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3화.화목한 수 가(家)네 (2) (153/246)

◈ 화목한 수 가(家)네 (2)

출근해서 업무를 보면서도, 퇴근 후에 집에 와서도 같은 고민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과연, 장모님께서 장인어른의 초대에 응해주실까?’

당장 내가 장모님 입장에서 대답을 하자면 역시나 ‘NO’.

두 분 다 자존심이 강하신 편이라, 어지간해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방법을 고안해내야만 한다.

- 난 자네를 믿음세. 우리 사위 못 하는 게 없지, 아마?

나를 너무나도 신뢰하고 있는 듯한 장인어른의 눈빛이 떠올랐다.

눈빛에서 느껴진 건 단순히 믿음뿐만이 아니었다.

뭐랄까.

마치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명령 같은 느낌도 들었달까.

회귀 전에는 장인어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었는데, 사이가 좋아진 지금에도 이런 일로 난관에 봉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쨌거나.

이 역시 우리 가족의 화목을 위한 일.

‘분명히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히…….’

그때였다.

생각에 잠겨 있는 내게 선화가 다가왔다.

“오빠, 정 힘들면 내가 같이 가줄까?”

“아냐, 괜찮아.”

“아무리 엄마가 오빠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이번엔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인데.”

장모님께는 혼자 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 괜히 여러 사람이 말을 전하려다가 장인어른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해내볼 테니까.”

“아빠 때문에 우리 오빠만 고생하는 게 아닌가 해서 그렇지.”

“선화 너도 장모님이 파티에 오시면 좋잖아?”

“그렇긴 하지. 아무래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는 모습 본 게 한참 됐으니까. 두 분 자주 티격태격하긴 했어도, 좋을 때도 많았거든. 그럴 때 보면 참 안 맞는다 싶다가도, 잘 어울린다 생각이 들고는 했었는데…….”

언젠가 선화는 내게 그런 말을 했었다.

장모님도 장모님의 삶이 있고, 장인어른의 장인어른의 삶이 있으니, 두 분이 이혼을 하시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것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어린아이도 아니니, 그 정도쯤은 아무렇지 않게 어른으로서 응원해줄 수 있다고 그랬었는데, 지금 선화의 표정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이해를 한다고 해서,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습이 그립지 않으리란 법은 없을 테니까.’

나도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습을 원했다.

회귀 전에도 재결합 후의 두 분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선화가 그 모습을 원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야 하는 법.

“아, 참! 선화야.”

“응?”

“혹시 저번에 나한테 보여줬던 그 동영상 있잖아? 장인어른 몰래 촬영했던 그거?”

“아아, 그건 갑자기 왜?”

“그 동영상, 나한테 좀 보내줄래?”

때마침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묘안까지는 아니겠지만, 선화의 그 ‘동영상’ 이 장모님을 파티에 모시고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

다음 날, 준우는 황장미와 약속을 잡았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황장미였던지라, 저녁 식사 대신 가볍게 티 타임을 가지며 파티 초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다.

물론, 바로 본론을 꺼내진 않았다.

당장 수태광에 대한 황장미의 감정이 썩 좋지는 않다고 판단했기에, 호감을 살만한 이야기로 서두를 던지고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를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는 잘 지내요?”

“아이? 무슨 아이? 아아! 우리 태광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켠 황장미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녀석과 생활하는 게 삶의 낙이었다.

귀여운 얼굴을 떠올릴 때면, 지금처럼 웃음이 먼저 튀어나올 만큼.

‘태광이라는 이름을 몇 번 들었는데도, 매번 들을 때마다 움찔움찔 말이야…….’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장인의 얼굴이 연상되는 준우였다. 사실, 어느 누가 안 그러겠냐 만은.

“나중에 큐피그 한 마리 더 입양해서, 태광이 짝도 만들어주고 그럴까 봐.”

“괜찮으시겠어요? 애들 새끼라도 낳게 되면, 장모님께서 혼자 감당하긴 벅차실 것 같은데요.”

“전 서방네도 다 반려몬 가정이잖아? 나라고 못할 거 없지. 뭣 보다, 얘네들이 순해서 그런지 케어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것 같고.”

온순하기로는 상위권 순위에 있는 큐피그다.

초보 보호자들도 쉽게 훈육과 케어가 가능한 종 중 하나랄까.

“제가 우려되는 건 식비입니다. 케어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그 녀석들이 워낙에 많이 먹는 종이라…….”

“전 서방.”

“예?”

“나 황장미야. 더 로즈 대표 황장미.”

“아?”

“지금 내 경제력을 걱정하는 거야? 설마, 내가 우리 애들 먹여 살릴 돈이 없을까 봐?”

“하하……제가 괜한 걱정을…….”

수태광 만큼은 아니겠지만, 업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장모였다.

돈을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어도, 명예를 따라 경제적인 여건도 자연히 따라붙은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데, 왜 이름을 굳이 태광이로 지으신 거지?’

준우는 문득 궁금했다.

많고 많은 이름들 중 왜 하필 그 이름인지.

슬쩍 물어보려는 찰나.

황장미가 대뜸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이거 봐, 진짜 귀엽지?”

태광이가 밥 먹는 동영상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반려몬이 밥 먹는 영상일 뿐이지만, 보호자인 황장미에게는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모양.

“어쩜, 밥 먹는 모습도 이렇게나 귀여울까? 나중에 엄청 뚱뚱해질까 봐 간식 최대한 조절해서 주려고 하는데,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줘 버리는 거 있지?”

준우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반려몬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뭘 하든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예쁘게 보이기 마련이니까.

‘이럴 때 보면, 꼭 선화랑 똑같으시단 말이야.’

역시 모녀는 모녀였다.

이런 쪽의 유난은 아주 판박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준우에겐 지금이 기회였다.

‘장모님께서 먼저 동영상을 보여주셨겠다……?’

준우도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볼 생각이었다.

일단, 최대한 자연스럽게.

“저희 애들도 밥 먹는 영상있는데, 한번 보여드릴까요?”

“그래? 어디 한번 봐봐.”

“어디 보자……영상이……아! 여기 있네요.”

준우가 손가락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일부러 다른 영상을 재생시킨 것이다.

“응?”

황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말순이나 미심이의 모습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했던 영상에서 난데없이 수태광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뭐야, 이 영감탱이는.”

선화가 몰래 찍어서 보내준 영상 속.

수태광은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여, 영상 그냥 끌까요?”

“꺼. 내가 영감탱이 얼굴을 왜 보고 있어야 돼?”

그때였다.

카메라가 수태광이 집중해서 보고 있는 책 한 권을 클로즈업했다.

관심 없는 듯한 황장미의 표정이었으나, 너무나도 또렷하게 보이는 책의 제목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려몬 잡학사전?”

“영상 끄겠습…….”

“자, 잠깐만! 끄지 말아봐!”

준우가 속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모님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이 영상을 통해 장인어른에 대한 호감도만 끌어올리면 완벽한 작전 성공이었다.

“영감탱이가 저런 책도 봐?”

“저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장인어른께서 많이 변하셨다고. 집에서 반려몬 키우는 거 아시죠?”

“동혁이한테 들었어. 말순이랑 같은 종 한 마리 키운다며.”

“그래서 반려몬에 대해 공부하고 계시는 겁니다. 가끔 제가 이것저것 코치를 해드리기도 하구요.”

“마, 말도 안 돼. 저 양반이 반려몬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언젠 몬스터는 죄다 죽여야 하는 족속이라고 외치고 다니던 사람인데?”

황장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고 있던 도중.

영상 속에서 선화의 음성이 들려왔다.

- 아빠,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

- 라이언이 요즘 사춘기 비슷한 게 왔는지, 가끔 삐딱하게 굴어서 말이야. 매번 전 서방에게 부탁하기도 뭐하고, 이번엔 내가 공부를 해서 훈육을 한번 해보려…….

- 근데, 왜 레드 독이 아니라 큐피그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어? 라이언은 레드 독인데?

- 이, 이건, 책 페이지를 넘기다가 잘못 나온 거다!

- 거짓말! 엄마가 큐피그 키운다니까, 공부해서 나중에 도움이라도 주려고 그런 거 아니야? 노트 필기한 것도 큐피그에 관련된 것들 뿐인데?

- 이 녀석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페이지 넘기다가 잘못 나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응? 한데, 핸드폰은 왜 들고 있어?

- 헤헤! 이거 엄마한테 보여줘야지이이!

- 서, 설마, 지금 이거 촬영하고 있었던 게야? 내놔라! 어서 핸드폰 내놔!

수태광의 비명으로 몰래 카메라 영상은 끝이 났고.

준우는 빠르게 황장미의 표정을 살폈다.

‘웃고 계신다!’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준우가 옆에 있어서 그리 활짝 웃진 않았으나, 웃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영감탱이가 노망이 들었나. 안 하던 짓을 하네.”

“그, 그래도,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는 모습이 나름 멋지시지 않습니까?”

“뭐, 웃기긴 하네.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귀엽다……구요? 장인어른이요?”

순간, 황장미의 얼굴에 당황이 스친다.

아차 싶은 그녀가 재빨리 손사래를 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뭐라니. 나도 노망이 들었나. 아무튼, 재미있는 영상이었어. 코미디 프로 보는 줄 알았잖아, 호호!”

“그럼 이 영상 장모님께도 보내드릴까요?”

“응……?”

“우울할 때마다 보시라구요.”

황장미가 괜히 먼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며 흘리듯이 말했다.

“보내주든지, 말든지…….”

“보내드릴게요.”

“……그러던가.”

준우는 확신했다.

자신의 장모님이 몰래 카메라 속 변화한 장인어른의 모습에서 나름 호감을 느끼신 거라고.

‘역시 선화랑 비슷하시다니까.’

수태광이 황장미를 위해서.

그것도 평생 죽여야만 하는 존재라던 몬스터를 위한 공부를 하다니.

‘이혼 전엔 절대 있을 수 없던 일이었을 거야.’

모든 준비 과정은 끝이 났다.

준우는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장인어른께서 이번에 파티를 개최하신답니다.”

“파티? 갑자기 뭔 파티?”

“파티라기보단 소박하게 가족들끼리 집에 모여서 식사하는 거죠. 장모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처남이 이번에 고등급으로 각성했잖습니까? 그걸 기념하기 위한 자리랄까요.”

“그런데?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 거야?”

“여기, 파티 초대장입니다.”

준우가 예쁘게 포장된 봉투 한 장을 건넸다.

말로만 초대한다고 하는 것보단 이렇게 초대장을 따로 만들어서 초대를 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 판단했고, 그렇기에 직접 만들어 온 것이었다.

“이걸 나한테 주는 거야? 영감탱이가?”

“예, 꼭 장모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참나. 집에서 나가라고 할 땐 언제고.”

“처남이 장모님과 함께 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장인어른을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도 마찬가지구요.”

“흠…….”

“큰형님 각성하셨을 땐 옆에서 함께 있어 주셨다면서요? 가족들 역시 모두 함께였고. 이번에도 장모님께서 그 자리를 빛내주시면 처남에게 정말로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준우는 최대한 처남을 위해서, 라는 말로 회유를 했다.

장인어른을 계속 언급하자니 혹여나 장모님이 부담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제발, 제발…….’

간절한 준우의 눈빛.

몰래 카메라 영상으로 장인어른이 호감을 사셨다면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소박하게 가족들끼리 밥 한 끼 먹는 거니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듯.

황장미는 연달아 한숨을 내쉬었다.

“……태광이 데려가도 돼?”

이윽고, 그녀가 긍정의 질문을 던졌을 때.

‘옳거니!’

속으로 환호성을 내지른 준우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이 휴가 중이라 태광이 봐줄 사람이 없거든. 호텔에 혼자 오래 두긴 좀 그래서.”

“그럼요! 장인어른께서도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반려몬을 너무나도 사랑하시는 분이니까요!”

“영감이 먼저 자존심까지 굽히면서 초대장까지 보내줬는데. 뭐, 마음 넓은 내가 그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겠어?”

초대장도 한몫했다.

수태광이 먼저 초대 요청을 해왔다는 것에, 황장미는 그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아, 참!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전 서방.”

“예?”

“영감탱이 보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우리 동혁이 때문에 가는 거야. 각성을 기념하는 중요한 자리니만큼, 엄마의 빈자리가 섭섭하게 느껴질까 봐. 알았어?”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다고.”

준우는 조심스럽게 짐작했다.

장인어른도, 장모님도 사실 속으로는 서로에 대한 미련이 한참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초대에 응해주실 리는 없잖아?’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몰래 카메라도, 초대장도 어쨌거나 최고의 결과를 선사해줬으니까.

- 나 : 작전 성공했습니다.

- 장인어른 : 역시 엑시스 명예이사답구만.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대망의 파티 날이 다가왔다.

***

장모님께선 우리와 함께 저택으로 향했다.

태광이, 그러니까, 반려몬을 품에 안은 장모님께서는 오랜만에 수 가(家) 저택에 간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하신 듯했다.

‘그나저나, 태광이 이름이 좀 걸리는데…….’

장인어른과의 이름이 같아서 좀 헷갈린다.

일단, 내 기준에선 장인어른을 큰 태광, 반려몬을 작은 태광이라 칭하기로 했다.

아무튼.

장인어른 앞에서 녀석의 이름이 태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꽤나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잖아?’

만약 안 된다고 대답했으면, 파티에 참석하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몰래 카메라를 통해 반려몬을 사랑하는 장인어른의 마음으로 호감을 사지 않았던가.

‘영상이랑 앞뒤가 안 맞아. 태광이를 데려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장인어른이 반려몬과 이름이 같은 것에 불쾌해 하신다면, 그에 따른 최고의 변명을 해드리는 수밖에 없다.

‘뭐라고 설명을 해드려야 좋을까…….’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우리는 어느새 수 가의 대저택 앞에 도착했다.

“감회가 새롭네.”

장모님께서 주변을 쓱 훑었다.

그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시며 저택 안으로 먼저 발을 내딛으신다.

“오랜만에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사모님.”

“그러게요. 오랜만이네요, 최 비서.”

“여전히 아름다우십니다.”

“최 비서도 여전히 날 기분 좋게 해주시네요. 그런데, 저 이제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 알죠?”

“이런, 습관이 돼서…….”

“그냥 미스 황이라고 불러주세요.”

저택 입구에서 최 비서님의 차에 탑승한 우리는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집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포탈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장모님께서 착잡한 마음을 좀 정리하고 싶으신지 조경을 관람하고 싶다고 탓이었다.

차에서 내렸다.

드넓은 마당이 보이자 장모님께서는 품에 안고 있던 태광이를 내려놓았다.

꾸울!

잔디가 마음에 드는지 녀석이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다가, 이내 어딘가를 향해 신나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흥분한 녀석이 그만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야 말았다.

“태, 태광아!”

장모님께서 다급하게 소리쳤고.

마침, 마당에서 나무를 가꾸시던 장인어른이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셨다.

“애들 보는 앞에서 태광이가 뭐야, 태광이가. 쯧!”

아무래도 장인어른을 부르신 걸로 착각하신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착각하시는 것도 딱히 무리는 아니었다.

장모님이 장인어른보다 1살 연상이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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