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도합시다
준우는 며칠 전에 황장미를 만나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수태광에게 전달했다.
요점은 동혁이의 안전 확보와 아티팩트 납품에 대한 거래였다.
공적이라고는 해도, 황장미와 다시 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은 수태광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걸리는 게 딱 하나 있었다.
- 장모님께서 장인어른이 먼저 연락을 주시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하시겠답니다.
준우의 그 말이 수태광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
자존심이 곧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때문에, 파티에 초대할 때도 준우를 대신 보내 말을 전달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고민하는 것도 잠시.
이내 이어진 준우의 말에 수태광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 피스 길드 민 회장이 장모님의 아티팩트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민 회장이 장모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꺼림칙하던데…….
수태광은 지난날을 회상했다.
패션쇼 당시, 황장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꽃다발까지 전달했던 민 회장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국, 먼저 연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만약에라도 민 회장이 사업을 빌미로 황장미와 붙어 있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었으니까.
수태광이 자존심을 굽혔고.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황장미는 그에게 자존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흔쾌히 미팅에 응했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라서 그런지, 파티 때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없는 두 사람이었다.
확실히 길드의 수장답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랄까.
거래 조건을 비롯한 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계약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황장미가 원하는 것은 최고급 인력으로 구성한 경호팀을 동혁이의 주변에 항시 대기시키는 것.
그리고 수태광이 원하는 것은 S+ 아티팩트를 최우선적으로 엑시스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계약 기간은 당신이 아까 언급한 대로 동혁이가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자, 여기 계약서.”
“음…….”
계약서를 살피던 황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는 모양.
“조항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조항?”
“경호팀은 당신 명령이 아니라, 내 명령에 의해 움직인다는 조항.”
“뭣이?”
엑시스의 경호팀이 어찌 타 길드장의 명령을 따른단 말인가.
수태광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당신 명령에 따르면 곤란하지. 만약 동혁이가 현장에서 훈련할 때 위험한 상황이 생겼다고 쳐. 근데, 당신이 강도 높인다고 경호팀이 움직이는 걸 지체시키면? 그럼 이 거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경호팀을 지체시키다니. 그럴 리가.”
“재혁이 때도 그랬잖아. 일부러 경호팀이 못 나서게 했었지. 재혁이 혼자 더 버티도록 하기 위해서.”
“……크흠!”
“조항 추가해 줘. 싫으면 계약 없던 걸로 하고.”
수태광이 자존심이 세다면.
황장미는 고집이 세다.
‘전 서방이 힘들게 마련해 준 기회인데, 이 기회를 날려 버리면 다신 할망구와 마주칠 일이 없을지도 몰라…….’
입술을 질끈 깨문 수태광이 계약서 내용을 수정했다.
황장미가 원하는 대로 맞춘 것이다.
“오? 웬일이야? 토 달지 않고 그냥 해 주네?”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
싱긋 웃은 황장미가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그 와중에 신기하다는 듯이 수태광을 바라보기도 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좀 달라진 느낌이 있긴 하단 말이야.’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것은 황장미였다.
겉옷을 챙긴 그녀가 막 돌아서려는 찰나.
“그, 그…… 뭐냐…….”
“응? 아직 더 할 일 남았어?”
“그, 그…….”
“뭐라는 거야. 몬스터는 한 방에 잘도 죽이는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은 한 번에 못 해?”
“야, 약속 없으면 점심이나 같이 먹지.”
“약속 있는데?”
“중요한 약속인가?”
“응. 근데, 그런 건 왜 물어봐?”
“어차피 식사할 거면 그냥 같이 먹자는 뜻이었지, 별다른 의미는 없었…….”
“우리 일적으로 만난 거야, 지금. 비즈니스 관계라고요, 수태광 회장님.”
“비즈니스 관계면 사업 파트너인데, 사업 파트너끼리 밥도 못 먹나?”
“사업 파트너이기 전에 이혼한 사이라는 건 생각 안 해 봤어? 괜히 이상한 소문 나기 시작하면, 당신이나 나나 길드 이미지에 타격이 상당할 텐데.”
“결국 소문은 나게 되어 있어. 이미 계약서도 썼고, 감 좋은 기자들이 곧 냄새를 맡겠지.”
“나랑 그렇게 밥이 먹고 싶어?”
“딱히…….”
“그럼 간다?”
“……어허! 거, 사람이 왜 그렇게 급해?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다고!”
황장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리 수태광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감정 표현 서툰 건 그대로였다.
투박하지만 오히려 그게 가끔은 순수하게 느껴지는 사람 같달까.
“뭐, 당신이 간절하게 부탁한다면 밥 한 끼 정도는 먹어 줄 수 있어. 오늘은 바빠서 안 되고, 다음에. 물론, 사업 파트너로서 말이지.”
“그놈의 사업 파트너는…….”
“사적인 감정 조금이라도 끼워 넣으면 바로 자리 뜰 거야.”
말을 주고받으며 아옹다옹하는 두 사람.
‘비즈니스 관계’를 강조하는 황장미였지만, 정작 그녀도 이 상황을 꽤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핏 연애하는 커플이 사랑 싸움을 하는 느낌이었고.
수태광의 집무실을 방문하려던 최 비서는 안쪽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차마 문을 열지 못했다.
‘모처럼 회장님과 사모님께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시고 계시는 것 같은데, 내가 방해를 할 수는 없지.’
오래 전부터 두 사람을 봐 왔던 최 비서다.
이 정도 대화 수준이라면, 나름 애정이 잔뜩 섞여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음? 부마스터님?”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수재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수재혁은 곧장 집무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무래도 수태광에게 볼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부마스터님. 지금은 회장님의 집무실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예? 왜죠?”
“흠, 흠! 회장님께서 지금 많이 바쁘신 관계로…….”
최 비서는 수재혁이 회장님과 사모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중요한 일이 좀 생겨서 아버지랑 의논을 할까 했는데, 많이 바쁘신가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면 조금 기다려 주심이…….”
일본에서 대형 균열이 감지됐다.
아직 폭발하진 않았으나, 엑시스 자체에서 판단했을 때 최소 B+급 대형 균열이었다.
일본과 근접한 대한민국인 만큼, 만약 균열이 폭발한다면 가장 먼저 지원 요청을 해 올 것이다.
‘하지만, 저번에 동혁를 인질로 삼았던 그 사건 때문에 썩 도와주고 싶진 않단 말이지. 당장 국내 분위기도 일본에 대해 너무 적대적이고…….’
일단, 아버지인 수태광의 뜻을 여쭤보려 했으나.
최 비서의 표정을 보아 하니 지금은 심히 곤란한 듯했다.
- 그래서 밥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 아까 말했듯이 나 중요한 약속 있다니까. 정 그렇게 나랑 뭐라도 하고 싶은 거면, 커피라도 한잔 마셔 줘? 그 정도는 기꺼이 해 줄 수 있는데?
그때, 집무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수재혁이 귀를 쫑긋하더니 이내 씩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 계시는구나.’
이제야 최 비서가 왜 자신의 앞을 막았는지 알 것 같았다.
두 분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던 거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겠군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회장님께서 여유가 생기실 것 같습니다만.”
“이번 일은 제 선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죠.”
모처럼 어머니, 아버지가 몹시 즐거워 보이시는 것 같은데, 장남으로서 분위기를 깨고 싶진 않았다.
‘효도가 뭐 별거 있겠어? 이렇게 자리를 피해 드리는 게 진짜 효도지.’
효자 수재혁은 묘한 웃음을 띠며 왔던 길로 돌아갔다.
부디 부모님들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면서.
* * *
헌터 협회에서는 매 연말 혹은 연초에 포상 수여식이 개최된다.
말 그대로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공을 세우거나, 협회 소속 헌터로서 의미 있는 업적을 세운 자들에게 포상을 하는 거다.
아마 지금쯤 각 지방의 모든 협회 지부에서 포상 수여식이 진행 중일 터였고, 그건 우리 본청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강당에 대부분의 헌터들이 모였다.
협회장님의 말씀으로 포상 수여식이 시작됐고,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얘기가 길어졌다.
한 해 동안 우리 협회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협회장님께서는 자랑할 건 자랑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들은 냉철하게 지적하셨다.
“야, 막내야. 본부장님 깨워라.”
이정진 팀장님이 눈치를 살피며 내게 말했다.
어느새 본부장님은 늘어진 협회장님의 말씀을 자장가 삼아 곤히 잠들어 있었다.
“흠냐. 아직도 안 끝났냐?”
“곧 끝날 거 같아요.”
“아니, 뭔 말씀이 저리 많으시냐. 포상 수여식이니까, 상만 주고 끝내면 되는 거잖아?”
다들 동의하는 눈치다.
그만큼 협회장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길었다.
이윽고.
지루하던 말씀 시간이 지나가고 포상 수여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찾아온 그때.
“준비됐냐, 막내.”
본부장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우리 본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집중됐다.
“너무 설레발치진 마십쇼. 제가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네가 못 받으면, 대체 누가 받아? 겸손 떨지 마라, 이 자식아.”
포상 수여식에서는 각 부서마다 두 명에게 포상이 주어진다.
하나는 우수 헌터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수 신입 헌터상이다.
하지만.
각 부서마다 주어지는 포상과는 별개로 가장 뛰어난 포상이 단 하나 존재했다.
포상금은 물론, 부상으로 주어지는 아이템 또한 어마어마한.
바로 ‘협회장상’.
우리 본부 사람들은 당연히 그 상을 내가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생각을 해 봐라. 저번에 협회장님이 기자 회견에 구름 가져갔지? 그거 너 주려고 그런 거라니까. 거기서 명검 구름을 딱 주면서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을라고.”
“근데 안타깝게도 망했잖아요, 그거. 준우네 장인어른께서 카메라를 죄다 독식하시는 바람에…….”
본부 사람들은 기자 회견 당시의 일을 언급하며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수여식은 빠르게 진행되어 갔다.
어느덧 마지막 순서.
협회장상의 수여식만이 남았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협회는 수많은 업적을 세웠습니다. 많은 헌터들이 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또한 협회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했죠.”
협회 내 최고의 상이자, 협회장님의 직함을 내건 상인만큼 다른 상들에 비해 유독 말씀을 길게 하시는 협회장님이셨다.
그러나 본부장님은 이번엔 졸지 않았다.
두 손을 꽉 부여잡고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었다.
부디 협회장상이 우리 막내에게 주어지길 바란다면서.
“이번 협회장상은 최초의 역사를 세운 한 헌터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협회 사상 최초로 각성의 늪 레이드에 참여하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 협회의 위상을 널리 알린 헌터!”
대강당 내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이미 각성의 늪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순간, 수상자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준우 대원, 축하합니다.”
본부장님이 ‘시팔! 나이스!’를 외치며 나를 껴안으셨다.
내가 받을 줄 알았다면서, 왜 이렇게 몰랐던 것처럼 좋아하시는 건지.
나는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일단 포상금을 챙기고, 이어 고급진 상자를 건네받았다.
“조금 늦었지만, 정말 고생했다는 말을 해 주고 싶군.”
마이크를 떼어 낸 협회장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협회장님.”
“자네에게 부상으로 주어진 그 상자 안에는 명검 구름이 들어 있을 걸세.”
명검 구름.
희귀한 아이템 특성을 두 개나 가진 S+등급의 검이다.
‘아마 여태까지 알려진 건 두 개의 특성뿐이겠지. 사실, 한 가지가 더 숨겨져 있지만.’
협회장님께서 묘한 미소를 지으신다.
맞잡은 손은 아직도 놓지 않고 계셨다.
“자네도 알고 있지? 세계 각국의 유명 길드에서 자네를 원하는 러브콜이 무수히도 많이 쏟아졌다는 걸.”
“곤란하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오히려 우리 대한민국 협회의 명예를 드높인 것이나 다름없는데.”
각성의 늪 레이드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을 당시, 협회 본청의 각 부서의 전화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나에 대한 관심이 한순간에 쏠리면서, 나를 스카우트하려는 전화가 겹쳐 죄다 먹통이 된 거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명검 구름은 협회 소속의 보검이네. 대통령께서 협회에 하사한 아이템이고, 협회에 몸담고 있는 자만이 구름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이게 무슨 말이냐.
쉽게 말하면, 내가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구름을 오직 내게만 ‘대여’해 준다는 얘기다.
명검이자, 보검인 구름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 협회의 소유라는 명목하에.
‘쓰읍, 치사하게.’
협회장님 정도의 능력이라면 온전히 내 개인 소유로 이전하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혹시라도 내가 이걸 갖고 다른 데로 튈까 봐?’
설마, 내가 구름을 가지고 러브콜이 들어온 다른 길드들로 이직할 거란 생각을 하고 계실 가능성도 있었다.
“난 자네가 평생 구름의 주인이 되길 바라네.”
협회장님이 말을 덧붙였다.
그 말의 의미는 평생 협회에 붙어 있으란 소리와도 같았다.
‘다른 데로 가 버리면, 구름도 뺏어 버리겠다는 얘기군.’
협박 느낌이 들기도 했다.
나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막내야! 명검 한 번만 만져 보자!”
“이야! 세상에 내가 이런 명검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단상에서 내려오자 본부 사람들이 득달같이 몰려들었다.
나를 축하해 주려는 것보단 구름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다.
검은 본부장님께 구경하라고 건네줬다.
나는 회귀 전에 실컷 봐서 딱히 감흥이 없는지라.
‘아, 맞다. 선화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선화에게도 오늘 수여식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오빠가 1등 했으면 좋겠다고 그랬었는데, 비록 1등 같은 건 수여식에 없었어도 비슷한 상을 받지 않았던가.
곧장 선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선화가 이해하기 쉽게 1등을 했다고 말이다.
“준우야, 사진 한번 찍어 줄까? 구름 들고 가서 저기 서 봐.”
이정진 팀장님이 말했다.
하지만, 어째 조금 창피한 느낌이 든다.
우리 본부 사람들은 물론, 다른 부서 사람들도 구름을 구경하기 위해 몰린 상황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만 홀로 멀뚱히 서서 사진을 찍는 게 살짝 부끄럽달까.
“괘, 괜찮습니다. 저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기념해야지!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맞아요, 준우 씨. 자그마치 협회의 역사를 새로 만든 순간인데, 사진이라도 남겨야죠!”
“죄송한데, 제가 진짜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해서……?”
그때였다.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아까 선화에게 1등을 했다며 자랑한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 마님 : 축하해 오빠 ㅜㅜ
- 마님 : 우리 오빠가 꼭 1등 할 줄 알았어!!!!
- 마님 : 부상으로 엄청 좋은 칼 준다며? 그거 들고 사진 찍어서 보내 봐.
보내라기에 구름만 찍어서 보냈다.
그런데, 꼭 내가 검을 쥔 모습을 함께 찍어서 보내란다.
“본부장님. 이왕 찍는 거 멋있게 좀 찍어 주세요.”
선화가 원한다면 해야지.
나는 구름을 손에 쥐고 제법 폼 나게 자세를 잡았다.
“시팔,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한다고 할 땐 언제고.”
본부장님은 툴툴거리면서도 사진을 찍어 주셨다.
주변 사람들도 나를 찍기 시작했다. 검을 찍는 건지, 나를 찍는 건지, 정확한 건 잘 모르겠지만.
“키야! 사진 기가 막히게 잘 찍었다!”
본부장님이 찍어 주신 사진을 받아 선화에게 보냈다.
그러나 선화의 반응이 영 별로다.
- 마님 : 사진 누가 이렇게 찍었어?ㅋㅋㅋㅋㅋ
- 마님 : 무슨 오이지처럼 나왔잖아ㅋㅋ
- 마님 : 필터 씌운 거 빼고 다시 찍어 봐.
- 마님 : 오빤 필터 안 씌운 게 더 자연스럽고 잘생기게 나와.
대체 무슨 필터를 쓴 걸까.
나를 오이지로 만들 정도면…….
본부장님께 다시 다가간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한 번 더 부탁을 했다.
“필터 빼고 다시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선화가 저는 자연스러운 게 더 잘생기게 나온다는데.”
“……그래. 제수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다시 찍어서 보낸 사진은 선화도 만족했다.
선화가 만족하니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았고.
‘이제 남은 건, 구름의 숨겨진 특성을 개방시키는 건데.’
봉인되어 있는 특성을 개방하는 방법 자체는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법을 행하기 위한 내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S급 이상의 마력을 주입시켜야만 해. 그것도 최소 일주일 이상 동안 꾸준히.’
내겐 그 정도의 마력이 없다.
때문에,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구름의 숨겨진 특성을 개방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장비의 도움을 받는다면 마냥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알기론 전 세계의 길드 중에서도 단 세 곳만이 해당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헌터의 마력을 증강시켜 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 장비랄까.
‘세 곳의 길드 중 한 곳이 바로 엑시스.’
그리고 난 그 길드의 사위였다.
엑시스의 마력 증강실은 아무나 쉽게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지만, 딱히 해당 장비를 빌려 쓰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 오늘 내 집무실에 들를 수 있나?
- 의논할 일이 좀 있어서 말이야.
때마침 큰형님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형님이시라면, 마력 증강실 따위 드나드는 것쯤이야 문제도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