바로 다음 날, 준우는 영국으로 떠났다.
비행 내내 울상인 김강수와 함께.
***
다이스 가든 공략에 참여할 수 있는 정원은 총 열 두 명이다.
출국 전, 영국 협회에서도 해당 공략에 참여를 한다고 알려왔기에, 준우는 김강수와 자신을 포함해 출장 인원을 여섯 명으로 맞췄다.
영국 협회에서 여섯 명, 한국 협회에서 여섯 명.
던전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영국 협회 측에서 참여 인원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으음, 이거 좀 곤란하게 됐네요.”
군 관리 지역 내에 위치한 미제 던전 입구.
준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출국 전에 전달받은 대로 각국의 협회에서 여섯 명식 던전 공략에 참여하는 줄 알았는데, 웬 불청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던전 게이트 측면에 서 있는 루이스와 동료들.
그 반대편에 있던 해리가 능글맞은 미소를 내비치며 말했다.
“죄송하게 됐군요. 저희 길드에서도 예전부터 틈틈이 공략을 준비해온 던전인지라, 이렇게 불쑥 참여하게 됐습니다.”
“준비는 무슨. 아무래도 이번에 내가 공략을 할 것 같으니, 더 늦기 전에 뭐라도 얻어보려고 발악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이는군.”
“이봐, 루이스. 날 뭘로 보는 거야? 너무 그렇게 매몰차게 굴지 말라고.”
해리는 세계 랭킹 4위이자, 홀리 나이트와 같은 영국에 속한 길드인 ‘딥 크로우’ 의 장남이었다.
그런 그가 길드 마스터인 아버지와 미제 던전 관리대대장이 친분을 이용하여, 바로 어제 갑작스럽게 공략 요청을 해온 탓에 이파전이었던 던전 공략이 삼파전으로 바뀌어버린 상황이었다.
‘해리, 이 바퀴벌레 같은 놈이 또!’
대대장과 딥 크로우 사이에 연이 있다는 것쯤은 1중대장인 루이스도 알고 있는 바였다.
때문에, 오늘 말고도 이전에도 몇 번씩 자신이 세우게 될 공을 딥 크로우의 해리에게 뺏긴 적이 있었더랬지.
‘이렇게 되면, 조금 난잡해지긴 해도…….’
준우는 루이스와 해리의 묘한 기 싸움을 살폈다.
‘……어차피 공략은 내가 하게 될 테니, 딱히 상관은 없으려나?’
군인 신분의 루이스지만, 사실 그는 세계 3위 길드인 홀리 나이트의 장남이었다.
홀리 나이트 전통상 후계자는 일정 기간 군 복무를 해야만 왔기에, 루이스도 당장 어쩔 수 없이 군에 몸을 담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국 왕실에도 비슷한 전통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아, 루이스의 집안이 왕실과 먼 친척이라고 그랬었나?’
루이스의 신분이 밝혀지면 군 측에서도 그의 편의를 봐줄 것을 우려해, 길드 마스터인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겼다.
자그마치 세계 랭킹 3위의 길드였고 왕실과 내각에서도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홀리 나이트였기에, 신분 하나 숨기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았을 터.
하지만.
회귀를 겪은 준우는 이미 루이스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신분이야 어차피 머지않아 루이스가 홀리 나이트의 전투비행대장이 되면서 밝혀질 거고. 여기 해리 저 자가 있다는 게 의외네?’
회귀 전, 루이스와 해리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세계 랭킹 2위와 3위를 다투며 경쟁을 해야 하는 길드의 장남들인지는 몰라도, 단순한 경쟁심이 아닌 서로를 마냥 싫어하는 느낌이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인 일이었고, 준우 역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지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영국 언론에서 하도 둘의 기 싸움을 떠들어댔기에 얼추 뭔가가 있다고 가늠만 하고 있을 뿐.’
준우가 해리의 얼굴을 살폈다.
루이스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걸 보아하니, 어쩐지 기분이 영 찜찜하다.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그저 루이스의 공을 가로채려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정작 루이스는 해리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리고는 아공간에서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공략 참여 인원을 재조정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협회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준우는 흔쾌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상, 던전의 주인인 영국 협회 측에서 이 정도 배려를 해준 것만 해도 과분한 일이었다.
제 욕심을 위해 굳이 공략 요청 건을 승인해줄 필요도 없었는데.
뭐, 딥 크로우야 대대장과 친분을 이용했으니 그렇다 치고.
어쨌거나.
열두 명의 제한 인원을 맞춰야 해서, 인원은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협회와 한국 협회, 그리고 딥 크로우에서 각 네 명씩 차출하기로 했다.
한국 협회는 준우와 김강수, 그리고 이선호와 추재진이 참여하게 되었다.
“준비가 끝났으면, 진입하도록 하죠.”
잠시 후.
루이스를 선두로 총 열두 명의 인원들이 던전 안에 들어섰다.
[ ‘주사위 정원’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참여 인원에게 ‘기본 주사위’ 다섯 개가 주어집니다. ]
준우는 자신의 손에 소환된 다섯 개의 주사위를 응시했다.
‘공략을 보기만 했지, 실제로 해보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떨리기는 하네.’
마치 보드 게임과도 같달까.
다이스 가든의 공략법을 쉽게 말하자면, 눈앞에 생성된 맵 위의 지형들을 주사위를 굴려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각 지형들은 한 칸으로 칭하며, 각 칸에서는 각종 미션으로 보스 몬스터, 함정, 대련 등 갖가지 장치들이 등장한다.
‘제한 시간은 첫 주자가 주사위를 굴린 시점부터 열 두 시간. 미션을 단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공략 실패…….’
안타깝게도 팀플레이가 없는 던전.
개인이 공략을 해야만 하며, 만약 준우가 던전을 공략하게 될 경우 한국 협회가 공략을 했다는 사실로 기록이 된다.
‘다시 공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한 달을 기다려야 했지, 아마?’
첫 주자를 정하기 위한 상의를 하던 도중.
루이스가 준우가 있는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전준우 헌터님. 아까는 웬 바퀴벌레의 등장으로 말씀드리지 못한 사실이 있는데…….”
“뭐죠?”
“제가 말입니다. 전부터 전준우 헌터님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예?”
“세계적인 잡지사인 헌트에서도 전준우 헌터님을 가장 유망한 헌터로 꼽고 있지 않습니까?”
준우는 멋쩍음에 볼을 긁적였다.
덩치는 산만 한 사내가 불쑥 찾아와 팬을 자처하다니.
‘회귀 전엔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서 몰랐는데,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네.’
어깨 위에 들쳐 맨 커다란 대검이 갑자기 루이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초면에 실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혹시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으음.”
준우는 생각했다.
루이스와 가까워져서 나쁠 건 없다고.
‘원탁의 기사, 루이스.’
장차 세계 최고의 전투비행대장이 될 자이며, 홀리 나이트의 후계자로서 언젠가 길드 마스터가 될 사람이다.
그것도 세계 랭킹 1위를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했던.
‘친분을 유지한다면, 엑시스가 전투비행대를 창설할 때 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공중형 몬스터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날이 올 거다.
그때가 되면 엑시스도 언젠가 준비를 해야 할 일이었으며, 그것이 곧 엑시스를 세계 상위권에 랭크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엑시스는 지금보다, 아니, 회귀 전보다 훨씬 강해져야 한다. 여태 늑대인간 놈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지 못했으니, 만약의 위험을 대비해서라도 선화와 우리 가족을 위한 단단한 방패가 되어야만 하니까.’
잠시 고민하던 준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라면 얼마든지라는 뜻이다.
“던전 공략이 끝난 뒤에 저와 검술 대련 한 번만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검술 대련……?”
“언젠가 꼭 한 번쯤 전준우 헌터님과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귀신검 칸나의 검술 스승이라니! 벌써부터 심장이 불끈거리는군요!”
“근육이 불끈거리는 것 같은데…….”
“예?”
“아, 아닙니다.”
예상치 못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이기도 했다.
이기든, 지든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상관없을 테니까.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구나. 어째 순수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루이스는 해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던전 공략에 앞서 준우와 대련을 할 생각에 설레느라.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준우가 씩 웃었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 승부욕을 조금이라도 이용해볼 생각이었다.
“루이스 씨가 던전을 공략하는데 성공한다면 검술 대련을 해드리죠.”
“하하핫!”
승부욕에 승부욕을 더했다.
승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마냥 행복할 수밖에.
“대신, 제가 먼저 공략을 하게 되면 역으로 제 부탁을 하나 들어주시죠.”
루이스가 먼저 부탁을 해왔으니, 준우도 부탁 하나쯤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그의 승부욕을 자극한 것은 보다 커다란 뭔가를 얻기 위함이었다.
“좋습니다! 역시 화끈하시군요! 전준우 헌터님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주자는 준우로 결정됐다.
해리는 주자 순서에 관심이 없는 눈치였고, 루이스는 기꺼이 준우에게 양보를 했다.
“주사위 잘 굴리셔야 할 겁니다. 자칫 시작하자마자 공략에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깨에 대검을 들쳐 맨 루이스가 우쭐거렸다.
그 모습마저도 준우에겐 그저 귀엽게만 보일 뿐이다.
후우웅 -
준우의 손을 떠난 주사위가 허공에 띄워졌다.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던 주사위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갔고.
‘세 칸이라.’
숫자 3이 상단에 보인 채로 멈춰 섰다.
동시에 루이스가 내심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배드 스타트! 세 칸이면, 선택의 땅으로 향하게 될 텐데. 첫 시작부터 꼬여버렸군요, 전준우 헌터님.’
고작 첫 번째 주사위를 던졌음에도 불구.
루이스는 벌써부터 자신이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스 가든은 루이스가 이미 열 번 넘게 트라이를 해본 던전이었기 때문이다.
던전 공략 또한 한국 협회에게 내어주기 싫어서,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훈련에 몰두해왔던 루이스다.
‘이렇게 되면, 전부 다 내가 이기게 되는 건가? 하하핫!’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선택의 땅에서의 정답을 알고 있는 루이스였으나, 그걸 굳이 준우에게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공략도 공략이지만, 이 또한 두 사람의 정정당당한 승부였기에.
하지만.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준우 역시 마찬가지.
‘나이스 스타트!’
사실상, 주사위 숫자가 뭐가 나오든 상관이 없었던 준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