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파리 월드
황장미가 묵는 호텔 안.
그녀는 어제 있었던 수민혁의 결승 무대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생방송 방청을 가긴 했으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중간에 나오는 바람에 끝까지 무대를 보지 못한 탓이다.
화면 속 무대 위.
< 그리운 나의 집 > 라는 자작곡을 부르고 있는 수민혁의 모습이 보였고.
“선화 마이크 쥐고 무대 올라갈 땐 살짝, 아주 살짝 섭섭하긴 했지. 근데, 내가 엄마니까 이해해야지 뭐 어쩌겠어?”
황장미는 아들이 쥐고 있는 손의 마이크를 빤히 바라보며 아까부터 해 오던 푸념을 계속해서 이어 갔다.
“비록 더 로즈 대표인 내 마이크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선화의 손재주도 결국 내가 물려준 거잖아?”
“그,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멀리 보면 내가 이긴 거라고도 볼 수 있고.”
“…….”
밥이나 같이 먹자는 얘기에 부리나케 달려온 수태광은 얼떨결에 황장미의 푸념을 들어주고 있는 꼴이 되었다.
어쨌거나.
수민혁을 응원하기 위한 선물은 성공적이었다.
선화의 마이크를 쥐고 노래한 수민혁이 바로 어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했으니 말이다.
“당신도 어제 생방 봤어?”
“무슨 생방?”
“무슨 생방이긴. 당연히 민혁이 결승 무대 말하는 거지.”
“내가 그걸 뭣 하러 봐? 저번에 방청인가, 뭔가, 한번 가 줬으면 됐지.”
“어휴. 사람이 진짜 왜 그러냐. 자식 잘되라고 응원은 못 해 줄망정.”
“크흠!”
같이 밥 먹으러 왔다가 푸념을 들어 주고, 푸념을 들어 주다가 쓴소리까지 듣게 된 수태광이었다.
“아, 아무튼. 그래서 저 마이크는 그냥 도로 가져온 건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 수태광의 시선이 테이블 위 마이크로 향했다.
화려함으로 무장한 황장미의 첫 커스텀 마이크였다.
“쯧쯧, 당신도 가끔 보면 성격이 참 삐뚤어졌어. 결승 때 못 쓰면 나중에 다른 무대 올라갈 때 쓰라고 주면 되는 거지, 그냥 그걸 도로 가져와?”
“이봐요, 수태광 씨. 모든 창작품에는 아티스트의 제작 의도가 담겨 있는 거야. 난 민혁이 결승 무대만을 생각하며 마이크를 만들었지, 다른 때 사용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고.”
“내 말은…….”
“그만. 이건 내 작품 철학이야.”
“……알겠네.”
“그리고! 내 철학이 그렇긴 해도, 이번엔 내가 가져오고 싶어서 가져온 거 아니거든? 민혁이 무대 끝나면 다시 전해 주려고 했는데, 나도 생방 중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뛰쳐나왔단 말야.”
“미, 미안하네. 나는 그런 줄 모르고…….”
우승 직후 다음 날인 오늘부터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수민혁이었다.
그간 방송 출연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부르는 곳이 많았기에.
그래서, 일단 황장미가 보관하고 있던 것이었다.
언젠가 아들을 만나게 되면 그때 다시 전해주기 위해서.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이크 미리 줄걸. 괜히 서프라이즈랍시고 생방 당일에 전하려는 바람에…….’
황장미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선화가 가끔 삐쳤을 때와 똑같은 얼굴이었다.
“기, 기분 상했다면 다시 사과하겠네.”
“됐어. 밥이나 먹으러 가.”
“그런 기분으로 밥 먹었다간 체하지 않겠나?”
“괜찮으니까 그냥 가자. 가면서 풀리겠지. 뭐 해? 가자니까?”
호텔을 나서려던 황장미가 뒤돌아본 그 순간.
어느새 수태광은 테이블 위의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었다.
“민혁이 그놈 요즘 하는 짓도 맘에 안 드는데, 보는 눈도 없구만. 내 눈엔 방송에 나온 선화 마이크보다 당신이 만든 마이크가 훨씬 고급지게 보이는 데 말이야.”
“노래라도 한 곡 부르려고?”
“껄껄! 못할 거야 없지!”
“당신 음치잖아?”
“무슨! 민혁이 녀석 노래 잘하는 게 누굴 닮아서 그런 건데! 그게 다 날 닮은 거라고, 나를!”
큼, 큼!
수태광이 목을 가다듬는다.
앞서 황장미에게 무턱대고 말을 내뱉은 게 미안했는지,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어 주려는 모양이었다.
“이야! 살다 보니 진짜 별일이 다 있네. 수태광이 나를 위해 노래도 다 해 주고.”
“이 사람아. 나도 이렇게 자상한 면이 있는 남자라고.”
헛기침을 하던 수태광이 살며시 가사를 뱉어본다.
하지만, 역시나 황장미의 예상대로 음치다. 음정이고, 박자고 다 안 맞는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게 있었다.
‘가만, 이 노래 어제 민혁이가 생방에서 불렀던 자작곡인 것 같은데…….’
분명히 어제 방송 안 봤다고 하지 않았었나.
생각해 보니, 아까 선화 마이크에 비해 자신의 마이크가 고급지다고 했던 것도 방송을 보지 않는 한 비교할 수 없는 일일 텐데.
‘……하여튼. 겉으로만 센 척하지, 수태광.’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태광은 어제 아들이 불렀던 노래에 심취해 있었다.
비록 음치이고, 가사는 온전히 생각나지 않더라도, 후렴 부분은 얼추 기억해내고 있었다.
“나 기분 다 풀렸어! 그러니까, 이제 노래 그만하고 밥 먹으러 가도…… 응?”
황장미가 수태광을 재촉하며 호텔 문을 연 그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라 문 앞에 서 있는 아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 민혁아? 연락도 없이 왔어?”
“밑에서 다니엘 아저씨 만났어요. 엄마 위에 계시다고 올라가 보라고 해서…….”
“스케줄 많다며?”
“갑자기 하나가 펑크 나서, 엄마 보러 왔는데…….”
수민혁이 슬쩍 안쪽을 들여다본다.
동시에 마이크를 손에 쥐고 있는 수태광과 눈이 마주쳤다.
“……안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어제 제가 생방송에서 불렀던.”
“크흠!”
헛기침과 함께 살며시 마이크를 내려놓는 수태광.
수민혁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 * *
휴일에 수린이와 함께 동물의 정원을 방문했다.
워낙에 동물원을 좋아하는 수린이었고, 요즘에는 한 달에 서너 번 이상 이곳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다.
너무 자주 가는 탓에 이젠 동물원 지리까지 완벽하게 익힐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수린이도 질릴 법도 한데, 오히려 매번 올 때마다 좋아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빠! 사파리 가자! 사파리!”
최근 수린이는 사파리 월드에 푹 빠져 있었다.
말 그대로 호랑이나 사자, 곰 등 맹수들이 자유롭게 생활하는 공간을 투어 차량을 타고 관람하는 장소였다.
“빨리 와! 빨리!”
수린이가 내 손을 잡아끈다.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진짜 집안에 사자라도 한 마리 키워야 하는 건 아닌지.
동물원 매출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지라 방문객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사파리 월드는 그나마 인기가 제법 있었다.
다른 장소들에 비해 사람들이 꽤 보였고, 매번 올 때마다 20~30분 정도는 줄을 서야 했다.
“응?”
투어 차량을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던 그때.
사파리 월드 내부에서 낯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오빠, 이거 민혁이 노래 아냐?”
“맞아! 삼촌 노래야, 삼촌 노래!”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다름 아닌 큰처남의 노래였다.
아마 본선에서 불렀던 노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노래가 지금 동물원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설마, 이거 아빠가 지시한 일이려나?”
“물어보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백 퍼센트 장인어른께서 지시한 일일 거야. 엑시스 본사에서 봤지? 건물 내에 있는 모든 모니터에서 민혁이 광고만 계속해서 나오는 거.”
“우리 아빠도 진짜 대단하다. 언제는 민혁이가 트로트 따위 한다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이제는 하다 하다 동물원에도 트로트를 틀어 놓냐?”
“뭐, 그만큼 좋으신 거겠지.”
큰처남이 내일은 슈퍼 트롯에서 우승을 한 뒤, 장인어른께선 지인분들의 전화를 엄청나게 받으셨단다.
트로트가 장인어른과 비슷한 연배인 지인분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던지라, 다들 훌륭한 아들을 뒀다며 부러움 섞인 말들을 지겹도록 하셨었고…….
그 결과.
처음에는 쑥스러워하시던 장인어른께서도 이제는 상황을 즐기고 계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식 칭찬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는데, 어찌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여튼, 우리 아빠도 참 웃기다니까. 이럴 거면 애당초 민혁이 오디션 참가할 때 응원해 줬으면 더 좋았잖아?”
“장인어른 성격이 그러신 걸 어쩌겠어.”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수린이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고개까지 도리도리 내젓는다.
“엄마가 이해해. 할아버지가 원래 좀 그렇자나?”
“수린이도 알고 있었어? 너희 할아버지 이상한 거?”
“동물원에 하나도 안 어울리는 트로트 틀어 놓은 거만 봐도 알 수 있지!”
“풉! 그러니까 말이야.”
눈치 빠른 우리 수린이.
이렇게 말해 놓고 정작 할아버지 앞에서는 ‘동물원에 트로트 나와 너무 조아써요!’라고 온갖 애교를 부리겠지.
처남이 본선에서 불렀던 노래에 이어, 결승에서 불렀던 자작곡이 흘러나왔다.
고요한 노래 위로 짹짹거리는 참새 소리가 겹쳐진다.
“참새다, 참새!”
나무 위의 참새를 가리키며 손을 뻗는 수린이.
자신에게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인다.
“안 오네? 저번에 집 앞에 있던 호순이는 이렇게 하면 나한테 왔었는데.”
호순이는 길고양이다.
무늬가 호랑이 무늬를 닮아, 수린이가 지어 준 이름이었다.
“그때는 수린이가 마력을 썼으니까.”
“지금도 쓰고 있는데, 안 와.”
“마력에 감정이 실리지 않아서 그래. 따뜻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없으니까.”
“따뜻한 느낌……?”
수린이는 반려몬은 물론, 동물에게도 친화력을 갖고 있었다.
드래곤의 능력 중 하나인지는 몰라도 마력을 사용하면 동물들이 수린이에게 호감을 느낀다고는 할까.
“따뜻한 마력은 어떻게 하는 건데?”
“저번에 호순이한테 했던 것처럼 하면 되는데, 기억 안 나?”
“그땐 나도 갑자기 됐던 거라서, 기억이 잘 안 나…….”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이럴 땐,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좋겠지.
수린이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는 내 마력을 피워 올려, 수린이의 손을 통해 그 감각을 느끼게 해 주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마력이 도넛 모양으로 둥글게 회전하면서, 부정적인 기운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따뜻한 기운만을 유지하는 건데.
“아! 알았다! 이번엔 확실하게 알았어!”
“벌써?”
“그런 것 같아! 느낌이 팍팍팍 와써!”
역시 천재는 천재.
1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수린이가 감각을 익혔는지 내 손을 떼어 냈다.
“이 정도야 껌이지! 헤헤!”
어쩌면, 수린이에겐 껌 씹는 것보다 더 쉬울지도.
손을 쭉 뻗은 수린이가 나무 위의 참새를 가만히 바라본다.
이어 살며시 마력을 피워 올리자…….
짹짹-
나무 위의 작은 참새가 날개를 펄럭이더니.
이내 수린이의 손 위에 안착했다.
* * *
동물원장 강인호가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엑시스가 동물의 정원을 인수한 이래, 매출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으니 당연히 표정이 좋지 않을 수밖에.
‘우리 동물원도 영국의 동물원처럼 반려몬을 훈련시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모니터 속으로 영국의 사파리 월드가 보였다.
이곳의 동물원과 차이가 있다면, 영국의 사파리 월드에는 죄다 몬스터였다는 것이다.
“하아…….”
던전과 몬스터가 등장한 이래, 동물원의 동물들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반려몬까지 키우는 마당에 평범한 동물들이 눈에 차기야 하겠는가.
어려서부터 반려몬들과 생활을 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어린아이들마저도 평범한 동물들에겐 관심을 주지 않는 시국이다.
반면.
영국 같은 경우는 테이머라는 헌터들의 능력을 사용해, 반려몬 동물원을 설립했다.
극소수의 능력자들이며, 세계 각국에서는 그들을 ‘드루이드’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국에서 드루이드 같은 희귀한 능력자들을 쉽게 우리나라로 보내 줄 리는 없고. 우리나라에도 드루이드 같은 사람들이 있으면 좋을 것을…….”
허황된 꿈이었다.
드루이드를 채용해, 동물원을 일반 동물과 몬스터들의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동물원의 목적이 무엇인가.
야생동물 등을 보전·증식하거나 그 생태·습성을 조사·연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전시·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 아니던가.
‘만약 드루이드라는 능력자가 한국에도 있다면, 그들과 함께 보다 훌륭한 동물원을 만들어 내는 것도 마냥 허황된 꿈만은 아닐 텐데…….’
그때였다.
사무실 내 비상경보가 울려 퍼졌다.
이이이잉-
화들짝 놀란 강인호가 서둘러 모니터 화면을 돌렸다.
동물원 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임이 틀림없었다.
“원장님!”
경비 직원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대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가?”
“인근 던전에서 코마 상태의 ‘비홀더’들이 동물원 내로 숨어든 것 같습니다. 현재 경비원들이 신속하게 동물원 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으며, 숨어든 비홀더들 역시 수색 중에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엑시스가 동물원을 인수한 이래, 동물원 경비는 엑시스 산하의 업체인 엑시스 원이 맡고 있다.
뛰어난 헌터들로 이루어진 경비업체.
비록 동물원 내 사람들의 혼란은 잠재우기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C급 몬스터인 비홀더를 수색하여 처리하는 건 그들에게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이야. 인력을 최대한 투입시켜서 사람들이 무사히 동물원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헛!”
말을 잇던 강인호가 멈칫했다.
사무실 내 모니터에 좋지 않은 상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저, 저긴……?”
“사, 사파리 월드입니다!”
투어 차량이 전복된 모습에 경비 직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차량 주변에는 눈알만 둥둥 떠다니는 듯한 모습의 괴생명체인 비홀더들이 허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겨, 경비 인력을 사파리 월드로 이동시켜! 지금 당장 서둘러!”
사파리 월드 내에 그분이 있을 터였다.
사무실에 오기 전에 인사를 나눴던, 회장님의 하나뿐인 따님 말이다.
‘분명히 조금 전에 만났을 때, 사파리 월드 관람을 한다고 하셨었는데!’
유능한 헌터인 사위분까지 함께 있어서 별일이야 없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투어 차량이 전복된 상태였다.
게다가.
회장님이 격하게 아끼시는 손녀분까지 함께였었다.
‘만에 하나, 전복된 차량 안에 회장님의 손녀분이 탑승해 계셨다면…….’
자칫, 그대로 모가지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강인호가 경비 직원들과 함께 사파리 월드로 향했다.
비홀더가 등장했다면, 사파리 내 맹수들도 흥분하여 더 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회장님의 사위가 그곳에 있을 테지만,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인 만큼 변수가 생길 수도 있는 노릇.
‘제발, 저희가 도착할 때까지 무사하시기를!’
강인호는 부디 간절한 마음을 바라고, 또 바라며, 탑승한 챠랑과 함께 전복된 투어 차량을 찾아 사파리 월드 내부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 대는 사이.
이윽고, 전복된 투어 차량을 찾아냈다.
“이게 무슨……?”
모니터 속에서 봤던 비홀더들이 죄다 죽어 있었다.
전복된 투어 차량에 탑승했던 시민들 역시 모두 안전하게 한 준우의 등 뒤에 대피해 있는 상황이었다.
시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준우의 앞으로.
작은 체구의 여자아이가 보였다.
“아빠! 이것 봐! 아까 그 참새처럼, 이 사자도 내가 좋은가 봐!”
사육사들도 긴장 속에 다룬다던 맹수 사자.
그런 사자 한 마리가 마치 강아지처럼 다소곳이 앉아, 눈앞에 있는 수린이의 손바닥을 할짝이고 있었다.
“드, 드루이드?”
강인호의 두 눈빛이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